"........대화로 해결할 기회를 주게."
라스푸틴은 심각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모든 술수가 막혀버린 상황이었다.
"지랄하고 있네."
퍼어어억
선우는 들을 가치도 없다는듯 안면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부우우우웅
그러자 라스푸틴의 몸이 허공에 부웅 뜨기 시작하였다.
주먹을 통해 전해지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버린 것이다.
콰아아아앙
이내 라스푸틴은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쿨럭...쿨럭..."
벽에 처박힌 라스푸틴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안 가득 머금고 있던 피가래를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는 이미 끝났다."
선우는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라스푸틴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가족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려고 했던 주제에 이제와서 대화로 해결하자니
우습지조차 않았다.
"이보게..쿨럭....좀더..대국적으로 생각하는게 어떤가?"
라스푸틴은 여전히 핏물을 토해내며 말을 이었다.
"자네는 지금..최고의 협상 카드를 들고 있는거야.....러시아라는 대국으로부터...뭐든 요구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서있다는 말이지....이런 기회를 날려버린다는 건...실로 어리석은 일이야."
"내가 원하는 건 두가지다."
선우는 한층 더 살의 가득한 눈빛으로 라스푸틴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러시아의 과거회귀, 네놈의 파멸, 그외에 그 어떤 것도 필요없어."
"멍청한 생각이다, 만약 그런 짓을 한다면 세상을 멸망하게 될 것이다."
라스푸틴은 지지않겠다는듯 또렷이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본국에는 셀 수조차 없이 많은 자원들이 매장되어있다. 체제가 무너져내린다면 자유진영, 공산진영을 막론하고 모두가 승냥이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으려고 들겠지.....그 과정에서 마찰은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세계는 다시금 대전쟁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마정석이라는 건 효율적이지만 무척이나 제한적인 자원이었다.
괴수들의 양식이 불가능한 이상
언제고 게이트가 열리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아직도 많은 국가들이 러시아의 자원에 의지를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무너져내린다면 세상은 걷잡을 수 없는 격랑에 휘말리게 되고 말것이다.
세계 3차대전.
인류를 멸망시킬 지도 모를 대전쟁의 불씨가 지펴지게 되는 것이다.
"네놈의 조국도 그 전쟁의 여파는 피하지 못할 것이다. 피를 나눈 혈육들과 이웃사촌은 맥없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고 보금자리는 불타없어질 것이며 수많은 국민들이 비루하고 구차하게 목숨을 연명하게 될 것이다. 혹여 그런 걸 원하는 건 아니겠지?"
"협박하는 건가?"
"이는 협박이 아닌 엄연한 사실이다. 힘의 균형이 무너져내린다는 건 그만큼 무서운 일이니."
라스푸틴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생각을 고쳐먹어라, 우리는 분명 대화를 원만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누누히 말했을텐데?, 대화할 생각따윈 없다고."
선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에 변함은 없다, 러시아는 석기시대로 회귀할 것이고 네놈은 파멸할 것이다."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나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걱정마,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테니까."
"헛소리!"
라스푸틴은 격렬히 부정하였다.
힘의 균형이 깨진다면 전쟁은 불가피하였다.
그런데 대체 무슨 근거로 저리 확신한다는 말인가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주인 없는 땅때문에 싸움이 난다면 누구도 이 땅을 차지할 수 없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니겠어?"
선우는 태연스레 대꾸를 하였다.
"불가능하다!"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두눈으로 직접 확인하도록 해."
선우는 더 대답할 가치없다는듯 말을 끊어내었다.
"일단 모스크바부터다."
그리고 세라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덥석
세라스가 고개를 작게 주억거리고 작달막한 날개로 그 손을 움켜쥐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곧이어 선우의 무한한 내력이 세라스를 향해 그대로 전해졌다.
그리고 세라스는 전해져오는 무한한 내력을 심장에 담아 쉴새없이 순환시키기 시작하였다.
휘이이이이이이잉
그러자 세라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마력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그만! 그만둬! 그만두란 말이다!"
심상치않음을 느낀 라스푸틴은 다급히 내달려 그들을 만류하였다.
본능적인 위험함을 감지한 까닭이었다.
쩌저저적
쩌저저적
"으으..으윽..으으아아아악!"
하지만 그는 이내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내달리던 양다리가 별안간 얼어붙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얌전히 있는게 좋아, 그 구차한 삶 조금이라도 연장하고 싶으면 말이야."
북궁연이 차가운 눈빛으로 라스푸틴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마음같아선 당장에라도 얼음동상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더 큰 절망과 비참한 죽음을 위해선 인내가 필요하였으니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라스푸틴은 어떻게든 발을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다리를 단단히 결박시킨 얼음의 강도는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수준이였으니
"만약 모스크바가 붕괴된다면 핵 스위치가 눌려질 것이다! 전세계 모든 곳에 무차별적으로 핵미사일이 쏟아부진다는 말이다! 수많은 이들이 죽고 터전을 잃게 되겠지! 만약 그리된다면 네놈은 홀로 감당해야할 것이다! 수천만 아니 수억에 이르는 이들을 학살시킨 책임을!"
"핵이 있다고?"
"그렇다, 러시아에는 6천개의 핵탄두가 비축되어있다!"
"우리한테 행성이 있어."
"그게 무슨.."
라스푸틴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건 또 무슨 말같지 않은 소리란 말인가
"세라스, 떨어뜨려."
선우는 그 말을 끊어버리고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메테오Meteor
콰콰콰콰쾅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마력이 천장을 무너뜨리고 그대로 창공으로 치솟기 시작하였다.
슈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곧이어 귀를 찢는듯한 파공음이 온세상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푸슉 푸슉
"끄아아아아악!!!!!"
그 파공음에 고막이 터져버린 라스푸틴은 핏물이 흘러내리는 양쪽 귀를 부여잡은 채 괴로운듯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괴로웠다.
너무 괴로워 뇌가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대..대체..무슨..일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러시아 상공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거대한 운석의 모습을.
".........빌어먹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짧은 감상평 뒤로 거대 운석과 모스크바는 정면으로 충돌하였고 그 여파로 발생한 굉음성과 진동이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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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이며 주요 역사적 사건을 목격한 장소이자 현재까지도 군사 퍼레이드와 대규모 축하 및 대량 집회가 열리던 붉은 광장에는 커다란 구덩이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유구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던 크렘린과 성 바실리 성당은 완전히 붕괴하여 돌부스러기만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수많은 국보들이 전시되어있는 국립 역사 박물관은 완전히 소멸하여 그 터전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웠던 부의 상징.
굼 백화점은 그 형체를 찾을 수 없게 붕괴되어 폐허를 연상시킬 뿐이었다.
모스크바를 상징하던 모든 게 그대로 무너져내버린 것이다.
"허...허...허...허.."
그 광경을 직접 목도한 라스푸틴은 헛웃음을 내뱉을 뿐이었다.
너무 경악스러워 혹여 꿈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러시아의 수도이자 강력한 중앙정부의 상징인 모스크바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내렸으니 말이다.
"허무하겠어? 그 자랑스러운 대국이 이리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걸 보면 말이야."
그때 귓가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이 사단을 낸 장본인
장선우였다.
"....이 광경을 보게하려고..날 살려둔 건가?"
"말했잖아, 직접 확인하라고."
선우는 태연스레 말을 내뱉었다.
"네놈.....실로 끔찍하기 그지없는 놈이로구나."
라스푸틴은 분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저 적절한 대가를 치르게 해줬을 뿐이다"
"고작 3명때문에 러시아를 붕괴시킨게 적절한 대가라고 생각하는 가!"
"나한테 그 3명은 러시아따위는 비교조차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해, 그러니 이정도 대가는 당연한 게 아니겠어?"
"미쳤다! 네놈은 미친 게 분명해!"
"그러니까 가만히있는 미친놈을 왜 건드려? 얌전히 있었으면 좋았잖아."
선우는 되려 꾸중을 하였다.
"네놈은 국제사회에 비난과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알량한 복수심때문에 1200만 거주하고 있는 모스크바를 붕괴시켜버리다니!"
이는 끔찍한 학살이고 중대한 범법행위였다.
결코 비난과 지탄을 피해가진 못하게 되리라
"그런게 무서웠다면 애초에 시작도 안했어."
선우는 가소롭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실로 귀여운 협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나에 관한 정보가 국제적인 이슈가 될 일은 없을거야."
"뭣이!"
"이제 러시아 전역에선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됐거든."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각 주요도시에 강력한 자성을 띄고 있는 판테시아산 운석을 떨궈졌다. 그리고 그 운석이 내뿜는 자기장의 범위는 러시아 전역을 뒤덮을 정도지."
선우는 세라스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그대로 읊기 시작하였다.
"이제 너희는 그 어떤 문명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그저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짓고 사냥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겠지."
자성을 띈 메테오를 이용해 EMP 아포칼립스를 재림시킨 상황이었다.
문명에 익숙한 현대인에게는 실로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라스푸틴의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그가 얼마나 끔찍한 형벌을 내린 것인지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문명의 후퇴.
세계 최강대국을 목표로 두던 러시아가 농경사회의 야만인으로 전락해버리고만 것이다.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그럴 수는..그럴 수는 없다! 그럴 수는 없다는 말이다!"
"너의 그릇된 선택의 결과다. 겸허히 수용해라, 라스푸틴."
"...잘못했소! 내가 잘못했소! 부디...부디..그 결정을 거둬주시오! 제발..제발! 내 목숨 하나로...끝내주시오! 부디! 부디!"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라스푸틴. 나랑 내 안사람 모두 화가 많이 났거든."
너무나 사랑하는 가족을 인질로 잡으려 하였다.
어찌 분노치 않을 수 있으랴
"날 죽이시오! 차라리 날 죽이란 말이오!"
그런 끔찍한 세계에서 살바엔 죽는 게 오히려 나았다.
위대한 러시아의 대통령으로서 참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것이다.
"걱정마, 널 죽일 사람들은 이미 넘치도록 많이 준비되어있으니까."
선우는 슬쩍 눈짓을 하였다.
그러자 세라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텔레포트
그리고 마력을 집중시켜 그대로 발현하기 시작하였다.
파아앗
그러자 절망하던 라스푸틴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중계는 잘했지?"
선우는 세라스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러시아인들을 텔레포트 시킨 곳에 커다란 미러를 설치하고 라스푸틴의 얼굴 위주로 중계했어요, 주인님은 목소리만 나오게 했구요.
"잘했어, 그럼 이제 그곳을 비춰줄래?"
-네엡~
미러mirror
대답을 마친 세라스는 다시금 마력을 집중시킨 뒤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허공에서 커다란 거울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선우와 북궁연 그리고 세라스는 그 거울을 응시하였다.
그러자 누군가의 모습이 비춰지기 시작하였다.
-라스푸틴이다! 라스푸틴!
-러시아를 멸망시킨 역적이다!!!
-팔다리를 전부 잘라 죽여야한다!
-역겨운 놈! 네놈때문에 우리가 이 모양 이꼴로!
-저놈의 목을 잘라 초월자의 화를 누그러뜨려야한다!
성난 군중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라스푸틴을 짓밟기 시작하였다.
-아아악!!...끄아아악!!.....아아아악!!!.......이 모든 건 장선우 잘못이다!...아아악!!...내 잘못이 아니란 말이다!
라스푸틴은 짓밟히면서도 끝까지 선우를 욕되게 하였다.
-이 개같은 자식! 아직도 정신 못차렸네!
-한사람씩 살을 뜯어 죽입시다! 맞아죽게 냅두는 게 아까운 놈입니다!
-인신공양을 통해 신의 분노를 누그려뜨려야합니다!
-아아아아아아아악!!!!
곧이어 분노한 수천만의 군중들은 차례대로 라스푸틴의 살점을 뜯어가기 시작하였다.
말도 안되는 아집으로 러시아의 멸망을 초래한 독재자에게 가장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아악...아아아아아악...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러시아 최악의 독재자
라스푸틴은 성난 군중들에 의해 전신이 골고루 해체되며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러시아의 부흥을 꿈꾸던 독재자의 죽음치곤 실로 허무하기 그지없는 결말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