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53화 (1,354/1,419)

"당혹스럽군."

수많은 정적들을 홍차로 암살한 러시아 최악의 폭군.

철권통치로 러시아 위에 군림하는 냉혈의 대통령

라스푸틴은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혹스럽다.

지금 심정을 말로 표현한다면 이보다 적절한 말은 없을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생각이 막혀 뭘 어떻게 대꾸해야할지 난감한 까닭이었다.

".......혹여 자네의 착각이나 상황만 보고 추측한 것은 아니겠지?"

"확실합니다."

이반 코테프는 한치의 망설임조차 없이 단호하게 대꾸를 하였다.

"............"

그 태도에 라스푸틴의 이맛살에는 깊은 골이 패여지기 시작하였다.

난감함이 가중된 까닭이었다.

"...미치겠군."

라스푸틴은 골머리가 아파오는 걸 느꼈다.

내심 착각이나 추측이길 바랬건만 이반 코테프는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태도로 볼 때 추측이나 착각이 아닌 진실일 것이다.

법무부장관 이반 코테프는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있는 유능한 정치인이였으니

"대책은?"

"없습니다."

이반 코테프는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상대는 신이었다.

어찌 한낱 인간따위가 앞길을 막아설 수 있겠는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콰아아앙

하지만 그런 이반 코테파의 생각이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대책이 없다면 마련해야할 거 아니야!"

라스푸틴은 특유의 철가면처럼 어그러뜨린 채 고함을 내질렀다.

러시아를 부흥시킬 위대한 인재를 눈앞에 빼앗기게 생겼다.

그런데 대책이 없다니

이 무슨 말같지 않은 개소리란 말인가

"그자는 엔젤과 마찬가지로 인간따위는 한참 전에 초월한 신 그 자체였습니다....그런 존재를 한낱 인간따위가 어찌 제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 회유하여 영입할 생각이라도 했어야지!"

"소용없을 것입니다, 어찌 불곰이 개미새끼 밑으로 들어가겠습니까?"

이반 코테프는 고개를 내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세상 모든 걸 주무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였다.

그가 뭐가 아쉽다고 열등한 인간 밑에 들어온다는 말인가

"이반 코테프! 상대는 엔젤과 마찬가지로 세상물정 모르는 힘 센 멍청이에 불과하다! 과대 평가 말라는 말이다! "

"겪어본 바 현대에 무지한 엔젤과는 다른 존재였습니다. 그는 오히려 현대인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래봤자 변하는 건 없다! 그저 위대한 힘을 다룰 줄 모르는 애송이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만약 자신에게 그런 힘이 있다면 전세계를 정복했을 것이다.

그게 강맹한 힘의 온전한 사용법이니

피도 눈물도 없는 철의군주

라스푸틴 입장에선 그들은 힘의 사용법조차 모르는 휘두르기 쉬운 애송이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어찌 저리 신격화하며 모든 걸 자포자기한다는 말인가

"그는....각하께서 생각하는 휘두르기 쉬운 애송이와는 결이 다른 존재입니다."

오히려 추잡스러운 욕망따위는 옛적에 초연한 존재에 가까웠다.

회유가 가능할 리 없었다.

"지금 내가 틀렸다는 말인가!"

라스푸틴은 끊임없이 반박을 하는 이반 코테프를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각하께선 틀렸습니다, 우리는 그에게 호의를 보이고 편의를 봐주며 호감을 사야합니다. 회유를 통한 영입이 아닌 우호적인 관계만으로 만족해야한다는 말입니다."

이반 코테프는 나름의 소신 발언을 하였다.

평소라면 라스푸틴의 불곰같은 기세에 눈도 마주치지 못할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러시아의 미래를 위해 목숨을 걸고 간언을 한 것이다.

"그만! 그만!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마라! 이반 코테프!"

"각하,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따위는 없습니다!"

"한마디라도 더 보탠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각하! 부디 대국적으로 생각하셔야.."

짜아아아악

콰다당

이반 코테프의 말을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였다.

분노한 라스푸틴에게 뺨을 얻어맞아 그대로 나뒹군 까닭이었다.

"당장 끌고가!"

라스푸틴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우락부락 경호원들이 이반 코테프를 끌고 나가기 시작하였다.

"각하...각하..각하아아!!"

이반 코테프는 애타게 라스푸틴을 부르짖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의 태도는 바뀌는 일이 없었으니

콰아앙

곧이어 문이 닫히고 이반 코테프는 완전히 퇴장하고 말았다.

"어떻게든 엔젤과 장선우, 둘다 러시아에서 품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한다."

그가 나가자 라스푸틴은 남아있던 이들을 둘러보며 입을 떼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라스푸틴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

"그러니까 어머님께는 모피코트, 아버님께는 보드카면 충분하다는 말이지? "

북궁연은 확인하듯 되물었다.

"그정도면 될거야, 딱히 크게 바라시는 건 없으시니까."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표하였다.

러시아산 모피코트는 꽤나 이름높은 명품이었다.

선물 받는다면 어머니께서도 분명 크게 기뻐할 것이다.

또한 술 좋아하는 아버지 입장에선 보드카 몇 병이면 충분히 기꺼워하실 것이다.

"흐음...그정도로는 부족한 것 같은데."

하지만 북궁연은 마뜩치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 털옷과 술 몇 병이라니

강렬한 첫인상을 주기에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모피코트는 두분 다 맞춰드리고 보석이나 장신구를 챙겨드리는 건 어떨까?"

"첫만남부터 너무 비싼 걸 드리면 그거대로 부담스러워하실 거야."

선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평범한 소시민입장에선 너무 비싼 선물은 되려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그것도 첫만남이라면 더더욱이

그저 체면 차릴 정도만해도 충분한 효과를 보리라

".......흐음...그리 비싼 게 아닌데...."

"나중에...좀더 친해지면 그때부터 선물해주면 되지, 처음부터 너무 사치스러운 느낌을 주면 되려 거부감을 보이실걸?"

선우는 부드러이 그녀를 설득을 하였다.

"...알았어...그럼 그렇게 할게."

북궁연은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듣고보니 틀린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우리 연이, 말도 잘듣네."

토닥 토닥 토닥

선우는 귀엽다는듯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랑한 엉덩이를 토닥여주었다.

"내가 무슨 애인줄 알아?"

북궁연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그 손길을 구태여 거부하진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토닥였을까

주물럭

곧이어 선우는 손바닥을 펼친 뒤 우악스럽게 그녀의 엉덩이 한쪽을 움켜쥐었다.

"하으읏.."

그녀의 입에선 자연스레 신음이 흘러나왔다.

"뭐..뭐하는 거야..이 바보가."

"가만히 있길래, 더 만져달라는 줄 알았지."

선우는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주물럭 주물럭 주물럭

그리고 그녀의 토실하고 탱탱한 엉덩이를 떡주무르듯 거침없이 주무르기 시작하였다.

"흐으으...으읏...그런 게..아니야..으읏..."

"거짓말, 뿌리치지도 않았으면서."

선우는 더욱더 노골적으로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하였다.

"하아...흐으읏...으으으으..으으."

그 노골적인 손길에 북궁연은 몸속에 열기가 치솟는 걸 느꼈다.

남편없이 홀로 독수공방한 지

무려 세 달째.

30대 초반

한창 성욕이 왕성할 때의 그녀로서는

그 노골적인 자극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던 것이다.

스르르륵

덥석

이번엔 반대손을 올려 가슴을 움켜쥐었다.

주물럭 주물럭 주물럭

"그새 더커진 것 같네, 한창 젖이 많이 나올 때라 그런가?"

짧은 감상을 내뱉으며 풍만하기 짝이 없는 가슴을 우악스럽게 주무르기 시작하였다.

"하으...으읏...흐으으..흐아아아.."

그러자 북궁연의 신음성이 한층 더 야릇해지기 시작하였다.

위아래에서 느껴지는 우월한 수컷의 손길에 흥분이 차올랐고 자연히 아랫도리가 서서히 적셔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뚝 뚝 뚝 뚝 뚝

이내 바닥에는 투명한 애액이 뚝 뚝 떨어졌다.

"엄청 젖었네, 많이 좋았나봐?"

선우는 바닥에 만들어진 웅덩이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다..너때문이야..이 바보야."

"그럼 책임을 져야겠네."

선우는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일단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하는 법이었다.

그게 사람의 도리일테니

그렇게 아랫도리쪽으로 손을 가져다대던 그때였다.

벌컥

-주인님들! 저 왔어여! 아주 긴급한 소식이 있어요!

별안간 문이 열리고 세라스가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대로 멈춰서고 말았다.

반쯤 옷이 벗겨져있는 두 남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 까닭이었다.

-....저....방해되었나요?

세라스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응."

"엄청."

선우와 북궁연은 도끼같은 눈길로 세라스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오랜만에 잡은 분위기가 방해받으니 절로 부아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럼...나중에 다시올까요?

"안그래도 돼."

"이미 흥이 식어버렸거든."

두 사람의 눈길이 한층 더 싸늘해지기 시작하였다.

'......빌어먹을.'

그 싸늘한 눈총에 세라스는 가시방석에 앉는 느낌을 받았다.

도망가고 싶었다.

당장에라도 튀고 싶었다.

하지만 그리 할 수 없었다.

저 괴물들이 떡하니 노려보고 있으니

"말해봐, 무슨 소식이길래, 이렇게 흥까지 깼는지."

"별거 아니면 각오해야할 거야."

-..................

세라스는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부디 저들이 긴급하다는 걸 납득해주기를

****************

러시아 대통령 관저.

"어서오십시오, 하하하하."

피도 눈물도 없는 철혈의 군주로 러시아를 군림하고 있는 독재자.

블라드 라스푸틴은 평소 철가면은 벗어던진 채 만면의 미소를 지었다.

'이 사람, 웃을 줄도 아네.'

그 모습에 선우는 신기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감정없는 냉혈한처럼 그가 웃음을 짓는다는 게 꽤나 신기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래, 반가워."

북궁연은 무심하게 대꾸를 하였다.

그의 태도가 너무나 익숙하다는듯이 말이다.

"반갑습니다. 장선우라고 합니다."

뒤이어 선우가 이름을 밝혔다.

"하하하, 듣던대로 훤칠하시군요."

"저에 대해 들은 게 있는듯하군요."

"워낙 유명인사니까요."

라스푸틴은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대꾸를 하였다.

"자자, 일단 앉으시죠, 이래저래 나눌 말이 많을듯 하니."

그리고 곧바로 자리를 권하였다.

선우와 북궁연, 세라스는 차례대로 자리에 착석을 하였다.

"홍차라도 들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목이 타진 않아서요."

선우는 손사래를 쳤다.

뭔가 저 인간에게 홍차만큼은 대접받고 싶지 않았다.

"마찬가지야."

-이하동문!

북궁연과 세라스도 차례대로 거절을 표하였다.

"아쉽군요, 꽤나 상등의 찻잎을 구했는데 말이죠."

라스푸틴은 아쉽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자리에 착석을 하였다.

"제 말을 알아듣는게 불편하진 않습니까?"

"성능좋은 통역 마법덕택인지 그리 불편하진 않습니다."

세라스가 걸어준 통역마법은 성능은 꽤나 우수하였다.

통역에 어색함따위는 전혀 없었으니

"하하하하, 다행이군요, 따로 통역을 불러줘야하는 건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말입니다."

라스푸틴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내뱉었다.

"그럼 말도 제대로 통하는 것 같으니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부인분을 데리고 러시아를 떠날 생각이시라구요?"

"그럴 생각입니다."

"본국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곤란한 결정입니다."

라스푸틴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엔젤은 현재 러시아의 국민적인 영웅으로서 숭배받고 추앙받는 존재입니다...그런 존재가..러시아를 떠나 타국으로 가버린다면 국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아닐 것입니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군요."

"게다가 재앙급 대괴수 사태로 러시아의 유능한 헌터들이 상당수 목숨을 잃은 상황입니다.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런 상황에서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젤이 떠난다면 국민들은 자국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심각해질 경우 폭동이 일어나고 러시아 전체가 무법천지가 될 수도 있지요."

라스푸틴은 한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렇군요."

"그러니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녀가 없다면 러시아는 큰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라스푸틴은 머리를 숙였다.

그 누구에게도 굽힌 적 없던 그였다.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는 말이리라

"이건 제가 결정한 문제라고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에 있고 없고를 결정하는 건 제 의지가 아닌 제 안사람의 의지일테니까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넌 어떻게 하고 싶어?"

그리고 북궁연쪽을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너 따라갈건데?"

북궁연은 한치의 망설임없이 대꾸를 하였다.

"하지만 엔젤! 당신이 떠난다면 러시아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네에!?"

"러시아가 망하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여기가 내 나라도 아닌데."

".....하지만....인도주의적으로.."

"이미 충분히 인도주의적인 도움을 준 것 같은데?  멸망할 뻔한 걸 두번이나 막아주지 않았어? 그정도면 충분히 인도주의적인 거 아니야?"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나보고 너희들을 위해 간신히 만난 남편이랑 생이별이라고 하라고? 뒈지고 싶어?"

북궁연은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

물에 빠진 걸 두번이나 구해줬더니 이제는 보따리를 내놓으란다.

절로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내가 없어서 망할 곳이라면 진즉 망했겠지, 나없이는 체제를 어떻게 유지했는데?"

"....헌터들의..전력 소모가."

"게이트는 자연 재해라면서? 재해가 일어난 걸 왜 나보고 책임지래?"

"............"

"난 남편따라 갈거야, 그러니까 괜시리 동정팔아서 붙잡을 생각하지마, 너희나라 사람들이 날 어찌 생각하든 내 알바 아니니까."

북궁연은 확고하게 끝매듭지었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남편과 자식이었고

우선순위 또한 남편과 자식이었다.

그런데 어디 알지 못하는 인간들로 동정팔이하면서 수작을 부린다는 말인가

"......그렇다는군요."

선우는 맞장구치듯 대꾸를 하였다.

그녀가 원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지지해줄 생각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러시아인들이 안타깝긴 하지만

선우에겐 그들보다 북궁연의 행복이 더 중요하였다.

".......정녕 다시 생각해볼 수 없는 것입니까?"

라스푸틴은 다시금 되물었다.

한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이다.

"없어."

"없습니다."

선우와 북궁연은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후우우우우.."

그 대답에 라스푸틴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그리고 한결 편한 표정을 지었다.

언뜻 보면 수긍한듯 보였다.

"이쪽에서 좀더 과격한 방법을 쓸 수밖에."

"뭐?"

"뭐라고?"

라스푸틴은 리모컨을 눌렀다.

그러자 뒤편에 영사기에 빛이 쏘여지더니 벽에 커다란 화면이 잡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화면 속에는 무척이나 익숙한 이들이 잡히기 시작하였다.

명화 속 천사가 강림한 것처럼 고귀하고 사랑스러운 아기.

그 옆에 미소 짓고 있는 중년의 부부들

"너, 이 자식!"

북궁연은 살의로 가득한 눈빛으로 라스푸틴을 노려보았다.

그의 의도를 알아차린 까닭이었다.

곧이어 냉기를 풀풀 흘리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얼려버릴 것처럼

"냉기는 거두는 게 좋을 것이다, 자국 최고의 첩보요원들이 저들의 신변을 확보해두었을 테니."

라스푸틴은 싸늘한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만약 내게 털끝이라도 손댄다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으드드득

북궁연은 이를 갈며 냉기를 거둬들였다.

아들과 시부모님이 신변이 넘어간 이상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고맙다, 장선우 네놈이 멍청하게 항공기를 이용해준 덕택에 저들의 신변을 파악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이렇게 네놈들을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패를 손에 넣게 되었군."

라스푸틴은 잔인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가족.

고전적이지만 너무나 확실한 약점이었다.

가족의 연은 그 어떤 인연보다 단단하고 끈끈하였으니

"이봐, 라스푸틴."

잠자코 있던 선우가 입을 떼었다.

"기회를 주지."

"뭣이?"

"지금이라도 요원들을 물린다면 용서해주겠다. 러시아는 아무런 일도 없을 것이고 너 또한 어떤 상해도 없이 멀쩡할 것이다."

선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하하하하하! 객기를 부리는구나! 내가 그딴 말을 들을 것 같더냐! 이렇게 중요한 패가 손에 들어왔는데!"

라스푸틴은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잡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

어떤 빌어먹을 멍청이가 이런 기회를 날린단 말인가

"난 기회를 줬고, 그걸 날린 건 네놈이다, 라스푸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따악

그리고 가벼이 손가락을 튕겼다.

-아아아아아악!!

-비상! 비상! 아아아아악!!!

-이레귤러 발생!...정체불명의 적이..

-A8의 목이 물어뜯겼다!

-살려..살려줘어어...아아악!

-잠깐..잠깐!! 아아악!!

그 순간 화면이 격렬히 흔들리며 끔찍한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이 완전히 나가버렸다.

"아..아니!?"

라스푸틴은 경악스러운듯 눈을 치켜떴다.

별안간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넌 날 너무 얕봤어, 내가 안전장치도 없이 러시아로 왔을 리 없잖아?"

선우는 그런 라스푸틴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대체..대체..이게."

"쓸만한 경비견을 들여놨거든"

"그들은..A급 각성자로 구성된 특수요원들이다! 한낱 경비견따위에게 질 리 없다는 말이다!"

"A급으로는 부족해."

선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드래곤을 상대해야하는 데 적어도 SSS급은 되야하지 않겠어?"

"드...드래곤?!"

라스푸틴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상황에 정신을 못차린듯한 모습이었다.

"네놈이 그리 자랑스러워하던 러시아는 오늘, 석기시대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선우는 그런 라스푸틴을 응시하며 선언하듯 입을 떼었다.

라스푸틴의 동공이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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