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50화 (1,351/1,419)

"말할 수 없다."

이반 코테프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코드네임에 관한 건 국가의 영광이 관련된 기밀 중에 기밀이었다.

목숨의 경각이 달렸다해도 결코 발설할 수 없는 것이다.

-말해야할 거야, 난 인내심이 깊지 않거든

"고문이라도 할 심산인가?"

-필요하다면.

"흥, 어디 마음대로 해봐라, 나 이반 코테프, 고문따위에 굴복할 만큼 무딘 자가 아니니.

-그럼 사양치 않지.

꾸욱

선우는 손가락을 뻗어 볼을 찔렀다.

그리고 극소량의 작열독을 흘러보내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악!!..아아아악!..아아악!

콰당

데굴 데굴 데굴 데굴 데굴

그러자 이반 코테프는 바닥에 나자빠진 채 쉴새없이 구르고 또 구르기 시작하였다.

전신이 타오르는듯한 끔찍한 고통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어때? 이제 말할 생각이 들어?

독을 거둬들인 선우가 다시금 물었다.

"하아...하아...이건 국제 문제다...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대한민국같은...소국은 처참하게....짓밟혀버릴.."

-정신 못차렸네.

푸욱

다시금 붉게 물들인 손가락으로 짓눌렀다.

"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어!!

이반 코테프의 비명성이 다시금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아아아악!!! 말하겠습니다!...말하게 해주세요! 부디! 부디!!!!"

이반 코테프 장관은 위엄따위 내다버린 채 연신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부디 말하게 해달라고

제발 실토할 기회를 달라고

그를 지켜보던 선우는 곧바로 작열독을 거둬들였다.

-좋아, 마지막 기회를 줄게, 말해봐, 왜 내가 입국 금지된 거지?

"엔젤....엔젤 때문입니다."

-엔젤?

"한달 전 러시아에....재앙급..대괴수가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모스크바 전체가 궤멸하기 직전까지 몰렸었죠...그때 하늘에서...천사를 닮은 존재가 나타나 재앙급 대괴수를...제압하여..수족으로 삼았습니다."

-그 존재가 엔젤이라고?

"예에...저희쪽에선..코드네임 엔젤이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이반 코테프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 엔젤이랑 내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거지?

"....저도 정확한 상관 관계에 대해선 듣지 못했습니다...그저....엔젤이 당신을 찾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였고....이에 VIP께서는 장선우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남자에 대한 입국 금지하였습니다."

-어째서지?

"엔젤을 러시아에 붙잡아두기 위함입니다. 만약 당신의 존재를 알게된다면 이계인인 엔젤은, 미련없이 거처를 옮겨버릴테니까요."

'흐음...나를 찾는 이계인 존재라...'

선우는 고심 어린 표정을 지은 채 턱을 매만졌다.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면식조차 없는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언급하였다는 게 말이다.

'마왕의 권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신이 공들여만든 피조물다운 선견지명이라고 볼 수 있었다.

가장 위협이 될만한 상대를 곧바로 알아본 것일테니

'아니면...나와 면식이 있는 상대인 것일까?'

하지만 마땅한 이가 떠오르지 않았다.

현대에 면식있는 이들 중 재앙급 대괴수마저 종속시킬 정도의 위인은 존재치 않은 까닭이었다.

'어쨌든 직접 만나야겠어.'

모든 의문은 그 이계인 만나봐야 풀릴듯 싶었다.

혼자 끙끙 앓아봤자

오히려 고심만 깊어지리라

-코드네임 엔젤은 어디에 있지?

이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되물었다.

"......만나실 생각입니까?"

-차원을 넘어오자마자 날 찾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이쪽에서 가주는 게 예의겠지.

".........."

이반 코테프는 쉽사리 대답치 못하였다.

자신의 대답에 러시아의 운명이 달려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이대로 코드네임 엔젤의 위치를 까발리게 된다면

만약 엔젤이 그를 따라나서게 된다면

러시아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기회를 영영 잃게 되고 말 것이다.

언제고 재앙급 괴수가 날아들지 모를 공포에 국민 모두가 두려움에 휩싸인 채 희망없는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럴 수는 없다.'

으드득

이를 악물었다.

이럴 수는 없다.

어떻게든 엔젤을 지켜야했다.

눈앞에 남자와 마주치게 해선 안되었다.

"제가 엔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럼 나야 좋지.

선우는 히죽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여러모로 말이 통하는 양반인듯 하였다.

************

"흐음.."

선우는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밖의 상황에 나름대로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두리번

주위를 슬쩍 둘러보았다.

중무장을 한 험상궂은 이들이 시야에 한가득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보면 하나같이 각성을 끝마친 헌터들인듯 싶었다.

"여기가...엔젤이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은데?"

선우는 앞쪽에 있는 이반 코테프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당연히 아니지! 이 멍청한 동양인놈아! 하하하하하하하"

이반 코테프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저 멍청한 놈에게 한방 먹였다는 사실에 상당한 통쾌함을 느낀 까닭이었다.

"이곳은 러시아 최고 헌터길드! 블라드미르다!!! 네놈의 무덤이 될 곳이란 말이다! 크하하하하하!"

"함정이었나보네."

맘마고로 이반 코테프의 말을 대충이나마 통역한 선우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왠지 순순히 협조하나했더니

배신할 생각이 그득했듯 하였다.

헌터길드로 자신을 이끈 걸보면 말이다.

"이제 네놈은 끝이다! 멍청한 원숭이 자식! 갈기갈기 찢어서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 뿌려주마!! 하하하하하하!"

이반 코테프는 한껏 기뻐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곳에 온 이상 저놈은 끝이었다.

다수의 A급 헌터

4명의 S급 헌터.

그리고 러시아 최초로 SS급으로 인정받은 엔젤 이전의 최강의 헌터, 세르게이가 길드장으로 있는 곳이 바로 블라드미르 길드였다.

저놈이 이 대전력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존재치 않았다.

끔찍한 죽음이라는 미래밖에 없는 것이다.

"말이 빨라서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비웃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겠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분위기만 보면 대충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 것 같았다.

희롱.

함정에 빠뜨린 것에 대한 통쾌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뭐라는 지 모르겠군! 더러운 옐로 몽키새끼! 전부 달려들어 저놈을 죽여라! 감히 러시아의 위대함을 내보이란 말이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우를 둘러싸고 있던 헌터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흉흉하기 짝이 없는 마력을 내뿜으면서

"꺼져라."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달려들던 모든 헌터들이 일제히 바닥에 처박힌 것이다.

"끄르르륵.."

"으르르륵...으윽.."

"끄윽..으윽..그어억."

"그르르르륵"

하나같이 개거품을 물면서 말이다.

"뭐..뭐야!?"

그 경악스러운 광경에 이반 코테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별안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장관 나으리."

그때 옆에 있던 SS급 헌터, 세르게이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아무래도 피신하셔야할 것 같소."

"그게..무슨.."

"우리로선 감당할 수 없다는 말이오."

"그게..무슨! 아직 S급 헌터들과 자네가 있지 않은가!"

"S급 녀석들도 식은땀을 끊임없이 흘리고 있소, 버티는 게 고작이라는 뜻이겠지."

세르게이는 냉철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요....솔직히 말하면..무섭소..이런 감정 처음 느껴보지만..두려움이 맞을 거요...당장에라도 오줌을 질질싸고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오."

"그럴..수가.."

이반 코테프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엔젤 등장이전

러시아 최고의 헌터가

재해급 괴수마저 구축했던 SS급의 인재가

이렇게 적나라할 정도로 스스로를 낮추다니

"뒤편에 있는 철문을 통해 도망가시오, 차 한대가 있을 거요, 내 시간 정도는 벌어드리리다."

세르게이는 비장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엔젤이나 세라스에게 가시오, SSS급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강자요."

세르게이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하지만.."

"어서 가시오, 오래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소. 대신 이걸로 예전에 영감님께 진 빚은 갚는 거요."

"고..고맙네...정말 고마워!"

타타타타탁

이반 코테프는 재빨리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쿠우우웅

곧이어 철문이 닫히고 내부에는 선우와 다섯명의 헌터들만이 남게 되었다.

"상대는 재앙급 대괴수와 동등하다! 전원 최선을 다해 구축하라!"

세르게이는 선우를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알겠습니다!""

남은 S급 헌터들은 우렁차게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마력을 극대화시킨 후 그대로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들을 웃으면서 맞이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곧이어 거대한 충격음이 하우스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충격음이 하우스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제기랄..미안하다..세르게이...정말 미안해.'

본의치 않게 세르게이를 위험에 빠뜨린 이반 코테프는 연신 사과를 하였다.

'네 희생, 결코 헛되이지 않도록 하마.'

그리고 곧바로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안타깝긴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자신을 위해 희생을 자처한 그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그와 맞설 방법을 찾아야했다.

'세라스에게 부탁을 한다.'

엔젤과 대면시키는 건 실로 위험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대안은 혹한의 세라스였다.

그 재앙급 대괴수를 꼬드긴다면 저 끔찍한 인간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테니

부우우우우우우웅

결정을 마친 거침없이 질주를 하기 시작하였다.

세라스에게 닿기 위해

.

.

.

.

.

.

.

.

"당장 세라스와 면담을 하고 싶다!"

세라스가 머물고 있는 거처에 도착한 이반 코테프는 인터폰을 바라보며 다급히 고함을 내질렀다.

-소속과 이름을 대시오.

"법무부 장관인 이반 코테프다! 당장 문열어! 빌어먹을 새끼들아아!!!!"

이반 코테프는 고함을 내질렀다.

끼이이이이익

그러자 얼마지 않아 거대한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열린 철문사이로 하나의 거대한 새 한마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모스크바를 멸망시키려고했던 재앙의 대괴수

혹한의 세라스.

그 괴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세라스!!!"

이반 코테프는 다급히 세라스를 불렀다.

평소에는 마주치는 것조차 두려운 괴물이었지만 지금은 천군만마처럼 느껴졌다.

상대가 누가 되었든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확신을 주는 것이다.

-왠일이래? 평소에는 눈도 못마추짗던 늙은이가.

"도와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뭔데?

"SS급 헌터조차 감당할 수 없는 난적이 나타났습니다! 세라스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설마...베이거스가 또다시 나타난 건가?

"드래곤이 아닌 사람입니다!"

-그래? 사람이야?

"그렇습니다!

-그럼 나보단 엔젤이 적합한 거 아니야? 난 대형개체를 상대하는 게 더 잘맞는 것 같은데.

"세라스님이 아니면 안됩니다! 오직 세라스님이여야합니다!"

-되게 완강하네...뭐 좋아, 편의를 봐준덕택에 나름 윤택하게 지내고 있기도 하니까...그 부탁, 들어주도록 하지.

세라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러시아쪽에서 나름대로 큰 신세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끔 밥값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 좀 있어?

"여기 있습니다!"

이반 코테프는 공항 CCTV에 찍혔던 선우의 사진을 슬며시 건네주었다.

혹시 모를까 챙겨두었던 게 이렇게 도움이 되는듯 하였다.

-....이 사람이 맞아?

"맞습니다!"

-확실해?

"확실합니다!"

-네 뒤에 있는데?

세라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네에에!?!...그게 무슨.."

이반 코테프는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별안간 저건 또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오싹

순간 불안함이 스쳐지나갔다.

꿀꺽

이반 코테프는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쁘리벳Привет(안녕)"

남자, 선우는 손을 슬며시 들어올리며 인사를 건네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콰당

그 순간 이반 테코프는 그대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이 남자가 왜 이곳에 있다는 말인가

"저게 엔젤인가? 날개 달린 거 빼고는 천사처럼 닮은 것 같진 않은데?"

선우는 세라스를 올려다보며 입을 떼었다.

엔젤이라기 보단 주머니 몬스터에 나왔던 전설의 얼음새에 가까운 녀석이었다.

-네놈이로군, SS급 헌터마저 무릎 꿇렸다는 러시아의 골칫거리가.

"영광이네, 천하의 엔젤이 미천한 인간을 알아봐주고."

-무슨 착각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난 엔젤이 아니다, 그녀에게 종속된 존재일 뿐이지.

"왠지, 천사같진 않더라."

선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안내 좀 해줄래? 엔젤을 만나야할 것 같아서 말이야."

-만나서 뭘할 심산이지?

"그것까진 알 것 없고, 딱가리답게 그냥 안내나 해줬으면 좋겠는데."

-건방진...인간놈...실로 입이 더럽구나!

"괴수한테까지 예의를 차릴 생각은 없어서 말이야."

그것도 마왕의 하수인이라면 더더욱이 말이다.

-오만방자하기 그지 없구나!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곧이어 세라스가 창공에 치솟기 시작하였다.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선우는 창공에 치솟은 세라스를 올려다보며 입을 떼었다.

한눈에 봐도 가르쳐줄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는듯한 모습이었다.

-네놈에게 가르쳐줄 것은 절대자에 대한 예의밖에 없다! 시건방진 인간!

세라스는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 모든 마력을 냉기로 바꾸어 전신에 둘렀다.

그러자 전신이 푸르게 빛나며 휘황찬란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였다.

얼음대륙을 반으로 쪼갰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필멸기.

블리자드 버드 Blizzard Bird

그 전설의 필멸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죽어라아아아!!

곧이어 세라스는 회전력을 이용해 궤도를 바꾸고 직선으로 내리꽂기 시작하였다.

"어쩔 수 없네, 강제적으로 협조를 구할 수밖에."

우두둑 우두둑

선우는 가벼이 목을 풀었다.

그리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어마어마한 내력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힘 조절은 해줄게."

그다음 망설임없이 내질렀다.

그 순간 거대한 주먹의 형상을 한 내기 덩어리가 미사일처럼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용자같은 대괴수를 수월히 상대하기 위해 나름대로 연구를 거쳐만든 일격기.

웅장하고 거대한 거인의 주먹.

태권太拳의 등장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곧이어 태권太拳과 블리자드 버드 Blizzard Bird가 정면으로 충돌하였고 온세상이 뒤흔들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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