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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47화 (1,348/1,419)

둘 둘 둘

작달막한 날개를 붕대로 둘둘 감쌌다.

-아야야야야!!

그 순간 세라스는 인상을 와락 구긴 채 비명성을 내질렀다.

찌릿찌릿한 고통이 전신에 퍼져나간 까닭이었다.

"왜 이렇게 엄살이 심해?"

붕대를 감아주던 북궁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세게 감지도 않았건만 뭐이리 엄살이 심하다는 말인가

-진짜 아파다구요..

세라스는 울상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아파도 참아, 아직 멀었으니까."

-그냥..안감으면 안되요?

"안돼, 상처가 벌어져있으면 썩기 마련이니까."

-......그래도...너무 아픈데.

"그러게 누가 상대도 안되는데 나서래?"

-상..상대가 안된다뇨! 나름 비등비등한 상황이었다구요!

"내가 보기엔 전혀 아니던데?"

목덜미를 물려 당장에라도 죽을 것 같았던 녀석이었다.

비등하긴 뭐가 비등하다는 말인가

-잠깐 방심한 것 뿐이라니까요!

"내가 말했지? 방심하지 않는 마음도 곧 실력이라고, 넌 마음가짐에서부터 확실히 밀린 거야."

북궁연은 단호하게 입을 떼었다.

-.............

세라스는 차마 반박치 못하였다.

그녀 말 또한 일리가 있던 까닭이었다.

만약 좀더 마음가짐을 다잡았다면 그리 성급한 선택을 하진 않았을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그 용은 누구야? 네가 아는 녀석 같던데."

한창 붕대를 감던 북궁연은 의아한듯 물음을 던졌다.

불현듯 자신과 맞섰던 용의 정체가 궁금해진 까닭이었다.

-그 성질 더러운 용은 베이거스라는 녀석이에요.

"베이거스?"

-네에, 저와 마찬가지로 판테시아 대륙에 군림하는 일곱 지배자 중 하나에요, 모든 용족들의 군주이기도 하구요.

"역시 나름 이름이 있는 녀석이었네."

북궁연은 그럴 줄 알았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힘의 크기로만 따진다면 마경의 지배자들 못지 않은 힘을 지닌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무명일 리 만무하였다.

"그래서 그놈이 왜 널 공격한 거지? 구태여 눈덮힌 북부까지 날아와서 말이야."

-그녀석은 제게 큰 원한이 있거든요

"원한?"

-예전에 그놈이 미쳐돌아서 용군단을 이끌고 대륙 전체를 정벌하려고 했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제가 손수 나서서 용군단을 괴멸시키고 다른 지배자들을 선동해서 그놈을 강제로 잠들게 만들었거든요...아마 그 원한 때문에 절 죽이려고 한 게 아닐까 싶어요.

"왜 죽이려고 했는지 알겠네, 내가 봐도 얄밉네, 너."

-헤헤헤..칭찬감사해요..주인님.

세라스는 쑥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칭찬..아닌데?"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베이거스 놈한테 얄미운 녀석이라는 건 제게 칭찬이에요...헤헤헤

결코 칭찬은 아니지만

그 주체가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베이거스라면 오히려 칭찬처럼 들려온 까닭이었다

-그나저나 주인님, 그놈 놓쳐서 어떻게 해요?

"어쩔 수 없지, 설마 그런 기묘한 술법을 쓸 줄 누가 알겠어?"

전신에 찬란한 빛이 뿜어져나오더니 그대로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런 기묘한 술법을 자신이 어찌 대응할 수 있겠는가

-제가 몸만 성했어도...텔레포트 마법을....저지했을텐데..

"그걸 텔레포트라고 불러?

-네에....마력을 이용해 공간을 이동하는 마법이에요.

"너도 할 수 있어?"

-지금은 무리지만 마력과 체력이 회복된다면 가능해요.

"그럼 회복되는대로 추적해줄 수 있어? 아무래도 가죽이랑 이빨, 뼈를 놓친 게 너무 아깝네."

용의 가죽과 이빨, 뼈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귀한 사치품이었다.

그런 걸 눈앞에 놓치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적은 무리일 거예요, 고유 좌표를 모르면 텔레포트를 쓸 수 있다고 해도 소용이 없거든요.

"쯧, 아깝네...우리 애아빠랑 연우한테 옷 한벌씩 해주려고 했는데.."

북궁연은 진심으로 아쉽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고급진 검붉은 가죽이 눈앞에 쉼없이 아른거린 까닭이었다.

'아쉬운대로....이녀석이라도?'

이내 북궁연은 슬며시 세라스를 쳐다보았다.

세라스의 푸르른 깃털은 고급지고 화려한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만약 그 깃털로 옷을 짠다면 무척이나 아름다운 옷이 완성되리라

'물량을 생각하면 아예 부인들 전원에게 돌려도 될 것 같은데?

북궁연의 차가운 눈빛에는 순간 탐욕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저어..주인님? 왜..그런 눈으로 보시는 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세라스, 어서 어서 나으렴."

쓰담 쓰담 쓰담

북궁연은 시치미를 뚝 뗀 채 세라스의 머리를 부드러이 쓰다듬었다.

-아...네에..

세라스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찜찜하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뭘 어쩌겠는가

주인님이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그저 얌전히 수긍할 수밖에

그렇게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던 그때였다.

똑 똑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들어와."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세라스가 재빨리 통역마법을 걸었다.

주인님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말이다.

끼이이익

"오랜만에 뵙소. 엔젤."

러시라의 대통령이자 철의 군주

방사능 홍차로 유명한 살인귀

블라드 라스푸틴의 등장이었다.

"아아아....라스푸틴이던가?"

북궁연은 기억났다는듯 입을 떼었다.

"기억해주시니 그저 영광일 뿐입니다."

언제나 냉정함을 유지하던 라스푸틴은 만연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를 아는 다른 누군가 봤다면 기겁을 할 일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철의 대통령이 미소를 지으니 말이다.

"무슨 일이지? 널 부른 적은 없는데."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입니다."

라스푸틴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위기에 빠진 러시아를 다시금 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엔젤."

"그저 신세를 갚은 것 뿐이다."

"신세라 생각지 마십시오, 저는 엔젤, 당신을 남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가 남이 아니면 뭔데?"

북궁연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은근히 옭아매려는 게 꼴같지 않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당신은 러시아를 구한 위대한 영웅입니다. 그런 당신을 어찌 남이라고 칭할 수 있겠습니까?"

라스푸틴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

북궁연은 그런 라스푸틴을 얌전히 응시하였다.

까딱

그러더니 이내 손가락을 가벼이 까딱였다.

부우우우웅

그 순간 라스푸틴의 몸이 그대로 그녀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강력한 자석에 이끌리는 것처럼

덥석

곧이어 북궁연은 코앞까지 다가온 라스푸틴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봐, 라스푸틴."

그리고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라스푸틴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말씀하시지요."

라스푸틴은 놀란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입을 떼었다.

급박한 상황이지만 철의 군주다운 위엄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멋대로 영웅이라고 부르는 건 상관없지만 쓸데없이 엮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인지.."

라스푸틴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시치미를 뚝 떼며 말을 이었다.

"전부 알고 있어, 네가 이곳에 날 붙잡아두기위해 이런저런 술수를 쓴다는 걸 말야. 이념 교육에 미남계에 아편까지 은근히 피워올렸지? 아마."

".........오해입니다....저는 그저 안정적이고 편안한 숙면을 위한 명령을.."

"라스푸틴, 난 네놈들의 의도를 오해할 만큼 바보가 아니야, 그러니까 어설픈 연기는 집어치우는 게 좋아, 얼음인형으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말이야."

북궁연은 서릿발처럼 차가운 살기를 흩뿌리며 입을 떼었다.

"............"

그 살기에 그대로 노출된 라스푸틴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이 진심임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여기서 입을 잘못놀렸다간 그대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동안은 적당히 넘겼지만 앞으로는 그런 자비를 바라지 않는 게 좋아, 사상 교육을 하려는 낌새가 보인다면 당사자를 죽이겠다. 미남계도 마찬가지야, 그동안은 살려보냈지만 앞으로는 죽음을 각오해야할 거야, 그리고 또다시 아편을 몰래 흘린다면 그땐 네 목이 떨어질 거야. 알겠어?"

".....알겠습니다."

"우리는 그저 협력관계일 뿐이란 사실을 결코 잊지마, 남편과 자식을 찾는다면 난 이곳을 미련없이 떠날거야. 명심해."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엔젤."

"그럼 이제 꺼져."

북궁연은 차가운 어투로 입을 떼었다.

"편히 쉬시길."

꾸벅

라스푸틴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곧바로 바깥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정도면 충분히 알아듣겠지.'

그 뒷모습을 바라본 북궁연은 생각하였다.

이정도면 충분한 경고가 되었을 것이라고

.

.

.

.

.

'빌어먹을, 불안하게 왜 갑자기 오라고.'

중앙정보국의 국장, 프릿코프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VIP의 갑작스러운 호출에 불안감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긴장을 하면 걸음을 옮겼을까

머지 않아 집무실에 도달하게 되었다

"후우."

프릿코프는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똑 똑 똑

그리고 가벼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들어오게."

그러자 특유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이이익

그 순간 프릿코프는 망설임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문을 연 순간 볼 수 있었다.

러시아 최고의 VIP

라스푸틴이 뒷짐을 진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온 프릿코프는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맞아, 내 자네를 찾았지, 왜 찾았는지 아는가?"

"..징계에 관한 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통령 허락없이 멋대로 엔젤을 투입시킨 전력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지만 조직의 입장에선 위계질서를 어지럽힌 어리석고 멍청한 행동이었다.

징계까지 각오를 해야하는 일인 것이다.

"자네에 대한 징계는 없을 걸세, 자네의 빠른 판단이 결과적으로 우리 조국과 국민을 지키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니, 오히려 훈장을 내려줘도 모자랄 일이지."

".......그렇다면..어째서 저를?"

프릿코프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정보국에 한가지 특수한 임무를 내리기 위해서일세."

"특수 임무 말씀입니까?"

"그래, 정보국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아주 특수한 임무지."

"그게 무엇입니까?"

"한 나라의 정보를 러시아내에서 완전히 차단해주었으면 하네."

"어떤 나라를 말씀입니까?"

"대한민국."

라스푸틴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엔젤의 남편과 자식을 적을 두고 있는 나라지."

"코드네임....엔젤의 남편과 자식말씀입니까!?"

프릿코프는 눈을 부릅떴다.

정보국장인 자신조차 처음듣는 정보였다.

"며칠 전 개인적인 연줄이 닿아있던 정보통 하나가 연락을 보내왔네. 엔젤과 똑닮은 아기가 대한민국에 나타났다고 하더군."

라스푸틴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에 좀더 조사를 부탁했고 놀라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네, 엔젤과 똑 닮은 아기의 부친의 이름이 장선우라고 하더군. 더불어 미혼부라고 하더군. 어미가 누군지는 확실치 않고 말이야. "

"그..그런?!"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절묘하지 않나?"

"....그래서..정보를...차단하라고."

"확실하진 않지만 만에 하나의 경우조차 없애야하네, 혹시라도 엔젤의 남편과 자식이 맞다면  그녀는 미련없이 러시아를 떠날 테니 말이야."

이념교육도, 미남계도, 마약도 모두 실패하였다.

결국 남은 건 정보를 통제하여 그녀를 영원히 묶어두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러시아는 엔젤을 놓쳐선 안되네, 그녀는 러시아를 다시금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서게 만들 비장의 카드가 될테니 말이야. 그러니 협조를 부탁하지."

".....알겠습니다...각하."

프릿코프는 내키진 않았지만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여기서 그의 명을 거절했다간 그 유명한 방사능 홍차를 마시게 될테니.

"그럼 이만 나가보게. 할일이 많아질테니"

"그리 하겠습니다."

꾸벅

프릿코프는 허리 숙여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 이내 바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끼이이이익

이내 문이 닫히고 집무실에는 라스푸틴만이 홀로 남게 되었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엔젤...무슨 수를 써서라도!'

홀로 남은 라스푸틴은 탐욕 어린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

체험학습 신청서.

"이게 뭔가?"

헌터연수원장 강일만은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별안간 원장실로 찾아와 신청서를 내민 선우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보는 그대로입니다."

선우는 태연스레 입을 떼었다.

"그러니까..연수원에서 왜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냐 이 말일세!"

결국 강일만은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너무 어이없어 결국 폭발하고 만 것이다.

여기서 초중고등학교도 아니고 체험학습이 왠 말이란 말인가

"헌터연수원 규정을 보면 원장님 재량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되어있던데요?"

선우는 연수원 내규가 담긴 수첩을 꺼내들며 입을 떼었다.

"확실히 그런 규정이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선 적용할 수는 없네!"

"어째서죠?"

"이는 전쟁이라던가 대재해급 게이트가 오픈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만들어진 규정일세! 아무렇게나 쓸 수 없다는 말일세!"

"그런 상세 규정 안적혀있는데요?"

선우는 수첩을 슬쩍 펼치며 되물었다.

"대신 여기! 국가원수와 국방부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조항이 있지 않은가!"

톡 톡 톡

강일만은 규정이 적힌 수첩을 콕콕 찌르며 언성을 높였다.

여기 이리도 상세히 조건이 붙어있거늘

어찌 모를 수 있다는 말인가

"아, 그거요? 전부 승인받았는데요?"

"뭣이!?"

순간 강일만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여기 대통령 서명이랑 국방부장관 서명이요."

선우는 품속에서 두개의 봉투를 건네었다.

강일만은 재빨리 봉투를 잡아챘다.

그다음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진품!!?'

그리고 이내 알 수 있었다.

두 서명 모두 진품이라는 사실을.

이 남자 체험학습을 신청하기 위해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서명을 받아온 것이다.

"........"

너무 어이가 없어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럼 이제 원장님만 허락하시면 될 것 같은데..어떻게 하실래요?"

선우는 그런 강일만은 재밌다는듯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콰아앙

결국 강일만은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로 체험학습을 떠난다는 정신나간 신청서에 말이다.

실로 기가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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