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39화 (1,340/1,419)

저벅

한발자국에 슈퍼루키들의 시선이 쏠렸다.

저벅

곧이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기자들 또한 그들을 따라 카메라를 돌렸다.

저벅

카메라 렌즈에는 한 명의 남자가 잡히기 시작하였다.

시원스러운 인상의 이목구비.

옷위로 태가 나는 잘 단련된 근육들

신입 연수원이라고 하기보단 산전수전을 다겪은 베테랑 헌터같은 압도적인 분위기

'교관?'

'저런 헌터가 있던가?'

기자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남자의 정체를 쉽사리 유추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의문을 품고 있던 그 때.

폴짝

"반가워요! 아저씨!"

팔단 길드 소속 슈퍼루키.

춤, 연기, 노래, 예능까지 모두 섭렵한 만능엔터테이먼트.

한아름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그에 인사를 건네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누구시죠?"

"저 한아름이에요! 들푸른 초원의 여주인공, 한아름!"

"죄송합니다, 모르겠네요."

"아저씨는 TV를 안보시나봐요?"

한아름은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렸다.

설마 자신을 모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서요."

"그래도 들푸른 초원은 꼭 챙겨보세요, 엄청 명작이라서 안보면 아저씨 취급 받을 걸요?"

"이미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는 것 같은데요?"

"들푸른 초원을 정독하고 오시면 제가 특별히 오빠라고 불러드릴게요!"

한아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기회가 된다면 그리 하겠습니다."

선우는 마주보며 웃음을 흘렸다.

실로 활달한 아가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이에요, 선우 아저씨."

"......아무래도 저에 대해 아시는 것 같군요."

"어떻게 모르겠어요, 제가 요근래 가장 관심을 갖는 분이신데...헤헤."

한아름은 악동같은 눈동자를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길드 소속입니까?"

"네에~최고의 길드 팔단 소속이에요, 꼭 기억해두세요. 아저씨의 보금자리가 될지도 모르는 곳이니까."

한아름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거기까지다, 한아름."

그때 뒤편에서 무거운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대한길드의 슈퍼루키, 거대한이 한껏 무게를 잡으며 말을 내뱉은 것이다.

"연수원 졸업 전 컨택은 규정 위반일텐데?"

그리고 눈을 희번뜩 뜬 채 한아름을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컨텍이 아니라 그냥 인사한 것 뿐인데?

"길드를 언급한 건 물론이고 보금자리라는 직접적인 단어까지 썼다. 이게 컨택이 아니면 뭐지?"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지, 누가 팔단에 오래? 왜 그렇게 딱딱하게 굴어?"

한아름은 태연스레 말을 이었다.

잘못따윈 전혀 없다는듯이 말이다.

"나도 저 돌덩이 말에 찬성이야, 너 방금 선 넘었어. 한아름."

뒤이어 한성 길드의 이세영이 천천히 걸어오며 입을 떼었다.

그녀 또한 한아름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게다가 뭐? 최고의 길드? 자본만 많은 졸부 길드가?"

"원래 영입때는 돈이 최고인 거 몰라?"

"흥, 앞길을 닦아줄 선배가 없다면 돈도 무용한 법이지."

"선우 아저씨면 그런 어중이떠중이 같은 선배는 있으나마나일 것 같은데?"

한아름은 조롱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

비공식 SSS급 헌터로 판정이 난 장선우였다.

그런 그에게 선배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본인 스스로가 대한민국 최강일텐데

"어중이떠중이? 한아름, 너 지금 말 다했어?"

"먼저 졸부 타령했던 건 너야, 이세영."

두 여인은 앙칼지게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특유의 기싸움이 다시금 벌어진 것이다.

"둘다 왜 싸우는 지 이해가 안돼, 사이좋게 영입이 실패할 사이끼리."

그때 HG길드의 미셸이 웃는 낯으로 그들사이를 끼어들었다.

"뭐야!?"

"뭐라고!"

그러자 앙칼지게 서로를 노려보던 두 여인의 눈빛이 그녀에 쏠리기 시작하였다.

"미스터 장은 HG길드에 올겁니다. 나 미셸이 그리 만들테니"

미셸은 벽안의 눈동자를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아니, 대한길드다."

"헛소리, 한성길드야."

"모두 웃기지마, 팔단에 오게 될테니까."

각길드의 슈퍼 루키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기싸움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슈퍼루키들이 서로 목메고 있어!?"

"대형길드이 모두 탐내는 인재라고!?"

"대체 저 남자의 정체가 뭐길래!?"

기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내노라하는 루키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저 남자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있었다.

영입의사를 은연중 내비치며 서로를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른 누구도 아닌 각길드 최고의 루키들이 한낱 스카우트 역할을 자처하며 서로를 견제하니 말이다.

"HAS기자입니다! 잠깐만요! 인터뷰 좀 가능하겠습니까?"

"KTBC의 이규한 기자입니다,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채널 C의 김서준 기자입니다! 이야기를 좀 나눠보고 싶습니다!"

"바니투데이 정철원 기자입니다! 헌터 연수생이십니까!?"

곧이어 기자들은 선우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였다.

루키들이 주목하고 있는 선우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귀찮게 됐네.'

그 광경에 선우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래도 대형 길드들은 자신의 존재를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듯 보였다.

이렇게 대놓고 드러낸 걸 보면 말이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세상에 알려질 몸이었다.

조금 더 일찍 알려진다고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

[대형 길드가 탐내는 슈퍼루키의 등장!]

[한류 슈퍼스타, 한아름이 애타게 부르짖던 남자의 정체는!?]

[헌터 연수원이 뒤집어졌다, 파란을 일으킨 초신성의 정체는?!]

[대한 길드의 거대한을 움직이게 한 유일한 남자.]

콰아앙

신문들이 쌓여진 책상이 내려쳐지며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이게 뭡니까! 이게!"

그리고 책상을 내려친 장본인

KSO 소속 5급 헌터, 백인상은 있는대로 인상을 쓰기 시작하였다.

한눈에 봐도 분노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게 말일세, 이게 대체 어떻게 된일인지, 원."

대한의 마동필은 동조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녀석들이 의욕이 너무 앞선듯 합니다 하하하하."

임재진은 가벼이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떼었다.

"제 동생도 실수를 좀 한 것 같네요."

한성의 이유린은 특유의 딱딱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미쉘이즈 포레인 오케이? 외쿡인이라서 코리아 컬처이즈 베리 디피컬트 했을 거예요."

HG길드의 레이첼은 특유의 어설픈 한국어로 변명하듯 입을 떼었다.

"실수, 의욕! 이딴 걸 무마할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장선우가 언론에 완전히 노출되었다는 말입니다! 이건 명백히 계약 위반이란 말입니다!"

백인상은 얼굴을 더욱더 구기며 고함을 내질렀다.

장선우의 존재는 극비 그 자체였다.

혹시라도 존재감을 드러냈다간 돈이 썩어넘칠정도로 많은 강대국에게 빼앗길 우려가 있던 까닭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언론에 노출시키다니?

이건 명백히 계약 위반이었다.

"제 생각도 같아요, 명백히 계약 위반이니 마땅한 처벌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이유린은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한의 입장도 마찬가지오, 의욕이 앞섰다지만 이는 엄연히 계약 위반, 처벌은 피해갈 수 없겠지."

"팔단 또한 처벌을 내릴 생각입니다. 실수는 실수니까."

"베리베리 미스테이크라 노처벌 노노, 오키? HG길드도 강한 처벌한DA!!"

다른 길드의 수뇌부 또한 동의를 표하였다.

모두 처벌을 피해갈 수 없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듯한 모습이었다.

"한성의 이세영은 3개월간 감봉토록 하겠습니다."

"대한의 거대한은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내리겠소이다."

"팔단의 한아름은 이번 죄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무료 콘서트를 열도록 하겠습니다."

"HG의 미쉘, 금주령 앤드 외출금지 한달, 오케이?"

곧이어 길드 수뇌부들은 각자 결론 내린 처벌을 읊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말을 들은 백인상의 표정을 황당함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하나같이 어이없는 수준의 처벌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장난하십니까! 고작 그정도라니!"

이내 백인상을 시뻘개진 얼굴로 그들을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들의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가 치솟은 까닭이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충분한 처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세영은 한성의 슈러루키, 초봉은 못해도 수십억 단위예요, 거기서 3개월 감봉이라면 몇억은 우습게 넘어가죠."

"거대한은 검증된 고급인력이외다. 그런 녀석을 240시간이나 놀린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결정이오."

"한류스타 한아름의 콘서트 값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티켓가격만 아무리 낮게 잡아도 27억이 넘습니다! 그 수익을 포기하고 무료 콘서트를 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손해를 감수하는 행위라 이 말입니다."

"미쉘이즈 알코올 중독자! 금주령 이즈 베리베리 가혹한 처벌 벗  쉬이즈 관심종자! 외출 금지 이즈 피눈물 줄줄 오케이?"

"부족합니다! 부족한단 말입니다! 국가기밀 폭로를 두고 어찌 그런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말입니까!"

백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처리하는 게 불보듯 뻔해보였기 때문이었다.

"부족해도 어쩌겠소? 이미 길드내에선 이야기가 끝난 것을"

"처벌에 관해선 내규에 맡긴다, 이게 합의서 내용 아니였습니까?"

"왜 우리가 KSO 측에 마음에 들게 행동해야하는지 모르겠군요."

"KSO, 플리즈 주제 파악 오케이? 깝 NONO"

".........당신들"

으드득

그들의 뻔뻔한 태도를 마주한 백인상은 이를 갈았다.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장선우의 존재를 알릴 심산이었군."

저들이 이미 장선우의 존재를 언론에 드러낼 생각이라는 것을

"대체 어쩌자고 그런 짓을!"

백인상은 길드 수뇌부들을 노려보며 일갈을 내질렀다.

"화제성을 가져오기 위해서입니다."

이유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를 주목시킨 뒤 영입에 성공시킨다면 길드의 인지도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을 게 뻔할테니까요."

"결국 마케팅의 일환으로 계약을 어겼다는 말씀이시군요."

백인상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대답이 없었다.

암묵적인 동의를 표한 것이다.

으드득

절로 이가 갈렸다.

과연 모든 게 상업성으로 귀결되는 대형 길드다운 판단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혹여 미국이나 러시아 일본, 중국과 같은 강대국에 빼앗기기라도 한다면 윗선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돼요, 용군주가 가진 진정한 힘에 대한 정보는 영입전까지는 함구할테니까요."

"그 약속, 꼭 지켜주길 바랍니다."

백인상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물론이에요, 저희도 강대국까지 끌어들일 생각은 없으니까요."

"믿으셔도 됩니다."

"트루스트 미 오케이?"

길드 수뇌부들은 망설임없이 곧바로 대꾸를 하였다.

그들 또한 강대국을 끌어들여 경쟁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아...윗선에는 뭐라고 보고해야할지.'

백인상은 인상을 와락 구겼다.

컨트롤도 제대로 못했다며 제대로 깨질 게 분명하였다.

KSO는 동네북이나 다름없는 존재였으니

'빌어먹을.'

욕지거리가 절로 치밀어올랐다.

********

강일만.

국내 최초 헌터학개론의 창시자 헌터연수원장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자.

그는 지금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뜻하지 않는 방문객

장선우의 등장에 당혹스러움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러니까.....연수원을 출퇴근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흐으음..."

강일만은 침음성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일반적인 헌터연수생이라면 크게 호통을 쳐 쫓아냈을 것이다.

헌터연수원은 기본적으로 합숙 교육이 원칙이었다.

출퇴근이라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SSS급 헌터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역대급 초천재란 말이지.'

쉽사리 거절을 표할 수는 없었다.

대한민국의 희망이라 불리워질 남자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할 수 없는 것이다.

"...실로 어려운 일일세."

이내 강일만은 무겁게 입을 떼었다.

고심 끝에 거절을 표한 것이다.

"헌터연수원은 기본적으로 합숙을 기본으로 하고 있네, 규정상 출퇴근은 불가하네."

"예외 규정이 있던데요?"

"예외 규정?"

"헌터연수원 12조 1항에 보면 수형자 혹은 자녀가 있는 경우, 생계 유지가 곤란한 경우 연수원장의 재량에 따라 출퇴근 형식이 가능하다 기재되어있더군요. 이 규정을 적용하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자네가 그 규정에 해당사항이 있던가?"

"이제 갓 한살이 넘은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를 두고 연수원 합숙하려니 참 쉽지 않더군요. 여러모로 걱정되기도 하고 말입니다."

"....애엄마에게 잠시만 맡기면 되지 않겠나?"

".........애엄마가 멀리 떨어져있어서요."

"...미안하네, 내가 배려가 부족했어."

강일만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별거나 이혼

뭔지 모르겠지만 아픈 구석을 찔렀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아닙니다, 배려랄 게 뭐 있겠습니까?"

선우는 손사래쳤다.

딱히 상처받을 만한 일은 아니였다.

어차피 며칠뒤면 차원의 문을 열고 직접 데려올테니

"어쨌든 배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저와 오래 떨어져본 적 없는 녀석이라, 제가 없다면 많이 불안해할 겁니다."

".....후우....그리 말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구만. 알겠네, 내 자네는 특별히 출퇴근을 허락토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연수원장님."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으며 가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벌..벌써 말인가?!"

"첫날 일정은 OT와 자기 소개 그리고 동기들간의 자율 친목도모라고 들었습니다."

"맞네만.."

"OT와 자기소개를 끝냈으니 이쯤 퇴근해보려고 합니다."

"친목도모는 건너뛸 생각인가?"

"예에, 아무래도 그것보다 급한 일이 있어서요."

"...친목도모도 무척이나 중요하네만...그것보다 급한 일이라니?"

동기간의 친목 도모는 어찌보면 오티나 자기소개와는 비교조차 안되게 중요한 시간이라고 볼 수 있었다.

서로 친목을 나누며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파티를 짤 수도 있고 길드 가입 또한 노려볼 수 있는 일종의 교류의 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친목 도모를 거부하고 퇴근을 하겠다니?

어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들이 모델 데뷔를 했거든요."

그 물음에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그에겐 하잘데기 없는 친목 도모따윈 중요치 않았다.

현재 그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사랑하는 아들이 먼저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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