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38화 (1,339/1,419)

"우리 연우가 병원 홍보 모델 제안을 받았다구!?"

권순분 여사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되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경악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네에, 접종하러 갔다가 원장님께 제안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대답은 어떻게 했니?"

"좋은 경험인 것 같기도 해서 수락했어요."

"어머 어머, 어떻게 해, 우리 연우가 모델이 되다니."

권순분 여사는 연신 감탄을 하기 시작하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엽다는 건 너무나 잘알고 있었지만 설마 모델을 시킬 정도였다니

절로 감탄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그렇게 엄청 거창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거창하고 안하고가 뭐가 중요하겠니? 우리 손주가 의사선생님 눈에 띌 만큼 귀엽다는 게 중요하지, 호호호호."

권순분 여사는 연신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이러다가 우리 연우, 나중에 연예인되는 거 아닌가몰라?"

"에이, 설마 그러겠어요? 고작 병원 홍보 모델인데."

"또 모르지! 우리 연우 사진을 보고 기획사에서 찾아올지!"

"만약 그렇게되면 계약금은 넉넉히 땡겨 받아야겠네요. 한 100억 정도?"

선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치, 우리 손주니까, 그정도는 당연히 받아야지. 호호호호."

권순분 여사 또한 흐뭇하게 웃으며 그 농담에 동참을 하였다.

실로 화목한 집안이 아닐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돼서 어머님께 부탁을 좀 드리고 싶어요?"

"부탁?"

"네에, 아무래도 촬영일정이라 헌터 연수원 입소일정이랑 겹쳐서요.....어머니께서 연우를 케어해주셔야할 것 같아요."

"걱정말거라, 우리 손주가 모델 데뷔를 한다는데 뭔들 못할까?"

권순분 여사는 흔쾌히 수락하였다.

손주의 귀여움이 널리널리 알려지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찌 거절하겠는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라니까요."

"병원 모델도 모델이지!"

권순분 여사는 단호하였다.

"아, 그리고 계약금으로 받은 게 있는데 어머니 드리도록 할게요."

쓰으윽

선우는 탁자 위에 돈봉투를 올려 내밀기 시작하였다.

"이걸 날 왜 주는 거니?"

"생활비로 쓰세요, 이래저래 들어가는 돈이 많으시잖아요."

"됐다, 우리 귀여운 손주가 벌어온 돈을 내가 어떻게 쓰니?"

"연우가 돈이 무슨 필요있다구요."

"나중에 때 되면 다 필요한 법이야, 아껴두거라."

권순분 여사는 돈을 그대로 되돌렸다.

"그간 이래저래 신세 많이졌잖아요? 그냥 받아두세요."

옷, 기저귀, 분유, 기타 장난감들까지

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하던 부모님께 큰 신세를 졌다.

돈이 들어오는 김에 마땅한 보답을 하고 싶었다.

"신세라고 생각지말거라, 전부 우리 손주가 귀여워서 했던 것들이니까."

"하지만."

"엄마는 토다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 이 돈은 연우 이름으로 적금이라도 들어두거라."

".......알겠습니다. 어머니."

선우는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번 마음먹은 어머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그래야지~! 아암."

선우의 수긍에 권순분 여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신 오늘은 외식하기로 해요. 물론 연우 계약금으로."

"외식은 무슨 외식, 집밥이 얼마나 맛있는데."

권순분 여사는 손사래를 쳤다.

공연히 손자 돈이 나가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연우가 얼마나 효자인데요? 분명 벌어들인 돈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맛난 거 사드리고 싶을 거예요. 그치 연우야?"

"꺄하아~"

"거 보세요, 이렇게 동의하잖아요."

선우는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후우....알았다, 네 아빠오면 다같이 나가자구나."

결국 권순분 여사는 두손두발 다들 수밖에 없었다.

손주까지 저리 찬성하는데 어찌 거절할 쏘냐?

"연우야, 해냈다, 외식이래~"

"꺄하아~"

"가서 맛난 거 사먹자."

"우부우우~꺄하아아아~"

집안에는 해맑은 웃음소리가 가득 메워지기 시작하였다.

**********

"후아아암."

굿모닝 생생중계, 장명석 PD는 길게 하품을 하였다.

밤샘촬영에 피로가 미친듯이 몰려온 까닭이었다.

"세훈아~, 다음 촬영이 마지막이지?"

"그렇습니다."

조감독 오세훈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하였다.

"그래, 어디야?"

"다음은 어디보자....다사랑 소아병원입니다."

"아아..거.. 지PD 여동생이 한다는 데?"

"네에, 맞습니다."

"홍보 컨셉이 뭐라고 했지?"

"즉석으로 섭외한 아기 모델을 전면으로 내세운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화면빨이 좀 안받겠는데?"

장명석 PD는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문 모델이 아닌 경우

화면발을 받는 게 극히 힘들었다.

아기의 경우

독한 화장품을 쓸 수 없기에

타고난 머리크기와 눈크기 그리고 피부색을 도저히 커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 생각도 그럴 것 같네요."

"어쩔 수 없네, 메인으로 넣지 말고 곁다리로 넣자구."

"곁다리로요?"

"어쩔 수 없잖아? 주제가 냉혹한 아기 모델의 세계인데 못생긴 아기가 나오면 오히려 만만하게 보인다고."

"그건 또 그렇죠."

오세훈은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였다.

냉혹한 아기 모델의 세계를 담아냈는데 못생긴 아기가 전면에 나서서 모델임을 자처한다면 주제가 퇴색될 우려가 있으니

"그런데 지PD님께서 많이 서운해하실텐데..괜찮겠습니까?"

"나중에 술이나 한번 사주지, 뭐, 아니면 따로 병원 홍보할 기회를 주던가."

프로에게 중요한 건 프로그램의 완성도였다.

아무리 친하다지만 완성도를 해친다면 망설임없이 배제해야했다.

"어쨌든 바로 난 가서 바로 촬영할테니까, 너는 편집이나 하고 있어. 영상은 따로 보내줄테니까."

어차피 곁다리로 넣을 영상일테니

구태여 한꺼번에 편집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나중에 구색맞추듯 집어넣으면 그뿐이니

"알겠습니다. 그럼 편집실로 가보겠습니다."

꾸벅

오세훈은 허리 숙여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편집실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

.

.

.

.

.

편집실.

"하아..이걸 언제 다 편집하냐.."

오세훈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총 분량만 72시간이다.

이걸 30분 분량으로 줄여야하다니

실로 어마무시한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해야지.....일인데...'

달칵 달칵 달칵

오세훈은 총 72시간짜리 영상을 쉴새없이 돌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재밌는 소스, 유용한 소스, 필요한 소스를 따와 이래저래 끼워맞추며 편집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오랫동안 작업이 지속되었을까

쿵 쿵 쿵 쿵

갑자기 누군가 편집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뭐야!?"

와락

그 소리에 집중이 끊긴 오세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한창 작업 중에 누구란 말인가?

"누구십니까??"

"설명한 보조작가입니다! 조감독님!"

"무슨 일이야?"

"장명석 PD님께서 전화 좀 받으라고 전해달라고 하셔서.."

"PD님께서?"

휘익

휴대폰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부재중 전화가 수십통 쌓여있는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의아함이 들었다.

별안간 무슨 일이란 말인가

"네에, 여보세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이새끼야! 전화를 왜 이렇게 안받아! 사람 속터지는 꼴 보고 싶어!

"죄송합니다....그게 무음으로 해놔서..."

-됐고! 너 지금 작업 어디까지 해놨어?

"네에,..지금 오프닝만들고 아기천사 수연이 파트까지 편집했습니다."

-다 갈아엎어!

"네에!?"

오세훈은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다시금 되물었다.

혹여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든 까닭이었다.

-전부 갈아엎으라고! 수연이는 아기천사가 아니야! 진짜 아기 천사가 따로있다!

"그...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와서 직접봐! 조명이랑 장비 다 챙기는 거 잊지 말고!

뚜 뚜 뚜 뚜 뚜

이내 전화는 끊겼고 뚜뚜 거리는 소리만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뭔데?"

오세훈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아기 천사라니?

저건 또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그저 의문만 깊어질 뿐이었다.

**********

헌터 연수원 정문

헌터시험 합격자들이 하나둘 정문 앞에 집결을 하였다.

"혹시 헌터 연수생으로 오신 겁니까?"

"네에! 연수생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하하하, 이제 연수원만 졸업하면 정식 헌터가 멀지 않았군요."

"그래서 엄청엄청 기쁩니다!"

"남다른 포부같은 게 있을까요?"

"부모님에게 꼭 효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예쁜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습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연수생으로 왔어요."

"단번에 붙으신건가요?"

"아니요, 삼수해서 겨우 붙었어요..헤헤."

"저런 고생 많이하셨겠네요."

"저보단 부모님이 고생 많이하셨죠...입시학원이다 뭐다 해서 들어간 돈이 많았거든요."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엄마 아빠 그동안 믿어주고 응원해줘서 고마워! 이제 정식헌터 되면 평생 효도하면서 살게!"

이곳 저곳에선 풋풋한 헌터연수생들을 인터뷰하는진풍경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언제 어떻게 활약할지 모를 꿈나무들의 풋풋한 모습을 영상에 담아내는 건 나름 연례행사였기 때문이었다.

부우우웅

그때 고급진 세단 여러대가 줄지어 정문 앞에 멈춰섰다.

벌컥

곧이어 차의 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한성 길드의 이세영이다!"

"뭐라고!? 어디 어디!?"

"이세영씨! 여기 봐주세요!"

이내 그녀를 향해 기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국내 굴지 거대 길드 한성 길드의 수장

이건승의 딸이자 A급 헌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유린의 동생.

이세영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기 시작하였다.

벌컥

뒤어어 다른 차들 또한 문이 열리고 하나둘 헌터연수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아니! HG 길드의 미쉘!?!! 아직 국적 심사중이라고 들었는데....벌써 해결된건가?"

해외에서 영입한 HG길드의 슈퍼루키, 미셸

"대한길드의 거대한!? 분명 연수원을 뒤로 미룬다고 들었는데.."

대한길드장이 심혈을 길들여 교육시켰다는 슈퍼루키, 거대한.

"팔단 길드의 한아름!? 당분간 연예계 활동에 집중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곳에 왜!?

춤, 노래, 연기, 예능까지 만능엔터테이먼트로서 활동하고 있는 한아름까지

항간의 주목을 받던 헌터계의 슈퍼루키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 것이다.

"특종이구만! 한 기수에 주목받는 신인들 이렇게 대거 쏟아질 줄이야!"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기자들은 연신 호들갑 떨며 쉴새없이 셔터를 누르기 시작하였다.

주목받는 최고의 루키들 등장에 모두가 후끈 달아오른 것이다.

네 명의 루키들은 그 시선이 익숙하다는듯 여유롭게 포즈를 취하였다.

사람들의 관심

너무나 당연하고 뻔한 것들이었다.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이다.

"하아, 이 몸의 인기는 마를 새가 없네, 평범하게 차려입고 와도 이렇게 관심이 주목되다니."

팔단의 한아름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천상 연예인인 그녀에게 있어

이런 관심은 오히려 큰 기쁨인 까닭이었다.

"평범하기 무슨, 풀메이크업까지 다했구만."

그 옆에 있던 한성길드의 루키, 이세영은 비웃듯 입을 떼었다.

"이거 풀메 아니야, 풀메하면 더더욱 예쁘다구."

"그게 니 한계인 것 같은데?"

"오늘따라 견제가 심하네, 호호호, 열등감 폭발이야?"

"견제가 아니라, 아니꼬운거야. 대놓고 꼬시러온게 티나잖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안하던 화장까지 한 걸 보면 말이야."

"이...이건! 언니가 억지로!"

"언니 핑계 대지마, 그러니까 네가 항상 이유린 동생 소리만 듣는 거야."

"말 다했어!"

"못 했다!"

"헤이, 릴렉스 릴렉스, 싸움 나빠요우~"

그때 잠자코 있던 HG길드의 미셸이 끼어들어 둘을 중재하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그 남자는 제게 어트랙트 될테니...열올리지 말아요우~ 못난이들아."

그녀는 어설픈 한국어로 그녀들의 속을 긁기 시작하였다.

"못난이!? 말 다했어!?"

"죽을래! 이 양키년아!"

"양키 나쁜 단어, 텍사스였으면 인종차별로 벌집이 됐을 거예요우~"

세 여인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하아....전부 조용히 좀 하지, 계집들 아니랄까봐 더럽게 시끄럽네."

대한길드의 거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요란스럽기 그지없는 그녀들의 행태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어머, 대한 길드는 인물이 없나봐? 너같은 냄새나는  놈을 내미는 걸 보면 말이야."

"우리 대한길드는 천박하게 계집으로 유혹하지 않아. 조건으로 승부하지."

"같은 조건이면 여자쪽이 좀더 유리할거란 생각 안해봤어?"

이세영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대한길드의 이번 영입 조건은 역대급이다. 너희들 상상이상으로."

"그건 우리 한성도 마찬가지야."

"팔단도 지지 않아, 덧붙여 우주최강 여신님과 데이트라는 특권까지!"

"HG길드는 이 미쉘이 함께한답니다. 그러니까 깝죽대지마~ 고JA 새끼야?"

"뭐 이년아!"

"쌍욕 나빠요우~"

그렇게 각 길드의 슈퍼루키들이 아옹다옹하던 그 때였다.

흠칫

슈퍼루키들은 동시에 몸을 흠칫하고 떨었다.

알 수 없는 위압감이 전신에 파고든 까닭이었다.

'그자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정도 존재감을 발산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루키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멀지 않은 곳에서 여유롭게 걸어오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저 자가..바로.'

'...재앙급 폭력마저 길들였다는..역대급 초천재..'

'SSS급 헌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최강의 각성자.'

'용군주, 장선우.'

루키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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