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5지구의 어느 고급 한식당
고급진 리무진 한대가 그 앞에 멈춰섰다.
뚝
곧이어 대기하고 있던 이가 차문이 열자 고급진 양복을 차려입은 중장년의 사내가 바깥으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였다.
"오셨습니까? 의원님."
문을 열어젖힌 장본인, 한식당의 대표는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대통령 다음가는 권력의 최정점.
정권을 거머쥔 여당의 대표자.
4선의원 나용태.
그 앞에 어찌 고개를 조아리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 조대표, 그간 별고는 없었고?"
"살펴주신 덕택에 무탈하게 지냈습니다. 의원님."
"내가 뭐한 게 있나, 자네가 잘하니 무탈한 게지."
나용태는 태연스레 말을 이었다.
"그보다 다른 의원들은 전부 도착했는가?"
"30분 전부터 모두 착석하여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주 부지런하구만 그래."
나용태는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러운 열게된 조찬간담회였다.
늑장을 부리거나 불참할 법도 하건만
약속시간 30분 전부터 한명도 빠짐없이 도착하여 대기하고 있다니
자신의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의원조차 설설기는 힘을 가진 것이다.
"그럼 안내하게, 귀한 손님을 더 기다리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조대표는 다시금 허리를 공손히 숙였다.
그리고 몸을 돌려 앞서 걸음을 옮겼다.
나용태는 그런 조대표의 뒤를 여유롭게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
VIP룸
대한민국의 대표자.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
여당의 주요인사들은 각각 한자리씩 차지한 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거 해도 해도 너무하는구만!"
상석 바로 옆에 있던 중년인, A-04 지구 3선 의원 조태섭이 언성을 높였다.
화가난듯 인상을 와락 찌푸린 채로 말이다.
"꼭두새벽부터 사람을 불러놓고 이게 뭐하자는 거야!"
그는 불만이 가득하였다.
갑작스러운 조찬 초청.
기존의 일정마저 전부 캔슬시키고 부랴부랴 달려온 그였다.
자신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여당의원 모두가 말이다.
그런데 정작 초청의 당사자인 나용태는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다니
절로 짜증이 치밀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똥개 훈련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리 당대표라고 해도 그렇지, 너무 제멋대로 인거 아닌가요? 일정을 전부 캔슬하고 초대에 응하라니!"
A-12 지역구 의원 유장연 의원 또한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 또한 자존심 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두번도 아니고 이게 대체 몇번째란 말인가
제 아무리 당을 대표하는 자리라고 해도 이는 명백히 선을 넘은 행동이었다.
모든 일정을 캔슬하고 무조건 초대에 응하라니
무례도 이런 무례가 없었다.
"...무슨 이유가..있지 않을까요?"
C-1지역 의원 한도경은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이유는 무슨! 노인네가 그냥 멋대로 변덕부리는 거지!"
조태섭은 콧방귀를 꼈다.
보나마나 하잘것 없이 부르는 게 뻔하였다.
이유는 무슨 이유란 말인가
"으따, 성님은 무슨 말을 그렇게 섭하게 한다요? 우리 나용태 당대표님께서 뜻이 있응께 부르지 않았겄소?"
A-8 지역 의원 강경원은 억센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편드는 거냐?"
"편가르지 마소! 그냥 있는 사실 그대로 말한 거 뿐잉께!"
"네가 그쪽 편인데, 어떻게 편을 안갈라? 그렇게 당대표를 물고 빠니까 버릇이 잘못 들인 거 아니야!"
"뭐시여! 당대표가 성님 친구요? 예의는 어디다 말아먹으셨소!"
"뭐!? 말아먹어!? 너 말 다했어! 임마!"
벌떡
조태섭은 자리에 그대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잔뜩 상기된 얼굴로 강경원을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나이도 한참 어린 놈이 싸가지없이 이게 무슨 말버릇이란 말인가
"다 못했수! 더해줄 수도 있고!"
강경원 또한 몸을 일으켜세우고 응수하였다.
마치 지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허어~ 아침부터 뭐 그리 열을 내십니까!"
"두분 다 진정하시죠, 같은 당원끼리 싸워서 뭐합니까?"
"맞습니다, 진정하시죠!"
그러자 주위에 있던 다른 의원들이 두 의원들을 뜯어말리기 시작하였다.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이놈의 새끼가 이렇게 싸가지없게 말하는데!"
"나이도 먹을대로 먹으신 양반이 이놈저놈 하지마소! 듣는 놈 기분 나쁘오!"
"네가 기분 나쁘면 어쩔건데! 싸가지없는 새끼야!"
이내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똑 똑 똑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나용태 의원님 입장하십니다.
뚝
그 순간 한창 멱살잡이를 할 것 같은 두 의원이 거짓말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서서히 문쪽을 바라보고 시작하였다.
끼이이이익
곧이어 문이 열리고 늙그수레한 장년인 하나가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정권 획득의 1등 공신이자 누구나 우러러보는 당내 최고 권력자.
대표최고의원 나용태의 등장이었다.
"내가 좀 늦었군, 급히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나용태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기싸움은 그만하고 둘다 자리에 앉지, 내 지금은 자네들 기싸움을 관전할 시간이 없으니까 말이야."
나용태는 조태섭과 강경원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털썩
그러자 조태섭과 강경원은 잠시 서로를 노려보더니 이내 곧바로 자리에 앉았다.
호랑이 같은 나용태의 기세에 둘다 그대로 밀려버린 것이다.
"좋아, 그럼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이내 나용태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자 모두가 그에게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대한민국에 SSS급 헌터의 잠재성을 지닌 남자가 나타났네."
"?!?!?"
"!?!??"
그 순간 의원들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하였다.
************
"그..그게 정말...사실입니까?"
강경원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SSS급 헌터라니
이는 전세계에 오직 7명 밖에 없는 최강의 인류가 아니던가
그런 최강의 인류가 될 자질을 가진 남자가 헌터빈민국 대한민국에 나타났다니
어찌 쉽사리 믿을 수 있겠는가
"사실일세."
나용태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표하였다.
"믿을 수 없습니다."
그때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조태섭이 끼어들며 말을 이었다.
"SSS급 헌터는 재앙급 마물과 맞설 수 있는 세계의 희망이자 최강의 인류입니다! 그런 인재가 대한민국에 나타나다뇨! 말도 안됩니다!"
조태섭은 강하게 부정하였다.
나용태 의원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나용태는 눈썹을 살짝 꿈틀거렸다.
대놓고 불신하는 그의 태도에 빈정이 상한 것이다.
".....거짓말을 한다고는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저 착각을 한 것이겠죠. 부풀려 생각하는 일같은 건 무척이나 흔한 일 아니겠습니까?"
"백문이불여일견,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겠지."
짝 짝 짝
나용태는 가벼이 손뼉을 찼다.
드르르르륵
그러자 상석 뒤편에 있던 천장에서 스크린이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팟
곧이어 맞은편 빔프로젝트가 스크린에 무언가 비추기 시작하였다.
영상 속에서는 흉악스러울 정도로 커다란 양날개를 넓게 펼친 채 창공을 가로지르고 있는 재앙급 괴수, 드래곤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저건?!"
"드래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의원들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저건 며칠 전 헌터시험장에서 최초로 모습을 드러내었다고 전해진 재앙급 괴수, 드래곤이 아니던가
그 드래곤이 찍힌 사진을 뭣하러 보여준다는 말인가
그렇게 한창 의문 어린 표정을 짓고 있던 차
"무언가 보이는 게 없는가?"
나용태는 의원들을 둘러보며 입을 떼었다.
하지만 그 물음에 답하는 이는 없었다.
"확대하게."
곧이어 나용태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촥 촥 촥 촥 촥
이내 드래곤의 머리부분이 수십 수백배로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아니!?"
"어찌!?"
그 순간 지켜보던 의원들은 하나같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앞에 펼쳐진 까닭이었다.
드래곤의 정수리부분에서 무언가 자리잡고 있는 걸 본 까닭이었다.
검은 머리칼에 살색의 피부를 가진 존재.
그건 바로
"사람?!"
"어찌 저곳에 사람이!?"
그렇다.
드래곤 머리에 있는 건 다름아닌 인간.
사람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경악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상최악이자 최강일지 모를 대괴수의 정수리에 연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이 올라타있으니 말이다.
"저 남자는 보는 것처럼 재앙급 마물인 드래곤을 부리는 재주를 가지고 있네, 그런데도 내가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나용태는 불신으로 가득했던 조태섭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분명 공식적인 발표에는 시험관 헌터들의 분투로 쫓아내었다고.."
"당연히 거짓일세, 헌터들은 얼어붙어 어떤 반항조차 못했다고 하더군."
"......저희들에게까지 정보를 통제한 것입니까?"
"인재 보호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네."
"그건 불합리합니다!......저희는 국민의 대표입니다! 그런데 이런 중대사안을 숨기다니요!"
조태섭은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이는 불합리 그 자체였다.
어찌 이리도 중요한 일은 국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자신들에게까지 숨길 수 있다는 말인가
"VIP측에서 내려온 명일세."
".............."
그 말에 조태섭을 입을 꾹 다물었다.
최고의원인 나용태가 VIP라고 부를 이는 대한민국에 오직 하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도자, 대통령뿐이었다.
그런데 대체 무슨 말을 더하랴?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VIP측에선 미국이나 일본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을 비롯한 강대국 접선을 경계하였네, 그래서 헌터연수원 졸업 전까지는 이 남자의 존재를 함구할 수 있도록 엄중히 경고하였지. 때문에 자네들에게 이 자의 존재를 드러낼 수는 없었네."
한 때 헌터들의 천국이라고 불리우던 대한민국을 헌터빈민국으로 만든 건 거대 자본과 막강한 권력을 가진 강대국들이었다.
대한민국의 재능있는 헌터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을 멋대로 이적시켜버린 까닭이었다.
현 대통령은 그런 강대국의 행동을 경고하였고 결국 주요인사들간의 합의를 종용하였다.
헌터연수원 졸업 전까지는 그 남자의 존재를 완전히 함구하자고 말이다.
"그런데...지금와서...저 남자의 존재를 드러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때 C-1지역 의원, 한도경은 조심스레 손을 들어올리며 물음을 던졌다.
기밀 중에 기밀이라는 내용을 이제와서 자신들에게 드러내는 저의가 궁금하였기 때문이었다.
시기상 아직 헌터연수원을 졸업한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간단하네, 저 남자를 위대한 대한민국에 온전히 품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세."
"그..그게 정말입니까!?"
그 말에 한도경을 비롯한 지역구의원들은 놀라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SSS급 헌터의 잠재력을 가진 인재라면 그 영입조건이 실로 까다롭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고작 며칠만에 그를 온전히 품을 수 있게 되어버린다니
어찌 놀랍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말이고 말고, 내가 허투루 말하는 거 봤는가?"
나용태는 당당하게 언성을 높였다.
"영입 조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지금 저희에게 말씀드린 건 국가예산을 배정받기 위함입니까?"
이런 저런 질문들이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순수한 궁금증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영입 조건은 연봉 20억과 공무원수준의 혜택일세."
나용태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네에에?!"
"에에에에?!"
의원들은 하나같이 경악스러운듯 언성을 높였다.
20억
어마어마하게 큰돈이긴 하였지만 SSS급 헌터가 될 잠재성을 가진 남자를 영입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국토를 소멸시키는 대괴수와 맞설 결전병기에게 어찌 일개 축구선수만도 못한 돈을 쥐어준다는 말인가
"정녕..조건으로 영입에 성공하셨다는 말씀입니까!?"
"정확히 말하면 성공할 예정일세, 아직 계약서를 작성한 건 아니니."
나용태는 태연스레 말을 내뱉었다.
"당장 조건을 수정하셔야합니다!"
"맞습니다! 그런 조건을 받아들일 리 없습니다!"
"적어도 10배..아니 100배 수준은 높여야합니다!"
자연히 의원들은 발발하기 시작하였다.
국방예산을 모조리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국에 고작 20억이라니
미친 소리였다.
"조용!"
콰앙
나용태는 가벼이 상을 내려쳤다.
그러자 시선이 모이며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자네들은 어디 세금이 넘치다 못해 썩어가는 줄 아는가? 한푼이라도 아껴도 모자랄 판국에 뭐? 10배? 아니 100배? 어디 그런 미친 소리를 입에 담는다는 말인가!"
나용태는 잔뜩 성난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혈세를 이리 낭비할 생각을 하다니
실로 부정한 이들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대표의원님! 그는 재앙급 괴수마저 길들인 존재입니다! 세계 최강의 인류가 될 자질을 갖춘 남자란 말이다! 그런 남자에게 20억은 너무 적습니다! "
"대통령 연봉조차 고작 2억밖에 안되는 세상일세! 이보다 열배로 쳐준 것만으로도 감사해도 모자라다는 말일세!"
나용태는 인상을 구기며 언성을 높였다.
차일식도 그렇고
이놈들도 그렇고
똑같은 말이다.
그깟 헌터 놈에게 국가예산을 마구 퍼주자니 말이다.
"받아들일 리 없습니다."
"맞습니다, 분명 거절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조건을 바꾸셔야합니다!"
의원들은 하나같이 나용태를 만류하기 시작하였다.
자기들이 생각해도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아니, 그럴 필요없네, 그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테니까."
나용태는 확신 어린 표정을 지었다.
"어찌 그리 확신하십니까?"
조태섭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어찌 저리 확신을 한다는 말인가
"조건을 수정하기 싫다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면 될 뿐이지."
나용태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장선우라는 역대급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저지른 수단에 대해서 말이다.
"아니, 의원님! 어찌 그런 짓을!"
"이는 범죄입니다!
"위증이라뇨!"
자연히 의원들은 반발하기 시작하였다.
돈을 아끼겠다고 무고한 이를 범죄자로 만들어버리다니
어찌 국민을 대표하는 공직자로서 그런 짓을 벌인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2400억이나 되는 거액을 매년 쓸데없이 낭비하라는 말인가!"
나용태는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국민 혈세를 어찌 그런 쓸데없는 곳에 낭비한다는 말인가
"낭비가 아닙니다! 어찌 역대급 재능을 가진 각성자가 쓸데없는 낭비입니까!"
"내겐 쓸데없는 낭비일세! 본디 국가의 귀속된 국민이라면 마땅히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해야 마땅하지! 쓸데없이 그리 큰돈을 쥐여준다는 말인가!"
"애국은 강요할 수 없습니다!"
한도경은 언성을 높이며 나름의 소신발언을 하였다.
어찌 국민을 애국이라는 명분하에 헐값으로 부려먹을 생각한다는 말인가.
"자네 정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직자 맞는가? 어찌 공직자 입에서 애국을 하지말라는 말이 나오는가?"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제 말은.."
"됐네, 그만하게."
"하지만.."
"토달지말게, 더 들어볼 필요도 없으니"
나용태는 한도경의 말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새파란 초선의원의 말따윈 듣고 싶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20억이란 저렴한 금액으로 그를 영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지 않았는가? 그런데 어찌 나를 비난하는가? 범법을 하였다고해도 이는 애국을 위해 내 몸소 오명을 뒤집어 쓴 것일 뿐일세, 칭찬해야 마땅한 일이란 말일세."
나용태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내 덕택에 여당은 무려 SSS급 인재의 영입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이룩하게 되었네. 이 업적은 야당을 완전히 초토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거야. 아암, 그렇고 말고. "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가 어떤 해코지할 지 모릅니다."
한도경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알려질 일은 없을 걸세, 누구 하나 이 사실을 내뱉을 이는 없으니."
무려 드래곤을 부리는 SSS급 인재가 얽혀진 일이었다.
목숨 보존을 위해서라도 모두가 힘을 다물고 함구할 수밖에 없으리라
장선우는 적으로 결코 돌려선 안되는 존재였으니
"완벽한 비밀은 없습니다..의원님..만에 하나의 경우 의원님께 큰 해가 가해질 수 있습니다."
"난 두렵지 않네, 아니 이 일이 알려져 해코지를 당한다고 해도 난 당당히 말할걸세, 내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이 한몸 희생하여 악역을 자처하였을 뿐이라고,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몇 번이고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이야."
나용태는 자아도취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는 마치 일제 맞선 독립운동가가 된 것 마냥 신념으로 똘똘 뭉쳐진 모습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본 한도경은 인지할 수 있었다.
눈앞에 권력자에게는 그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못된 신념에 도취된 채 스스로를 한없이 포장하고 있었다.
이런 자에게 무슨 말이 통하겠는가
"맞습니다. 의원님!"
"그게 바로 애국심이지요!"
"스스로 오명을 뒤집어 쓰는 자세...그저 감동적일 따름입니다!"
"의원이야말로 열사중에 열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곧이어 그의 라인에 닿아있는 의원들이 너무나도 나용태를 찬양하기 시작하였다.
"조국을 위해서라면 난 두렵지 않아! 그게 바로 애국이니!"
이내 자아도취된 나용태는 VIP룸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정말?]
순간 이질적인 목소리가 방안에 의원들의 귓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선명하게
주르르륵
그러자 호기롭게 언성을 높이던 나용태는 입을 다문 채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알 수 없는 오한과 소름이 등 뒤에 느껴진 까닭이었다.
다른 의원들 또한 나용태와 마찬가지였는지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그저 침묵만이 흐를 뿐인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쩌저저저저저저저적
허공에 균열이 생기더니 그대로 갈라지며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붕괴된 빈공간사이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시원스러운 인상
현묘하기 그지없는 눈빛.
옹골차게 들어차있는 근육들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위압스러운 분위기
"너...너는?!"
그 모습을 확인한 나용태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더듬기 시작하였다.
"물었잖아? 정말로 두렵지 않냐고."
차원의 균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남자.
인류 최강이라는 역대급 재능을 가진 초천재.
재앙급 대괴수라고 지정된 드래곤조차 순한 양처럼 만든 초월적인 힘을 지닌 존재.
장선우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