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30화 (1,331/1,419)

"빌어먹을!"

이만식은 거침없이 몸을 돌렸다.

상대는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존재.

한낱 깡패두목인 자신이 맞상대한다는 건 어리석다 못해 멍청한 일이었다.

깡다구 같은 걸로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이다.

도망쳐 도움을 요청하는 게 가장 빠른 선택이리라

덥석

곧이어 이만식은 문고리를 붙잡았다.

철컥 철컥 철컥

하지만 문은 좀처럼 열리지가 않았다.

마치 천근만근이 되어버린 것처럼 아무리 용을 써도 제자리에서 꿈쩍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이거 왜 이래! 시바아알!!"

"소용없어."

그때 귓가로 악귀같은 놈의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뭔 짓을 해도 열릴 수 없게 만들었거든."

"시바아알! 거기 아무도없어! 문열어! 문열라고! 내가 갇혔다고! 이새끼들아아아아!!!"

쾅 쾅 쾅 쾅 쾅 쾅

이만식은 쉴새없이 문을 두드리며 고래고래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누구라도 자신을 구해주기를 간곡히 바라면서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소리를 내지르고 또 내질러도

문이 열릴 기미따윈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꿈쩍조차 하지 않은 채 자리만을 굳건히 지킬 뿐

"씨이바아알!! 열라고오오오!!!! 여기 미친 각성자새끼가 날 죽이려고 한다고오오!!"

그렇게 얼마나 소리를 내질렀을까

콰아아아앙

"빌어먹을!"

곧이어 이만식은 문짝에 발길질을 하였다.

가망이 없다 느끼고 결국 포기를 한것이다.

"할만큼 했어?"

그때 다시금 악귀놈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넙죽

"살려주십시오!"

그 순간 이만식은 망설임없이 넙죽 엎드려 머리를 처박았다.

원래라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고위층마저 연이 깊은 전국구 조직의 두목이 고작 서른정도 되보이는 남자 앞에 머리를 처박는다는 건 말이다.

하지만 각성자라는 신분은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을 가능케 만들었다.

제아무리 깡다구가 쎄고 칼질을 잘해도 마력을 두르고 있는 각성자 앞에선 그저 무력하기 그지없었으니

그저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할 수밖에 없었다.

"죽을 죄를 지었는 건 잘 아나보네?"

"전 그저 윗선에서 시키는대로 했을 뿐입니다!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지만 은근하게 협박했습니다....부디....사정을 헤아려주십시오...저도 피해자입니다!....모든 일은 나용태와 차일식이 저지른 겁니다!"

"그 말이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해?"

선우는 코웃음을 쳤다.

자랑스레 무용담을 늘어뜨릴 땐 언제고 이제와서 피해자행세라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입니다! 전 권력이 낳은 또 하나의 희생양에 불과합니다! 진정 죽일 놈들은 나용태와 차일식입니다! 만일 허락해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헌터님의 복수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헌터님의 오른팔이 되어...."

"깡패새끼가 꿈도 크다."

까딱

선우는 가벼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후두두둑

"끄아아아아악!!!!"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이만식의 오른팔이 기형적으로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넌 장기말조차 될 수 없다, 부리기엔 네놈 손에 묻은 피가 너무 짙고 추악스러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확실히 뒷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를 수하로 두는 건 그리 나쁜 일이 아니였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볼 수 있었다.

뒷세계까지 영역을 확장시키고 이런저런 조력을 기대할 수도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눈앞에 남자를 부리고 싶진 않았다.

콧끝이 아릴정도로 나는 피냄새와 추악스러운 속내가 거부감과 역겨움을 절로 일으킨 까닭이었다.

이런 놈은 갱생조차 불가하였다.

타고나길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없도록 태어나 평생토록 남에게 해를 끼치며서 살아온 놈이 무슨 갱생이겠는가

그런 인간같지 않는 놈을 구태여 거둬들일 이유따윈 없었다.

살려둘 이유도 없었고 말이다.

"그러니까 내게 용서를 구하지마, 자비를 바라지마, 네가 죽는 건 이미 기정된 사실이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흐어어어어엉!!! 어르신!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겐 가족이 있습니다! 제가 죽는다면 다들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경쟁조직에서 전부 죽일겁니다!"

이만식은 울부짖으며 목숨을 구걸하였다.

거래가 통하지 않자 동정심에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넌 단 한번이라도 네놈이 해친 이들의 가족을 생각한 적 있던가?"

셀수조차 없이 남의 인생을 말아먹은 놈이 제 가족을 팔아 목숨을 구걸하다니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어쩜 이리도 이기적이란 말인가

".....절 해치면 어르신은 무고한 이들을 죽인 살인자가 되는 겁니다! 전 죄가 있지만 제 처와 자식들은 죄가 없지 않습니까? 저와 똑같은 놈이 되는 겁니다! 그럴 순 없지 않겠습니까?"

"이젠 협박까지 하네?"

"협박이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하는 것 뿐입니다. 만약 어르신께서 살인자가 되신다면 부모님께서도 슬퍼하실겁니다."

이만식은 차분한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각성자라고 해도 살인에 관해선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 속에 남아있는 윤리의식이 살인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건 이놈도 다를 바가 없지.'

수십년간 피비린내나는 조직생활을 하며 수도없이 손에 피를 묻혔던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눈앞에 남자는 힘쎈 애송이에 불과하였다.

같잖고 알량한 양심만 자극한다면 손조차 대지 못할 것이다.

"뭔가 착각을 한 것 같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난 그렇게 자비로운 사람 아니야. 죽일 놈은 확실히 죽여."

곧이어 그의 주위로 서슬퍼런 살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으으윽!"

그리고 흘러나온 살의는 그대로 이만식을 휘감았다.

"그러니 동정을 갈구하지마, 네 업보는 끔찍한 죽음외에 그 어떤 짓을 해도 청산할 수 없으니."

선우의 살의로 가득한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이 남자....어설픈...애송이따위가 아니다....'

살의로 가득한 눈빛을 마주한 순간 인지할 수 있었다.

자신따위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이들의 피를 손에 묻혔다는 사실을

'어설픈 애송이는 나였어.'

우두두둑

"끄아아아아악!!!!!"

깨달음과 함께 반대 손이 기형적으로 뒤틀리기 시작하였다.

우두둑 우우둑 우두우둑

"아아악!!! 아아아악!!"

그다음은 열개의 손가락들

"아아아아악!!"

열개의 발가락들

"끄아아아아아악!"

오른 다리, 왼 다리

한계넘어 비틀리고 또 비틀리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곧이어 방안에는 끔찍스러운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VIP 룸

"하하하하~ 우리 연화 쭈쭈 좀 만져볼까?"

"아잉~그만 주무르셔요~ 보좌관님! 이러다 닳겠어요."

"어허! 보좌관님 말고 오빠라고 부르라니까!"

"보좌관 오빠아앙~ 그만 주물러요~"

"만져도 만져도 좋은 걸 나보고 어쩌라는 게냐? 이건 전부 네 잘못이다, 누가 그리 찰떡같고 몽글몽글한 가슴을 가지래?"

차일식은 음흉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주물럭 주물럭 주물럭 주물럭

그리고 연화의 가슴을 떡주무르듯 천박하게 매만지기 시작하였다.

"흐으응~"

연화의 입에선 자연스레 비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크흐으~좋구나..이런 감촉이라니...이게 몇컵이라고?"

"C컵이요~"

"오호, C컵? 지혜야, 너는 몇컵이라고 했지?"

연화의 가슴을 주무르던 차일식은 옆쪽에서 술을 따르던 여인을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저도 C컵이요~"

"아름이는?"

이번엔 비교적 구석쪽에 있는 여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저도 C컵이랍니다~"

발랄한 인상의 여인이 웃으며 답을 하였다.

"크흐흐흐, 우리 이대표가 일을 아주 잘하는구만, 그 보기힘들다는 C컵짜리를 셋이나 구해놓고 말이야."

차일식은 감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A컵이 평균인 나라에서 C컵의 미인들만 모아놓다니

이것도 참 능력이라면 능력이었다.

"그래, 누가 제일 젖통이 크더냐?"

"글쎄요, 자세히 비교는 안해봐서 모르겠네요."

연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래? 그럼 이 보좌관 오빠가 직접 비교해주도록 하마, 흐흐흐, 모두 젖통까고 오빠한테 내밀도록."

"와아~ 신나라~"

"호호호, 마침 궁금했는데 잘됐네요."

"역시 우리 오빠는 센스쟁이라니까~"

"여인들은 풍만한 젖가슴을 깐 채 차일식에게 들이밀기 시작하였다.

"흐흐흐흐흐, 온세상에 젖동산이 투성이구나~"

차일식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여섯개의 젖동산을 거침없이 주무르기 시작하였다.

"하으읏...으응."

"아앙..오빠..살살..만져주세요오...흐으응"

"하으읏...젖꼭지는..민감한데...하아앙."

곧이어 VIP룸에는 세 여자의 신음성이 가득 메워지기 시작하였다.

"하하하하하 행복하구나아아~~행복해에에~"

극락이 따로 없었다.

지금 이순간이 극락이나 다름없었으니

'평생 이렇게 행복했으면 좋겠구나~'

그는 생각하였다.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그렇게 차일식이 한창 추잡스러운 행복을 느끼고 있던 그때였다.

별안간 차일식의 시야가 반전이 되었다.

파팟!

그와 동시에 그의 모습이 연기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사람처럼 말이다.

"응?"

"에에?"

"보좌관님?"

그 광경에 젖가슴을 희롱당하던 여인들은 하나같이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다니

별안간 이게 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여인들의 표정에는 의문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

"뭐야?!"

시야가 반전된 후 초점을 찾은 차일식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젖가슴을 내밀며 신음을 흘리던 미녀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이란 말인가

그렇게 의문을 품고 고개를 돌린 그때

"히이이익!"

차일식은 비명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팔다리가 기형적인 방향으로 꺾여진 채 기괴한 모습의 사내가 시야에 들어온 까닭이었다.

"이...이대표?!"

차일식은 눈앞에 기괴한 사내를 모르지 않았다.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수십년간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아 처리해준 뒷세계의 파트너.

이만식 대표를 말이다.

".이대표...이대표!"

곧이어 차일식은 벽에 붙어있는 이만식을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마치 죽은 시체처럼 말이다.

'설..설마!?'

다급히 맥을 짚어보았다.

어떠한 박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은 시체였던 것이다.

"히에에에엑!"

콰당

이만식이 죽은 걸 확인한 차일식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시체를 부둥켜안았다는 생각에 절로 역겨움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우웁...우웨에에엑!! 우웨에엑!"

곧이어 차일식은 토악질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참지 못하고 속을 게워내기 시작한 것이다.

"쫄지마, 아직은 안죽였으니까."

그때 귓가로 익숙한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설...설마..'

차일식은 불안감을 느끼며 천천히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에 다리를 꼰 채 앉아있는 너무나 익숙한 남자의 모습을

"지은 죄가 많은데, 이렇게 단번에 죽이면 피해자들이 너무 섭섭해하지 않겠어?"

선우는 싸늘한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장선우!'

그리고 그와 마주한 차일식의 얼굴에는 핏기가 싹 가 시기 시작하였다.

일이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행색을 보니 실컷 잘놀았나보네."

"...그...오해일세.....다..설명할테니까..잠시..진정.."

"무슨 오해?"

저벅

선우는 천천히 걸음을 떼었다.

"네놈이 아버지에게 말도 안되는 누명을 씌우라고 지시한 거?"

저벅

"아니면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주제에 계집을 끼고 추잡스럽게 놀아난거?"

저벅

곧이어 선우는 차일식의 코앞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설명해봐, 대체 무슨 오해?"

그리고 북풍한설처럼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차일식으로 내려다보기 시작하였다.

오돌 오돌 오돌

차일식은 차마 대답치 못하였다.

그저 치솟는 두려움에 간질병 환자처럼 전신을 오돌오돌 떨어댈 뿐

"뭐라고 말 좀 해봐, 다 설명해준다며?"

선우는 비소를 흘리며 그에게 되물었다.

"저..저는..그러니까...위에서 전부..시키는..대로.."

"어째 너희들은 레파토리가 하나같이 다 똑같냐? 모두 같은 말만 하네."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명쾌한 해답대신 모두가 변명하기 급급할 뿐이었다.

의리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놈들이었다.

중원의 파락호 새끼들도 이것보다는 의리가 넘치리라

"좋아, 그럼 사자대면하자고, 너랑 저놈이랑, 나용태랑 말이야."

덥석

곧이어 선우는 손을 뻗어 차일식과 이만식의 머리채를 동시에 붙잡았다.

"용자야, 열어."

그리고 가벼이 읊조렸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러자 별안간 허공에서 아기용, 용자가 튀어나오며 발랄하게 대꾸를 하였다.

그리고 벽쪽을 바라보며 마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이내 벽에는 의미불명의 복잡한 수식이 그려진 원형의 마법진이 새겨지며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그럼 가보자구."

선우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질 질 질

그리고 이만식과 차일식을 질질 끌며 마법진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으아아아악! 싫어! 싫어어! 싫어어!!"

차일식은 발악하듯 온몸을 뒤흔들었지만 무의미한 짓이었다.

우악스러운 그의 힘을 떨쳐내는 건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싫어어어어어어어!!"

그렇게 차일식은 절망적인 비명을 내지르며 마법진 안쪽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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