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29화 (1,330/1,419)

"예예, 물론입니다, 의원님, 차질 없게 잘처리했습니. 걱정하지 않으셔됩니다. "

"서민하씨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겁니다. 머리에 든건 없는 주제에 욕심은 많은 여자라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네에, 기초의원 공천을 약속했습니다.."

"아 물론 끝까지 데려갈 생각은 없습니다. 흠집난 여자를 어떻게 끝까지 데려가겠습니까? 기회봐서 조용히 은퇴시킬 생각입니다. 예예, 걱정마십시오,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잘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용역들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으셔도됩니다, 다들 입이 무거운 프로들입니다. 혹여 징역살이를 한다고해도 입금만 확실하면 모두 입을 열지 않을 겁니다. 그런 놈들이니까요."

"장선우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규격외의 힘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속내는 이제 갓 사회진출한 애송이일 뿐입니다. 힘만 쎈 애송이가 저희 계획을 어떻게 눈치채겠습니까? 아마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겁니다."

"무력이요? 아무리 규격외 강자라곤 하지만 그놈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게 아니고서야 무력으로 법 위에 서는 짓을 하진 않을 겁니다. 대한민국을 전복시킨다면  전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거나 다름이 없는데 그런 짓을 할 리 있겠습니까?""

"시기상조입니다. 당장 도움을 준다면 오히려 의심을 하게 될 겁니다. 때를 기다려야합니다. 불안감이 극대화될 수록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질테니까요."

"예에, 예에, 물론입니다. 저만 믿고 기다려주십시오. 예에,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의원님."

꾸벅

보좌관 차일식은 휴대폰을 쥔 채 연신 허리를 숙였다.

몸에 밴 습관이 전화를 받는 와중에도 그대로 드러난 까닭이었다.

곧이어 전화가 끊겼다.

"이야, 우리 의원님께서 걱정이 많으신가봅니다요."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험상궂은 중년인이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아무래도 헌터가 엮여져있는 일이니까, 걱정된듯하네."

"옛날엔 그래도 꽤 과감했던 거 같은데, 우리 의원님도 늙긴 늙었군요"

한마리 범처럼 정치판을 날뛰던 나용태는 어디가고 이제는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만이 남게 되었다.

실로 통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말조심하게, 의원님께서는 신중한 일처리를 선호할 뿐이니."

"그런 걸 속된 말로 겁쟁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왕 저질렀으면 화끈하게 믿고 기다려야지, 원참."

"그러니 자네가 뒷골목에서 깡패짓이나 하면서 사는걸세. 우리 의원님께서는 국회에서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고 말이야."

"킬킬킬, 이거 뼈를 너무 아프게 때리시네, 서운합니다. 보좌관님."

"더 서운하기 싫으면 말조심하게, 우리 의원님이 어디 자네같은 하류잡배 입에 함부로 오르내릴 사람인가?"

"우리 차관님께서 마음이 상하셨구만, 죄송하오, 내 원체 배운 게 없어, 말이 좀 거침없수다."

험상궂은 사내는 가벼이 고개를 숙였다.

모욕을 당했음에도 그 대응이 능글맞기 그지없었다.

어설픈 건달들과는 그 깊이가 다르다는 증거이리라

"뭐 됐네, 난 이만가겠네."

차일식은 곧바로 몸을 일으키려고 하였다.

더 있을 이유가 없는 곳이었다.

얼른 퇴근하는 게 신상에 좋으리라

"아이, 되긴 뭐가 됩니까? 이미 기분이 팍 상해부렀구먼, 내 그냥은 못 보내오, 기깔나게 대접할테니 화 좀 풀고 가시오, 우리 보좌관님."

그러자 사내는 차일식을 어깨를 붙잡은 채 헤실거리며 말을 이었다.

"야! 애들 들여보내!"

그리고 문쪽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끼이이이익

그러자 문이 열리고 눈에 번쩍 뜨일만한 아름다운 여자들이 한눈에 봐도 비싸보이는 양주를 끼고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

순간 일어서려고 했던 차일식은 얼음처럼 굳어졌다.

아름다운 여인들의 외모에 시선을 빼앗긴 것이다.

"보좌관님을 위해 우리 업소 에이스들만 따로 뽑아뒀수다, 성의를 봐서 좀 어울려주시구려. 쟤들 일도 못하고 하루종일 스탠바이했응께."

사내는 해실거리며 입을 떼었다.

".....크흠."

차일식은 가벼이 헛기침을 하였다.

그리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뭐하냐! 왜 가만히 서있어! 와서 우리 보좌관님 술 좀 따라드려라! 젖통 좀 더 드러내고! 서비스직이란 년들이 서비스정신이 없어! 그래서 시집가겠어!?"

사내의 고함 소리가 룸 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쪼르르르르

곧이어 얼음 가득한 글라스가 술이 가득히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여기있습니다. 보좌관님."

"그래, 고맙구나."

쭈우욱

차일식은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그러자 화끈한 열기가 전신에 퍼지고 취기가 오르기 시작하였다.

꽤 독한 양주인듯 싶었다.

"크흐으으으.."

"보좌관님, 과일 좀 드셔요."

옆에 있던 여자가 눈치껏 과일을 대접하였다.

덥석

"손이 참 곱구나."

곧이어 과일을 받아먹은 차일식이 여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런 말 많이 들어요."

여인은 생긋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곱다...아주 고와아.."

미소에 홀린 차일식은 그녀의 섬섬옥수를 몇번이고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그래, 이름이 무엇이냐?"

취기가 올라오니 안그래도 예쁜 년이 더욱더 예뻐보였다.

"연화라고 해요."

얼굴처럼 아름다운 이름이었다.

물론 예명이겠지만 말이다.

"나이는?"

"스물다섯이에요."

"그래? 한창 예쁠 나이구나, 흐흐."

미모의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25살

아마 이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예쁠 시기일 것이다.

"얼굴만 이쁜 게 아니라, 몸매도 이쁘답니다."

"그래? 그렇다면 직접 확인해봐야겠구나. 내 원체 의심이 많아서 말이야. 흐흐흐."

"흐으응...그렇게 세게 움켜쥐시면..아파요오~"

"이거 한쪽만 가지곤 모르겠구나, 양쪽 다만져봐야겠어."

"흐으읏.."

"이제 윗쪽을 확인했으니까 아랫쪽도 확인해볼까? 크흐흐흐흐"

"흐으윽...거기는..너무...하아앙.."

곧이어 추잡스러운 신음이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

.

.

.

끼이이익

"하아, 빡세다 빡세."

살며시 문을 닫고 나온 사내는 이마에 땀을 닦아내었다.

안경잽이 새끼 비위를 맞추는 게 생각보다 성가셨기 때문이었다.

"욕보셨습니다. 형님."

그가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아랫사람으로 보이는 사내 하나가 직각으로 인사를 하였다.

"욕은 계집애들이 보지, 추잡하게 노느라 스트레스 존나 받게 생겼네."

"우리 범생이 보좌관님께서 그리 추잡스럽게 노십니까?"

"원래 안경잽이새끼들이 더 해, 젊었을 때 제대로 못 놀아봐서 그런지 담백하게 노는 법을 모른다니까?"

험상궂은 중년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래서 사람이 놀 때 한번 제대로 놀아봐야한다.

평생 공부만하고 성욕을 절제하니

나이들어서 추잡해지는 게 아니겠는가

"다 끝나면 애들 백 하나씩 사라고 용돈 좀 쥐여줘라."

"알겠습니다. 형님."

꾸벅

사내는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제 일도 끝났겠다 슬슬 퇴근할 요량이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그때였다.

"사장님!"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다.

고개를 돌리니 웨이터 하나가 다급히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막둥이, 뭐여? 용돈 필요혀?"

"아니요, 용돈이 아니라..4번 룸에 좀 가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4번룸에는 왜?"

"그게 사장님을 꼭 좀 뵙고 싶다는 분이 계셔서.."

"뭐시여? 지금 손님을 받은겨? 나가 오늘은 분명 다른 손님을 받지 말라고 했을텐데?"

사내는 눈살을 찌푸렸다.

보는 눈을 줄이려고 업장 사업까지 잠시 접어둔 날이었다.

그런데 손님을 받았다니?

"그게....아주 높으신 분께서 오셔서.."

"높아봤자 얼마나 높다고? 뭐 어디 경찰청장이라도 왔어야?"

"그게.."

웨이터는 사내에게 다가가 귓가에 속삭이기 시작하였다.

번쩍

그리고 그 속삭임을 듣는 순간

사내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귓가에 파고든 까닭이었다.

"정..정말이여?"

"...틀림없습니다....tv에 나오시는 모습이랑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이런 시발, 당장 VIP실로 옮겨드리고 최고급 양주로 세팅해! 계집들 에이스급으로 준비하고!"

"알겠습니다..그런데 에이스급들은 전부 보좌관님 룸에.."

"다른 업소에서 빌려오기라도 해! 이새끼야!"

"알..알겠습니다!"

웨이터는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좆같네."

사내는 담배를 꼬나물었다.

아무래도 퇴근은 물건너간듯 싶었다.

*************

VIP룸

끼이이익

험상궂은 사내는 천천히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상석에 홀로 앉아있는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노인이 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대한민국을 양분하고 있는 두개의 당

그중 현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인물.

4선 의원 나용태였다.

꿀꺽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대한민국 최고 실세를 마주한다고 생각하니 절로 긴장감이 든 까닭이었다.

"아이고~ 의원님! 이만식입니다. 저를 찾으셨다구요?"

하지만 사내는 프로 중에 프로.

여기서 어설프게 쫄아버린 티를 내진 않았다.

배포 없는 놈은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마련이니까

"앉지."

나용태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알겠습니다. 의원님."

이만식은 생글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곧바로 바로 옆자리에 착석하였다.

그다음 곁눈질하며 연신 눈치를 보기 시작하였다.

무슨 말을 던질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용태 의원은 말없이 술잔만 기울일 뿐

어떠한 말도 입에 담지 않았다.

'..무겁다.'

그 무거운 분위기에 절로 위축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이어졌을까

"그러고보니 아가씨들을 전부 무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애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봅니다. 의원님."

"내 자네하고 긴히 할 말이 있어서 말일세."

"그리 예쁘지 않더군."

"하하하, 나름 업소 에이스들인데, 의원님을 만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나봅니다."

"아아, 모두 내 마누라들에게 못 미치더군."

"하하하, 우리 의원님께서는 애처가시군요."

미친 소리였다.

60먹은 할머니가 20대 중반의 에이스급 업소녀보다 예쁘다니

'아마 나와 단둘이 얘기하고 싶다는 거겠지.'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리 뜸을 들일까

궁금증이 물밀듯 차올랐다.

"그래, 일처리를 아주 잘해주었다지?"

"그저 맡은 바 소임을 다했을 뿐입니다!"

"이 사람, 겸손하기까지 하군, 그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들어간 돈이 얼마였지?"

"12억입니다!"

"이야, 저렴하구만 사람 하나 병신 만드는 데 고작 12억이면 충분하다니 말이야."

"돈이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흐흐흐"

이만식은 살짝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12억 중 자네 수고비는 얼마정도인가?"

"6억정도입니다!"

"고작 그것밖에 안되나? 생각보다 적구먼 그래."

"아무래도 돈이 나갈 때가 많아서 말입니다, 동생놈들 위험수당을 좀 챙겨줘야하기도 하고 경찰쪽에도 손을 써야하기도 해서.."

"호오, 경찰쪽도 매수한건가?"

"아무래도 이쪽은 의원님보단 저희쪽이 좀더 전문이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흐흐흐"

"대단해, 아주 대단해, 솜씨를 보면 나락으로 보낸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어."

"한강에 자갈갯수를 세는 게 더 빠를 겁니다. 흐흐흐."

"자네는 참으로 나쁜 사람이로구만."

"어쩌겠습니까? 이 세상이 나쁜 놈들 편인 것을, 흐흐흐흐."

"정녕 그리 생각하는가?"

"착하게 살면 손해보는 세상입니다. 의원님, 호의가 권리가 되고 되려 공격을 받는 건 이세상에 흔한 상식이지요."

"그래서 아예 나쁘게 살기로 마음먹은 겐가?"

"나쁘게 살면 적어도 손해는 안볼테니까요, 실제로 지금껏 전 손해를 봤던 적이 단한번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좀 크게 손해를 볼 것 같구만."

나용태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하하하하하 의원님을 대접하는데 이정도 술상이면 손해가 아니지요! 의원님이 이리 웃지 않습니까?"

이만식은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술상이 비싸다한들

나용태와의 끈을 더욱더 견고히할 수 있다면 결코 손해가 아니였다.

아니 오히려 미친듯이 남는 장사이리라

"술상을 말하는 게 아닐세."

나용태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그렇다면 무슨 손해를?"

이만식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꾸물 꾸물 꾸물 꾸물

나용태의 얼굴이 마구잡이로 뭉개지고 이리저리 뒤섞이기 시작하였다.

"흐이익!?"

깜짝 놀란 이만식은 당혹스러운듯 괴성을 내질렀다.

별안간 저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얼굴에는 하나둘 형태가 잡히기 시작하였다.

준미한 검미.

시원스러운 눈매.

오똑한 콧날

다부진 입술.

60대 추레한 노인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시원스러운 인상의 청년의 얼굴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게 세상의 이치라더라."

"너..너는?!"

이만식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그는 눈앞의 청년을 모르지 않았다.

아니 너무나 잘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전조사 때 요주인물로서 몇번이고 확인한 인물이였으니

"그러니까 달게 받아."

지상최강이라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현 대한민국 최강의 각성자.

장선우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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