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덜 덜 덜
KSO 소속 5급 공무원 헌터
백인상은 몸을 쉴새없이 떨기 시작하였다.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을 한 채로 말이다.
"아니 무슨 몸을 왜 그렇게 떠세요?"
곁에 있던 '더 래빗' 가화는 이해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저리 풍맞은 사람처럼 와들와들 떤다는 말인가
"긴장돼서..."
"아니, 대학교 때 PPT발표 안해보셨어요? 애도 아니고."
"많이 해봤지, 하지만 이번엔 경우가 다르잖냐?"
"뭐 달라요, 다 비슷하지."
"이번 발표는 국방장관, KSO 국장, 대형 길드장, 국회의원, 길드 스폰서 대표등 각계 고위 인사들 앞에서 진행된단 말이다! 교수나 동기들 앞에서 하던 것들이랑은 달라! 그땐 어설퍼봤자 성적 날라가면 그만이었지만 이번엔 개판쳐서 찍히면 앞으로 인생이 고달파질거라고!"
"그럼 잘하면 돼죠."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 네 일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야?"
백인상은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말처럼 쉬우면 이렇게 불안할 리 없지 않겠는가
"정 그렇게 불안하면 지금이라도 발표자를 바꾸세요, 뭣하면 제가 대신 해드려요?"
"하고 싶어도 그렇게 못해! 이미 날 콕 찝어서 발표하라고 시켰다고!"
"위에서 이쁨 많이 받나봐요."
"이쁨은 무슨! 그냥 현장직 중에서 적당히 짬찬 놈 시키는 거지."
백인상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하필 현장직 중 제일 짬이 높은 놈이 자신이라니
운도 지지리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 똑 똑
-백인상 팀장님, 이제 시간 다됐습니다.
그때 바깥쪽에서 노크소리와 함께 사형선고와 같은 들려왔다.
드디어 결전이 다가온 것이다.
"시간도 더럽게 빨리 가네, 빌어먹을."
백인상은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곧바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아직 긴장을 완전히 가라앉히진 못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금인 높으신 분들을 마냥 기다리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으니
"팀장님, 잠깐만요."
이내 가화가 떠나가는 백인상을 불러세웠다.
"왜?"
백인상은 눈살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렸다.
바빠죽겠는데 뭘 또 불러세운다는 말인가
"받아요."
가화는 가벼이 무언가를 던졌다.
덥석
"뭐냐 이게?"
곧바로 잡아챈 백인상이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우황청심환이에요, 두알만 삼키고 들어가요."
"......이런 건 또 언제 사왔대?"
"제가 좀 빠르잖아요."
가화는 헤실거리며 입을 떼었다.
"너, 근무지 이탈이야."
"그럴 떈 고맙다고 하는거예요, 꼰대 아저씨."
"말버릇하고는......어쨌든..고맙다."
백인상은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감사를 표하였다.
그리고 다시금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높으신 분들을 만나기 위해
***********
꿀꺽
맨앞 단상 위에 있던 백인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우황청심환을 두 알이나 삼켰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하늘에 별처럼 빛나는 거성들을 실제로 마주하니 좀처럼 긴장이 풀리지 않는 것이다.
'KSO 국장 유길상에...4선 국회의원 나용태...국방부장관 강관철....대한 길드의 주진모....한성 길드의 이용걸.....팔단 길드의 마두식 HG길드의 로버트까지...대한민국에서 제일 엉덩이 무거운 양반들이 전부 모였네.....'
감히 쳐다보는 것조차 불경스러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빛나는 거성들이었다.
절로 긴장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진정하자..그래봤자..다 같은 사람이야..괴수에 비하면 가소로운 양반들이라고.'
최대한 마인드 컨트롤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 발표를 맡게된 KSO A지구 특능대응팀장, 백인상입니다. 잘부탁드리겠습니다."
천천히 허리숙여 인사를 건네었다.
"그럼 이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내 손에 쥐고 있는 리모컨을 가벼이 딸깍였다.
삑
스르르르르르륵
커다란 스크린이 밑으로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삑
파아앗
곧이어 리모컨을 누르자 빈 스크린에 사진 한장을 비추기 시작하였다.
어색한듯 미소 짓고 있는 남자의 증명 사진이었다.
"이름 장선우, 생년월일 1994년 5월 15일, 출생지 서울특별시 강서구 방화동, 가족관계 양친 모두 생존 중이고 외동아들인터라 다른 형제는 없습니다."
삑
"육군병장 만기제대 후 영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곧바로 강소기업인 풍광무역의 신입으로 입사하였습니다. 일머리도 나쁘지 않았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성실한 직원이었다는 평이 주요합니다."
삑
"내향적인 성격으로 집밖에 나가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취미는 웹소설 읽기로 10년간 결제한 금액만 수백에 이를 정도라고 합니다."
삑
"여자관계는 상당히 담백한 편입니다. 평생토록 두번의 연애를 거쳤는데 두번 모두 상당히 헌신적인 편이었다고 합니다. 바람기같은 건 일절 없었고 오히려 두번모두 여자쪽에서 바람이 나 헤어졌다고 합니다. 이에 근거하여 볼 때 여자관계나 연애에 관해선 상당히 쑥맥이라고 판단됩니다. "
백인상은 장선우에 대해 그간 조사했던 내용을 모조리 읊기 시작하였다.
이름 나이, 학력은 물론이고 직업, 회사생활, 재산수준, 소득 수준, 여자 관계 모조리 전부 말이다.
"특이사항으로는 대격변 당시 실종되었다는 점입니다. 최근에 집으로 귀환하여 실종신고를 취소하고 통장 개설 및 헌터 시험을 봤던 걸로 판명됩니다."
"그렇다면 실종기간 동안의 행적은 어떻게 되는가?"
그때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4선 국회의원 나용태는 손을 들어올리며 질문을 던졌다.
"그 건에 대해선 아직은 조사중에 있습니다."
"그런 기본적인 것도 조사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나용태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가장 중요할 지도 모를 사실을 고대로 빼먹다니
무슨 일처리를 이따위로 한다는 말인가
"워낙 먼지처럼 사라진 사안인지라...조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그 사안에 대해선 시간이 좀더 걸릴듯 합니다."
"에잉, 시원치 않군, 시원치 않아, 그냥 당시에 기록된 CCTV를 전부 돌려보고 동선을 찾으면 될 것을...쯧쯧.."
나용태는 궁시렁거리며 불만을 토로하였다.
일처리가 시원치 않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4년 전 CCTV 기록을 어떻게 돌려봐? 미친 대머리 독수리새끼야.'
일반적으로 CCTV 보관기관은 영상정보 수집 이후 30일 이후 파기 및 삭제가 원칙이였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30일 초과하여 보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CCTV를 돌려보라는 개소리를 한다는 말인가.
'현장도 모르는 꼰대 새끼가 아가리는 시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저 새끼들은 현장을 모른다.
그냥 되는대로 한번 내뱉고 존재감 한번 과시해주고 넘어가면 장땡인 것이다.
절로 욕지거리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참자...참자.....'
욕지거리가 절로 튀어나왔지만 꾹 참고 간신히 가라앉혔다.
"죄송합니다...좀더 심혈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백인상은 송구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같아선 대놓고 꼽을 주고 창피를 주고 싶었지만 쾌적하고 안정한 직장생활을 위해선 참고 넘어간뒤 나중에 귀띔을 하는 게 가장 최선이리라
"그렇다면 현재로서는 그 드래곤과 대등했던 무력을 어떻게 손에 넣게되었는지에 대해선 전혀 알 수 없다는 말이군."
뒤이어 KSO 국장 유길상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백인상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표하였다.
"흐으음....아쉽구만, 그간 행적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 수 있다면 영입에 도움이 될텐데 말이야."
"KSO에서도 영입을 할 생각있나보군요."
한성 길드의 수장, 이용걸은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대한민국..더 나아가 전세계를 뒤흔들 인재입니다. 어찌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유길상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재앙급으로 임의지정된 드래곤마저 맞상대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였다.
어찌 영입을 생각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니 무조건 영입을 해야한다.
"KSO에서 그를 영입할 여건이 되는지 모르겠군요. 하하하."
그때 옆에 있던 팔단의 길드장 마두식이 너스레를 떨며 입을 떼었다.
"먼젓번에도 예산이 상당수 삭감되었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팔단 길드장께선 KSO에 관심이 무척 많으신 것 같습니다. 예산 걱정까지 해주시는 걸 보면 말입니다."
"뉴스에서 하도 떠들대서 말입니다. 성과가 영 좋지 않은 KSO의 예산을 삭감하겠다면서 말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윗쪽에 특별 예산편성을 요청할 생각이니까요."
"이야, 장선우 하나로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전략병기나 다름없는 존재이니 말입니다."
"이게 우리 팔단도 각오를 해야겠습니다.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하하."
"팔단도 그를 영입할 생각인가보군요."
"어디 저뿐이겠습니까? 여기있는 사람들 모두가 그를 영입하고 싶어할텐데."
장선우.
재앙급 괴수와 맞먹는 무력을 가진 건 물론이고 드래곤마저 길들인 역대급 인재였다.
모두가 그를 탐내는 건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팔단에선 영입조건을 역대급으로 산정할 생각입니다. 세계에서 통할 인재일테니까요...그러니까 다른 분들께서도 잘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작정하고 덤벼들 생각이니 어설프게 건들지마라.
그리 경고하였다.
"그건 우리 한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에 통할 커다란 인재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한성 길드의 이용걸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 또한 장선우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그를 수중에 넣는다는 건 비상의 날개를 단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으니
"대한 길드 또한 넋놓고 있진 않을 걸세, 그가 원한다면 부길드장 자리까지 내어줄 생각이니."
대한길드의 수장, 주진모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으름장을 놓았다.
장선우를 영입하는 순간
전략병기 수준의 거대한 무력이 1+1으로 들어오는 실정이었다.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평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결코 놓칠 수 없는 것이다.
"광장길드에서도 부길드장 자리를 줄 수 있습니다! 원한다면 최고급 스포츠카까지 선물해줄 수 있지!"
"명정길드에선 A지구 노른자땅에 위치한 최고급 아파트까지 선물해줄 수 있소!"
곧이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중견 길드의 수장들 또한 너도나도 조건을 높여 부르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포기할 의사따윈 없다는 걸 강하게 어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개 얼마나 분위기가 과열되었을까
"1200억."
잠자코 있던 HG길드의 수장, 로버트가 입을 떼었다.
"최고라고 칭송받았던 축구선수가 받았던 연봉이 그쯤될 것이오."
그리고 좌중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난 그정도에서 최소 두배는 낼 주제가 안되면 어설프게 접근치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다른 분들은 어찌 생각하오?"
"............"
"............"
그러자 좌중은 쥐죽은듯이 조용해지기 시작하였다.
1200억의 두배라면 2400억
중견길드 입장에선 심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금액이었다.
"흥, 그정도쯤이야."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최고의 인재에겐 아깝지 않은 금액이지."
"H길드장의 말이 맞소, 그쯤은 되야, 영입할 수준은 되지."
그에 반해 대형길드의 수장들은 하나같이 수긍한다듯한 표정을 지었다.
최소 그정도는 되야 급이 맞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다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때 잠자코 있던 4선 국회의원 나용태가 언성을 높였다.
"구국을 빛낼 인재라면 당연히 나라에서 품게 둬야지! 어찌 다들 빼내갈 생각만해! 으이!"
그리고 도끼눈을 뜨며 대형 길드장들을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장선우를 돈으로 유혹해 채갈 궁리만하고 있는 대형길드의 행태에 분노가 차오른 것이다.
"빼내다뇨? 길드에 들어와도 장선우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의원님."
"길드에 들어가면 그만한 인재가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해 움직일 게 아닌가? 이는 실로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야!"
"아니, 그게 싫으면 KSO에서도 조건을 높여 부르면 되지 않겠습니까?"
"2400억이 누구 애 이름인줄 알아! 그 돈이면 가뭄으로 메말라가는 소양강에 물도 뿌릴 수 있고 사회적약자에 대한 풍족한 지원도 할 수 있고 도로도 정비하고 개발도 진행하고 주택도 풍족히 공급할 수 있네! 그런데 고작 한사람을 영입하겠다고 그 큰 돈을 써? 말도 안되지! 말도 안돼!"
나용태는 마음에 안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그는 전략병기보다 더욱더 효율적이고 막강한 인재입니다. 국방비로는 수십조를 쓰는 마당에 고작 2400억이 아깝다고 말씀하시는 게 말이 됩니까?"
한성의 길드장, 이용걸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낄 수 있는 건 최대한 아끼자는 말일세! 고작 31살밖에 안된 풋내기일세! 말로 회유만 잘해도 돈을 몇백배는 아낄 수 있다는 말일세!"
"의원님이 생각하는 금액은 몇십억 정도라는 말이군요."
이용걸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눈앞에 남자가 상상이상으로 무능한 인간이라는 걸.
"그것도 최대한 높게 쳐준 걸세!"
"의원님입장에선 그럴지 모르겠지만 여기있는 길드장들의 의견은 전혀 다릅니다. 그를 영입할 수 있다면 2400억도 싼 가격입니다."
"그거야 자네들이 개입했을 때 얘기지! 개입이 없다면 몇십억 수준으로 충분히 영입할 수 있네!"
나용태는 언성을 높이며 고레 고레 소리를 내질렀다.
"긴말할 거 없네, 내 말대로 해! 장선우는 국가에서 품을 걸세!"
그리고 못박듯 입을 떼었다.
"죄송하지만 뜻대로 해드릴 수는 없을듯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여기가 뭐 공산주의국가도 아니고 그대로 따를 이유는 없을 것 같군요."
길드장은 대놓고 거절을 표하였다.
애초에 들어줄 가치조차 없는 생떼였다.
"자네들은 애국심도 없는가! 어찌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어찌 이리 눈꼽만치도 없다는 말인가!"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고 눈속임을 쓰는 게 애국입니까? 웃기지도 않는군요."
팔단길드 마두식은 실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너무 말같지도 않아 반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뭣이! 자네 말 다했는가!"
"다 못했습니다. 창피한 줄 아십시오, 초창기에도 그런식으로 돈 아끼려는 꼼수를 쓰다가 헌터빈민국으로 전락하지 않았습니까? 실수를 했으면 배우는 게 있어야되는데 뭐 배우는 것도 없고 반성도 없고, 참나"
"야, 임마!"
벌떡
4선 국회의원 나용태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내가 누군지 몰라? 4선 국회의원 나용태다! 네가 나한테 이러고도 팔단길드가 대한민국에 마음 편히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옮기면 그뿐입니다."
"뭐야?!"
"애초에 헌터 대우는 대한민국보다 외국이 훨씬 더 낫습니다. 그저 애국심만으로 남아있는 상황인데 박하게 대하면 그냥 떠나면 그뿐이죠."
"...이런...매국노같은.."
"의원님이 KSO의 헌터들만 상대하다보니 뭔가 착각을 한 것 같은데...현재 대한민국에선 헌터가 갑입니다. 그러니 제발 되도지 않는 말씀은 그만해주십시오. 의원님때문에 팔단길드가 떠나면 의원직이 유지하기 상당히 고단해질 거 아닙니까?"
"...이이...이이익....난 가겠네!"
휘익
나용태는 벌떡 일어나 회의실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차마 반박조차 못하는 현실에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멀리 안갑니다."
팔단길드장, 마두식은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조롱기가 다분한 어투였다.
콰아앙
곧이어 회의실 문이 요란스럽게 닫히고 4선 국회의원 나용태는 저 멀리 떠나버렸다.
***********
짜악 짜아악 짜아악 짜악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나용태는 수행기사의 뺨을 무자비하게 후리기 시작하였다.
분이 도저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수행기사는 익숙한 일인냥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그 폭력을 얌전히 감내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하아...하아...하아...하아."
나용태는 숨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손맛을 좀 보니 어느정도 흥분이 가라앉은듯 하였다.
털썩
곧이어 푹신한 뒷자석에 그대로 앉았다.
"김계동 변호사 사무실로 가."
그리고 앞자리에 있는 수행기사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알겠습니다."
수행기사는 군말없이 출발하였다.
'네놈들이 영입 제안하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쳐주지.'
나용태의 눈빛이 탐욕으로 반짝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