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20화 (1,321/1,419)

펄럭 펄럭 펄럭

거대한 드래곤이 불길을 머금은 거대한 날개를 힘차게 펄럭이며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시험관들은 비롯한 모든 지원자들은 넋을 놓은 채 그 광경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고층 빌딩보다 거대했던 드래곤은 지평선 너머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갔군."

드래곤이 시야에 완전히 사라지자 잠자코 있던 마동필이 입을 떼었다.

"갔네."

"갔군요."

"가버렸어."

다른 시험관들은 앵무새처럼 그 말을 그대로 따라 내뱉었다.

여전히 믿기 힘들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이다.

"......정말 사실일까?"

곧이어 레이첼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의문을 표하였다.

"뭐가?"

"드래곤을 길들였다는 거."

"직접 보고도 몰라? 너 바보야?"

이유린은 눈살을 찌푸린 채 되물었다.

"믿기 힘드니까 그렇지! 괴수의 지능이 높을수록 테이밍은 어렵단 말이야!"

"직접 증거를 봤잖아? 똥개마냥 재롱 부리는 거 못봤어?"

천하의 드래곤이 손을 들어올리고 총을 맞는 시늉을 하고 벌러덩 드러누우며 동네 똥개마냥 재롱을 부렸다.

믿기 힘들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종의 거래를 한 걸 수도 있잖아! 무언가 대한민국의 중대한 비밀을 넘긴다던가! 세계 정복을 위해 협조를 한다던가!"

"헌터 자격증도 없는 사람이 잘도 중대한 비밀을 알겠다. 그리고 저 거대한 드래곤이 세계 정복하는데 뭣하러 그런 자질구레한 짓을 하겠어? 그냥 들이받으면 미국도 전멸할 것 같은데."

이유린은 짜증 어린 표정을 지었다.

레이첼의 말이 하나같이 말도 안되는 음모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유희? 드래곤은 오래 살아서 정신 나간 짓을 가끔 한다고 하니까.."

"만화 좀 그만 봐라."

"만화 아니야! 웹소설에서 본 설정이야!"

"그럼 그것도 그만 쳐봐! 말같지 않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뭐라고!! 너 죽을래!"

이내 두 시험관은 언성을 높이며 아옹다옹 다투기 시작하였다.

"둘다 그쯤하게, 보는 시선이 많아, 체면은 차려야지."

마동필은 그런 둘을 만류하였다.

보는 눈이 많으니 적당히 체면치레를 하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너 운좋은 줄 알아."

"너야말로."

레이첼과 이유린은 살벌한 시선으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훗날을 기약하였다.

자질구레한 직함을 떼고 서로 정면으로 맞부딪힐 언젠가를 말이다.

"드래곤을 진짜 길들인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강함만큼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때 잠자코 있던 임재진이 두 여인들을 바라보며 담담히 입을 떼었다.

"S급 헌터조차 덜덜 떨게 만든 괴물과 홀로 맞상대가 가능한 존재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어? 그것도 유효타 하나 허용하지 않으면서 말이야."

드래곤과 함께하게 된 속사정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규격외의 강자.

그것도 S급 헌터의 역량따위는 아득히 뛰어넘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강자 말이다.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미국이나 일본, 중국, 러시아에서 엄청 노리겠지?"

레이첼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유럽쪽도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임재진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우수한 인재는 언제나 유혹을 당하기 마련이었다.

특히 대체 불가의 전력을 지닌 저 남자라면 더더욱이 그 유혹이 치명적일 게 분명하였다.

"....절대 안되지, 더는 넘길 수 없어."

마동필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미 너무나 많은 헌터들을 이국땅으로 떠나보냈다.

더는 전력의 손실을 발생시킬 수는 없었다.

저런 대체불가의 전력이라면 더더욱이 말이다.

"타국에서 손쓰기 전에 우리 대한길드쪽으로 영입해야겠군."

"잠깐만요? 말이 이상한데요? 왜 대한길드에서 영입한다는 거죠?"

"말해 뭐하나? 대한길드가 최고니까 그렇지."

"수준은 오히려 저희 한성이 더 나을텐데요? 까놓고 말해서 대한길드는 물량빨이잖아요?"

이유린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떼었다.

"물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돈이 많다는 증거지."

"돈은 한성도 많아요."

두 사람은 서로를 싸늘하게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 모두 선우라는 최고의 인재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돈이 영입조건의 1순위는 아니지, 특히 남자라면 말이야."

팔단 길드의 임재진은 음흉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왜 접대라도 하려고?"

HG 길드 소속 레이첼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물었다.

"못할 것도 없지, 저정도 인재라면 연예계 탑급이라도 대령해야지."

"스폰서가 엔터 회사라 그런지 접대에 자신이 넘치네, 팔단 길드는."

"팔단의 장점이지. 크흐흐흐"

"HG도 접대할 거야."

"너희쪽에서 그럴 재원이 있던가? HG는 스폰서가 금융쪽이잖아?"

"내가 있잖아."

레이첼은 빵빵한 가슴을 자신있게 내밀며 입을 떼었다.

"120만 미녀 뉴튜버 레이첼의 접대! 이거면 넘어올 수밖에 없지!"

"퍽이나 넘어오겠다, 외국인척하면서 국뽕으로 조회수나 빨던 년한테."

"뭐, 임마! 뒈질래!"

이내 시험관들쪽은 시끌벅적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드래곤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인간들 앞에서 똥개마냥 재롱을 부렸던 수치스러운 기억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딴 정신 나간 짓거리를 하다니...대륙의 공포로 군림하던 내가!....분명 비웃었겠지? 인간들 모두가 분명 나를 얕보고 있을거야! 드레이크만도 못한 잡종 도마뱀이라고...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쉴새없이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진 여파가 상상이상으로 거대한 까닭이었다.

'저 씹어죽일 인간!.....언젠가...언젠가 복수하고 말거야! 잘근 잘근 씹어먹어버릴거야!'

드래곤은 속으로 복수의 칼날을 갈고 또 갈았다.

언젠가 이 수모와 치욕을 톡톡히 갚아주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창 복수심을 불태우던 찰나.

"야, 이정도면 됐겠다."

-뭐가 말입니까?

"쇼맨십은 충분하다고, 이제 착지해. 이정도 크기 산이면 네 모습도 어느정도 가려질테니까."

-네엡!

대답을 마친 드래곤은 허공에 멈춰선 뒤 아래로 수직하강하기 시작하였다.

쿠우우우웅

곧이어 거대한 거체가 착지하면서 땅이 뒤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뚱뚱해서 그런지 소리도 요란하네."

-뚱뚱하다기 보단 아무래도 제가 키가 크기도 하고...갑옷도 주렁주렁달려있기도 하고...또 실전형 압축 근육이 꽉꽉 들어차 있는터라.....

"아니야, 너 뚱뚱해. 내가 맞아."

선우는 드래곤의 말을 그대로 끊어버렸다.

더 들을 필요조차 없다는듯이

-......네에, 저 뚱뚱합니다. 레어에서 수백년간 뒹굴거리면서 공양만 받아먹고 살다가 살만 디룩디룩 찐 비만 도마뱀이에요.

드래곤은 자포자기한듯 아무렇게나 말을 내뱉었다.

어차피 제놈만 맞다고 할 놈이었다.

반박해봤자 골치만 아파지리라

"뚱뚱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반성해야겠죠.

"반성한 이후엔?"

-.........살을 빼야겠죠?

"맞아, 살을 빼야돼, 너무 둔중한 모습이면 어른들한테 이쁨을 받을 수 없거든."

-전 이쁨안받아도 되는데요?

"그러면 나도 널 죽일 수밖에 없는데?"

-말이 왜 그렇게 되는데요!? 살려준다면서요!

드래곤은 언성을 높이며 반박을 하였다

"그건 애완동물이 됐을 때 얘기지, 너 아직 우리 장씨 집안의 애완동물이 아니야, 최종결정권자들이 수락을 안했다고."

-최종결정권자가 누군데요!

"우리 부모님이랑 내 아들."

애초에 보디가드 겸 놀이상대, 일꾼으로 부려먹으려고 데려온 녀석이었다.

실질적인 최종적인 선택권은 가장 많이 살을 부대낄 부모님과 연우에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부모님이나 내 아들이 널 싫어하거나 무서워한다면 난 가차없이 네 목을 따버릴거야. 애완 드래곤으로서 쓸 수 없는데 살려둘 이유는 없잖아?"

선우는 언뜻 살의를 내비치며 말을 이었다.

꿀꺽

그리고 그 살의를 직접적으로 감지한 드래곤은 마른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눈앞에 남자가 거짓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이 남자, 진심으로 죽일 생각인 것이다.

"그러니까 최대한 분발하는 게 좋을거야, 이쁨 받지 못한다면 죽게 될테니까 말이야."

-알..알겠습니다!

"대답 좋네, 그럼 이제 슬슬 다이어트 좀 시작해보자구, 너 모습 변환할 수 있지?"

어느새 바닥으로 내려온 선우는 드래곤을 올려다보며 물음을 던졌다.

-물론입니다! 마법의 종주인 저에겐 폴리모프같은건 너무나 손쉬운 마법입니다!

군기가 바짝 들어간 드래곤은 우렁차게 언성을 높였다.

"좋아, 기대하겠어, 그럼 이제 이쁨을 받을 수 있도록 귀엽고 깜찍하게 변하도록, 실시."

-실시!

우우우우우우우웅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마력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폴리모프라는 게 시작되는듯 하였다.

'어떤 모습일까나?'

선우는 흥미로운듯한 눈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파스스스슥

스스스스슥

곧이어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고층 빌딩처럼 거대했던 드래곤의 모습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머리통이 줄어들고

날개가 퇴화하기 시작하였다.

몸뚱아리가 줄어들었고 팔이 짧아지고 다리가 두터워졌다.

-어떻습니까! 귀여운 드레이크입니다!

드래곤은 뿌듯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너무 커, 체인지!"

-......그럼 좀더 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파스스슥

이번에는 머리통이 좀더 날렵해졌다.

양팔이 점점 길어지며 날개로 변환되기 시작하였다.

몸뚱아리가 더욱더 가늘어지기 시작하였다.

굳건했던 두다리가 점점 얇아졌다.

-와이번입니다!

"더 줄여, 체인지!"

선우는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적어도 집안에 들어갈 크기는 되야하지 않겠는가

-트윈 헤드 오우거입니다! 제가 주식으로 즐기는 귀여운 녀석으로..

"하나도 안귀여워! 체인지!"

-별미 중에 별미인 미노타우로스입니다! 생긴 건 황소랑 비슷하니 육아에 도움이 될지도..

"업진살로 만들기 전에 바꿔."

-새인가 짐승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수께기 괴수, 아울베어입니다!

"체인지! 체인지! 체인지!

선우는 쉴새없이 체인지를 외쳤다.

그리고 드래곤도 그 말에 맞춰 몇번이고 변하고 또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에 취향을 완전히 저격하기 위해

그렇게 얼마나 모습을 바꿨을까

"체인지."

-.....설마.최후의 수단이었던..고블린조차 체인지 될 줄이야..

고블린의 모습을 한 드래곤은 땅바닥을 엎드린 채 절망을 하였다.

너무나 하찮고 귀여운 고블린조차 그의 취향을 저격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진지하게 좀 해. 너 목숨 걸린 거 까먹었어? 그런거야? 기억나게 해줘?"

선우는 짜증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지금껏 변한 것들 중 뭐하나 귀여운 게 없었다.

뭐 이리 장난질을 친다는 말인가

-전 언제나 진지하다구요!

드래곤은 억울하다는듯한 어투로 언성을 높였다.

"진지한 녀석이 고블린이 귀엽다고 변하냐?"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귀여움 구석따위는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는 고블린이 귀엽다니

-눈에 보이는 잔대가리 굴리는 모습이 얼마나 하찮고 귀여운데요!

"네 기준말고 인간기준으로 귀엽게 변하라고! 이 정신 나간 도마뱀아!"

-....알았어요....알았다구요...화내지마요.

"너 또 이 지랄나면 내가 강제로 귀엽게 만들어준다."

-...어떻게 하시게요?"

"뒤지게 패면 알록달록해져서 귀엽지 않겠어?"

선우는 살벌한 미소를 띄운 채 입을 떼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드래곤은 사색이 된 얼굴로 재빠르게 대꾸를 하였다.

잘못하다간 무자비한 폭력에 다시금 노출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 까닭이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곧이어 드래곤의 전신에 마력을 집결시켰다.

그러자 찬란한 빛이 드래곤의 전신에서 뿜어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안전이 걸린 최후의 폴리모프가 시작된 것이다.

선우는 얌전히 그 모습을 관망하였다.

무쇠 같은 주먹을 조용히 말아쥔 채로

드래곤에 대한 믿음따위는 전혀 없는듯한 모습이었다.

이내 빛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폴리모프한 드래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선우의 눈은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

[드래곤이 나타났다는 소식입니다]

[헌터시험장에 드래곤이...]

[드래곤의 정체는 무엇...]

[이 사태에 대해 대한헌터협회의 입장은..]

[과연 드래곤이 날아간 곳은....]

또로로롱

곧이어 TV의 화면이 암전되기 시작하였다.

그대로 꺼버린 것이다.

"아니, 무슨 온통 드래곤얘기뿐이야? 우리 손주 좋아하는 발로차봇이나 또로로같은 건 안하고!"

장광효는 언성을 높였다.

모든 채널이 온통 드래곤 이야기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조기퇴근 후 손주와 오순도순 만화를 감상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낼 계획이 완전히 망쳐진 것이다.

"워낙 큰일이잖아요."

옆에서 연우를 안고 있던 권순분 여사가 한마디 덧붙였다.

드래곤 출현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유레가 없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리라

"큰일이라도 그렇지, 이미 사태는 헌터들로 인해 해결됐고 어디로 날아갔는지 알지도 못한다면서? 뭘 했던 얘기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있어. 우리 연우, 만화영화도 못보게!"

장광효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지었다.

그에겐 드래곤의 출현보다 손자엔 연우의 즐거움이 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 불만이시면 방송국에 직접 전화하시던가요."

"안그래도 그럴 참이야! 내 이놈들! 우리 손자의 행복을 방해한 죄는 민원으로 갚게 될 것이다아아!!"

장광효는 곧바로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진심으로 전화하여 항의할 요량이었던 것이다.

덥석

그러자 품안에 있던 연우가 할아비인 장광효의 손을 붙잡았다.

"하부아아아~~"

"아이고, 우리 연우, 할아비 손을 왜 붙잡았을까?"

장광효는 해벌쭉한 표정을 지은 채 연우를 바라보았다.

"다부 다부 다부아아아~"

그러자 연우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 절레 내젓기 시작하였다.

"전화하지마아? 하지말까?"

"부우~ 부우~ 부우우~!"

끄덕 끄덕 끄덕

"우리 연우, 만화영화 못봐도 괜찮아?"

끄덕 끄덕 끄덕

"아이고, 착해라, 우리 연우, 누굴 닮아 이리 생각이 깊고 착할꼬~ 알았다, 할애비가 전화 안하마, 흐허허허허허허."

연우의 신통함에 기분이 좋아진 장광효는 핸드폰을 내던졌다.

그리고 연우의 양겨드랑이를 붙잡고 높이 비행기를 태웠다.

"꺄하아아아~"

그러자 연우의 해맑은 웃음이 집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못말려~"

권순분 여사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손주 바보가 다된 남편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면서도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렇게 장씨 집안에는 화목함과 웃음꽃이 가득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똑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세요."

[어머니, 저예요.]

그러자 문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어머, 이제오니."

권순분은 미소를 지으며 문고리를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열어 젖히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을 반겨주기 위해

"어..?"

하지만 이내 그녀는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존재가 아들 대신 자신을 마주한 까닭이었다.

작게 나있는 뿔

초롱초롱한 눈빛.

작은 콧구멍과 조그만 입

검붉은 비늘.

소형견을 연상시키는 작은 덩치

오동통하게 튀어나온 뱃살.

연신 파닥거리며 몸을 허공에 지탱시키는 작은 날개.

귀여움을 집약시키놓은 것과도 같은 생물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 엄마야."

그때 뒤편에 서있던 아들이 입을 떼었다.

"왕~!"

파닥 파닥 파닥

그러자 귀여운 생물체는 개짖는 소리를 내며 권순분 여사에게 와락 안겨들었다.

비비적 비비적 비비적

그리고 이리저리 발광하며 온갖 애교를 피우기 시작하였다.

실로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아들...이건..대체?"

권순분 여사는 의문 어린 표정으로 선우에게 물었다.

별안간 데려온 이 귀여운 생물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말이다.

"오다 주웠습니다."

선우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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