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16화 (1,317/1,419)

'웃어?'

'여유있는 건가?'

'오만한 놈이구먼..'

'귀여운데?'

선우의 여유로운 미소를 본 시험관들은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

보통 지원들이 시험장에 들어올 때는 위축되기 마련이었다.

선배 헌터들과 마주해야한다는 불편함.

능력을 검증받아야한다는 부담감.

시험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에 지원자에게는 불편함도 부담감도 불안감도 전혀 없었다.

그저 여유로운만 느껴지는 것이다.

'한가닥 있는 놈인가?'

'특출날 능력이 있나보군.'

'자연계인가? 하긴 그쪽에선 제놈들이 무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많으니까.'

'근육 드러나는 거봐...와아.....만져보고 싶다.'

시험관들은 꽤나 긍정적인 시각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먼젓번의 신체 강화 능력자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각성 능력이 있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이내 대한길드 소속 A급 헌터 마동필은 담담히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선우 입에 쏠리기 시작하였다.

말은 안했지만 모두가 궁금했던터였다.

저 여유로운 남자의 능력이 무엇인지

"힘이 세고 빠르고 잘 칩니다."

이보다 자신의 힘을 명확히 설명하는 방법은 없으리라

"그 말은...신체 강화계열 각성자라는 말입니까?"

"정의하자면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아.."

"헤에에.."

"흐음.."

그러자 시험관들의 표정에는 노골적인 실망감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무언가 있는 줄 알았던 그가 단순히 신체 강화계열 각성자라는 사실에 맥이 빠져버린 까닭이었다.

'사람 헷깔리게 왜 저딴 미소를 지어서.'

'그냥 오만한 놈이였나보네.'

'미친놈. 어디서 쪼개고 들어와?'

'끝나고 번호 딸까? 번호 주려나?'

아무래도 멋도 모르는 풋내기였던듯 싶었다.

저딴 하급능력을 들고 저리 여유를 부리는 걸 보면 말이다.

"헌터 시험은 처음이시군요."

서류를 살피던 마동필이 입을 떼었다.

"예에, 그렇습니다."

"굉장히 늦은 나이에 시험을 보는군요, 각성 자체는 대격변때 이뤄졌을 텐데 말입니다."

대체로 이제 막 성인이 된 이들이 헌터적성고사를 본다.

만 19세 이상이라는 응시 연령제한이 걸려있기에 성인인 된 직후 곧바로 시험을 치는 것이다.

"바쁘게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차원에 빙의하여 개고생하고 구르다 그런거지만 구태여 그런 사실을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그렇군요."

더 볼것도 없는 폐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재능이 있는 놈이었다면 아무리 바빠도 헌터시험부터 봤을테니

"그럼 이제 적성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앞쪽에 마련된 구슬에 손을 올려주십시오, 마력을 측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마동필은 앞쪽에 마련된 마력측정구를 가리키며 입을 떼었다.

"알겠습니다."

선우는 가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구슬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덥석

그다음 한치의 망설임없이 구슬을 움켜쥐었다.

삐빅

그러자 100이라는 숫자가 구슬에 비춰지기 시작하였다.

기본값이 설정된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곧이어 마력측정구가 공명하듯 떨리며 웅장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체내에 잠든 마력측정이 시작된 것이다.

'기껏해야 1000언저리 아니면 그 이하겠군.'

'큰 기대는 안되네, 나이가 나이니까.'

'떨어지고 울상짓는 꼴을 보면 그건 또 그거대로 재밌겠군.'

'떨어지면 위로주 한잔 하자할까?..넘어오려나?'

100....200...300...500...700....900.....

그때 측정값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치솟기 시작하였다.

순식간에 합격컷인 1000에 근접할 정도로

'뭐야?...저게 가능하다고?'

'....저렇게 빠르다고?'

'말도 안돼!?'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시험관들의 눈빛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일반적인 지원자의 경우 1000 근접하는데는 평균적으로 2~3분은 걸리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고작 5초만에 합격점수에 근접하다니?

놀라움이 들 수밖에 없었다.

1200....1500....1800...2100....2600

하지만 놀라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였다.

이미 합격점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시간이 갈수록 치솟는 숫자의 단위수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저런 일이!?'

'말도 안돼!...마력이 끊임없이 늘어다니!?'

'....고장...고장인건가?.'

일반적으로 합산되는 숫자의 단위는 점점 내려가기 마련이었다.

온몸 곳곳을 쥐어짜듯 측정하는 원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긴 커녕

단위수가 즐어들다니 어찌 경악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3100....3700.....4800.....5900...

숫자의 단위는 점점 커졌고

시험관들의 동공 또한 숫자에 따라 점점 커지기 시작하였다.

5000을 넘어서 6000에 근접한 마력량이라니

수많은 마석을 흡수한 베테랑 헌터조차 장담할 수 없는 거대한 마력이었다.

고작 지원자 주제에 어찌 저런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7000.....8200.....9800....10000

퍼어어엉

그 순간 손에 쥐여져있던 마력측정구가 그대로 터져나갔다.

부아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박살나버린 것이다.

"아, 터져버렸네."

선우는 태연스레 입을 떼었다.

생각보다 내구도가 약한듯 싶었다.

음양조화신기 좀 불어넣었다고 그대로 터지는 걸 보면 말이다.

"............"

"..........."

"..........."

한 편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시험관들은 하나같이 침묵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경악스러운 광경에 무슨 반응을 해야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거, 물어내야합니까?"

선우는 산산조각난 마력측정구 부스러기들을 들어올리며 그들에게 물었다.

"...아닙니다......물어내지 않으셔도 됩니다..아무래도 마력측정구의 불량인듯 하니..."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마동필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마력측정구 불량

마동필은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

그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작 신체 강화 각성자따위가 1만이 넘는 마력 수치를 내보일 리 없지 않은가

이는 분명 마력측정구의 불량일 것이다

끄덕 끄덕 끄덕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시험관들 또한 고개를 주억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들도 마동필의 의견에 동의를 한 것이다.

3년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신체 강화 능력자가 별안간 1만이 넘는 마력을 보유했다는 것보단 마력측정구가 불량이라는 말이 좀더 설득력있을테니 말이다.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하죠? 새로 측정할까요?"

"아니요, 마력측정구는 정확히 응시자 숫자만큼 보급됩니다. 그렇기에 불량이 났다고 하여 새롭게 측정할 수는 없습니다."

마동필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행히 터져버린 마력측정구로도 충분히 귀하의 마력 수준을 판별할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동필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떻게 말입니까?"

"곧바로 2차시험을 보면됩니다."

"2차 시험이요."

"예에, 2차 적성시험의 경우 응시자의 마력이 측정되었던 마력측정구를 매개로 괴수를 소환하기에, 소환된 괴수의 등급을 보면 선우님의 마력 수준 또한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부서졌는데 가능한 겁니까?"

선우는 파편 부스러기를 들어올리며 그에게 물었다.

"괜찮습니다. 파편만 있어도 충분할테니까요. 안그런가? 레이첼?"

"no problem"

레이첼은 선우를 향해 가벼이 윙크를 하며 입을 떼었다.

소환의 매개체는 그 형태가 중요치 않았다.

그저 존재만 하면 충분한 것이다.

쭈욱

곧이어 레이첼은 늘씬한 팔을 쭈욱 뻗었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이내 사방에 흩어졌던 파편들이 서서히 그녀에게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하나의 구체를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마력측정구를 복원해낸 것이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다음 마력을 집중시켰다.

마력 측정구 기록된 측정값을 바탕으로 괴수를 소환해내기 위해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쿠우우우우우웅

별안간 땅이 뒤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더불어 웬만한 운동장 두개를 합친 것보다 커다란 시험장 전체에 알 수 없는 문양이 그려진 커다란 소환진이 그려지며 찬란한 빛을 뿜기 시작하였다.

"이봐, 레이첼! 지금 이게 무슨 일인가!"

"레이첼!, 잠깐 멈춰주세요! 뭔가 심상치 않아요!"

"소환을 멈춰! 레이첼! 멈추라고!"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시험관들은 레이첼을 만류하기 시작하였다.

웅얼 웅얼 웅얼 웅얼

하지만 레이첼은 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홀린듯 주문을 외워될 뿐

멈출 기미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젠장할, 그만하라고!"

임재진은 재빨리 손을 뻗었다.

쉴새없이 주문을 외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기 위함이었다.

-생명은 약하고, 덧없고, 순식간에 끝나...쉽게 망가지지.

그때 그들의 귓가로 무언가 웅장한 울림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흠칫

그리고 그 울림을 듣는 순간

몸을 가늘게 떨며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감히 재량조차할 수 없는 거대한 중압감이 전신을 짓눌러버린 까닭이었다.

-죽음은 영원하지.

뻘 뻘 뻘 뻘

A급 헌터.

헌터 빈민국인 대한민국에서 그 적수가 몇없다는 엘리트들.

그들이 식은 땀을 비오듯 흘리기 시작하였다.

목소리가 울릴 수록 내면에 숨어있는 원초적인 두려움이 자극되었기 때문이었다.

-죽음은 내 영역이다.

스으으으으윽

곧이어 소환진 위로 무언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하늘에 치솟아있는 거대한 뿔들

용암이 서려있는 듯 붉게 빛나는 커다란 눈깔.

아파트조차 귀엽게 만드는 커다란 아가리

아가리 사이에 박혀있는 투박하고 거대한 이빨.

산조차 씹어먹어버릴듯 발달한 거대한 턱

마치 강철 갑옷처럼 촘촘히 뒤덮혀있는 두터운 비늘

".....드래곤.."

"......말도 안돼...드래곤이라니.."

".....꿈..아니지?..."

모두가 벙진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어딘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흔적은 발견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발견된 적조차 없는 미확인 괴수.

드래곤.

그 초월적인 존재가 소환되어 서울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니

어찌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렇게 모두가 벙져있을 때

".....저게.....뭐야.."

넋이 나가있었던 레이첼이 눈을 동그랗게 치켜뜬 채 입을 떼었다.

드래곤의 등장에 그녀 또한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다.

"레이첼! 레이첼! 당장 돌려보내! 돌려보내라구!"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이유린은 레이첼의 어깨를 붙잡고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저런 걸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S급 헌터들조차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되돌려보내야한다.

어떻게든 되돌려보내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켜야한다.

"내가?..저걸 소환한거야!?"

레이첼은 되려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네가 아니면 누가 소환했겠어! 빨리 되돌려보내라구!"

"무리야! 난 소환사야! 소환만 할 수 있어! 돌려보내는 건 못한다구!"

"쓸모없는 년아아아! 그럼 저건 어떻게 할건데!"

"..나도 몰라아아! 기억안나니까! 나한테 뭐라고 하지마아아!!"

레이첼은 컨셉조차 내던진 채 언성을 높였다.

기억조차 안나는 일로 책임전가를 받으니 되려 억울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만! 그만하게!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지 않나!"

마동필은 그녀들을 말리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였다.

저 드래곤에 대한 조치가 우선인 것이다.

"어떻게든 소환을 취소해야하네."

드러난 머리만 해도 아파트 두채 높이였다.

그 밑에 몸뚱아리는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역소환시켜야하는 것이다.

"무슨 방법이 없는가?"

마동필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레이첼에게 물었다.

"소환진 안쪽으로 조금이라도 밀어넣으면 어떻게든 역소환 되긴 할거야....소환된 부분이 다시 들어간다는 건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표현이거든."

강제적인 역소환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현계에 소환된 부위를 다시금 밀어넣는다면 소환에 불응한다는 뜻으로 간주되니

1mm라도 안쪽으로 밀어넣으면 자동으로 소환이 취소되는 것이다.

"좋네, 그럼 곧바로 실행하지."

마동필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두개의 건틀릿이 그의 주먹을 감싸기 시작하였다.

"지원도 없이 우리끼리요?!"

"지원을 기다리다간 늦고 말아."

"제기랄!"

임재진 또한 창을 구현화시켜 움켜쥐었다.

"하아..어쩔 수 없네요,"

이유린은 옆구리에 매고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난 응원만하고 싶은데.."

레이첼은 울상을 지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채찍 하나를 구현화시키기 시작하였다.

모두 전투 준비를 끝마친 것이다.

"좋아..이제...으음!!"

곧이어 마동필은 선두지휘하며 앞쪽으로 걸어갈 찰나 그는 그대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경악스러운 광경이 시야에 들어온 까닭이었다.

"이 도마뱀을 죽이면 됩니까?"

마력측정구를 터트려버린 헌터적성고사 응시자.

어찌보면 이 모든 사단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남자.

69번 장선우.

그는 지금 드래곤의 코앞에 선 채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겁대가리를 완전히 상실해버린 것이다.

저게 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

-나를 죽인다? 필멸자인 너 따위가?

"왜 못 죽일 것 같아?"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곧이어 천지가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드래곤의 웃음소리가 진동파처럼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재밌는 말을 하는구나.

"내가 좀 재밌다는 말을 자주 들어."

선우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나를 상대하고 싶다? 그래, 원하다면 내 기꺼이 해주마!

쑤우우우우우욱

그 순간 드래곤이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하였다.

소환진 속에서 목만 내밀고 있던 상태에서 몸뚱아리에 꼬리까지 단번에 빼내버리며 하늘로 날아오른 것이다.

콰콰콰콰콰쾅

이내 시험장 천장이 뚫리고 잔해들이 사방에 추락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이 내 날개 아래 활활 타오를 것이다!!!

하늘에 치솟은 검은 악룡은 불길에 휩싸여있는 커다란 날개를 펼친 채 괴성을 내질렀다.

'망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끝이야.'

'저 미친 새끼 때문에....'

'.....이럴 줄 알았으면 연애라도 해볼껄..'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시험관들은 절망에 빠졌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생각하였다.

오늘 대한민국은 저 미친놈 때문에 완전히 불타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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