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15화 (1,316/1,419)

"다음."

단단한 인상의 사내가 시험장 안쪽으로 걸어왔다.

"강한철입니다! 각성 능력은 신체 강화 능력입니다!"

남자는 언성을 높여 스스로를 소개하였다.

"신체 강화 능력자라......이번 시험은 유난히 그쪽 계열이 넘치는군요....쓸데없게......"

상석에 앉아있던 중년남자는 중얼거리기 시작하였다.

"네에?"

강한철은 잘못들었나싶어 다시금 되물었다.

무언가 심한 말을 들은 것 같은 착각이 일은 까닭이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곧바로 적성시험을 시작하죠. 앞쪽에 마련된 구슬에 손을 올려주세요. 마력을 측정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강한철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중앙에 마련된 작은 구슬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꿀꺽

코앞에서 구슬을 마주한 강한철은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이게...소문으로만 들었던 마력측정구.'

듣기로는 손에 얹는 즉시 체내 마력량을 수치화시켜준다고 들었다.

현재 수준을 그 어떤 것보다 객관적으로 내보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차 합격컷이 1000마력이상 정도라고 했지?'

절로 긴장이 되었다.

여기서 합격컷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능력을 선보이기도 전에 그대로 떨어져버릴테니

'....제발...제발..제발..부탁한다! 나의 마력아! 나의 재능아!'

덥석

손으로 간곡히 빌며 마력측정구를 그대로 움켜쥐었다.

삐빅

100

그러자 100이라는 숫자가 새겨졌다.

기본값이 매겨진 것이다.

우우우우웅

곧이어 마력측정구가 공명하듯 떨리며 웅장한 소리를 자아내기 시작하였다.

강한철에 대한 본격적인 측정을 시작한 것이다.

100...120....250....320....415....500

숫자는 급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좋았어!...가는 거야!'

그 광경에 강한철은 쾌재를 불렀다.

이정도 측정 속도면 합격컷인 1000을 돌파하는 것도 꿈이 아니라 여겨진 까닭이었다.

621....638...655...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측정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하였다.

'안돼! 좀더 힘내! 힘내라고!'

꽈아악

강한철은 측정구를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그리고 간절히 빌었다.

제발 부디 1000을 돌파할 수 있기를

난공불락이라고 불리운 1차관문에 통과하고 정식헌터가 될 수 있기를

996...997...998....999

'제발 제발 제발 제발 1만! 1만!!'

1000

"좋았어!"

강한철은 탄성을 내질렀다.

합격라인에 아슬아슬하게 도달하였음을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난공불락이라고 불리우는 1차관문을 넘어서 비로소 정식 헌터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은 것이다.

어찌 기쁘지 않으랴.

"강한철 지원자, 1000마력으로 헌터적성고사 1차 합격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강한철은 감격에 젖은 표정을 지은 채 연신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없으니 곧바로 2차 시험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시험관은 강한철의 감사인사를 대충 끊어버리고 입을 떼었다

저런 인사치레를 일일히 받아줄 시간따위는 없던 까닭이었다.

"..아..네엡!"

헤벌쭉해져있던 강한철은 이내 표정을 굳혔다.

아직 2차시험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1차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조건이었고 진정한 시험은 2차부터였다.

2차는 1차관문이상으로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건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관문이었기 때문이었다.

"2차시험은 대응능력 및 수행능력 평가입니다. 지금부터 마력측정구에 새겨진 측정값을 기준으로 괴수가 소환될 것입니다. 강한철 지원자께서는 지급 무기 중 하나를 선택하여 괴수를 제압해주시면 됩니다. "

".

..아...네에.."

괴수라는 말에 강한철은 살짝 긴장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1000마력이라면 소환된 괴수의 수준은 기껏해야봐야 D급에 불과할테니...그리고 유사시 경우 시험관들이 직접 나서 강한철님의 안전을 책임질 것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안전을 보장받은 강한철은 한결은 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수준에 딱 알맞는 적

게다가 유사시 달려올 수 있는 믿음직한 전력들까지

겁을 먹을 이유가 없었다.

곧이어 강한철은 한쪽 구석에 마련된 무기고에서 검을 집어들었다.

이 날을 위해 갈고 닦았던 검술을 보여줄 요량이었다.

"그럼 레이첼, 소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내 상석에 앉아있던 중년인이 입을 떼었다.

"no problem"

그러자 옆쪽에 앉아있던 금발의 머리칼을 가진 서구적인 외모를 가진 여인, 레이첼이 생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앞쪽으로 천천히 손을 뻗었다.

우우우웅

그러자 마력측정구가 허공에 부웅 뜨더니 그대로 레이첼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덥석

레이첼은 날아드는 마력 측정구를 여유로이 잡아챘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마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탐스러운 머리칼이 이리저리 휘날리기 시작하였다.

꿀꺽

강한철은 침을 꿀꺽 삼킨 채 얌전히 기다렸다.

어서 자신의 상대가 소환되기를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솨아아아아아

바닥에 알 수없는 문양들이 원형으로 새겨지기 시작하였다.

'온다!'

그게 소환진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끼헤에에엑!"

곧이어 한마리의 괴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녹빛의 피부

길죽한 귀

양옆으로 째진 눈

뾰족한 코

상어와 같은 날카로운 이빨

대략 120cm정도 되는 어린아이같은 몸집.

흉악스러운 녹색 난쟁이

D급 괴수

일명 고블린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허어."

그 모습에 강한철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잔뜩 긴장하고 있었건만 고작 고블린이라니?

저놈은 괴수들 중에서도 최약체가 아니던가?

긴장했던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시험 시작입니다. 곧바로 제압해주세요"

"아..네에, 뭐."

강한철은 태연스레 검을 쥐었다.

매해 가장 많은 숫자가 튀어나오며 가장 많이 쓸려가는 최약체

그런 놈을 긴장할 바보는 세상에 없었다.

'아니, 잠깐, 이건 기회야.....심사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줄 거야.'

심사관들 대다수는 대형길드와 커넥션이 있었다.

여기서 깊은 인상을 준다면 대형 길드에 섭외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압도적으로...압도적으로 제압하자!'

검을 보다 강하게 움켜쥐었다.

"이야아아아아!!"

곧이어 기합소리와 함께 고블린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골통을 깨부순다!'

그리고 이내 최대한 높게 검을 들어올렸다.

단번에 머리통을 부숴버리기 위해

"끼룩."

퍼억

그때 고블린이 가벼이 주먹을 뻗었다.

덜그럭

그 순간 강한철은 높이 치켜들었던 검을 그대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이내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고블린의 주먹이 그의 고환을 정확히 가격해버린 것이다.

"아아...아아...끄아아아악!!"

곧이어 강한철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하였다.

고환

가장 예민하고 위험한 남자의 약점

감히 손대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그곳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그저 비명 지르고 바닥을 구르며 고통을 호소할 뿐

"켈켈켈켈...."

고블린은 바닥을 구르는 강한철을 바라보며 박장대소하였다.

그리고 곧이어 강한철이 떨어뜨린 검을 주워들었다.

무방비상태가 되어버린 그를 끝장내버릴 요량이었다.

"아아아...안돼...안돼.."

위기를 느낀 강한철은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블린이 단신이라고 해도 그런 굼벵이 같은 속도로 따돌릴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쿠우웅

머지않아 강한철은 고블린의 작달막한 궁둥이에 깔리는 신세가 되었다.

"싫어! 싫어! 싫어어~!

강한철은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작지만 단단하고 힘쎈 고블린의 손아귀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던 것이다.

"켈켈켈켈켈"

이내 강한철의 위를 점한 고블린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검을 역수로 쥔 채 높이 들어올렸다.

당장에라도 머리통을 내려찍을듯한 모습이었다.

"살....살려주세요오오오오오!!"

죽음의 위기를 느낀 강한철은 울음 섞인 비명을 내질렀다.

퍼어어엉

그 순간 강렬한 폭팔과 함께 고블린의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후두두두둑

그리고 그 잔해가 강한철에게 그대로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강한철 지원자, 탈락입니다."

곧이어 냉중한 음성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아...아아.."

강한철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더듬었다.

"비록 2차 시험에는 탈락하였지만 귀하의 자질과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바입니다. 다음 시험에는 좀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상석에 있는 중년인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가시는 문은 뒤쪽입니다."

"...아..아아..네에.."

대충 대답한 강한철은 이내 뒤편에 있는 문밖으로 그대로 나가버렸다.

넋이 나간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이다.

"쯧쯧, 저리 대가 없어서야. 무슨 헌터를 하겠다고"

그리고 그가 나가자 중앙에 앉아있던 중년인, 대한길드 소속 A급 헌터 마동필은 혀를 차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한심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이다.

"그러게 말입니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고블린한테 발리면 어쩌자는 거야? 그냥 멀리서 칼질만해도 이기는 걸."

옆에 있던 홀쭉한 남자, 팔단 길드 소속 B급 헌터, 임재진은 연신 맞장구를 쳤다.

그 또한 수준 낮은 지원자의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던 까닭이었다.

"방심했던 거죠, 설마 본인도 질줄 알았겠어요? 잘단련된 일반인도 상대할 수 있는 고블린한테 질줄."

한성 길드 소속 A급 헌터, 이유린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 마음가짐이 틀려먹었어! 아무리 허접해보여도 엄연히 괴수인데 그걸 얕잡아보는 것 자체가 이미 헌터 자격이 없다는 반증이라고."

임재진은 짜증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헌터를 하겠다는 놈이 마음가짐부터 틀려먹었다.

목숨이 오락가락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방심이라니

"난 웃겼어요! he 불알? 파이어에그? 거기 맞는 거 대폭소! 하하하하하!"

HG 길드 소속 S급 헌터, 레이첼은 방실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웃음 하나는 합격점이었다.

"그런 상스러운 말 쓰지마세요, 레이첼."

"What? 불알 is 안상스러워요."

"한국어는 왜 그따위로 쓰는 거예요? 제대로 말해요! 아직도 컨셉잡고 조회수 빨던 뉴튜버 때 버릇 못고쳤어요?"

이유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무슨 말인지?...모르겠어요우...한국말 어려워요우?"

레이첼은 히죽거리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하였다.

"됐어요, 됐어."

이유린은 고개를 절레 절레 내저었다.

말로 들어먹을 년이 아니였다.

고집하나는 끝내주는 년이니

"그보다 한번 협회에 건의를 하던가 해야겠어요, 신체 강화 능력자들의 허들을 좀더 높여달라구요. "

이내 이유린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안들어줄텐데?"

"안들어줘도 건의해봐야죠, 하나같이 저렇게 수준이 낮은데."

"그건 또 그렇지."

마동필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타 능력자들에 비해 신체 강화 능력자들의 수준은 한없이 낮았다.

불꽃을 피어오르게 한다거나 중력을 조종한다거나 얼음을 쏘아내는 여타 각성자들과 달리 오직 몸으로만 때워야하기에 전투 센스가 없다면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안그래도 지원자들 중 제일 많은 게 신체 강화 능력자인데, 저렇게 수준미달인 사람들을 걸러내지도 않으면 저희만 힘들거라구요."

이유린은 불만을 토로하였다.

"난 재밌는데?"

레이첼은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넌 제발 닥쳐. 양키인 척하는 토종한국인아."

"what?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두 사람은 아옹다옹 다투기 시작하였다.

"자자, 둘다 그만하지, 마침 청소도 끝난 것 같으니까 말이야."

마동필은 그 둘을 만류하였다.

마침 보조들이 고블린 사체까지 말끔히 치워버렸다.

시험을 재개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다음 지원자도 신체 강화 능력자인건 아니겠죠?"

이유린은 불안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설마 이번에도 신체강화면 연속 네 번째라고."

임재진은 말도 안된다는듯 입을 떼었다.

"어쨌든 재개하자고, 퇴근은 해야하니까 말이야."

마동필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69번,  69번 지원자는 시험장 안쪽으로 들어와주십시오."

그리고 이내 코앞에 있는 마이크에 입을 가져댄 채 지원자를 호출하였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러자 이내 한 사람이 시험장에 걸어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시원스러운 인상

번쩍이는 눈빛.

백옥처럼 뽀얗고 윤기넘치는 피부

옹골찬 근육이 들어차있는 단련된 육신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

"잘부탁드리겠습니다. 69번 장선우입니다."

시험장에 들어선 남자.

선우는 시험관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었다.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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