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14화 (1,315/1,419)

"아부아아~"

종 종 종 종

연우는 작달막한 다리로 종종거리며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와락

그리고 이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비의 품안에 그대로 안겨들었다.

"아이구, 우리 연우, 잘있었어?"

선우는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연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부부부우!"

"할머니 말씀 잘듣고 있었고?"

"하마아아~"

연우는 해맑게 웃으며 답을 하였다

"그래, 그래, 우리 연우가 착하게 잘 기다렸구나."

쓰담 쓰담 쓰담

선우는 연우를 안아든 채 연신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뺘아아아~"

부비적 부비적 부비적

연우는 행복한 표정을 지은 채 넓다란 가슴에 머리를 부비적거리기 시작하였다.

"아들, 생각보다 많이 늦었네."

뒤이어 설거지를 하던 권순분 여사가 천천히 걸어오며 그를 반겨주었다.

"지리가 많이 바뀌었더라구요, 꽤 많이 헤맸어요"

신분증 발급이라던가

핸드폰 개통이라던가

실종신고 취소라던가

이래저래 처리해야할 일들은 산더미였건만 3년새 동네 지리는 무척이나 생소하게 바뀌어져있었다.

자연히 시간이 오래걸릴 수밖에 없었다

휴대폰이 없는터라 지도앱 같은 걸 펼칠 수 있는 것도 아니였으니 말이다.

"에구, 그러니까 같이 가자니까."

"어머니도 바쁘실텐데, 어떻게 그래요, 그냥 몇번 헤매고 말지,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요, 오랜만에 동네 구경도 하구요."

선우는 손사래치며 입을 떼었다.

헤매는 것 자체는 그리 싫지는 않았다.

찾아가는 재미가 있기도 하였고 3년새 격변한 동네를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였으니

"동네가 많이 바뀌었지?"

"네에, 건물들도 많이 생겼고 많이 개발되었더라구요. 3년 전보다 사람들도 많아진 것도 같구요."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동네는 못알아볼 정도로 발전되어있었다.

"대격변 이후 지방사람들이 서울로 많이 올라왔단다, 아무래도 지방쪽은 도심이 아니면 치안을 기대하기 힘드니까 말이야,  그 영향이지 않을까 싶구나, 이 지역 땅값이 그래도 서울치곤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니까."

"집값이 엄청 올랐겠네요?"

"엄청 올랐지, 3년전보다 세배는 줘야할 걸?"

"어머니 좋으시겠어요?, 3년 전에도 두배가까이 올랐었는데  거기에 세배면 여섯배는 오른 거잖아요?"

"좋기는 우리는 실거주자라서 좋을 게 하나없어, 세금만 더 나가지."

권순분 여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떼었다.

집값이 오른다는 건 실거주자 입장에선 그리 좋은 일은 아니였다.

내 집이 올랐으면 이보다 상급지 또한 똑같이 올랐다는 말일테니

물론 시세차익을 노린다면 이보다 못한 하급지로 이사하는 방법도 있긴 하겠지만 그럴 생각이 일푼조차 없는 권순분 여사였기에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집값이 올라갈 수록 납세할 세금만 늘어나게 될뿐이니 말이다.

"확실히 그렇긴 하겠네요."

선우는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틀린 말은 아니였다.

하급지를 갈 생각도

그렇다고 상급지로 갈 생각도 없는 부모님 입장에선 매해 오르는 집값과 세금이 오히려 부담일테니

"그래서 나갔던 일들은 전부 처리하고 왔니?"

"예에, 신분증도 발급받았고 실종신고도 취소했고 핸드폰도 개통했어요."

선우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살며시 들어올렸다.

"이왕이면 좋은 것 좀 사지."

권순분 여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선우가 꺼내든 건 보급형 저가 스마트폰이었다.

이왕 사는 거 좋은 걸 좀 살 것이지.

어찌 저런 걸 산다는 말인가

"이정도면 충분해요. 핸드폰이 전화되고 문자되면 됐죠."

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표정으로 손사래쳤다.

애초에 나이 서른이 넘은 처지에 엄마 카드로 과소비를 하고 싶진 않았다.

최신형 휴대폰이라는 사치를 부릴 때는 적어도 자신의 손으로 돈을 벌 때가 되리라

"그래도..."

권순분 여사는 여전히 아쉬운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정말 괜찮아요. 나중에 필요할 때가 되면 그때 부탁드릴게요."

"....알았다."

권순분 여사는 결국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구입까지한 상황이었다.

어미의 지갑사정까지 생각해주는 착한 아들에게 괜시리 잔소리를 하고 싶진 않았다.

"저 그런데 어머니, 카드를 내일까지만 써도 될까요?"

"카드를?"

"네에, 오늘 계좌를 복구시키지 못해서요."

"오늘 은행에 안갔어?"

"아니요, 갔는데 복구할 상황이 아니더라구요."

"어쨌는데?"

"그게..."

선우가 중앙 은행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히 설명을 하려던 차.

-긴급속보입니다! KSO의 꽃, 더 래빗, 중앙은행을 구하였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박기대 기자!

-네에 박기대 기자입니다.

-더 래빗이 중앙은행을 구했다구요?

- 네에, KSO의 꽃 더 래빗이 중앙은행을 구했습니다. 오늘 낮 2시 20분쯤 A-31지구에 있는 중앙은행에 각성자로 구성된 7인조 무장집단이 강도를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들은 평범한 고객으로 위장한 채 은행을 진입하였고 보안요원들을 빠르게 급습한 후 시민들을 인질로 잡아 강도 행각을 벌이고 있었는데요. 때마침 지나가던 KSO 소속 헌터 '더 레빗'에 의해 진압......

"중앙은행이면 오늘 계좌 복구하려고 갔던데 아니니?"

"아..네에."

"세상에나, 어디 다친데는 없니? 아들. 병원 가야하는 거 아니야?"

권순분 여사는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선우를 응시하였다.

하나뿐인 아들이 각성자로 구성된 무법자들과 맞닥뜨렸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 까닭이었다.

"전 멀쩡해요, 어머니, 강도들과 맞부딪힐 일은 없었거든요."

일방적인 폭력을 가했을 뿐

"후우우...천만다행이구나...."

권순분 여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도 아들이 강도와 맞닥뜨리진 않은듯 하였기 때문이었다.

"항상 조심하렴, 대격변이후에는 세상이 많이 흉흉하게 변했으니까."

"네에, 홀몸도 아니니까, 조심해야죠. 그치 연우야?"

살랑 살랑

선우는 연우의 말랑한 볼을 살랑살랑 간질이며 입을 떼었다.

"꺄하아아~"

그러자 연우는 자지러지는듯한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화목한 부자가 아닐 수 없었다.

-정부에선 이번 강도사건을 단독으로 진압한 더 래빗에게 표창장과 부상을 수여하도록...

'단독이라는 걸 되게 강조하네.'

뉴스를 보던 선우는 생각에 잠겼다.

묘할 정도로 단독임을 강조하는 뉴스기사가 꽤나 작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마치 자신이라는 조력자의 존재를 숨기려는 것처럼

'KSO의 단독 성과로 포장할 생각인가?'

뭐 이해 가지 않는 바는 아니였다.

워낙 이미지가 나락인지라

이런 건수라도 물지 않는다면 오히려 곤란하였을테니까

'그래도 의외네, 이렇게 여우처럼 머리 굴릴 타입은 아닌 것 같았는데.'

역시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르는듯 하였다.

꽤나 담백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머리를 굴릴 줄 아는 걸보면 말이다.

"어머, 저 아가씨 참하게 생겼네. 우리 아들이랑 잘어울리겠어."

권순분 여사는 tv속에 비춰진 더 래빗, 가화를 가리키며 웃음을 지었다.

큰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건강미 넘치는 구릿빛 피부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

쑥쑥 애를 잘 낳을 것 같은 몸매가

어머니 눈에는 1등 신부감처럼 느껴진듯 하였다.

"저 임자있어요. 어머니."

"누가 사귀래? 그냥 잘 어울리게 생겼다는 거지."

'....연아가 날 버리고 간줄 아나보네.'

아무래도 하루빨리 연아를 데려와야할듯 싶었다.

이대로 오해가 중첩됐다간 뚜쟁이를 찾아다니며 선자리를 알아볼지도 모르리라

************

[KSO의 꽃, 더 래빗! 빌런과 맞서다!]

꾸깃 꾸깃

가화는 인상을 팍팍 쓴 채 신문을 구깃구깃 구겼다.

콰아아앙

그리고 그 상태로 직속 상관인 백인상의 책상에 그대로 내리쳐버렸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죠!?"

"뭐가."

"왜 제가 강도들을 잡은 것처럼 기사가 퍼진거냐구요! 제가 분명 보고드렸잖아요!"

"네가 한거 맞잖아? 여섯명이나 때려잡았다면서?"

"여섯명만 때려잡았죠! 남은 한명은 조력자가 있었다구요!"

"숫자만 따지면 네 지분이 제일 크지 않아?"

"남은 한명이 제일 위험한 놈이였어요! 그 사람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거라구요!"

가화는 답답하다는듯 가슴을 두드리며 언성을 높였다.

남은 한명

노신사는 다른 놈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강자였다.

최소 B급이상의 해당되는 위험한 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노신사를 때려잡은 장선우의 공훈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자신의 단독 진압으로 기사를 낸다는 말인가

이는 불합리였다.

실로 이치에 맞지 않은 부정인 것이다.

"당장 수정 요구를 해야해요! 제가 전화할게요! 장선우라는 사람의 조력이 있었다구!"

가화는 곧바로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당장에라도 신문사에 전화를 걸것처럼 말이다.

"가화, 멈춰라"

백인상은 목소리를 한껏 가라앉힌 채 입을 떼었다.

"싫어요!"

가화는 빼액 소리를 질렀다.

멈추긴 뭘 멈춘다는 말인가

"더 래빗, 명령이다."

순간 가화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저 오글거리는 코드네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였다는 건 동료인 백인상이 아닌 총괄팀장인 백인상으로서 내린 명령이란 소리였으니

"대체 왜요? 대체 어째서 멈추라는 거죠?"

"이미 정해진 사안이니까."

"전 동의한 적 없어요!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대체 뭐가 정해졌다는 거죠!?"

가화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자신은 동의한 적 없었다.

모든 공로가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을

조력자인 그의 존재가 지워지는 것을

그런데 어찌 제멋대로 결정될 수 있다는 말인가

"네 의사는 중요치 않다. 정하는건 언제나 윗선이니까."

백인상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윗대가리들이 그리 말하던가요? 은행강도 사건의 공로를 전부 저에게 돌리라고?"

"그래."

"평소에는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놈들이 왜 쓸데없는 참견을!"

"아마 이번에 발의할 예정인 각성자 특별 법안때문일거다."

"그 각성자마다 생체칩을 꽂고 24시간 감시한다는 그 정신나간 법안말이에요!?"

"그래, 안그래도 말많고 반발도 많은 법안인지라, 각성자에게 호의적인 시선이 쏠리는 걸 심히 불편해하고 있어. 그래서 이번 사건도 너라는 방패막이를 내세우고  각성자의 존재를 철저히 숨겨버린 거지."

"역겨운 새끼들! 결국 지들 좋자고 진실을 숨기고 제멋대로  날조했다는 말이잖아요!"

"......맞다."

"국장님은요?! 국장님도 이 사실에 동의하신 건가요?"

"국장님이 어디 힘이 있으시냐?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가 정의를 실현하는 KSO가 그런 짓을 하면 안되는 거잖아요!"

"KSO도 결국 국가의 산하집단일 뿐이다. 아무리 부당해도 윗선의 명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게 공무원이니까."

백인상은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중앙정부와 분리된 독립기구였다면 구태여 얽매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KSO의 정치적 입김을 두려워한 당대 정치인들은 KSO를 중앙정부 직속기관으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윗선에 입맛대로 제멋대로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해 못해요...절대 못해요!"

가화는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정작 영웅 대접을 받아야할 사람이 푸대접을 받고 뚱딴지 같은 사람이 모든 공훈을 독차지하고 대우를 받는다면.......국가가 공정과 신뢰를 잃는다면....대체 누가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애국하겠어요?"

"..............."

백인상은 반박치 못하였다.

그 말이 틀리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르겠다는 말 또한 할 수 없었다.

더 래빗의 단독 공로라는 공표는 국가의 뜻이었으니

".......이런 식일 때마다 전 회의감이 들어요....내가 정말 KSO라는 집단에 있는 게 올바른 일인지.....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좀더 나은 선택인지 말이에요."

휘익

말을 마친 가화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바깥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문이 닫히고 사무실에는 총괄팀장 백인상만이 홀로 남게 되었다.

"하아..."

홀로 남은 백인상은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의감 넘치는 저녀석이 받았을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누가 물갈이 좀 시켰으면 좋겠군.'

나라를 좀먹고 있는 역겨운 윗대가리들 전부 말이다

*************

"아저씨도 헌터시험 보러왔어요?"

꽤나 수다스럽게 생긴 놈이 말을 걸어왔다.

"그렇죠, 뭐."

"이야, 나이가 좀 있으신 것 같은데.."

"이제 서른되었습니다."

"이야...엄청 동안이시네요, 끽해봐야 스물 대여섯정도인 줄 알았는데."

"감사합니다."

"그러보니 각성능력은 어떻게 되세요? 특이한 능력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합격이라던데."

"그냥 튼튼하고 빨리 달리고 힘이 쎕니다."

"아아아, 육체 강화 계열이시구나, 이야 이거 빡세시겠네요. 아무래도 육체 강화 계열 각성자는 숫자가 많은만큼 그 기준도 엄청 높은데."

"노력해야죠."

"잘되실 겁니다. 꼭 응원할게요 하하하하."

곧이어 수다스러운 녀석은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모든 용무는 이미 끝났다는듯이 말이다.

-내가 말했잖아! 헌터적성고사 응시자 중 반은 허수라고!

-육체 강화 계열? 막노동이나 할 것이지. 헌터시험은 뭐하러 치려고 왔대?

-노가다하다가 심심해서 왔나보지.

-말세다 말세, 막노동이나 해야할 잡부새끼가 헌터시험이나 보러오냐.

-그래도 좋지 않아? 저런 놈이 있어야 우리가 돋보이지.

-하긴 밑바닥이 있어야, 위가 더 돋보이니까.

-그리고 혹시 모르잖아? 운좋게 헌터시험에 합격해서 프로 짐꾼이라도 할지?

-하긴 짐꾼들은 대다수가 육체 강화 계열이긴 하지.

-나중에 우리도 부탁하자, 딱보니까 힘은 잘쓰게 생긴 것 같으니까.

귓가로 나불대는 목소리가 그대로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왜 친한척 하나 싶었더니

경쟁자들을 미리 봐두기 위한 수작이었던듯 싶었다.

'불쌍하네.'

분명 내면의 자신감이 결여되었기에 하는 짓이리라

남을 까내리고 스스로를 치켜세우지 않으면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기에

그 미숙함에 연민이 느껴졌다.

자신 또한 옛적에는 저런 때가 있었으니

그렇게 한창 불쌍한듯 그들을 바라보던 차

-69번, 69번 지원자는 시험장 안쪽으로 들어와주십시오.

방송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내 차례로군.'

천천히 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앞으로 쭉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시험관들이 기다리고 있을 시험장을 향해서

"잘부탁드리겠습니다. 69번 장선우입니다."

이내 시험장에 당도한 선우는 여유로이 미소를 지은 채 인사를 건네었다.

이제부터는 파란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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