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12화 (1,313/1,419)

"반갑다, 잡범새끼야."

선우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잡범?"

꿈틀

노신사의 미간을 살짝 꿈틀거렸다.

잡법이라는 단어가 그의 심기를 거스른 까닭이었다.

"그 말, 혹여 내게 말한 겐가?"

노신사는 확인하듯 다시금 되물었다.

"너 바보야? 여기 너말고 다른 잡범이 어딨어? 다른 새끼들은 다 기절했구만."

선우는 히죽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말대로 노신사의 부하들은 모조리 바닥에 널부러져있었다

"허허허.."

노신사는 어이없다는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실로 겁대가리를 상실한 놈이 아닐 수가 없었다.

실력 있는 각성자마저 단숨에 제압한 자신을 앞에 두고 저런 도발을 가감없이 내지르다니 말이다.

"젊어서 그런지 자네는 아주 용감하군, 그래."

"단어 선택이 틀렸어, 용감한게 아니라 여유가 있는 거지.."

"여유? 이 몸을 앞에 두고 말인가?"

"노친네가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그리 위협적으로 보이진 않아서 말이야."

"보는 눈이 없군."

"나 시력 좋아, 적어도 노친네같은 잡범보다는 훨씬 말이야 "

선우는 조롱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으드드득

노신사는 격렬하게 이를 갈았다.

스스로 악당임을 자처하는 이에게 있어 잡범이라는 호칭은 더할나위 없는 멸칭에 가까웠다.

절로 속이 뒤틀리고 부아가 치밀어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발에...능숙하군...젊은이...나를 흥분시켜서 방심을 유도할 생각인가? 그만큼 내가 두렵다는 말이겠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였다.

"미친새끼, 코끼리가 개미새끼를 왜 무서워해? 그냥 짓밟으면 되는데."

선우는 우습다는듯 실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저정도면 자의식 과잉이다.

그리고 그 비웃음 섞인 조롱은 노신사가 가진 이성의 끈을 완전히 끊겨버렸다.

개미새끼만도 못하다는 조롱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른 것이다.

"건방진 새끼가아아! 당장 바람구멍을 뚫어줄까!?"

노신사는 품격있던 말투따위는 저 멀리 집어던진 채 거칠게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선우의 머리통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당장에라도 격발시켜버리겠다는듯이

"쏴봐, 대신 한번에 죽여야할 거야."

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총을 격발한 순간부터 정당방위니까."

총구따위는 전혀 위협스럽지 않다는듯이

"그런 걱정말거라! 내 총이 빗맞는 일따윈 없을테니!"

후두두두두 후두두둑

곧이어 공중에 떠있던 쇠붙이들이 힘없이 바닥에 떨여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마치 힘을 다한 것처럼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노신사의 총에 어마마한 마력이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타앙 타앙 타앙

곧이어 세발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세발의 총알은 각각 머리와 심장, 목쪽으로 쇄도하였다.

하나같이 생명을 앗아가게 만들정도로 치명적인 부위들을 노리고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선우는 날아드는 총탄을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어떠한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

총탄따위는 전혀 무섭지 않다는듯이

'멍청한 놈!'

그리고 찰나의 순간을 본 노신사는 히죽거리며 비열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일반적으로 각성자에게 총탄은 무용지물이었다.

마력이 담기지 않은 무기로는 마력으로 강화되어있는 각성자의 육신을 꿰뚫어버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마 저놈이 저리 여유를 부리는 것도 각성자의 육신을 믿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내 총알은 각성자의 육신조차 뚫어버리지.'

자신이 쏘아낸 총알은 마력을 덧붙일 수 있도록 특수하게 개조된 총알이었다.

각성자의 육신조차 그대로 뚫어버리는 위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끝이다! 네놈은!!'

노신사는 얌전히 기다렸다.

저 시건방진 놈이 각혈을 토해내며 비참하게 널부러지기를

툭 툭 툭

하지만 눈앞에 벌어진 현실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마력을 담아 쏘아낸 특수한 총알은 저 시건방진놈의 육신을 뚫지 못하였다.

미간을 향해 날아간 총알도

심장을 향해 날아간 총알도

폐부를 향해 날아간 총알도

살갗에 자그마한 탄흔조차 못새긴 채 그대로 바닥 떨어져버린 것이다.

'아니!?'

노신사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A급 마물의 거죽마저 뚫어버리는 특수탄이 저리 맥없이 나가떨어진다는 말인가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웃기지마!!'

타앙 타앙 타앙 타앙

도저히 눈앞에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노신사는 마력을 한계까지 집중시킨 채 격발하고 또 격발하였다.

어떻게든 저 시건방진 놈의 육신을 꿰뚫기 위해

툭 툭 툭 툭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격발시킨 모든 총탄들은 어떠한 상흔조차 내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닥을 떨궈질 뿐인 것이다.

철컥 철컥 철컥

"빌어먹을!"

탄환이 떨어지자 노신사는 총을 화풀이하듯 바닥에 거칠게 내팽겨쳐버렸다.

안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로 말이다

"이제 하고 싶은 건 다했어?"

선우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아직 멀었다! 내 진정한 힘은 염동력! 총을 쏘는 것따윈 부가적인 잡기술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다!"

노신사는 선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다음 마력을 집중시켜 그의 몸을 옭아매기 시작하였다.

"갈기갈기 찢어버려주마아아아!!!!"

그리고 온힘을 다해 그의 육신을 각기 다른방향으로 당기기 시작하였다.

갈기갈기 찢어버리기 위해

하지만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선우의 표정은 무표정하기 그지없었다.

어떠한 고통도 번뇌도 불편함도 없이

그저 노신사의 행동을 그저 지켜볼 뿐인 것이다.

'찢어져! 찢어지라고! 찢어지란 말이다!!!'

아무리 마력을 집중시키고 또 집중시켜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의 육신은 미동조차 않았으니

그렇게 얼마나 갖은 노력을 하였을까?

".....말도안돼...대체..이게.."

이내 노신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중얼거리기 시작하였다.

염동력

멀리 떨어져있는 물체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어찌보면 전능에 가까운 능력.

그런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도 어떠한 물리력도 행사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찢어발기려고 애를 써도 미동조차 없는 것이다.

이는 노신사가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염동력을 버티는 이는 존재하였어도 저리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이는 존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격차.....저놈과 나는 넘을 수 없는 격차가 있다.'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시건방진놈과 자신사이에는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거대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걸.

"이제 할 수 있는 건 다한 것 같네."

"네놈은...네놈은 누구지?...대체 누군데..이런 힘을 갖추고 있는 거지?."

노신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이정도로 강한 실력자라면 이름이 없을 리가 없었다

"말했잖아, 예금주 장선우라고."

"거짓말!, 그런 이름따위는 들어본 적 없다! 가명이 아닌 진짜 네 이름은 밝히란 말이다!"

"지랄한다."

선우는 어이없다는듯 입을 떼었다.

본인이 본명이라는 왜 제놈이 아니라고 지랄한다는 말인가

실로 어이없는 놈이 아닐 수 없었다

"더 말섞어봤자 머리만 아플 것 같으니까 본론부터 말할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제부턴 정당방위야, 영감탱이."

그리고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그의 주위로 심상치 않은 마력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꿀꺽

그 모습에 노신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주먹에 압축된 심상치 않은 힘에 위기감을 느낀 까닭이었다

'도망쳐야된다.'

A급 마물조차 뚫어버리는 특수탄조차 씹어버리는 미친새끼였다.

전력을 다한 자신의 염동력을 맨몸으로 견뎌낸 괴물같은 새끼였다.

저런 놈을 목숨걸고 상대하는 것보단 재빨리 도망가는 게 가장 옳은 판단이리라

"제기랄! 오늘은 이쯤해주지!"

노신사는 전형적인 악당의 대사를 내뱉었다.

휘익

그리고 하늘을 향해 가벼이 손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그러자 천장이 뻥 뚫리며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액

곧이어 노신사의 신형이 뻥뚫린 하늘을 향해 그대로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타탁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선우는 가벼이 발을 굴렸다.

파파팟

그러자 그의 신형이 잔상조차 남기지 않은 채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파팟

그리고 이내 하늘로 쏘아지던 노신사의 바로 위쪽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텔레포트!?"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단순히 육체계 능력자인 줄 알았던 놈이 알고보니 텔레포트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좋은 구경시켜줬으니까, 그 대가로 고통없이 보내주지."

선우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잠..잠깐...내 말을...."

콰아아아아앙

아쉽게도 노신사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였다.

어느새 날아든 선우의 무쇠같은 주먹이 노신사의 안면을 강타해버린 까닭이었다.

쿠우우우우웅

안면을 가격당한 노신사는 그대로 추락하여 거대한 굉음성과 함께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움찔 움찔 움찔

그리고 전신을 움찔거리며 극심한 고통에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살았네?'

그 모습에 선우는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시체는 보존할 정도로 힘조절을 하긴 했지만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뇌가 터져죽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런데도 살아남았다니

아무래도 각성자의 신체는 자신의 생각보다 단단한듯 싶었다.

그렇게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던 차

주위에서 묘한 시선들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꽤나 고양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와아아아아아!!!"

이내 우레같은 함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저 사람이 강도가 물리쳤어어어!!"

"대단해, 총탄을 전부 튕겨냈어!"

"감사해요. 감사해요, 감사해요, 전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아저씨...아저씨 영웅 맞죠?"

"흐윽...살았어...흐윽..살았다구!"

"아저씨 각성자죠? 그렇죠? 무슨 능력이예요?"

"다중능력자신가요? 아까보니까 총알도 막고 순간이동도 한던데?"

"다중능력자면 초희귀 능력자잖아! 와아아.."

"혹시 헌터신가요? 소속은 어디죠? kSO? 아니면 천궁길드?  명성길드? 혈맹길드?"

"아까 들으니까 이름이 장선우라고 하던데....그거 정말 아저씨 이름 맞아요?...제가 유명 헌터이름은 다외우고 있는데 아저씨는 잘 몰라서...혹시 가명같은 걸로 활동하세요?"

"혹시 아웃스타하세요? 제가 팔로우해드릴까요?"

"같이 사진 찍어도 될까요?....친구들한테만 보여줄게요!"

"아저씨, 몇살이에요?"

"아저씨, 어디살아요?"

"총각, 고마우이, 이건 별건 아닌데..."

"이정도면 용감한 시민상감입니다! 이렇게 목숨마저 도외시하다니!"

"강도를 제압하실 때 엄청 멋지셨어요...."

무수한 감사인사와 질문들이 쉴새없이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난감하네.'

선우는 난감함을 느꼈다.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호의로 가득한 시선으로 주목받는게 꽤나 민망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어쩔 수 없나.'

자신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이겠지만 저들입장에선 평생 잊지 못할 대사건일 것이다.

이런 시선을 받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리라

'그냥 튀자.'

그게 제일 최선일 것 같았다.

구태여 이름이 알려지고 싶은 마음따위는 추호도 없었으니

휘익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선우는 몸을 돌려 재빨리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어디가시는 겁니까!"

"연락처라도 남겨주고 가주십시오! 보답하고 싶습니다!"

"아저씨, 어디가요!?"

"총가아아악!!!"

"아저씨이이이!!"

아쉬운 소리가 귓가로 파고들었지만 선우는 애써 무시하며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은행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

그리고 그 뒷모습을 얌전히 바라보던 가화는 이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걸음을 그대로 뒤따르면서 말이다.

*********

골목길 어귀로 들어선 선우는 걸음을 멈추섰다.

휘익

그리고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들썩 들썩

그러자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이 연신 들썩이기 시작하였다.

"언제까지 따라올 생각이지?"

선우는 들썩이는 쓰레기통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하지만 쓰레기통에선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설마 안들켰을거라고 생각하는건가?"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다 들킨 와중에 끝까지 은신을 택하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좋게 말할 때 나오지. 아니면 강제로 끄집어주겠다."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골목길 어귀는 조용할 뿐이었다.

따악

이내 선우는 가벼이 손가락을 튕겼다.

데구르르르르

그러자 쓰레기통이 사정없이 굴러갔고 그 뒷편에 쪼그리고 있던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노신사를 제외한 강도를 때려잡은 여인

공무원 헌터 가화였다.

"...저..그..안녕하세요."

가화는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손을 흔들었다.

꽤나 민망한듯한 모습이었다.

"안녕 못해."

"어째서!?"

가화는 충격받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좋은 말로 할 때 안나와서."

"그게....갑자기 말거는 건.뭔가 꺼려할 것 같아서."

"그렇다고 스토킹을 해?"

"스토킹이라뇨! 큰일날 소리를! 저 공무원이라구요!"

"공무원이 스토킹을?"

"아니아니..스토킹이 아니라구요...그냥 말 걸 타이밍을 노리고 있던 것 뿐이라구요!"

"결국 말도 안걸고 1시간째 따라만 왔으니까, 스토킹에 가깝지 않아?"

"1시간동안 말걸 타이밍을 못잡았다구요.."

가화는 울상이 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쫓아온건데? 감사인사라면 안해도 돼, 이미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했으니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기도 하지만....사실은 다른 용건이 있어서...부득이 하게 따라다니게 되었어요."

가화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게 뭔데?"

"KSO 소속 공무원 헌터 가화라고 합니다! 장선우님을 공무원 헌터로 스카웃하고 싶습니다! 부디 공무원 헌터가 되어주세요!"

"거절한다."

선우는 일말의 고민조차 없이 즉각적으로 대꾸를 하였다.

"어째서!?"

가화는 상처받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설마하니 저렇게 망설임조차 없이 거절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조건도 안들어보고 덥석 제안을 받는 바보가 어딨어?"

선우는 너무나 당연한 말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조건제시도 없이 다짜고짜 공무원 헌터가 되어달라니

이제 18개월된 연우도 팔짝 뛰며 거절할 멍청한 제안이었다.

"날 스카웃하고 싶으면 조건부터 제시해봐. 넌 내게 뭘 줄 수 있지?"

선우의 눈빛이 냉철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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