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우우.."
"꺄후우우우.."
"아부우우아아아."
"아바아아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네명의 아기들이 선우의 넓다란 품에 안겨 조그만 입을 작게 벌리며 길게 하품을 하였다.
넓다랗고 따스한 아비의 품속에서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낀 까닭이었다.
"저런 아이들이 졸린 거 같은데요?"
"아빠 품이 좋은가봐요."
"후후후, 귀여워라."
여인들은 저마다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한폭의 그림과 같았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귀여운 자식들이 사랑하는 정인의 품에 안겨 잠들어가는 모습이라니 말이다.
"이제 저희가 품에 안을게요, 이리 주세요."
"연우야, 이리오렴, 어미가 안아주마."
"선영아, 어미에게 오거라."
주소양을 비롯한 북궁연과 주현영이 팔을 뻗었다.
잠들어있는 아이를 안아주기 위함이었다.
"우부우우우우...우우부우."
"하부우우...부우우.."
"베부우우부..베베.."
"베에에...부우우..바아아."
그러자 아기들은 저마다 도리질치며 선우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명백한 거절의 표시였다.
"연우야, 어미 말을 들어야지? 아버지가 힘들어하잖니."
"우리 선영이가 오늘따라 왜 이럴까? 어미에게 오거라."
"유성아, 유정아, 어미 품에서 코 자야지."
세 여인은 부드러이 아이들을 타이르기 시작하였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부담을 지워주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그런 타이름에도 아이들은 요지부동일 뿐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인들의 표정에는 난감함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괜찮아, 내버려둬."
선우는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하지만...불편하실텐데.."
주소양은 걱정 어린 어투로 입을 떼었다.
네 아이를 동시에 안아들고 있는 모양새였다.
불편한 자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비가 사랑하는 자식을 안아주는데 어떻게 불편할 수 있겠어?"
선우는 애정 어린 눈빛으로 자식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게다가 그동안 많이 안아주지 못했잖아? 이번 기회에 듬뿍 안아주지, 뭐."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 제대로 시간을 할애하지 못난 아비였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많이 안아주고 싶었다.
"힘드시면 언제든 건네주세요."
"무리는 하지 말아다오."
"불편하면 언제든 말해줘."
여인들은 수긍한듯 입을 떼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강제로 아이들을 데려올 수도 없는 노릇이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힘들 것 같으면 그때 말할게, 배려해줘서 고마워, 다들."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위하는 부인들의 배려가 훈훈함을 전해준 까닭이었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제갈가에서 며칠정도 더 머무르고 온다며?"
잠자코 있던 요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예상보다 빠른 귀환에 의아함이 든 까닭이었다.
분명 서신에는 며칠 정도 더 머무르다가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칠주야나 일찍 도착한다는 말인가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거든."
"일이 빨리 끝났다고?...그 말은 설마?"
요랑은 기대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만화경萬華鏡을 만들었어."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와아아아아아!!"
요랑은 탄성을 내질렀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일이 성사되었다는 기쁨에 절로 비명이 터져나온 것이다.
천외천을 엿볼 수 있는 신비로운 도구
만화경萬華鏡이 완성되었다니
그 말인즉슨 하늘 밖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말이 아니던가
강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괴조.
강철로 만든 거대한 이무기.
대로를 가득 채운 말없는 마차.
성벽보다 수배는 높은 고층의 건물들 등
시공려천외도법時空戾天外渡法? 속에 묘사된 천외의 세계가 정녕 실존하는 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어찌 기쁨의 함성을 내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쉬잇, 요랑, 아이들이 잔다."
"살짝만 소리를 낮춰주세요...요랑님."
그때 주현영과 주소양이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며 주의를 부탁하였다.
혹여 그녀의 탄성에 아이들이 깰까 걱정이 된 까닭이었다.
"아...미안해에에...아압."
요랑은 조막만한 두손으로 다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스스로도 과한 반응을 보였다는 걸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괜찮아, 그정도로는 안깰거야. 미리 기막을 쳐두었으니까."
"기막을요!?"
"대체 언제?"
여인들은 놀랍다는듯 그에게 되물었다.
기의 움직임조차 느끼지 못했거늘
대체 언제 기막을 미리 쳐둔 거란 말인가
"요랑이 이렇게 놀랄 걸 알고 있었거든."
"역시 선우가 최고야...헤헤헤."
그 말에 요랑은 헤실거리며 웃기 시작하였다.
실책을 막아준 선우의 배려에 애정이 물밀듯 치솟았다.
어쩜 저리 하는짓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는 말인가
정말 남편 하나는 제대로 둔듯 하였다.
"어쨌든 만화경이 완성되었으니까, 너희들이랑 다같이 보고 싶어."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쩌면 만화경 속 천외의 세계가 내 고향일지도 모르거든."
"네에에?"
"에에에?"
"......고향!?"
"....그게 무슨..말씀이신가요!?"
".......천외천이 고향이라니?...의미를 모르겠도다.."
선우의 갑작스러운 폭탄선언에 방안에는 부인들은 하나같이 경악스러운 어투로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모두가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외람되오나..선우님의 고향은.....중원이 아니던가요?.."
"맞아요..분명 선우님의 출신지는 마교로부터 몰살당한 화전민 마을이라고 알고 있는데.."
장삼의 과거를 알고 있는 여인들은 하나같이 의문을 표하기 시작하였다.
장삼은 분명 이름 모를 화전민 마을에서 주워온 아이였다.
천외천이 아닌 중원 소생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천외천이 고향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자리를 빌어 모두에게 말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난 장삼이되 장삼이 아닌 존재."
그리고 천천히 부인들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하나같이 영문을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해 못할 바도 아니였다.
자신같아도 다른 이가 이런 말을 했다면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테니
"빙의자다."
그렇기에 좀더 직관적인 표현을 내뱉었다.
모두가 좀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연히 그 말을 들은 여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발언에 경악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차근차근 설명해줄게, 내 정체가 무엇인지..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전부 말이야."
선우는 그런 부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토로하기 위해
여인들은 귀를 쫑긋 세운 채 선우의 말에 경청하기 시작하였다.
남편의 진정한 신분을 파악하기 위해
*************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초월적인 존재의 저주를 받아 하위차원인 중원으로 오게 되었다는 거지?"
선우의 설명을 들은 요랑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기존의 육신을 지니고 있던 장삼과는 기억과 영혼이 완전히 하나가 되었고?"
"맞아, 그래서 장삼이되 장삼이 아니라고 말한 거야. 장선우와 장삼이 하나가 된 상태니까."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이제 이해가 돼요...어째서 선우님께서...별안간 바뀌게 되었는지."
주소양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제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
온갖 눈치밥을 먹으며 자라나 우유부단하고 소심했던 장삼이 별안간 시원스럽고 매력적인 남자로 탈바꿈된 이유가 무엇인지
재능을 꽃피우지 못해 일천한 수준의 무력을 지니고 있던 장삼이 별안간 재능을 꽃피우고 절대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인지
가끔 아련한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모든 건 그가 빙의하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던 것이다.
영혼이 합쳐지고 두개의 기억이 하나가 되어 두명분의 사고와 이성 그리고 재능을 갖추게 되었던 것이다.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제가 알던 장삼은 제 눈을 결코 똑바로 쳐다볼 수 없던 아이였으니까요."
당진설은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본래 유약한 장삼은 자신의 표독스러움을 감당치 못하였다.
그런 그가 똑바로 쳐다보는 건 물론이고 암캐로서 조련마저 시킨데는 이런 뒷배경이 숨어있는 듯 하였다.
장삼이되 장삼이 아닌 존재가 되었으니 가능했던 일인 것이다.
"솔직히 충격이야..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당서윤은 무척이나 놀랍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빙의라는 개념이 너무나 생소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빙의라니...실로 생소한 개념이로다."
"북해에서도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말이야."
선우의 부인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지금껏 숨겨와서 미안해...언젠가는 말하겠지...말하겠지 했는데......시간이 너무 흘러버렸네."
선우는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면목없다는듯 입을 떼었다.
진작 말했어야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비밀이 없어야했으니
그렇기에 면목이 없었다.
충분히 말을 꺼낼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진실을 내뱉게 되었으니
손가락질을 하며 비난한다고 해도 할말이 없으리라
"다들 미안해....진심으로 미안해."
선우는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들에게 사과를 하였다.
사랑한다며 진실되지 못한 스스로의 죄를 반성하면서
이내 분위기가 한층 무거워지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진심 어린 사과에 누구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이어졌을까
"....그런데 말이야."
이내 잠자코 있던 요랑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러자 시선이 그녀에게 몰리기 시작하였다.
"장삼이랑 장선우랑 합쳐진 거면 장삼우라고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
그녀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장삼우는 이상한데?...엄청 촌스러워!"
옆에 있던 백월은 눈살을 찌푸린 채 딴지를 걸었다.
삼우라니
상상이상의 촌스러움이 영물인 그녀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이다.
"애초에 장삼이라는 이름자체도 촌스럽긴 했죠."
잠자코 있던 운설은 한마디 거들며 입을 떼었다.
"보통 촌에서는 성씨에 낳은 순서대로 숫자를 붙이기 마련이니까요...."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럼 장씨 집안에 셋째라는 뜻인 거네!"
청하는 깨달았다는듯 탄성을 내뱉었다.
장삼의 속뜻을 드디어 이해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후후, 청하님 실로 똑똑하시네요.
운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마치 어린아이를 칭찬하듯이
쓰담 쓰담
"헤헤헤..칭찬 고마워어.."
청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전 장삼이라는 이름도 정감가서 좋은데...물론 선우란 이름도 좋지만요."
옥령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낭군이라는 존재자체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였다.
이름따위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닌 것이다.
"저도...선우라는 이름이 좋은 것 같아요...매번 불러서 그런지 입에 붙어서.....아니면 주인님이라고 불러도 좋구요."
주소양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입을 떼었다.
주인님이라는 단어를 내뱉으니 절로 야릇한 기억이 상기된 까닭이었다.
"어머니...이제는 주인님은 벗어나셔야죠!...부인으로 승격하셨잖아요!""
이예설은 골머리 아프다는듯 입을 떼었다.
"하지만 그편이 이 어미에게는 좀더 취향에 맞는단다."
"못말려."
"나도 승격하고 싶다..부인으로.."
"노력하면 가능할 거란다...어미랑 같이 승격을 노려보자구나."
"네에, 저 노력할게요!"
이내 침묵만이 흐르던 방안은 어느새 여인들의 화기애애한 대화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저.."
그 광경에 선우는 벙진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입을 떼었다.
"모두 화 안내?"
그리고 물었다.
그 누구도 화를 내지 않는 이유를
그 누구도 자신을 타박하지 않는 이유를
"화를 낼 이유가 있나요?"
옥령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맞아, 화도 안나."
"애초에 사과 받을 일도 아니였어요, 선우님."
여인들은 태연스레 말을 이었다.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이다.
"하지만...난.."
"선우가 저희에게 무언가 말하지 않는거라면 그만큼 신뢰를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서운한 일이긴 하지만 화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맞아, 심적으로 속상하긴 한데 사과 받을 일도 아니야."
"그리고 지금이라도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는가? 본녀는 그것이면 충분하도다. 이제야 본녀를 진실로 신뢰한다는 뜻일테니."
"하지만...나 장삼이 아니기도 하고.."
"저희가 사랑한 건 장삼이 아니라 당신 그자체에요. 장삼이 아닌 건 하등 상관없답니다."
"맞아, 난 선우가 좋아, 장삼이 아니여도 상관없어."
"나도나도 선우 좋아아!"
"내겐 네가 연우 아빠이자 나의 하나뿐인 정인인 사실이 중요하지, 장삼이 아니란 사실은 중요치 않아."
"본녀 또한 마찬가지다. 그대는 본녀의 부군이자 선영의 아비이며 황실과 중원을 구한 위대한 영웅, 장선우이니라. 그외에 것은 그리 고려될 만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과치마라, 미안하지마라. 그대는 어떠한 잘못도 없으니"
여인들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선우를 마주하며 입을 떼었다.
그녀들에게 선우가 장삼이 아니라는 사실은 중요치 않았다.
결국 그녀들이 사랑한 존재는 장삼이 아닌 선우라는 존재 그 자체였으니
".........모두들.."
그녀들의 따뜻한 말에 선우는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어찌보면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중원인 입장에선 너무나 이질적이고 소름끼치는 존재라고 여길 수 있는 태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들은 그런 자신을 어떠한 혐오도 어떠한 거부감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주었다.
그런데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보다 선우야 어떻게 불러줄까? 장삼? 장선우? 장삼우? 골라 골라, 아니면 새로 지어줄까? 장우삼 어때? 히히히."
요랑은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선우라고 불러줘."
선우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감격으로 인해 잠겨지는 목에 잔뜩 힘을 준 채로
"그래, 그럼 선우라고 부를게요! 선우야! 선우야! 선우야!"
요랑은 선우의 이름을 연호하며 말을 이었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로
씨익
곧이어 선우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행복으로 가득 찬 진한 미소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