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나길 단단한 피부와 갑각 혹은 치명적인 독이 없는 포유류에게 있어 귀여움이라는 건 생존을 보다 유리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큰 머리, 작은 신체, 정면을 향하는 큰 눈, 통통한 몸매, 서툰동작.
이 모든 요소들은 귀여움을 느끼게 만들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며 종국에는 애정과 양육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떻게보면 귀여움이라는 건 종족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귀여울 수록 생존에 유리해질테고
자연계에서 생존에 유리한 개체만큼 우월한 존재도 없을테니
"아바아 아바 아바 아바!."
그리고 그런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선우와 북궁연의 소생에
장씨왕조의 장자
장연우만큼 우월한 아이 또한 존재치 않을 것이다.
시원스러운 인상을 지닌 아비와 천하제일미를 품고 있는 어미로부터 물려받은 외모가 빛을 발하며 자체적으로 초월적인 귀여움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싫어하는 젊은 처녀들도
감정없는 목석같은 사내들도
연우를 마주한 순간
경계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호감과 애정을 느낀다.
연우의 귀여움 앞에선 모두가 무너져내리고 마는 것이다.
가히 초월적인 귀여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아부우우 우부부우...아바! 아바!"
연우가 귀엽게 옹알이를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연우가 말을 했어요?"
"어쩜 이렇게 옹알이를 잘할까, 아빠가 보고 싶어요? 우리 연우."
"세월이 너무 빠른 것 같도다.....벌써 이렇게 크다니."
"원래 아기들은 금방 크는 게 아니겠어? 더구나 원래 북해쪽에선 성장이 빠르거든."
그러자 자연히 어른들의 시선이 연우에게 몰리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귀여운 아이가 귀여운 짓을 하니
절로 시선이 주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꺄아아아."
연우는 함박 웃음을 터트렸다.
모두의 시선이 주목되었다는 것은 곧 스스로의 우월성이 입증되었다는 뜻이었다.
절로 웃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으바아아아아~"
그때 반대쪽에서 또다른 옹알이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어머, 우리 선영이가 답을 해주네."
"오라비의 말에 대답하는 거야?"
"오구, 귀여라, 어쩜 이렇게 똑똑할까?"
그러자 연우를 주목하던 시선들이 자연히 그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하였다.
와락
그 모습에 연우는 귀여운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관심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절로 자존심이 상한 까닭이었다.
그리고 이내 다른 어머니들과 마찬가지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자신 못지 않은 귀여움을 품고 있는 너무나 우월한 아기.
선우와 주현영의 딸
장씨왕조의 둘째
장선영의 모습을
"아비아~부부우아~ 우부아아아~아부부부."
선영은 시선이 주목되자 짤닥막한 팔다리를 세차게 휘두르며 옹알이를 연발하기 시작하였다.
"선영이가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요?"
"자기 쳐다보는 게 신기한가봐요."
"너무 귀엽다..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후후훗, 본녀의 딸이니라."
"좋겠네, 딸래미가 이렇게 귀여워서."
그러자 어머니들의 시선이 선영에게 더욱더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그 짤닥막한 움직임에 시선을 뗄 수 없던 것이다.
"...아부우우.."
연우는 한방먹었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이렇게 비명과 같은 옹알이로 시선을 끌고 파닥거리기로 집중도를 높여버렸을 줄이야.
'아부우아.'
본능적으로 행한 것인지
아니면 머리를 굴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한가지는 확실하였다.
엄마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자신에게 무시무미한 경쟁자가 생겼다는 것은 말이다.
그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동생을 응시하던 차
선영의 올망졸망한 눈빛이 자신과 마주쳤다.
씨익
그 순간 선영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명백한 승자의 미소를
'아부아아아!'
그러자 연우의 눈에 불이 켜졌다.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생이 어마어마한 천재라는 것을
모든 게 고도의 전략이었다는 것을
'아부우우!'
질 수 없었다.
오라버니로서 위엄을 보여야했다.
자칫 잘못하여 여기서 먹힌다면 서열이 꼬여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굳은 결심을 마친 그때
"흐에에에에에~!"
"흐아아아아아앙!"
두개의 울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하였다.
"왜 울어요, 우리 유정이, 유성이, 뭐가 마음에 안들어요?"
"젖을 먹고 싶은 게 아닐까요?"
"아까 분명 충분히 젖을 줬는데...이상하다.."
"원래 아이들은 많이 먹잖아요. 또 배고파진 걸 수도 있죠."
"맞도다, 선영이 또한 식성이 어찌나 좋은지 하루가 멀다하고 젖에서 떨어질지 모르도다."
"좋은 현상이야, 젖을 많이 먹을수록 쑥쑥 크거든, 우리 연우처럼 말이야."
그 울음소리에 엄마들의 시선이 울음소리의 근원
서로 똑 닮은 두명의 쌍둥이
선우와 주소양의 소생
장유성과 장유정에게 쏠리기 시작하였다.
가장 어린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리니 자연히 걱정과 관심이 단번에 주목된 것이다
'...아부우우.'
'으그아아아...'
연우와 선영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몇개 없는 유치를 갈기 시작하였다.
그들도 똑같은 아기였기에 알 수 있었다.
쌍둥이의 울음이 거짓 울음이라는 사실을
관심을 받기 위해 터트린 과장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실로 요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씨익
씨익
그때 쌍둥이들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명백한 승리의 미소였다.
'.....으부으아..'
'아우우구으..'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연우와 선영의 눈에는 불이 지펴지기 시작하였다.
***************
아기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귀여운 짓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어른들의 관심을 독점하는 게 얼마나 이득이 되는 행위인지
그렇기에 형제조차 경쟁상대로 여기며 부모들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혈안이 된다.
"아비아아...아비이이...이비이이...우부아아아~"
선영의 옹알이에 운율을 섞여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어머, 선영이가 노래를 하는데?"
"쌍둥이들을 달래주려나 본데?"
"어쩜 이렇게 착할까?"
"후후후, 아무래도 본녀의 마음씨를 그대로 이어받은듯하도다."
"넌 안착한데?"
"말다했는가? 북궁연?"
"다 못했는데? 더 해줄까?"
명백히 노랫말처럼 느껴지는 옹알이
관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꺄아아아...꺄르르르."
"흐꺄아아아...꺄르르르륵."
그때 옹알이에 맞춰 쌍둥이들이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해맑은 표정을 지은 채로
"어머, 쌍둥이들이 웃는데요?"
"선영이가 달래주는 걸 알고 있나봐요."
"웃으니까 이렇게 예쁘네?"
그러자 여인들의 관심이 선영과 쌍둥이로 나눠지기 시작하였다.
'아부우우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명백히 상승효과를 노린 행동이었다.
선영의 노래에 반응을 하며 관심을 나눠갖기 위한 고도의 전략
선영만큼이나 강적이었다.
설마하니 아직 여물지 않은 머리로 저렇게까지 고도의 전략을 사용하다니
씨익
하지만 그렇기에 재밌었다.
본디 손쉬운 경쟁자만큼 허무한 것도 없는 법.
강적이기에 꺾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브아아!'
보여주겠다.
장씨왕조의 장자로서의 위엄을
초월적인 귀여움을 가진 천재의 저력을
탁 탁
결심을 마친 연우는 작달막한 양손을 쭉 뻗어 땅을 짚었다.
그리고 하체에 온힘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아기 특유의 커다란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스으으윽
곧이어 오동통한 다리가 서서히 몸을 지탱하기 시작하였다.
"아부아아아!"
곧이어 몸을 완전히 지탱시킨 연우가 커다란 옹알이를 내뱉었다.
아장 아장 아장
그다음 오동통한 다리를 움직여 뒤뚱거리며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어머니들이 모여있는 곳을 향해서
"어머, 연우야!"
"연우가 걸을 줄도 알았어?"
"좀처럼 안걸으려고 하더니, 오늘은 왠일이래?"
"오늘 귀한 경험을 하는구나, 연우가 걷는 걸 보다니."
"누워서 팔다리만 깔짝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감개무량하네...후후후."
"아장거리는 게 너무 귀여워어."
그러자 엄마들의 시선이 연우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본디 옹알이나 울음을 통한 관심유도는 어릴 수록 유리한 법이었다.
나이가 어릴 수록 신경이 더 쓰여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린 동생들 앞에서 연우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일 수밖에 없었다
무려 일년이라는 세월이 앞서있기에
자연히 어머니들의 관심이 덜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연우는 묘수를 생각해내었다.
어린 동생을 감히 따라할 수 없는 자신만의 필살기
일어서 아장아장 걷기를
누워서 울기만하던 자신의 성장을 내보여
옹알이와 울음에 식상함을 느끼던 엄마들에게 신선함을 전해준 것이다.
"어미한테 오렴, 우리 연우."
"아니, 본녀에게 오거라."
"요랑 엄마한테와아! 안아줄게!"
후훗, 소양어미의 푹신한 품에 안기는 게 좋지 않겠어요?"
당연히 반응은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식상한 육아계의 새로운 바람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우부우우..."
"아으으읏.."
"우부우우우."
한순간에 반응을 빼앗겨버린 선영과 유성, 유정 쌍둥이들은 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연우가 선보인 일어서서 아장아장 걷기는
미성숙한 자신들로는 감히 따라할 수 없는 특기라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명백히 범접할 수 없는 격차인 것이다.
씨익
그 모습에 연우는 진한 미소를 흘렸다.
뻥 뚫리는 듯한 통쾌함이 마음 속을 그대로 관통한 까닭이었다.
'......에부우우!'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흐름을 가져온 이상
제대로 종지부를 찍을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장 아장 아장 아장
연우는 작달막한 다리를 부지런히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누워있는 선영에게 도달하게 되었다.
쪼옥
그리고 고운 입술을 말랑한 선영의 볼따구에 그대로 맞추었다.
"동시엥! 동시엥 동시에!"
그리고 해맑게 웃으며 동생을 연발하였다.
"어머, 연우가 동생인 걸 알아보나봐요."
"과연 우월한 핏줄다운 명석함이야. 후훗."
"그래, 너도 선영이가 너무 귀여웠구나."
"귀여워어어...어쩜 이리 동생을 아껴줄고."
여인들은 자지러지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귀여운 아기가 또다른 귀여운 아기에 입맞춤이라니
여인들의 말랑한 모성을 쉴새없이 뒤흔드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아장 아장 아장 아장 아장
곧이어 연우는 다시금 부지런히 말을 놀려 쌍둥이에게 도달하였다.
"동시엥~ 동시엥! 동시엥! 사댱해헤에에~"
쪼옥 쪼옥
그리고 유정과 유성 쌍둥이의 말랑한 볼따구에 조막만한 입술을 맞추었다.
"어머, 연우가 사랑한대."
"우리 연우는 동생들을 소중히 여기는 기특한 아이구나. 후후."
"우리 연우 다 컸네, 동생들도 챙겨줄줄 알고."
"연우가 장자로서 역할을 잘할 것 같아요, 벌써부터 이렇게 동생들을 아껴주다니."
"마음놓고 출산할 수 있겠어..헤헤헤."
모두가 칭찬일색이었다.
이타심을 보이는 연우의 모습에 모두가 푹빠진 것이다.
'.....아우우...우우..'
'우우우..아아..'
'아아아아..'
그리고 선영과 유성, 유정은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연상이라는 악조건을 자신만의 무기를 통해 극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마저 이용해 관심의 종지부를 찍어버렸다.
범접할 수 없는 수준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꺄하아아아~ 꺄꺄!"
"꺄르르르...꺄아악!"
"캬하하..캬부부부아아!"
곧이어 속으로 패배를 인정한 세 아이는 해맑게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승복하고 관심을 나눠갖자는 나름의 제안이었다.
"동시엥~ 동시엥!! 사댱헤에에에!"
연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명백히 서열을 확립되었음을
그렇게 방안에는 해맑은 웃음소리가 가득 채워졌다.
벌컥
그때 별안간 문이 벌컥 열리기 시작하였다.
"다들 여기 모여있었네."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시원스러운 인상에 멋들어진 남자.
아빠인 선우였다.
번쩍
선우를 확인한 세아기들은 눈을 반짝였다.
엄마들의 관심 독점 대회는 연우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아빠가 들어온 이상
모든 게 원점이었다.
새로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아바아아!!"
"아바아 아바바 아바아아!"
"아부우우! 우우부부부 우부!"
세 아기들은 너도나도할 것 없이 아빠를 부르짖기 시작하였다.
"아이고, 내 새끼들도 다 여기있었네~"
그 속내를 모르는 선우는 그저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자식들을 반겼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는 너무나 소중한 자식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