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93화 (1,294/1,419)

'.....어떻게....어머니가!?'

눈에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어머니에게는 분명 일반인 기준으로 치사량에 가까울 정도로 대량의 수면향을 맡게 하였다.

더불어 산공독으로 내력마저 제한시켜버리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멀쩡히 깨어난 채로 자신의 마혈을 짚어낼 수 있다는 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궁금한 게 많은 눈빛이구나, 우리딸."

그때 귓가로 간드러진 음성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소중한 하나뿐인 어머니

제갈주경이 입을 연 것이다.

"어디 마음껏 물어보거라, 네 의문이 해소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답해주도록 하마."

그녀는 가벼이 딸을 어루만졌다.

"허어억...허억...허억.."

곧이어 이성경이 깊은 숨결이 내뱉기 시작하였다.

마혈과 함께 짚여졌던 아혈이 풀린 것이다.

"..어떻게......깨어있을 수 있는거죠?..분명 어머니는 치사량에.가까울 정도로 대량의 수면향을 맡았을텐데..."

이내 이성경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너무나 멀쩡한 어머니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은 까닭이었다.

남만의 호랑이조차 단숨에 잠재울 정도로 대량의 수면향을 맡게하였다.

그런데 어찌 이리 멀쩡히 깨어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내력으로 몰아내었거든."

제갈주경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경지에 다다른 고수에게 불온한 기운을 몰아내는 것따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초절정의 경지에 다다른 이는 오장육부는 물론이고 털끝 하나까지 모두 관조할 수 있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말도 안돼!.......어머니는 분명 산공독에 중독되었어요!!  내력을 운용할만한 상태가 아니였다구요!"

어머니 제갈주경은 내공을 흐트려 일시적으로 재기불능상태로 만드는 산공독을 섭취하였다.

내력을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찌 멀쩡히 내력을 운용하고 수면향의 기운을 몰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중독되었다면 그랬겠지."

제갈주경은 차분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산공독에...저항한 건가요?"

"아니, 애초에 네가 음식에 뿌려둔 건 산공독이 아니였단다, 그저 맛을 돋우는 조미료에 불과할 뿐이였지."

"그럴 리 없어요...그건 암시장에서 직접 구한 산공독이라구요!...조미료일 리가.."

"우리 딸, 네가 어렵사리 구한 산공독은 옛적에 바꿔치기 당했단다."

말을 마친 제갈주경은 슬쩍 시선을 흘겼다.

그리고 그녀가 흘긴 곳에서는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갈지아가 서있었다.

"야이이 제갈지아아아!! 이 개같은 년아아아아!!! 또 너냐아아아!!!"

순간 상황을 파악한 이성경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배신.

저 개같은 년이 자신의 계획을 그대로 고해 일러바친 것도 모자라 산공독까지 바꿔치기해버린 것이다.

모든 계획을 제대로 똥칠을 해버린 것이다.

어찌 욕지거리가 터져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안...이왕 배신하는 거..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제갈지아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계획을 망친 원흉이라는 게 밝혀지니 왠지 모르게 민망하기도 하였고 양심에 찔리기도 하였다.

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모든 걸 털어놓은 이성경의 신뢰를 완전히 저버렸으니 말이야.

"사과하지마! 사과하지마! 넌 사과할 자격도 없어!"

"알았어, 그럼 사과안할게. 경매."

제갈지아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사과를 원치 않다니

어쩔 수 없었다.

마침 입 아프기도 하였고 귀찮기도 하였는데 잘됐다.

"더러운 배신자! 쓰레기! 인간 말종!!"

"평생 반성하면서 살게."

"거짓말하지마! 반성같은 거 안하고 있잖아! 미안해하고 있지도 않잖아!"

"...그럴 리가."

사실은 맞다.

그리 미안하진 않았다.

따지고보면 자신은 배신을 한 게 아니였기 때문이었다.

그저 선우의 부하된 입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충성했을 뿐

하지만 그런 속내를 구태여 드러내진 않았다.

여기서 몇마디 더했다간 이성경의 혈압이 터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네년이 전부 망쳤어! 어머니의 구원도! 장선우의 몰락도! 전부 네가 망친거야! 역겨운 년! 평생 저주할거야! 저주하고 또 저주할거야!"

이성경을 눈물까지 글썽이며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억울했다.

저년만 아니였어도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갔을 것이다.

위기에 빠진 어머니를 구출할 수 있었을 것이고

위선적인 영웅의 실체를 만천하에 까발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게 어긋나버리고 말았다.

제갈지아의 뜻하지 않은 배신으로 인해서 말이다.

어찌 억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에 어폐가 있네, 네 계획은 내가 아니였어도 어차피 실패할 계획이였어."

제갈지아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하는 그녀의 태도를 넘겨들을 수 없던 까닭이었다.

"웃기지마! 전부 너때문이야!"

이성경은 발악하듯 언성을 높였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자신의 계획은 완벽했다.

저 내부 고발자만 아니였어도

저 요망스러운 배신자만 아니였어도

탄로날 일따윈 없는 것이다.

"고모님도 군왕 전하도 전부 네가 엿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구."

"뭐..라구!?"

순간 이성경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부 알고 있었다니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고수의 기감을 너무 얕본 거 아니야? 고모님이나 군왕 전하정도되는 고수라면 아무리 행위에 열중하고 있었다고 해도 기감이 흐트려지진 않는다고. 이 바보야."

본디 기감이란 경지가 오르면 오를 수록 더욱더 기민해지고 영역이 확장되는 법.

아무리 교접에 열중하고 있다고 해도 지근거리에 있는 이성경의 기척을 놓칠 리 만무한 것이다.

"...그..그럴수가.."

이성경은 믿기 힘들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머니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저 말이 맞느냐는듯이

"너무 빤히 들여다봐서 많이 부끄러웠단다.."

제갈주경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사랑하는 딸에게 교접 행위를 적나라하게 내보였던 기억이 상기된 까닭이었다.

"난 나쁘지 않았소, 오히려 관전자가 있다고 생각하니 짜릿하더군."

뒤이어 잠자코 있던 선우가 맞장구를 쳤다.

그 또한 인정한 것이다.

몰래 엿보고 있던 이성경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을

"....그렇다면...전부..알고있음에도.....저를 기만하고 농락한거군요...당신들..모두가..."

이성경은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자신은 저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는 사실을

농락당하고 기만당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기만할 생각은 없었단다. 네가 이 어미를 이해하고 그저 함구하기를 택했다면 전하와의 관계를 사실대로 말했을 것이다."

제갈주경은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처음부터 그녀를 기만할 생각은 없었다.

넓은 마음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모른 척한다면 솔직히 토로할 요량이었다.

선우를 사랑하게 된 자신의 마음을

하지만 그녀는 선을 넘었고 나름대로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었다.

부적절한 관계가 공론화되는 건 이쪽에서도 그리 원하는 상황이 아니였으니

"어떻게...이해하라는 거죠?...장선우는 어머니의..원수잖아요! 저희를 몰락시키고 아버지를 죽인 원수잖아요! 그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라는 거죠!"

이성경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원수와 정을 통하는 걸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본디 사랑은 위대한 법이란다. 그 어떤 것도 초월할 수 있지, 인종도 국경도 나이도 은원조차도 말이야."

제갈주경은 꿈꾸듯 몽롱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충만한 선우의 사랑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기분이 몽롱해진 까닭이었다.

"아니, 은원을 초월할 수 있는 것따윈 없어요! 어머니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예요! 저자에게 겁탈당한 충격으로 감정적인 동조가 하고 있는 것 뿐이에요! 사랑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그렇지 않단다, 이 어미는 진실로 전하를 사랑한단다.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몸이 뜨거워진단다...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느냐?"

제갈주경은 행복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렇다면 아버지는요! 아버지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던 그 마음은요!"

"본디 과거는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어야하는 법...이 어미는 더이상 흘러간 사랑을 그리워하지 않는단다. 오직 현재의 사랑에 충실할 뿐이지."

제갈주경은 꿀이 뚝 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현재의 사랑

오직 선우만을 사랑할 것이라는 걸 드러낸 것이다.

"...어머니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에요!...제발 정신차리세요!..."

이성경은 고개를 격렬히 내젓기 시작하였다.

제정신이라면 저런 말을 할 리 없었다.

필시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였다.

"어머니는 그런 분이 아니였잖아요!....세상 모든 사람이 아버지를 욕해도.홀로...감싸주고...그리워하고 사랑해주시던 분이었잖아요...그런데 어째서..그런데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어째서 그런 지고지순함을 부정하는 건가요! 왜! 왜!"

"그저 미련했던 것 뿐이란다. 하지만 지금은 사랑하는 내 님을 만나 큰 깨달음을 얻었지...이재원같은 열등하고 하찮은 남자를 그리워하는 게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너무나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아픈 사랑을 지우는 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선우를 바라보는 제갈주경의 눈빛이 한층 더 달콤해지기 시작하였다.

'미쳤어..어머니는...그에게..미치고 말았어.'

그 모습을 본 이성경은 알 수 있었다.

무슨 말을 하든 들어먹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어머니의 눈빛에 광기 어린 애정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장선우! 이 역겹고 추악스러운 자식!! 어머니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이내 이성경은 분노 어린 고함을 내질렀다.

어머니를 미치게 만든 원흉인 선우를 노려보면서 말이다.

짜아아아악

휘이익

그 순간 찰진 타격음과 께 이성경의 고개가 옆으로 휙 돌아가 꺾여버렸다.

제갈주경이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후려친 것이다.

"...어...어머니.?..."

이성경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떼었다.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던 까닭이었다.

폭력따윈 야만적인 행위에 불과하다며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말로서 모든 분쟁을 해결해야한다고 설파했던 어머니였다.

평생토록 옥이야 금이야 키우며 손찌검 한 번한 적 없던 어머니였다.

그런 어머니가 자신의 뺨을 때리다니

"말조심하렴, 새아빠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제갈주경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버릇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어찌 새아버지가 될 어른에게 저런 말버릇을 내뱉는다는 말인가

"저런 추악스러운 놈은 새아빠가 아니야!!!"

이내 이성경은 인상을 와락 구긴 채 고함을 내질렀다.

어머니에 대한 반발심

장선우에 대한 혐오감이 물밀듯 차오른 까닭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널 너무 오냐오냐 키운듯하구나, 이리 버릇이 없어져버리다니."

제갈주경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이지만

옥이야 금이야 키운 너무나 소중한 딸이지만

선우에게 함부로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어찌 한낱 계집따위가 위아래도 없이 이리도 멋대로 군다는 말이다.

매를 들어 훈육할 일이었다.

"지금이라도 버릇을 고쳐야겠구나."

제갈주경은 천천히 손을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제대로 된 훈육을 가할 요량이었다.

"몇대를 때려도 제 의견은 변함없어요! 어머니를 타락시킨 저 추악스러운 놈은! 어머니를 겁간한 저 끔찍한 위선자는! 제 새아빠가 아니예요! 아니라구요!"

이성경은 굴하지 않았다.

뺨 몇대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저 끔찍한 남자를 새아빠로 인정하고 굴복할 바엔 차라리 뺨을 맞는 게 훨씬 나았다.

제갈주경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팔을 더욱더 크게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사랑의 매를 가격하기 위해

"그쯤하지."

하지만 곧이어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뒤편에 잠자코 서있던 선우의 명이 떨어진 까닭이었다.

"....전하...하지만...이 아이는 전하를 모욕했습니다.."

"난 괜찮소, 저 아이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니 말이오."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아아....전하께서는 어찌..이리 자비로우신지.."

제갈주경은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딸아이의 속내까지 이해해준 선우에 대한 감동이 물밀듯 차올랐다.

어찌 저리도 사려가 깊고 자비롭다는 말인가

"이제부터는 내게 맡기시오, 내 직접 타이르도록 하겠소"

"알겠습니다. 전하."

제갈주경은 고개를 주억거리고 뒤편으로 슬쩍 물러났다.

너무나 사랑하는 전하의 결정이었다.

어찌 거역할 수 있으랴

저벅 저벅 저벅

곧이어 선우가 이성경의 코앞에 도달하였다.

"이성경."

그리고 가벼이 그녀를 불렀다.

".............."

하지만 이성경은 묵묵부답일 뿐

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고 느낀 것이다.

"벙어리가 아닐텐데?"

"추악스러운 네놈이랑 할 이야기따윈 없어!"

"화가 많이 난듯하군."

선우는 담담히 입을 떼었다.

"네놈은 어머니를...어머니를...타락시켰어......정숙하고 고결한 어머니를....미치게 만들었다구!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지? 널 저주할 거야! 널 저주할거라고!"

"그녀와 난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

"웃기지마! 아버지를 죽인 네놈을 어머니가 사랑할 리 없잖아! 분명 더러운 술수를 써서 어머니를 조종한 거겠지!"

이성경은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지 않았다.

애초에 말이 안되는 소리였으니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던 현숙한 미망인이 하루아침에 마음을 달리하여 남편을 죽인 원수를 사랑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나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군."

"당연하지! 내가 널 믿는 일따윈 없을거야!"

"슬프구나, 이제 한솥밥을 먹게될 새아빠를 이리도 싫어하다니 말이야."

"너 따위는 내 새아빠가 될 수 없어! 내 아빠는 오직 이재원뿐이야!"

이성경은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였다.

선우를 인정할 생각따윈 눈꼽만큼도 없었다.

"이리 완강하니 나도 어쩔 수 없구나."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친해지려고 노력했거늘

이리도 거부감이 심하다니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딸과 강제적인 친목도모를 하는 수밖에. "

"누가 딸이야! 그리고 누가 어울려준대?"

이성경은 인상을 와락 찌푸린 채 반발하듯 언성을 높였다.

스르륵

선우는 그녀의 반발을 사뿐히 무시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바지춤을 매만졌다.

곧이어 허리띠가 풀어지고 그의 바지가 아래로 쭉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튼실하기 그지없는 하체와 우람한 자지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꺄아악! 무슨 짓이야!"

이성경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비명성을 내질렀다.

난데없이 바지를 왜 벗는다는 말인가

"말했잖아, 우리 딸과 친목도모를 하겠다고."

선우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웃기지마! 그딴 친목도모따위 할 것 같아!? 당장..당장 바지 입으라구!"

"강제적이라고 말했을텐데? 네 의사따윈 중요치 않단다. 우리딸."

"싫어! 싫어!! 어머니! 어머니! 제발 도와주세요! 이 무도한 남자가 저를 강간하려고 해요!..저를 지켜주세요!!"

이성경은 다급히 어머니를 불렀다.

어서 구해달라고

자신을 지켜달라고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우리 딸, 새아빠랑 많이 친해지겠구나. 어미는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단다."

제갈주경은 흐뭇한 미소를 띄운 채 자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지매! 지매 도와줘어어! 날 도와줘어!!"

이번엔 고개를 돌려 제갈지아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배신하긴 하였지만 나름대로 쌓아온 정이 있는 그녀였다.

자신이 무력하게 강간당하는 걸 가만히 지켜볼 리 없었다.

".......경매..생각해보면 친목도모라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어...그...서로 몰랐던 부분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육체적인 접촉을 통해 친밀도를 상승시키기도 하고....그러니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건 아닐까? 아, 물론 나는 할 생각따윈 전혀 없지만...경매가 하는 걸 말릴 생각따윈 없어..그러니까...미안해....경매....너도 언젠간 나를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자신이 사람을 잘못봐도 제대로 잘못본듯 하였다.

저딴 년을 언니라고 믿고 따랐다니 말이다.

덜렁 덜렁 덜렁

이내 선우가 커다란 흉물을 덜렁거리며 코앞까지 다가왔다.

당장에라도 닿을 것처럼

"싫어..싫어..싫어어어어어!!!!"

이성경의 처절한 비명성이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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