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90화 (1,291/1,419)

"경매, 우린 철저한 계획이 필요해."

제갈지아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건 나도 동의해, 지매, 미행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이성경은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틀린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본디 미행이라는 건 여러모로 신경쓸 일이 많은 법.

대상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철저한 은신술

대상자를 충분히 관찰할 수 있는 적정거리 유지.

혹시 모를 상황에서도 추적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추종술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행할 수 있는 게 결코 아니였다.

"그래서 여러가지 계획을 짜뒀어, 일단 나랑 지매가 어머니를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듯 적정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

이성경은 짜두었던 계획을 토로하기 시작하였다.

어머니를 닮아 우수한 지능을 가진 덕에 그녀가 짠 계획에는 구멍이 없어보였다.

"그런 어수룩한 계획으로는 죽도 밥도 안돼."

하지만 제갈지아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의 말을 단박에 끊어내버렸다

"...어수룩하다구? 내 계획이?"

그 말에 이성경은 자존심상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명석한 두뇌만큼은 지봉이라고 불리우는 제갈지아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런데 이리 단박에 부정당하니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였다.

"어수룩해, 먹물 냄새만 맡아본 샌님이나 짤법한 계획이야."

제갈지아는 그녀의 기분이 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였다.

오히려 더욱더 날선듯 쏘아부치면서 말이다.

"......전부 듣지도 않았잖아!"

"안들어도 알 수 있어, 고모님을 중심으로 원을 짜듯 적정거리를 유지하면서 전음으로 위치를 공유하자는 거 아니야?"

제갈지아는 태연스레 말을 이었다.

"........맞아."

"그러니까 어수룩하다고, 그정도 먹물냄새 잔뜩 나는 방법으로는 제대로 된 미행을 할 수 없어."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건데?"

"네가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거든."

"......간과한 사실?"

이성경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간과하다니

저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넌 고모님이 초절정 고수라는 사실은 철저히 간과했어."

제갈지아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조차 잡아내는 초절정 고수가 전음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우리의 기척을 눈치 못챌 거라고 생각해?"

"........대로변에서는 사람이 많으니까 묻어갈 수도.."

"만약 향하는 곳이 대로변이 아니라면? 산기슭이나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어머니가..별안간....그런데를 갈 리 없잖아...."

"완벽한 미행을 위해선 모든 변수를 계산해야해, 그런 예외를 둔 시점부터 네 계획은 허점투성이라고."

"....크윽...."

으드득

이성경은 분한듯 이를 갈았다.

하지만 반박치는 못하였다.

분하긴 하였지만 틀린 말이 아닌 까닭이었다.

확실히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분명히 있었다.

".....인정할게, 내가 어수룩하고 안일했어.."

이내 이성경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러니까 지매의 지혜를 빌려줘, 무언가 좋은 방법이 있는거지?"

"생각해둔 게 있긴해."

"그렇다면 도와줘, 나로는 무리야."

초절정 고수

문파 장로급에 해당하는 세가의 주전력.

그런 경지에 오른 어머니를 미행하는 건 상상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지혜가 필요하였다.

치지봉이라고 불리우는 제갈지아의 지혜가

"경매, 우리는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어."

"관점을 바꾸다니 어떻게?"

"애초에 우리에게 미행은 무리야. 절정도 안되는 풋내기 둘이서 초절정에 다다른 노련한 중견고수를 미행하다니,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잖아? "

"그럼 이대로 포기하라는 거야?"

"말했잖아, 관점을 바꾸자고."

제갈지아는 고개를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었다.

그저 관점을 바꾸고 방법을 달리하자는 말이지.

"우린 미행하지 않아, 추종을 한다."

"추종한다고?"

"곧바로 따라가는 것보단 흔적을 쫓는 게 훨씬 더 확실할 거야. 구태여 들킬까 조마조마할 필요도 없고 일을 그르칠 일도 없을테니까."

".....추종이 쉬운 일이 아니잖아."

오히려 어렵다고 볼 수 있었다.

대상만 쭉 따라가는 미행과 달리 여러가지 흔적들을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니.

"하지만 어설픈 미행보다는 훨씬 나은 방법이지."

제갈지아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괜찮은 방법이 있거든."

그리고 품 속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건?"

"천리미향千里迷香, 그 향기가 천리까지 이어진다는 추종향이지."

"그걸 어머니께 뿌리겠다는 거야?"

"맞아, 기가 막히지?"

"그게 통할까?....혹시라도 눈치챈다면 무용지물이 될텐데.."

천리미향.

추종술에 유리한 특수한 용액.

하지만 어느정도 경지에 오른 고수 입장에서는 그리 난감한 물건은 아니였다.

내력을 통해 기화시켜 향을 지우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걱정은 안해도 돼, 특수한 처리가 되있어서 후각으로는 인지할 수 없을테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특수한 처리가 되어있는 덕에 초절정고수라고 해도 인지할 수없는 용액이었으니

"추종은 성공적일거야."

제갈지아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영 불안하긴 하였지만 이왕하는 거 확실하게 할 심산이었다.

'일만 잘되면 빚을 까준다고도 했으니까.'

변제를 위해서

****************

촤아악

세안수로 얼굴을 가벼이 씻는다.

톡 톡 톡 톡

분을 칠하여 희고 고운 얼굴을 더욱더 하얗게 만든다.

쓰윽 쓰윽

붓을 들어올려 눈썹을 매끄럽게 칠한다.

좀더 진하고 선명해지도록

그리고 눈쪽 화장을 덧칠해준다.

좀더 고혹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붉은 빛의 연지를 새끼손가락 묻히고 입술을 칠한다.

그다음 동경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요염한 매력을 갖춘 귀부인이 동경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씨익

부드러이 미소가 지어졌다.

화장이 잘먹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이제 옷을..'

몸을 일으켜 옷장을 열어 몇가지 옷들을 꺼내든 뒤 침상 위에 올려두었다.

"흐으으음."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침음성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옷이 많거늘

막상 입으려니 입을만한 게 없었다.

'...그마나 이게 낫네'

개중에 가장 눈에 띄는 옷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조만간 옷을 좀 구매해둬야겠다고

"좋아."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동경에 슬쩍 비춰보았다.

대놓고 드러난 가슴골과 살짝 드러난 허벅지가 농염함을 한층 더 더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이정도면..그 전하께서..마음에..들어하시겠지?'

헤죽거리며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대놓고 드러난 노출에 흥분하시는 분이었다.

분명 크게 기뻐할게 분명하였다.

'....가슴팍에..손을..집어넣어서..유두를..만져주겠지?'

드러난 가슴골짜기에 손을 넣고 유두를 찾으며 자신을 간질여줄 것이다.

'...또...허벅지사이에...손을 넣고...만지작..거리다가..아랫도리에...손을...'

일부러 속옷을 입지 않았다.

사랑하는 그가 좀더 수월하게 애무를 할 수 있도록

'아아...기분..좋을거야...정말..기분 좋을거야..'

몸이 서서히 뜨거워지기 시작하였다.

그저 애무받을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열락이 치솟는 것이다.

'...안되는데.....벌써부터 흥분하며...바닥이 더러워질텐데..'

속옷을 입지 않은터라

물이 떨어지면 바닥이 더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자제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너무..좋은걸?....상상하는 것만으로도...너무..좋은 걸..'

하지만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몸을 억제할 수 없었다.

이미 이성따위는 한참 전에 초월한 상태였으니

'....살짝만..만지다가..갈까?'

뒷정리를 하고 가는 것도 좋은 선택지 같았다.

적어도 물을 흩뿌리고 다닐 일은 없을테니

천천히 손을 내리기 시작하였다.

드러난 허벅지쪽을 향해서

똑 똑 똑 똑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누구신가요!?"

화들짝 놀란 제갈주경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열락에 빠진터라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한 것이다.

"어머니, 저예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뿐이자 딸이자 자신의 보옥.

이성경이었다.

'....저 아이가..어쩐 일로 온거지?'

의아함이 들었다.

평소 기별도 없이 찾아온 적 없는 아이거늘

어찌 이리 갑작스러운 방문을 한다는 말인가

".들어가도 될까요?"

"아니, 잠시만 기다리거라..잠시만."

바닥에 살짝 흘러내린 보짓물을 다급히 닦아내었다.

이대로는 딸아이를 들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이제 되었다, 들어오거라."

끼이이익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제갈주경을 빼다박은듯한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제갈주경의 하나뿐인 보옥

이성경이었다.

"어머니!"

와락

이성경은 사랑스러운 어미 품 속에 곧바로 안겨들었다.

"그...그래, 어서 오거라, 우리 딸."

제갈주경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반겨주었다.

"아침부터 어인 일로 온게냐?"

"문안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요."

"이렇게 갑자기?"

"오늘따라 어머니가 너무 보고싶더라구요, 헤헤."

이성경은 귀여운 웃음을 흘리며 입을 떼었다.

사랑스럽게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그보다 어머니 어디 가실 일이 있으신가봐요? 복장이 평소랑 많이 다르시네요?"

이성경은 눈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짙은 화장

과하게 노출되 가슴골과 허벅지

은은하게 느껴지는 고급 향낭까지

평소에 정결했던 어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아..아니, 그냥 기분 전환을 해보았을 뿐이란다..."

"흐응....기분 전환을요.?"

이성경은 그리 믿는 눈치가 아니였다.

아니 오히려 외출을 확실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가끔씩...차려입고 싶을 때가 있어서 말이야.....하지만 나갈 생각은 없단다. 이런 꼴로 밖에 나갈리 만무하지 않겠니?"

".....하긴 그렇긴 하죠, 어머니가 그렇게 정숙치 못한 옷을 입고 외출을 할 리 없을테니까요."

"...그래...이런 정숙치 못한 옷을....내가 그럴 리 없지....호호호호.."

제갈주경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정곡이 찔리니 당혹스러움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차라도 먹으련?"

"아니요, 문안인사를 드렸으니 이만 가보려구요. 할 일이 많기도 해서요."

이성경은 천천히 몸을 떼어내며 말을 이었다.

이미 목적은 달성하였다.

더 있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럼 먼저 가볼게요, 어머니."

"그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려무나."

"네에~"

말을 마친 이성경은 해맑게 웃으며 뒤편으로 물러서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끼이이익

그다음 문을 완전히 닫아버렸다.

곧이어 방안에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갈주경만이 홀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

.

.

.

.

바깥으로 나온 이성경은 히죽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포옹을 통해 천리미향을 충분히 묻혀두었다.

이제 남은 건 어머니가 움직임을 보일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되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야.'

이성경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

"정말...여기가 맞아?"

이성경은 불신 어린 표정을 지었다.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가 인적따위는 없는 도시 외곽 향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맞다니까? 추종향이 이곳으로 이어지고 있다구."

제갈지아는 확신 어린 표정을 지었다.

천리미향에 길들여진 자신의 후각은 그 무엇보다 정확하였다.

실수를 할 리 만무한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왜 이런 산길로.."

"그거야 목적지에 도착하면 알게되겠지, 그러니까 말시키지마, 집중해야한다고."

".....알았어."

이성경은 수긍한듯 대꾸를 하였다.

지금 의문을 품고 물어봤자 명쾌한 해답따윈 없었다.

오히려 의문만 가속될 뿐

목적지까지 입을 다무는 게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이리라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앞서가던 제갈지아가 걸음걸이를 멈춰세웠다.

"저기야."

곧이어 제갈지아는 낡은 건물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저기는 관제묘인데?"

"맞아, 관제묘야."

"어머니가..왜 저기에?"

이해가 안되었다.

외곽에 위치한 탓에

버려진 관제묘에 구태여 방문한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거야 나는 모르지, 그냥 추종향만 쫓아왔으니까."

제갈지아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들어가보자."

".....저기를?"

"이대로 있을 수는 없잖아?"

말을 마친 이성경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제갈지아는 어쩔 수 없다는듯 그녀의 뒤를 따랐다.

여기까지 온 이상

혼자 되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관제묘 지근거리에 닿은 그때였다

"하아아아....하아아아아...아아아아.."

앓는듯한 신음성이 두 사람의 귓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신음성!?'

두 여인은 몹시 놀라 토끼눈이 되었다.

저건 분명 교성이었다.

그것도 여인의 쾌락에 젖은 신음성 말이다.

-..저기..구멍이 있어.

제갈지아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구멍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떼었다.

끄덕

이성경은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그 구멍을 향해 눈을 들이밀었다.

신음성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아니!?!

그 순간 이성경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 까닭이었다.

"하아아아앙!!! 좋아아...좋아아..좋아아아!!!"

살색으로 뒤엉켜있는 두명의 남녀.

교접에 열중하고 있는 두마리의 짐승

그중 정면으로 보이는 여인의 얼굴이 너무나 익숙하였다.

아니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아침에도 일부러 문안인사까지 드리고 온 참이었으니.

'...어머니!?!?'

그렇다.

살색으로 뒤엉켜있는 여인의 정체는 다름아닌 하나뿐인 어머니

제갈주경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어머니가

가장 이지적이고 고결한 어머니가

너무나 정숙하여 죽은 남편만을 그리워하던 어머니가

지금껏 마주한 적없는 음탕한 얼굴을 한 채 쾌락에 젖은 비명성을 내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성경의 눈빛이 경악스러움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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