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86화 (1,287/1,419)

사악 사악 사악

빗으로 곱게 머리를 빗어 말아올렸다.

톡 톡 톡

그리고 기초적인 화장을 끝마쳤다.

장신구는 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잘보이기 위한 자리가 아니였으니

스르르륵 스르륵

그다음 몸태가 드러나지 않은 정갈한 옷들로 몸을 감쌌다.

그리고 슬쩍 시선을 돌려 동경을 비춰보았다.

그러자 현숙한 귀부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충분해.'

너무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초라하지도 않으면서도

품격이 느껴지는 외양.

이정도면 죽은 남편에 대한 최소한 예우가 갖춰졌으리라.

"소향."

벌컥

"부르셨나요? 아가씨."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벌컥 열리며 전담시비 소향이 헐레벌떡 모습을 드러내었다.

"군왕 전하께서 찾아오시면 제가 자리를 비웠다고 전해주시겠어요?"

"....어디 외출하실 생각이신건가요?"

"네에, 오늘은 꼭 들려야할 데가 있어서요."

제갈주경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오늘은 남편의 기일이었다.

나가는 게 꺼림칙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만약 자신마저 그를 챙겨주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를 챙겨주지 않을테니.

"괜찮으시겠어요?.....외출하셨다가...마주치기라도 하면.."

소향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군왕과 대면하기 꺼려하는 제갈주경이었다.

혹시라도 외출하는 와중에 군왕과 마주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이른 새벽에 출발하는 게 아니겠어요?"

해조차 뜨지 않는 새벽이었다.

그가 작정하지 않는 이상

좀처럼 마주칠 일따위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걱정마세요, 행동반경이 겹칠 일은 없을테니까요."

자신이 향하는 곳은 이재원의 위패가 모셔져있는 사당이었다.

그를 혐오하는 군왕 입장에선 쳐다보는 것조차 꺼려지는 장소인 것이다.

행동 반경이 겹칠 리 만무하였다.

"......알겠습니다....그럼 군왕 전하께서 찾아오시면 외유를 나갔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매번 미안해요, 소향, 곤란한 일만 맡겨서."

제갈주경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찾아오겠다는 언질을 까지 준 마당에

자신이 사라진다면 소향 입장에선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군말없이 명을 따라주지

고마우면서도 미안하였다.

"아니에요, 이게 제 일인걸요?"

소향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이는 사용인으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구태여 고마워하거나 미안해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제 걱정은 말고 몸조심히 다녀오세요. 아가씨."

소향은 애써 미소를 띄운 채 입을 떼었다.

"알겠어요, 그럼 다녀오도록 할게요. 소향."

제갈주경은 마주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스르르륵

그리고 이내 표홀히 자취를 감추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부디 아무 일도 없기를.'

소향은 제갈주경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간절히 빌었다.

소중한 우리 아가씨에게 변고가 없기를 말이다.

************

거뭇 거뭇

'날씨가 흐리구나.'

바깥으로 나오니 거뭇거뭇한 먹구름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한바탕 쏟아질듯한 모습이었다.

'서둘러야겠어.'

은신을 풀고 신법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지금껏 은신에 치중하느라 속력을 내진 못하였지만 이제 인적이 드문 산길에 들어섰으니

좀더 속력을 내도 문제 없으리라

타타타탁 타타타탁

제갈주경의 신형이 물찬제비처럼 그대로 쏘아져 산길을 가로지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머지 않아 어설프게 지어진 사당 하나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도착한 것이다.

죽은 남편을 기리고 있는 하나뿐인 사당에

덥석

재빨리 손을 뻗어 문을 움켜쥐었다.

흠칫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기 시작하였다.

'......누군가 있어.'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휘익

품속에서 쇠로 만든 판관필을 꺼내들었다.

길잃은 나그네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좋은 의도로 찾아왔다고는 볼 수 없었다.

이곳은 무림 최악의 공적

이재원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사당이었으니

꿀꺽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그다음 천천히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이익

그러자 경첩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열린 문틈사이로 시선을 주었다.

예기치 못한 방문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어..?"

그 순간 긴장이 쭉 풀리고 말았다.

너무나 익숙한 남자가 시야에 들어온 까닭이었다.

"......군왕...전하?"

남편의 옛 제자이자

남편을 죽인 원수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빼앗아버린 장본인

군왕 장선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서오십시오. 제갈부인."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말을 이었다.

"............."

제갈주경의 눈빛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어째서 저 남자가 이곳에 있다는 말인가

**********

"........저를 기다리신 건가요?"

제갈주경은 경계심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위적이었다.

필시 자신을 이곳에 기다리고 있었던 게 분명하였다.

"맞습니다."

".........제가 이곳에 올 줄 어떻게 알았던 거죠?"

"오늘은 부군의 기일이 아닙니까? 당연히 오실 줄 알았습니다."

"...알고 있었군요."

"제가 어찌 모를 수 있겠습니까?"

직접 처죽인 날이었다.

까먹는 게 이상하였다.

"......그도 그렇군요."

제갈주경은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죠, 절 왜 찾아오신거죠?"

제갈주경은 짐짓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유는 부인 스스로도 잘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전혀 이유를 모르겠군요."

제갈주경은 곧바로 시치미를 떼었다.

전혀 모르겠다는듯이 말이다.

"요근래 계속 저를 피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적 없어요...그저 사정이 여의치 않았을 뿐."

"일주일이나 말입니까?"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네에, 일주일동안이요."

"시치미를 떼시는군요."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지만 전 진심이에요."

제갈주경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왜 저를 피하시는 겁니까?"

".......피한 적 없어요."

"아니요, 피하셨습니다. 정확히 제가 진료를 한뒤부터 말입니다."

"....착각이겠죠."

"혹여 그때했던 말때문인 겁니까?"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진심으로 연모하고 있다고 하셨죠. 저를"

".......그런 말 한적 없어요."

"이 두 귀로 똑똑히 들은 말입니다. 부인."

선우는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그러니 부디 숨기지 말아주십시오."

"...저는...정말..그런 적이.."

제갈주경은 애써 그 시선을 피하며 한사코 부정을 하였다.

여기서 인정했다간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덥석

그 순간 우악스러운 손이 양볼에 붙잡았다.

선우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고정시켜버린 것이다.

"...시선 피하지 말고 절 똑바로 바라봐주십시오, 부인."

선우는 한없이 올곧은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였다.

그러자 제갈주경의 동공이 지진이 난것처럼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올곧은 눈빛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발가벗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를 연모하고 있는 것입니까?"

선우는 떨리는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렇지...않아요.."

제갈주경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거짓말을 하고 계시군요."

"....그렇지...않.."

츄으으읍

그녀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였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선우가 그녀의 뒷머리를 잡고 고운 입술에 그대로 입을 맞춘 까닭이었다.

화아아악

그 순간 제갈주경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예상치 못한 입맞춤에 당혹스러우면서도 경악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우으으읍!...으으읍!...으으읍!"

콩 콩 콩 콩 콩 콩

제갈주경은 양주먹을 이리저리 흔들며 선우의 가슴팍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그를 떼어내기 위해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저항을 해도

굳건한 바위처럼 움직임의 변화는 없었다.

그저 입맞춤만을 이어갈 뿐

할짝 할짝 할짝

'...혀..혀가.....내 입술을..핥고 있어.'

말랑한 감촉이 입술에 느껴졌다.

그의 혓바닥이 입술을 적시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아...아아..'

그 간질거리는 움직임에 제갈주경의 표정이 한층 풀어지기 시작하였다.

이십년만에 느껴보는 남자의 애무.

그것도 너무나 좋아하는 남자의 애무.

기분 좋았다.

너무 좋아 저항해야한다는 마음마저 점점 사그라들 정도였다.

할짝 할짝 할짝

곧이어 그의 혓바닥이 굳게 닫혀있는 이빨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어서 문을 열라고

어서 하나가 되자고

'....안돼...안돼..그럴 수는..없어어...'

애써 거부하였다.

여기서 이빨을 벌린다면

그를 연모하고 있음을 자백하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어떻게든 굳건히 지켜내야하는 것이다.

스르르륵

그때 허리쪽에 무언가 휘감겨지는 감촉이 들었다.

그의 우람한 팔뚝이 자신을 휘감은 것이다

꼬오오옥

곧이어 그는 몸을 밀착하기 시작하였다.

가슴이 꾸욱 눌리도록

'......아아아..'

그 순간 제갈주경은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가느다란 허리를 휘감은 우람한 팔뚝이

밀착된 단단한 가슴의 감촉이

무려 이십년만에 느껴보는 남자의 향취가

그녀의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 까닭이었다.

츄르르릅 츄르르릅 츄르르릅

선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벌려진 이빨사이로 혓바닥을 쑤셔넣어 그녀의 혀를 그대로 휘감고 또 휘감아버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노골적이고 야릇한 혓놀림은 제갈주경의 이성을 마비시키기 충분하였다.

오직 본능만을 남게 만든 것이다.

츄르르릅 츄르릅 츄르르릅

곧이어 본능만 남게된 제갈주경 또한 적극적으로 혀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의 혀와 몇번이고 얽혀들기 위해

츄르릅 츄르르릅 츄르르르릅

이내 사당 안에는 야릇한 물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애무를 이어갔을까

츄으으으읍

쉴새없이 서로를 탐하던 두 사람의 입술이 천천히 떼어졌다.

은색 실선이 쭈욱 늘어뜨리면서 말이다.

"하아...하아...하아...하아.."

"하아...하아...하아....하아.."

입술을 떼어낸 두 사람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쉼없이 서로를 탐하느라

쉬는 것조차 까맣게 잊어버렸던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호흡을 정돈하였을까

"......몸은 이리도 솔직하거늘....어찌 그리 거짓말을 하시는 것입니까?"

이내 호흡을 진정시킨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 또한 당신이 싫지 않거늘...어찌 매번 저를 피하시는 것입니까?"

".......저는...저는...자격이 없는 여자예요."

제갈주경은 당장 울듯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당신의 사모였던 시절....전 당신에게 무엇 하나 해준 적 없어요.....방치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무시했어요......억울한 누명이 씌워졌을 때도...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그저 외면했어요.....더욱이...당신을 암살하기 위해 모의를 하기까지 했어요...이런 제가..어떻게..무슨 면목으로 당신을 사랑해요?....이렇게 추레하게 늙은..못되먹은 아줌마가....어떻게 당신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남자를...사랑할 자격이 있겠어요?.."

제갈주경은 울먹이며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자신은 자격이 없는 여자였다.

무엇 하나 해준 적 없는 건 물론이고 딸에게 방해가 된다며 그를 죽이려고까지 하였다.

그런 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를 사랑하겠는가?

"상관없습니다."

선우는 단호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무엇 하나 해준 적 없다해도, 암살모의를 하였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선우는 올곧은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저는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좋아하니까요....."

"어째서..어째서..저 같은 걸...어째서.."

"제게는 당신은 찬란하게 빛나는 보옥과도 같은 여자니까요."

그녀를 마주한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흐윽...으으윽..흐으윽...흐으윽.."

그 미소를 마주한 제갈주경은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하였다.

차오르는 감격이 그녀의 눈물샘을 쉴새없이 자극한 까닭이었다.

"사랑하오. 제갈 소저."

와락

그 순간 제갈주경의 인내는 그대로 끊기고 말았다.

그의 사모였다는 사실도

자격을 없다는 사실도

그가 남편의 원수라는 사실도

남편의 위패 앞이라는 사실도

모두 잊은 채 그대로 달려든 것이다.

"저도요...저도...저도 사랑해요..정말....너무나도 사랑해요..흐윽...흐윽.."

그리고 넓은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사랑을 고백하고 또 고백하였다.

눈물을 잔뜩 묻히면서 말이다.

토닥 토닥 토닥 토닥

선우는 그런 그녀를 부드러이 토닥여주었다.

진한 미소를 지은 채로 말이다.

.

.

.

.

그렇게 얼마나 토닥였을까

덥석

곧이어 선우가 그녀의 날카로운 턱선을 붙잡았다.

츄으읍

그리고 서서히 들어올려 입을 맞추었다.

제갈주경은 입맞춤을 피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혀를 요리조리 움직이며 더욱더 적극적으로 입을 맞추기 시작하였다.

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듯이

그렇게 얼마나 입을 맞추었을까

스르르륵

곧이어 등에 올려져있던 선우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매끄러운 등을 지나고

한줌밖에 안되는 허리를 지나고

곧이어 토실한 엉덩이에 닿게 되었다.

주물럭 주물럭 주물럭

우악스러운 손길이 떡주무르듯 토실한 엉덩이를 주물럭거리기 시작하였다.

부르르르 부르르르

제갈주경은 몸을 가늘게 떨기 시작하였다.

부끄러움과 민망함

그리고 흥분감이 전신을 휘감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엉덩이를 주물렀을까

이내 선우의 손이 좀더 아래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이십년간 그 누구도 접근치 못하였던 그곳.

보지를 향해

"안...안되요!"

순간 제갈주경은 다급히 입술을 떼어낸 채 언성을 높였다.

선우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녀를 응시하였다.

전혀 예상 못했다는듯이 말이다.

"....여기선....안돼요.....다른 곳에서.."

제갈주경은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곳은 사별한 남편, 이재원의 사당이었다.

그런 곳에서 남편의 원수인 선우에게 애무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천인공노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갈부인께서는 아직도 남편을 잊지 못한듯 하군요."

선우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다정했던 모습과는 꽤나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런 게...아니에요...그렇지 않아요."

"아니라면 이리 신경쓸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건..그러니까..도의적으로."

"변명은 듣고 싶지 않군요. 제갈부인"

말을 마친 선우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잠깐...잠깐만요...어디를 가시는..."

"남편분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방해가 된듯하니."

"방해라뇨!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요!"

저벅 저벅 저벅

선우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그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떠날 것처럼

'...그가..떠나...내가 바보같은 짓을 해서..그가..떠나.'

심장이 아파왔다.

이제 다정하게 웃어주지 않았다.

제갈소저라고 불러주지도 않았다.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도 않았다.

모두 자신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그를 놔두고 남편을 생각하니

자신에 대한 신뢰가 사라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싫어....떠나보내기..싫어어...싫어어.'

이십년만에 찾아온 새로운 사랑.

이대로 떠나보내긴 싫었다.

이대로 헤어지기 싫었다.

어떻게든 붙잡고 싶었다.

어떻게든 믿음을 되돌리고 싶었다.

'....어떻게..하면..대체..어떻게하면..'

그녀는 명석한 두뇌를 전력을 다해 굴리기 시작하였다.

오직 그만을 사랑한다는 신뢰를

남편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기 위해

그렇게 얼마나 머리를 굴렸을까

이내 남편 이재원의 위패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와 함께 번뜩이는 생각이 머릿속이 스쳐지나갔다.

선우의 신뢰를 되돌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말이다.

'그래...그렇게 한다면....'

수치스럽고 민망하고 창피하겠지만

현숙하고 정숙한 귀부인으로서는 결코해서는 안될 짓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금 되찾기 위해서는 말이다.

덥석

이내 제갈주경은 손을 뻗어 이재원의 위패를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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