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83화 (1,284/1,419)

"................."

"................"

방안에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제갈주경도 선우도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갈주경은 또다시 외간남자에게 수치스러운 몰골을 내보인 상태였고

선우 또한 무어라 위로해줘야할 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이어졌을까

"저어.."

"저어.."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

"........."

그리고 말이 겹치자 다시금 쥐죽은듯 입을 다물었다.

먼저 말하는듯이 말이다.

".......먼저 말하시오."

다시금 말이 없자 선우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아니에요, 먼저 말하세요."

"괜찮소."

"저도..괜찮아요."

제갈주경은 한사코 거절을 표하였다.

".......본의아니게 수치를 주어 미안하오, 내 잘못이오."

선우는 정중히 사과를 표하였다.

어찌보면 그로 인해 촉발되었다고 과언이 아닌 사태였으니

".........전하 잘못이 아니에요....따지고보면 제 잘못이에요...그렇게 무리하지말라고 신신당부 했는데...."

"아니오, 내 막무가내로 찾아오지만 않았더라면 이럴 일이 없었을 것이오...미안하오."

"아니에요....제가 차분히 용건부터 물었다면...이런 일은 없었을 거예요...죄송해요."

두 사람은 서로가 잘못했다며 연신 사과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사과를 하였을까

"하하.....이러다간 끝이 없을 것 같소."

선우는 가벼이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떼었다.

"제 생각도 같아요."

제갈주경 또한 작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녀 또한 상황이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소? 서로 반절씩 잘못한 걸로 말이오."

".....그렇게 하도록 해요, 그편이 서로에게 좋을테니까요."

"제갈주경은 가벼이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한발자국씩 양보하는 게 가장 좋은 결말이리라

"....그나저나 어쩐 일로 이른 아침부터 오신건가요?"

이내 분위기가 풀어지자 제갈주경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의아함을 느낀 까닭이었다.

"전해주고 싶은 물건이 있기 때문이오."

선우는 품 속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게..무엇이죠?"

"열화석이 담긴 주머니요."

"그 귀중한 걸...왜 저에게!?"

스스로 열을 발산하는 열화석은 화산지대 부근에서 드물게나마 발견되는 귀중한 물건이었다.

그런 걸 어찌 자신에게 전해준다는 말인가

"본디 열화석의 은은한 열기는 염증을 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기 마련이오."

".....그렇다면....절...치유해주기 위해?"

"크흠, 그저 우연히 가지고 있었을 뿐이오."

선우는 가벼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마치 부끄러움을 감추려는듯이

".........이렇게까지..안해주셔도 되는데.."

"내가 그대에게 그리 해주고 싶소."

"........그렇다면 값을 따로 치르게해주세요...이런 귀한 건..그냥 못받아요."

"정중히 거절하겠소."

"하지만..."

제갈주경은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단순한 호의라기엔 열화석은 너무 과한 선물이었다.

"이럴 때는 그저 고맙다는 말 한마디하면 되는 것이오.....내게는 돈보다 그런 말한마디가 더욱더 와닿으니 말이오."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감사드려요...전하....요근래 들어 자꾸만...신세를 지는 것 같네요........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그 말을 들은 제갈주경은 공손히 감사를 표하였다.

요근래 그에게 끊임없이 은혜를 입는다.

남편의 사당과 위패가 무너져내릴 뻔한 걸 막아주고

담에 걸린 어깨를 풀어주고

끊길듯 아픈 요통을 치료해주었다.

불미스럽게 뿜어낸 애액과 오줌을 모른 척해주고

젖을대로 젖은 보지를 닦아주기도 하고

속옷을 손빨래를 하여 전해주기도 하였으며

종국에는 직접 안아들어 처소까지 데려다주었고

수치스러운 일들을 불문으로 부친다는 약조까지 해주었다.

그런데 또다시 열화석이라는 은혜를 입다니

그저 미안하면서도 송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신세라 생각지 마시오, 전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일 뿐이니."

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손사래치며 입을 떼었다.

".......어째서죠?"

제갈주경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무엇이 말이오?"

"......어째서 제게 이렇게까지 잘해주시는 거죠?"

"이미 말하지 않았소? 내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좋아한다는 그 말이...이해가 안돼요."

제갈주경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전......이재원의 정인이예요...더불어 다른 부인들과 공모하여 전하를 죽이려고까지 했어요.....전하 입장에선 좋은 감정을 가질래야..가질 수 없는...여자예요...그런데..어째서?...어째서..제게 그렇게 잘해주시는 거죠? 어째서?"

제갈주경의 목소리는 살며시 고양되기 시작하였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재원이라는 추악스러운 존재를

아직까지도 사랑하는 멍청한 여자였다.

더불어 공모를 통해 암살자까지 보낸 전적이 있는 악녀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째서 이리도 자신에게 잘해준다는 말인가?

짧은 시일내에 어찌 그렇게 많은 호의를 내비친다는 말인가

"단순히 그러고 싶다는 이유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오?"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그게 무엇이 되었든 말이에요..."

제갈주경은 올곧은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무릇 대가없는 호의는 존재치 않는 법이었다.

이렇게 잘해준다면 필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행정력을 원한다던가

제갈세가에 노리고 있는 게 있다던가

아니면 무언가 수상한 꿍꿍이가 있다던가

"흐음..."

선우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였다.

어떻게든 대답을 듣고 말겠다는 올곧은 눈빛이었다.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오.."

이내 선우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렇다면 사소한 이유라도 말해주세요..어째서 제게 그리 잘해주시는 거죠?"

제갈주경은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큰 이유가 없다는 건

다시 말해 아주 사소한 이유는 있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간단하오....그대가 아름답기 때문이지."

선우는 머쓱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네에?"

순간 제갈주경은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별안간 저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아름답기에....너무나 매력적이기에...잘해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고, 슬퍼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소, 그뿐이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농이...과해요...!"

그 말을 들은 제갈주경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장난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평생 사랑해주겠다고 가약을 맺었던 남편조차 이십여년간 외면할 정도로 매력없는 여자가 바로 자신이었다.

이제는 나이를 먹을대로 먹어 완연한 아줌마가 되어버린 자신이었다.

사별했다고는 하지만 유부녀라는 꼬리표를 가진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이 아름답다니?

그런 자신이 매력적이라니?

질나쁜 장난이었다.

어찌 세살짜리 애조차 믿지 않을 말도 안되는 거짓을 내뱉는다는 말인가

"정녕 내가 농을 한다고 생각하시오?"

선우는 되려 그녀에게 물었다.

한치의 흔들림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마주보면서 말이다.

"..............."

그 눈빛을 마주한 제갈주경은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본디 거짓을 입에 담는 이는 눈빛에 미세한 떨림이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그런 기색따윈 전혀없었다.

한치의 거짓없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농따위는 하지 않았소......지금 느끼고 있는 그대로를 말하고 있는 것 뿐이오, 그대는 아름답소, 그리고 애처롭소.....보듬아주고 지켜주고 싶을 만큼 말이오."

선우는 눈빛이 한층 더 뜨거워지기 시작하였다.

쿵쾅 쿵쾅 쿵쾅 쿵쾅

그리고 그 뜨거움을 온전히 느낀 제갈주경의 심장은 거침없이 쿵쾅거리기 시작하였다.

이십여년동안 그저 최저한 움직이만 보였던 심장이

미친듯이

주체할 수 없이

쿵쾅거리고 또 쿵쾅거렸다.

마치 당장에라도 터질 것처럼 말이다.

"..........혼자...혼자있고 싶어요."

이내 제갈주경은 그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그를 더 마주했다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미안하오.......내가 그대를 불편하게 한듯 하구려."

"아니에요..사과하실..필요는..없어요.."

"너무 신경쓰지 마시오..내 그대를 아름답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어떻게해보겠다는 흑심이 있거나 그런 건 결코 아니니..."

"..저도....그럴 분이 아니라는 건..잘 알고 있어요.."

"...믿어주니 고맙소."

선우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소, 푹쉬시구려."

그리고 몸을 돌려 천천히 바깥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이익

이내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제갈주경만이 홀로 남게 되었다.

"..........내가..매력적이라고?'"

홀로 남은 제갈주경은 닫힌 문을 바라보며 읊조리듯 입을 떼었다.

"......내가..아름답다고?"

믿기 힘든 말이었다.

모든 걸 다가진 남자가

누구보다  위대한 영웅이

한낱 미망인따위에게 아름답다는 말을 하다니

'.....하지만..그 눈빛은..'

일말의 거짓조차 없는 올곧은 눈빛이었다.

진실로 자신을 아름답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쿵 쿵 쿵 쿵 쿵 쿵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였다.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

숨결이 거칠어지기 시작하였다.

화아아아악

더불어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마치 용암 속에 내던져진 것처럼 말이다.

꿀럭 꿀럭 꿀럭 꿀럭 꿀럭

아랫도리에 축축한 감촉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아름답다는 그의 말에 흥분이 차오르고 정욕이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내가...내가..아름답다니...매력적이라니.."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있던 그녀에게

선우의 칭찬은 상상이상의 자극을 전해주었다.

여자로서의 매력을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극상의 쾌감을 느끼게 해준 것이다.

스르르르륵

자연스레 보지에 손이 가기 시작하였다.

정욕을 해소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였다.

찌걱 찌걱 쩔걱 찌걱 쩔걱

야릇한 물소리가 사방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안되는데...흐읏..이래선...안되는데..이렇게 해선..안되는데.."

죄책감이 느껴졌다.

외간 남자.

그것도 남편을 죽인 원수를 상상하며 자위를 하다니

그에게 박히는 상상을 하며 젖은 보지를 쑤셔버리다니

"미안해요...여보...정말...미안해요..흐읏...으윽...으으윽....하지만.....당신의..잘못도..있어요......이십년동안...절 칭찬해주신 적이 없잖아요...절 인정해주신 적 없으시잖아요......흐으읏...하으읏...하아아앙...그러니까...오늘만..오늘만...눈감아주세요...다시는....다시는 그를...생각하면서....자위하지 않을게요...아셨죠?......흐으읏...하으으으응!!...하아아아앙!!!!"

그녀는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공알과 보지를 매만지고 또 매만졌다.

꿀럭 꿀럭 꿀럭 꿀럭

그러자 더욱더 많은 보짓물이 분출되기 시작하였다.

암컷으로서의 매력을 인정받음으로서 생긴 충족감.

남편의 원수를 생각하며 자위를 한다는 배덕감.

이 모든 게 맞물려 그녀에게 극한의 쾌감을 선사한 까닭이었다.

"하아아앙...흐아아아앙!!....하아아아아아앙!!!!!"

그녀는 모순적인 상황에 대한 극상의 쾌락을 느끼며 격렬한 신음성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쉴새없이 쉴새없이

방 전체가 떠나가도록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보지를 쑤셨을까

파르르르르르

그녀의 전신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였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앙!"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곧이어 격렬한 비명과 함께 투명한 분수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결국 절정에 도달해버린 것이다.

남편을 죽인 원수.

장선우에게 박히는 상상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보짓물을 흩뿌렸을까

"하아아아아아아......"

추우우욱

이내 제갈주경의 전신이 축 늘어지기 시작하였다.

격렬한 자위행위에 힘이 쭉 빠져버린 것이다.

스르르륵

곧이어 그녀의 눈이 서서히 감겨지기 시작하였다.

몰려드는 피로를 감당치 못하고 눈꺼풀이 완전히 닫히고만 것이다.

'.....여보...미안해요.....정말..미안해요.'

제갈주경은 의식이 완전히 끊기기 전 사과를 하였다.

구천을 떠돌고  있을지 모를 남편을 향해서

그리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무척이나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로 말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