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75화 (1,276/1,419)

"으으으윽...으윽."

깨질듯한 두통과 함께 서서히 눈을 뜬다.

어제와 똑같은 천장이 자신을 반겨준다.

밤마다 모든 게 꿈이길

기도하지만 소용 없는 짓인듯 하였다.

매일 같은 하루의 시작이 반복되는 걸 보면 말이다.

"후우..."

가벼이 한숨을 내쉰다.

덥석

곧이어 천천히 손을 뻗어 근처에 있던 동경을 쥔 채 얼굴을 비춰본다.

동경 속에는 붉게 충혈된 수심으로 가득한 초췌한 여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밤새도록 울다 잠든 흔적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스르륵

하지만 개의치 않고 몸을 일으켜세운다.

이 또한 언제나 반복적으로 보게되는 모습에 불과하였으니

수련용 무복으로 갈아입는다.

검무를 추고 땀을 흘린다.

바람에 실려온 상쾌함이 전신에 스며든다.

하루 중 유일하게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반시진의 자유를 만끽하고

땀으로 흠뻑 적셔진 몸을 씻는다.

적당한 가슴

탄탄한 복부

잘록한 허리

풍만한 둔부까지

어디 하나 빠짐없이 구석구석 씻는다.

그리고 내력으로 젖은 몸을 바싹 말린다.

그다음 방으로 돌아와 미음을 섭취하며 먹고 싶다기보단 그저 생을 이어가기 위한 식食을 진행한다.

미음을 섭취하면 이제 어제 못다읽은 서책을 읽기 시작한다.

내 하루는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반복된다.

이 조그만 방 안에 처박힌 채 말이다.

똑 똑 똑

그때 반복되던 일상에 균열이 가해졌다.

분명 찾아올 만한 이가 없거늘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시죠?"

깨어나고 처음 내뱉는 말

잠길대로 잠겨 갈라지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소인 제갈방이옵니다. 아가씨"

"그대가 어찌 이른 아침부터 제 거처에 온 것이죠?"

제갈방이라면 가주전 소속의 방계무사였다.

그런 그가 이른 아침부터 어쩐 일이란 말인가

"일어나는 즉시 집무실로 오라는 가주의 전언이 있어, 무례를 무릅쓰고 이른 시간에 찾아오게되었습니다."

"가주전으로? 오라버니가 돌아온건가요?"

가주인 제갈찬은 현재 의천맹의 총군사로서 남창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런데 가주전으로 와달라니?

"새벽에 돌아오셨나이다."

'.......별일이군요, 기별도 없이 세가로 돌아오시다니.'

원래라면 세가에 먼저 기별을 남겼을 오라버니였다.

그런데 이렇게 부지불신간 찾아오다니

의문이 들었다.

"알겠어요, 준비가 끝나는대로 곧바로 가도록 하죠."

그 어디도 가고 싶은 기분은 아니였지만

지엄한 가주의 명이었다.

식솔로서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곧이어 문 뒤쪽에 멀어져가는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후우우우."

그가 떠나자 제갈주경의 입에서 한숨이 내쉬어졌다.

두문불출한 뒤 꽤나 오랫동안 교류가 없었던 오라비였다.

이제와 만날 생각을 하니 껄끄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세가에 머무는 이상

거역따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게 바로 식솔의 의무였으니

'.......화장부터 해야겠네.'

이내 제갈주경은 동경을 들여다본 채 기초적인 화장을 하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보는 오라비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기 위해

****************

끼이이이익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열린 문틈사이로 근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중년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유일한 혈육이자 제갈가의 가주인 제갈찬이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구나. 경아"

제갈찬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가 두문불출한 지 벌써 일년이 지났다.

그말인즉슨 이렇게 마주하게 된지도 일년이 지났다는 말과 같았다.

".....가주를 뵈어요."

"......못본새 더 초췌해진 것 같구나,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게냐?"

제갈찬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못본 새 그녀는 한층 더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창백하리만큼 안색이 좋지 않았고

안그래도 가느다랬던 팔다리는 더욱더 얇아졌고

개미같던 허리를 더욱더 얇아져 한줌에 잡힐 것만 같았다.

그간 어떻게 지냈을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안타깝고 슬펐다.

제갈가의 보옥이라고 불리우던 그녀가 이리도 마음고생을 하다니

"꼬박 꼬박 제대로 챙겨먹고 있어요...걱정치 않으셔도 됩니다."

"거짓말을 하는구나...어찌...그게 잘챙겨먹는 사람의 모습이란 말이더냐?"

".......정말이에요...그러니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갈주경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어쩐 일로 호출을 하신건가요?"

그리고 곧바로 화제를 돌려버렸다.

더는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는듯이

"..........네게 긴히 전할 말이 있다....경아."

그 속내를 알면서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마주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그녀를 더욱더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말씀하세요."

"내일 제갈가에는 손님이 올 것이다."

"손님이요?

"그래, 아주 귀하디 귀한 손님이지."

"그게 저랑 무슨 상관있는지 도통 모르겠네요....혹여 직접 접객이라도 하길 바라시는 건가요?"

"그럴 리가 있겠느냐? 오히려 반대다."

제갈찬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어떤 행동도 하지마라, 두문불출한 채 그저 가만히 있거라. 마치 없는 사람처럼."

"...........그 귀한 손님이 제게 큰 적의를 갖고 있는 손님인듯 하군요. 기를 쓰고 숨어있으라니."

"틀렸다. 경아."

제갈찬은 단번에 부정을 하였다.

"적의를 가지고 있는 건 오히려 네 쪽이란다."

으드득

순간 제갈주경이 이를 악물기 시작하였다.

짐작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갈가주마저 직접 나서서 환대할만큼 귀한 손님이 누구인지

자신이 크나큰 적의를 가진 손님의 정체가 무엇인지

"....장선우."

남편인 이재원을 죽인 장본인

장선우

아마 그밖에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거슬리는 짓은 결코 하지 말도록 하거라. 쥐죽은듯 그저 가만히 있어. 알겠느냐?"

"전 바보가 아니예요, 식솔로서 누가 될 짓을 하지 않아요."

제갈주경은 싸늘하게 대꾸를 하였다.

"게다가 오라버니께서 착각을 한 것 같은데  애초에 제겐 적의랄 것도 없습니다. 그는 그저 그의 할일을 한 것 뿐이니."

이재원은 죽을 짓을 하였다.

그는 협객으로서 정당한 심판을 내린 것 뿐이다.

적의랄 게 무엇이 있겠는가

"정당한 일이었지, 분명 마땅한 일이었다. 하지만 네 마음 속 한켠에선 여전히 그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있지 않더냐?"

제갈찬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렇지 않아요."

"아니라고 믿고 싶은 거겠지."

".........."

제갈주경은 반박치 못하였다.

정곡을 찌르는 말에 무어라 답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그가 머무르는 동안 어디에도 나가지말거라, 그저 가만히 가만히만 있어다오, 거슬리지 않게, 마치 존재치 않은 사람처럼, 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네게 부탁하마. 경아."

"......그런 부탁이라면 구태여 하실 필요없어요, 애초에 마주칠 생각도, 밖으로 나갈 생각도 전혀 없었으니까요."

"네가 열흘에 한번씩 세가를 나서는 걸 알고 있다.....군왕께서 머무르시는 중에는 그 또한 자제해주어야겠다."

"......지아를 감시를 붙인 건 오라버니였군요."

제갈주경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요근래 제갈지아가 감시역으로 붙더니

그 이유가 여기 있던듯 하였다.

"군왕을 맞이하기 전 네 행보에 관해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제가 그리도 못미더웠나요? 감시를 붙일 정도로?"

제갈주경은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멋대로 감시를 붙인 제갈찬에 대한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난 그저 가주로서 완벽을 기했을 뿐이다."

제갈찬은 그 눈빛을 똑바로 응시하며 담담히 입을 떼었다.

일말의 후회조차 없다는듯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서로를 노려보았을까

".......돌아가겠어요."

휘익

이내 제갈주경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더는 제갈찬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어디서 뭘했는지 묻지 않겠다."

제갈찬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행동이 제갈가에 해가 되는 일이라면 난 무슨 수를 쓰든 배제할 것이다. 명심하거라. 제갈주경."

저벅 저벅 저벅

제갈주경은 대답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가주전을 벗어나버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제갈찬은 그런 여동생의 뒷모습을 그저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

무척이나 복잡한 눈빛으로 말이다.

*********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제갈주경은 거동조차 하지 않은 채 침상 위에 그저 쥐죽은듯이 누워있었다.

혹시라도 마주치지 않기 위해

혹시라도 거슬리지 않기 위해

죽은 사람처럼

없는 사람처럼

숨만 쉰 채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참으로 오래도 있는구나.'

벌써 엿새째거늘

아직도 떠났다는 연통 하나 없었다.

'뭐 볼게 있다고 계속 머무르는지 모르겠네.'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제 집이 없는 것도 아니거늘

뭐 볼게 있다고

계속 제갈가에 머무른다는 말인가

'......사당에 가야하는데.'

감시가 워낙 철저하여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수 없었다.

최고 정예들이 3교대로 자신의 거처앞을 지키고 있던 까닭이었다.

'....게다가 위험부담이 크기도..하고.'

장선우가 제갈가에 머무르고 있었고

오라비인 제갈찬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사당의 정체가 탄로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들킨다면...난리가 나겠지?'

이재원은 세상의 지탄을 받는 최악의 공적이었다.

무림인들은 물론이고 민초들까지 손가락질을 아끼지 않는 더러운 위선자.

그런 그를  자신이 기리고 있다는 게 발각된다면 제갈세가의 명예는 끝없이 추락하고 말 것이다.

최악의 경우

군왕의 노여움을 사 제갈가의 입지를 대폭 줄여버릴지도 몰랐다.

'......포기해야..하는건가?'

절레 절레

하지만 이내 제갈주경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열흘에 한 번

사당으로 향하는 건 그녀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못된 짓을 잔뜩하고 죽은 남편이 오랫동안 고통받지 않도록

다음생에는 좀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남편을 기렸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남편과 함께를 있는듯한 착각이일 정도로 마음이 안정되었다.

유일하게 심적인 평온을 느끼는 시간인 것이다.

어찌 그런 시간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스르르륵

자칫 세가의 입지를 대폭 줄여버릴지도 모를 정도로 위험 부담이 큰 일이었지만 그녀는 결국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래, 몰래...몰래 갔다오면..괜찮을거야...들키지만 않으면..'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고 몇 번이고 되뇌이면서 말이다.

스르르르륵

곧이어 그녀의 몸이 주변에 녹아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바깥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죽은 남편을 기리기 위해서

.

.

.

.

.

.

.

.

타타타탁 타타타탁 타타타탁

세가에서 벗어난 제갈주경은 경신술을 극성으로 발휘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사당에 닿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남편을 만나기 위해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머지 않은 작은 사당이 눈에 들어왔다.

'도착했어!'

곧이어 그녀의 눈빛에 생기가 감돌기 시작하였다.

피폐해진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장소

그곳에 드디어 당도하게 된 것이다.

절로 생기가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끼이이이익

함박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제갈주경의 표정이 한없이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그녀를 반겨준 까닭이었다.

"이 사당의 주인은 역시 너였구나."

"......오라버니."

제갈주경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남자의 정체는 제갈찬이었다.

제갈가의 가주이자 하나뿐인 혈육.

"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구나, 경아."

제갈찬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휘익

제갈찬은 이재원의 이름 석자가 쓰여진 위패를 들어올리며 입을 떼었다.

"............"

그녀는 답할 수 없었다.

무림공적을 기렸노라

살인마를 위해 기도했노라

쉽사리 답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당장 답하지 않는다면 부수겠다."

꽈아악

제갈찬은 위패를 강하게 움켜쥐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부숴버릴듯한 기세로

"기도! 기도하고 있었어요!....남편을...죽은 남편을 위해.....기도하고 있었어요!"

그녀는 다급히 언성을 높였다.

이대로 냅뒀다간 위패가 부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 까닭이었다.

"끔찍하고 흉악스러운 살인마를 위해 사당까지 세워 기도했다는 말이더냐?"

"....네에...제가...제가 그랬어요...그러니까..절 벌하시고..위패는 건들지 말아주세요...부탁드릴게요..부디...부디.."

제갈주경은 간절히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위패라는 건 엄연히 혼이 담겨있다고 여겨지는 물건이었다.

그걸 부순다는 건 남편을 죽인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었다.

어찌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있겠는가

"정신을 못차렸구나."

제갈찬은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제갈가의 위신을 바닥까지 떨군 것은 물론이고 이재원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이들의 유가족들에게 대못을 박아버렸다. 그런데 위패만은 부수지 말아달라?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이라고 생각하느냐!"

"저도 알아요!...잘못 된거라는 거......저도 잘알고 있어요! 하지만..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남들에게는 흉악스러운 살인마이고 범죄자이고..끔찍스러운 악인이지만...제게는..제게는 하나뿐인 남편이고...유일한 사랑이며...잊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지옥에서 고통받고 있을 그이를 생각하면...도저히 어찌할 수 없었어요.."

제갈주경은 울먹이며 말을 내뱉었다.

옛적부터 알고 있었다

자신의 행동이 비정상적이라는 것따윈

비이성적이고 말도 안되는 짓이라는 것따윈

하지만 그럼에도 어찌할 수 없었다.

애써 냉정해지려는 이성을

차오르는 감정을 짓누른 채 마구잡이로 뒤흔들어버렸으니

제 멋대로 요동치며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렸으니

"어리석다! 실로 어리석어! 식솔된 입장으로서 제 감정을 우선시하다니!"

파아악

제갈찬은 이재원의 위패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발을 서서히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짓밟으려는듯이

"안돼요!"

그 광경에 제갈주경에 재빨리 내달려 위패를 감쌌다.

"나와라."

"그럴 순 없어요...차라리 저를 짓밟으세요!"

"어서!"

"안돼요!"

제갈주경은 완강하였다.

절대 비킬 수 없다는 굳은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오냐! 그럼 위패와 함께 너도 함께 짓밟아주겠다!"

제갈찬은 발을 드높이 들어올렸다.

내력을 가득히 담은 채로

'밟힌다!'

질끈

제갈주경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얌전히 기다렸다.

예정된 충격이 가해질 때까지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예정된 충격은 가해지지 않았다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발길질을..멈춘건가?'

의아함이 든 제갈주경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오라비의 발을 붙잡고 있는 우악스러운 손길을

"군...군왕 전하!?"

그리고 부지불식간 발을 붙잡힌 제갈찬은 사색이 된 채 언성을 높였다.

마치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듯이

"이게 무슨 짓인가? 제갈가주."

군왕이라고 불린 남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대꾸를 하였다.

특유의 깊고 그윽한 눈빛으로 제갈찬을 똑바로 응시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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