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청룡! 귀뚜라미들 중에 귀뚜라미! 무려 보름이라는 장기간동안 솔투계를 평정한 노익장! 아직 젊은 것들에게는 밀리지 않는다는 걸 몸소 증명하겠다! 귀뚜라미 보일노一老!!"
찌르르르! 찌르르르!
곧이어 왼쪽 우리가 열리면서 일반 귀뚜라미의 배는 될법한 경기판 위로 위풍당당 걸어오기 시작하였다.
과연 솔투계의 전설다운 위용이 아닐 수 없었다.
"우백호! 노익장 보일노 아성을 무너뜨릴 솔투계의 신흥 강자! 강력한 턱과 재빠른 다리로 다늙어빠진 노인네따위는 곧바로 은퇴시켜버리고 이곳을 다스리는 정점이 되겠다!! ! 도전자 리옥그理獄岣!!"
짜르르! 짜르르! 짜르르!
오른쪽 우리가 열리면서 유난히 턱이 발달되어있는 작은 귀뚜라미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위풍당당한 걸음걸이가 보일노 못지 않은 모습이었다.
찌르르르르!
짜르르르!
이내 두 귀뚜라미 판대기 작은 철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자아! 세기의 승부가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모두 판돈을 걸어주십시오!"
"보일노! 너만 믿겠다! 백냥!"
"네번 깨물어 잡고 거꾸로 깨물어 잡는 네 실력을 믿겠다 보일노! 오십냥!"
"아무리 리옥구가 혜성처럼 신흥 강자라지만 보름의 경력을 지닌 노익장 보일노를 이기는 건 무리지. 보일노에게 이십냥!"
"또또 배당률이 폭락하겠구만..너무 일방적인 싸움이잖아? 보일노에게 사십냥!"
"저 덩치를 보라고 리옥그가 보일노를 이기는 건 무리다. 보일노에게 칠십냥."
대다수 사람들은 보일노에게 돈을 걸었다.
일반적인 귀뚜라미는 비교조차 안되는 거대한 덩치.
무려 보름이라는 장기간동안 왕좌 위에 군림하고 있는 저력.
노련한 챔피언과 젊은 도전자들과 싸우며 쌓여진 경험 까지
솔투에 있어선 모든 게 완벽한 귀뚜라미가 바로 보일노였다.
어찌 돈을 걸지 않을 수 있겠는가
"리옥구가 불쌍하구만, 한냥."
"나도 두냥 정도는 걸지."
"혹시 모르니까 나도 열냥정도는.."
혹시 모를 요행을 바라는 이들은 리옥구에게 푼돈을 걸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큰기대따위는 없었다.
리옥구가 이기는 상황따윈 존재치 않을 것이라 내심 확신하고 있던 까닭이었다.
그렇게 처참할 정도로 일방적인 도박이 진행되는 가운데
"리옥구에게 백오십냥."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누군가 패배가 확실시되는 리옥구에 백오십냥을 냉큼 걸어버린 것이다.
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시야에 적의를 입은 면사녀가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멋모르는 아가씨가 돈을 버리는구만."
"세상물정을 몰라도 너무 몰라...쯔쯧"
"리옥구에게 돈을 걸다니....땅바닥에 돈을 버릴 셈이면 날주게."
일부 도박꾼들은 혀를 차며 그녀를 조롱하기 시작하였다.
"지금이라도 취소하게, 범칙금을 내야하긴 하겠지만 백오십냥을 전부 잃는 것보단 나을 걸세."
"맞네, 차라리 그게 나을거야, 리옥구는 가망이 없어.....저 귀뚜라미 보일노가 짓밟아버릴거란 말일세."
다른 도박꾼들은 그녀에게 포기를 종용하였다.
돈을 버리는 게 너무나 아깝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취소따윈 하지 않아요."
그러자 면사녀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뗴었다.
"이번 경기는 리옥구가 이길테니까요."
그리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보일노는 귀뚜라미 계의 지존일세! 대체 무슨 근거로 리옥구의 승리를 장담한다는 말인가!"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부정하였다.
"성충 귀뚜라미의 수명은 많아봤자 삼주 정도예요........그리고 보일노는 벌써 보름이라는 시간을...아니..운반까지 생각하면 그 이상의 시간을 솔투장에서 보냈죠.......기대수명은 사흘이 채 남지 않았을거예요..어쩌보면..오늘이 임종직전일 수도 있죠."
면사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그에 반해 리옥구는 이제 막 성충이 된 사람으로 치면 이십대 전성기의 강자......임종직전과 이십대의 싸움이라면 누가 승리할지는..뻔한 싸움이 아닌가요?"
면사녀는 자신 어린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과연 설득력있는 말이었다.
그 어떤 장사도 세월앞에선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테니
"게다가 제겐 너무나 잘보이는군요....보일노의 미세한 떨림이.....아마 겁을 집어먹은 거겠죠, 젊은 신예에게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말이에요.."
"듣고보니 맞는 것 같아! 뭔가..뭔가 상태가 이상해!"
"....나도 리옥구에게...이십냥 건다!"
"난 오십냥!"
"그래, 인생 쌍, 뭐 있어? 한방이지! 이백냥!"
"믿는다! 면사녀! 삼백냥!"
곧이어 그녀에게 설득당한 도박꾼들은 너도나도 리옥구에게 돈을 걸었고 두 귀뚜라미의 배당률은 어느새 박빙으로 치솟기 시작하였다.
누가 이겨도 큰 돈을 버는 판으로 키워진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열렬한 성원 감사합니다! 판이 좀더 재밌어졌군요!"
"닥치고 빨리 시작해!"
"이러다가 보일노가 임종되겠어!"
"어서 시작하라구! 어서!"
"여유롭게 하소! 시간은 많으니!"
"간식이라도 먹으면서 해도 좋고!"
곧이어 솔투장의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지기 시작하였다.
어마어마한 거액이 걸리니 너도나도 흥분하여 언성을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자아! 그럼 기다리고 기다리던! 지존 결정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셋! 둘! 하나! 개장!"
"와아아아아!!"
"이겨라아아아!!"
곧이어 솔투장에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모두의 환호 속에서
.
.
.
.
.
"젠장할! 분명 여기로 들어왔는데?"
"잘못 봤나?"
"으아아아아!! 이 개같은 년! 어딨어!"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일련의 무리들이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뭐?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겁을 집어먹어?"
"지랄하고 있네! 개같은 년!"
"내가 오늘 그년 못 잡으면 성을 간다!"
"내 돈! 백냥! 전재산 백냥!"
그들은 모두 면사녀의 말을 듣고 리옥구에게 전재산을 걸었던 도박꾼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면사녀에게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보일노와 리옥구의 싸움은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허무하게 끝나버렸고 도박자금은 그대로 허공에 흩날려지게 되었다.
보일노의 단번에 리옥구의 머리통을 뜯어버린 것이다.
자연히 분노가 면사녀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헛소리만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허무하게 돈을 날려버리진 않았을테니
"어떻게든 찾아! 내가 오늘 잃은 돈만큼 그년을 따먹는다."
"똥구멍은 내걸세."
"도톰한 입보지는 내가 맡도록 하지."
"좋아, 난 그냥 보지를 맡지."
"같이 넣음세, 그 입가벼운 버릇은 자지가 두개는 박혀야 고쳐질 거야!"
.
도박은 자기 책임이라지만
도박자금을 전부 잃고 눈돌아간 그들에게 하등 관계없는 말이었다.
어떻게든 모든 원흉인 면사녀를 능욕할 생각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 흩어지도록 하세. 잡게되면 호각을 불겠네."
"그렇게 하지!"
"건투를 빌겠네!"
이내 도박꾼들은 뿔뿔히 흩어지며 이곳저곳을 쏘다니기 시작하였다.
그녀를 따먹을 생각만을 한 채
스르르륵
곧이어 그들이 사라지자 막다른 벽에서 무언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붉은 적의를 입은 면사녀.
도박꾼들이 찾는 철천지 원수였다.
"...지들이 걸어놓고..왜 나한테 난리야."
모습을 드러낸 면사녀는 궁시렁거리며 입을 떼었다.
돈을 걸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칼을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니거늘
어찌 자신을 탓한다는 말인가
지 새끼들이 욕심에 눈멀어 돈을 걸어놓고 말이다.
"미개한 새끼들..쯔쯧..이래서 하층민들하고는 도박하면 안돼."
혀를 가벼이 차기 시작하였다.
좀더 제대로된 물관리를 하는 도박장이라면 이런 보복따윈 존재치 않았을 것이다.
상류층에게 수백냥 따위는 푼돈에 불과하였을테니
'......제대로 된 도박장을 가야하나?'
무리일 것이다.
이미 호북에 있는 모든 도박장에서 출입금지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이런 불법도박장이 아니면 자신을 받아줄 곳이 없는 것이다.
'......애초에....걸 판돈이 없기도..하고.'
방금전 전재산이었던 백오십냥을 공중분해시킨 그녀였다.
자신을 받아줄 도박장을 찾아낸다고해도
더는 찾을 수 없는 것이다.
".....하아....."
한숨이 깊어졌다.
친우와 지인들에게 빌린 돈, 어머니께 받은 용돈, 아버지의 비자금까지 몰래 빼돌려 마련한 도박자금이었다.
더는 돈이 나올 구멍이 없는 것이다.
'.....가문으로 돌아가야하나?'
휘익 휘익
하지만 이내 고개를 재빨리 좌우로 내저었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꼼짝없이 정략적인 시집을 가게된다.
가문에게 피해를 끼친 이천오백냥을 전부 상환하기 전까지는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면사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꼴이 말이 아니네."
그때 그녀의 귓가로 낯선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히익!?"
면사녀는 깜짝 놀라며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너무나 한 남자의 모습을
순간 면사녀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남자의 얼굴이 너무나 익숙하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보면 이 진퇴양난의 원흉이나 다를 바 없는 남자였으니
"치지봉이라고 불리우는 제갈가의 재녀가 이렇게 도박장이나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다니.."
"당..당신은....장선우!?"
"오랜만이다, 제갈지아."
그녀를 마주한 선우는 진한 미소를 띄운 채 대꾸를 하였다.
지금 상황이 재밌어죽겠다는듯이
"..어떻게..이곳에?"
"그런 이야기는 어디 한적한 곳에서 차차 나누도록 하자고.."
휙
선우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어서 따라오라는듯이
"제가..왜....."
"아니면 불법도박으로 체포될래?"
선우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갈게요!"
그러자 제갈지아는 다급히 언성을 높였다.
만약 군왕에게 체포되어 관아에서 끌려간다면 가문에서 아예 축출될지도 몰랐다.
제갈가는 누구보다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 곳이었으니
***********
"그래서...손해배상한 이천오백냥을 갚기 위해..도박장에 뛰어들었다고?"
".......네에."
제갈지아는 힘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냥 넘어가주진 않았나보네."
"......아무래도...작은 돈이 아니니까..어떻게든 책임을 져야한다고..하시더라구요....돈을 마련하든...부잣집에 시집을 가든..."
제갈가는 꽤나 계산적인 곳이었다.
손해를 끼치면 혼나는 대신 어떻게든 충당해야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이다.
"그래서 있는 돈 없는 돈 다끌어모아서 가출했다고?"
"네에."
"차라리 그 돈으로 사업을 하지 그랬어?"
"사업으로...불릴만한 돈이 아니니까요...그리고....시간이 없기도 했고.."
제갈가주가 제시한 변액기간은 딱 삼년이었다.
그 안에 이천오백냥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도박을 했다?"
"아무래도...확률 싸움이니까...계산이 빠른 저라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생각해서..헤헤헤헤."
제갈지아는 머쓱한 표정을 지은 채 어색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본인이 생각해도 꽤나 민망한듯 보였다.
"쫓기는 걸 보면 다 꼴아박은 것 같은데?"
"............."
제갈지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기 떄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시집은 기정사실화겠군....부잣집에 팔려가듯 정략 혼인을 하게 될거야."
"우우우...우우우.."
제갈지아는 울상이 되기 시작하였다.
상상만해도 끔찍하였기 때문이었다.
"너무 그렇게 싫어하지마, 부잣집에 가면 평생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잖아?"
선우는 나름의 위로를 해주었다.
"......하지만.....그 사람은 저보다..스무살은 더 나이가 많다구요!...완전 늙다리라구요!...게다가 애까지 있어요!"
제갈지아는 억울하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웬만해선 그녀도 수긍하려고 하였다
겁대가리없이 선우에게 시비를 걸어 가문에 손해를 끼친 건 엄연히 사실이었으니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애딸리 홀애비한테 자신을 시집 보내려고하는 걸 보면 말이다.
"이천오백냥에 널 사주는 곳이 거기밖에 없었나보지."
"....틀린..말이 아니긴..하지만..아무리 그래도..수용할 수 없어요.....그런 곳에..시집..가기 너무 싫어요....분명 그런 곳이라면 정도 제대로 못 붙일 거예요.....흐으윽...으윽.."
제갈지아는 한탄을 하며 울먹이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팔려가듯 시집 가기 싫었다.
먼저 죽을 게 뻔한 신랑을 누가 맞이하고 싶겠는가
가장 행복해야할 혼인이 최악이 되는 걸 누가 바라겠는가
한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뭐, 안타깝긴한데, 별다른 방법이 없네, 갑자기 이천오백냥을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죠.....마련할 방법이..없죠..제겐.."
제갈지아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처박기 시작하였다.
"뭐, 아주 선량하고 훌륭한 인품을 가진 위대한 영웅이 빌려준다면 말이 다르겠지만 말이야."
번쩍
순간 제갈지아가 머리를 재빨리 치켜들었다.
너무나 솔깃한 제안이 귓가에 파고든 까닭이었다.
"제..제게 돈을 빌려주실 건가요?"
제갈지아는 기대로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며 그에게 물었다.
"못 빌려줄 것도 없지, 난 돈이 아주 많으니까."
"...그럼...그럼 실례인줄 알지만......부디.."
"대신 그냥은 안되고 조건이 있다."
"조건이요!?"
"무려 이천오백냥이다. 조건이 없는 게 이상하지 않겠어?"
".....그렇죠...이천오백냥이니까.."
제갈지아는 납득한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액수를 들으니 과연 틀린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다면 조건이 무엇인가요?"
"한 사람의 동향을 내게 쭉 보고해줬으면 한다, 먹는 것, 만나는 사람, 그때 그때 표정, 이동경로까지 전부 말이야."
".......그런 걸 왜 저한테?"
전문 세작꾼이나 할법한 것들이었다.
그런 걸 왜 자신에게 시킨다는 말인가
"너만큼 적합한 사람이 없거든."
제갈가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위치
유심히 관찰한다해도 의심을 받지 않을 성별
그리고 돈에 쪼들려 조종하기 쉬운 조건까지
그녀는 세작으로 최고의 가치를 지닌 여자였다.
".......그 사람이 누군데요?"
그녀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제갈주경이다."
선우는 담담히 입을 떼었다.
"고모님을요!?
그 말을 들은 제갈지아의 눈빛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예상치 못한 인물에 대한 언급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아아, 일거수일투족 족족히 보고하도록 해야할 거다."
"하지만...어째서?."
"그녀가 가진 마음의 상처를 몸소 치유해줄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동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거든."
".......하지만..아무리...그래도..고모님을.."
"이미 제갈가주가 허락한 사안이다."
"아버님이요!?"
"그래, 그러니 너무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다."
"............"
제갈지아는 짐짓 복잡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해야할 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던 까닭이었다.
저 남자의 말을 온전히 믿기도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너무나 힘들었다.
자신은 어찌해야한다는 말인가
"싫으면 거절해도 상관없다."
"거절하면..이천 오백냥은...못 빌리겠죠?"
"당연한 걸 묻네, 한푼도 없다."
선우는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으으으...으으으."
제갈지아는 괴롭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천오백냥을 못빌렸을 시 겪게 될 끔찍한 미래가 머릿속에 그려진 까닭이었다.
"정말..정말..아버지의 허락을 받은 일인가요?"
"물론, 정 의심스럽다면 확인해도 좋다."
".......그럼...그럼 할게요."
이내 제갈지아는 결심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엄연히 아버지의 허락을 받은 일이었다.
의심하고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리라
'.....겸사겸사 돈이 필요하기도...하고.'
그녀의 눈빛이 욕망으로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좋은 선택이다."
선우는 입가에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쉽게 꿰여졌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과연 수세에 몰릴만큼 몰린 모양이었다.
"그럼 잘부탁하지."
선우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덥석
그리고 제갈지아는 그 손길을 거부치 않았다.
동앗줄처럼 꽉 조여잡은 것이다.
'좋아....이제 내부자도 확보했으니...본격적인 공략에 들어간다.'
정석적인 공략을 위해선
내부자의 조력이 필수였다.
이제 필수 요소 하나가 마련되었으니
본격적으로 공략 계획을 세워도 무방할 것이다.
'이제 첫걸음이군.'
씨익
이내 선우의 입가에 미소가 한층 더 짙어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