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64화 (1,265/1,419)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처절한 비명성이 온세상에 울려퍼지며 천지를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파천의 기운에 잠식당한 해신이 내지르는 고통으로 가득한 비명성이었다.

"......해신께서...고통스러워하고 있어.."

"해신이....비명을 내지르고...있어."

"어찌..어찌 저런 일이.."

"아오오옼?...오오오옼?...옼"

"우오오옼 우오오옼....우오옼."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광신도들은 하나같이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해신海神

이 세상을 창조하신 위대한 주신이자 생명의 근원인 바다를 다스리는 초월자.

모든 걸 초월한 그녀가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처절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마치 필멸자와 다름없이 말이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교리에 따르면 신은 전지전능하다고 하였다.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을 능히 이룩할 수 있는 기적같은 힘을 갖췄다고 들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전지전능과는 확연히 거리가 멀었다.

한치 앞도 못보는 인간과 다를 바 없이 느껴지는 것이다.

'..해신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모든 광신도들의 마음 속에선 불신의 새싹이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맹목적으로 따랐던 믿음의 근간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곧이어 수많은 신도들의 눈빛에는 광기로 가득했던 믿음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그 대신 그자리에 의심과 불신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

.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해신은 더욱더 처절하게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관통당한 복부로부터 전해져오는 파천破天의 의지가 그녀의 내부를 마구잡이로 헤집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죽을거야....완전히 소멸하고 말거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끔찍한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신격과 불멸성을 잃고

완전한 소멸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무슨..수를..무슨 수를 써야해..'

그녀는 온신경을 집중하여 신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하였다.

끔찍한 고통에 집중이 흐려졌지만 개의치 않고 완강히 저항하였다.

이대로 신격을 잃고 소멸할 수는 없으니

'아니!?'

하지만 이내 해신은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아무리 집중해도 원하는만큼의 신력을 끌어올리 수 없던 까닭이었다.

'.....신격이 떨어졌어.'

해신은 깨달을 수 있었다.

신격이 추락하여 창조신에서 상급신 수준으로 강등되어버렸다는 것을

수많은 신도들 앞에서 보인 추태가 스스로의 신성을 훼손시켜버렸다는 사실을

'....안돼....안돼..제발..제발..불신하지마!...나를...나를 의심하지마!'

그녀는 애원하였다.

부디 불신치 말라고

더는 신성을 훼손치 말라고

자신의 신격을 추락시키지말라고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격의 추락은 오히려 가속될 뿐인 것이다.

이내 그녀는 하급신 수준으로 완전히 격하되고 말았다.

조물주로서의 권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이런 하찮은 신력으로는 저항할 수 없어...소멸할 수밖에 없어.'

창조신의 신력으로도 장담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하급신 수준의 신력으로는 파천의 기운에 저항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싫어...소멸하기..싫어..'

초월하여 신격에 다다른 존재였지만 생에 대한 열망만큼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대로 소멸하기는 싫었다.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

"..끄으으윽...살려..살려줘...제발..나를..나를.....살려줘어어.."

해신은 글썽이며 애원하고 또 애원하였다.

부디 자신을 살려달라고

부디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이대로 소멸시켜주지 말아달라고

"꺼져."

하지만 소용없는듯 보였다.

이미 남자의 눈빛에는 결연의 의지가 담겨있었으니

"싫어...싫어....싫어...싫어..제발...싫어어.."

곧이어 해신의 울부짖음이 사방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이제 모든 게 끝이 났다고

예정된 소멸을 막을 방도따윈 전혀 없다고

그렇게 모든 걸 자포자기하고 있던 그때였다.

쑤우욱

복부에 관통했던 주먹을 그대로 회수되기 시작하였다.

쿠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해신의 몸이 뒤로 나가떨어져버렸다.

집요하게 파고들던 파천의 기운에 저항하느라 기력이 완전히 소진되어버린 것이다.

'...살았어?'

바닥에 눕게된 해신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소멸직전에 힘을 빼버릴 줄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크으윽.."

그렇게 한창 의아함을 느끼고 있던 때 옅은 신음성이 귓가로 파고들었다.

시선을 돌리니 주먹을 움켜쥐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육신이 파천의 힘을 감당할 수 없었구나.'

이해 못할바는 아니였다.

신마저 멸할 수 있는 최흉의 기운을 육신만으로 감당하는건 창조의 권능을 지닌 자신조차 부담스러운 일일테니.

'이건 기회야.'

해신은 눈을 반짝였다.

이건 다시오지 않을 천혜의 기회였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얌전히 소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발...제발..한번만..나를 일으켜세워다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녀는 온신경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신력이 모여들며 그녀에게 미약한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단 한번 몸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으드득

해신은 이를 악물었다.

덥석

그리고 간신히 몸을 일으켜세운뒤 양손으로 그의 목울대를 움켜쥐었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끝이다!'

츄으으읍

그다음 망설임없이 입을 맞추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그녀와 선우 주위로 칠흑과도 같은 농밀한 어둠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곧이어 농밀한 어둠은 온사방을 뒤덮었고

세상은 암전이 되었다.

마치 한줌의 빛조차 허용치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

암전된 세상

오직 두 존재만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초월에 다다라 신격을 회득한 존재.

선우와 해신이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거지?"

선우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별안간 입을 맞추자 세상이 암전되며 단 두 명만이 남게 되었다.

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별거 아니야, 그저 내 정신 세계에 네놈을 초대한 것 뿐이니."

"정신 세계?"

"시간과 공간은 물론 육신까지 초월한 정신체만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이지."

해신은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참으로 질기군, 그냥 얌전히 기다리면 목을 따줄텐데, 이렇게까지 번거롭게하다니 말이야."

선우는 귀찮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유를 부리구나, 위기감을 못 느끼는 건가?"

"위기랄 게 있나, 그냥 공간을 찢어버려서 탈출하면 될 일을."

선우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오라. 흑야여."

그리고 공간마저 초월하는 자신의 애검을 호출하였다.

하지만 암전된 세계에선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적막함과 을씨년스러움이 가득한 것이다.

"이곳은 오직 정신체만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검따위가 뚫고 올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해신은 재밌어 죽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꽤나 귀찮은 세계로 나를 불러들였군."

"전략적인 판단을 했을 뿐이다, 힘으로는 네놈을 압도할 수 없으니."

"이런 곳이라면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한 말이다. 온전히 나의 정신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세계에서 밀릴리 만무하지 않은가?"

"모형정원에선 압도당해 눈물 콧물까지 질질 짰던 걸로 기억하는데?"

선우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홈그라운드에서 개처발려놓고 뭐 저리 당당하다는 말인가

"정신 세계는 창조 세계와는 궤를 달리하는 곳이다. 오직 정신의 깊이만이 그 강함의 척도가 되지. 더 이상 선기나 현계의 기운따윈 쓸 수 없을 것이다."

"확실히 그런 것 같긴하네."

선우는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선기와 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집중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마치 텅빈 사람처럼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결국 네놈이 패배한 것이다! 방심이 화를 불러 네놈을 파멸시킨 것이다!!"

해신은 잔뜩 고양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완전히 우위에 섰다는 생각에

뼈아팠던 패배감이 서서히 희석되기 시작하였다.

이래저래 위기가 있긴하였지만 결국 자신이 승리하였다.

소멸은 되는 건 자신이 아니라 저놈인 것이다.

기뻤다.

너무 기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글쎄, 과연 그럴까?"

선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되물었다.

꽤나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축된 모습이 아니였다.

"허세를 부리는구나, 겁을 집어먹어도 충분히 이해하거늘."

그녀는 그런 선우의 태도가 허세라고 판단하였다.

평생 쌓아왔던 기운들이 봉해지고 오직 정신체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미소라니?

속내를 들키고 싶지 않아 허세를 부리는 게 분명하였다.

"허세라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전혀 위기감이 들지 않아."

"뭣이?"

"전혀 모르는 세계에서 끌려오고 모든 힘이 봉해졌는데도 이상하게 질 것 같지가 않아."

선우는 재밌다는듯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최악의 상황이라고해도 무방할 것이다.

꽤나 절망적이라고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질 것 같지가 않았다.

".....건방진 놈! 그렇다면 내 친히 네놈이 주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마!"

해신은 선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꽈아아악 꽈아아악 꽈아아악

그러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압력이 선우의 전신을 조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완전히 찌부라뜨려버릴듯한 기세로

"..이게 정신 세계에서 네 힘인가?"

몸이 한껏 움츠러든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이곳에서 난 전능에 도달한 존재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지! 네놈의 정신체를 소멸시켜버리는 일따윈 손바닥 뒤집듯 손쉬운 일이란 말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그런건가.."

선우는 태연스레 그 말을 받았다.

끔찍한 압력이 전신을 옥죄는 상황임에도 실로 여유롭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그대로 터져라!"

해신은 의지를 발현하였다.

그의 정신체를 완전히 소멸시키기 위해

"......터져라!...터져라! 터지란 말인가!"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가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몸뚱아리가 찌부라져 터져야할 선우가 너무나 멀쩡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터지지 않는다는 말인가

어째서 저리도 태연스러운 모습으로 살아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자신만의 정신 세계에서

"아무래도 넌 전능하진 않은 것 같네."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비웃음을 지었다.

"웃기지마!!!"

그리고 그 비웃음은 그녀를 자극하기 충분한 도발이었다.

솨아아아아아악

검은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곧이어 하나의 삼지창 형상을 만들어내었다.

"죽어어어!"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투척하였다.

저 건방진 놈을 그대로 소멸시키기 위해

"멈춰."

선우는 날아드는 창을 향해 가벼이 명하였다.

그러자 맹렬한 기세로 날아들던 창이 그대로 멈춰서고 말았다.

마치 제 주인의 명을 따르는 충견처럼

"돌아가."

뒤이어 명을 내렸다.

휘익

쇄애애애애애액

그 순간 창촉의 방향이 해신을 향해 돌려지더니 그대로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본래 주인을 향해

"멈춰! 멈춰! 멈춰!!!"

해신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명하고 또 명하였다.

부디 멈추라고

더는 다가오지 말라고

하지만 소용없었다.

아무리 명을 내려도 주도권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푸우우욱

"아아아아악!!!"

이내 고통 가득한 비명성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삼지창이 그녀의 몸통을 그대로 꿰뚫어버린 것이다.

"아파...으윽..아파...너무..아파아..크으윽.."

이내 해신은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기운을 흐트려 소멸을 면하긴 하였지만 그 여파를 완전히 해소시키진 못한 까닭이었다.

"엄청 아픈가보네, 다행이다. 난 안맞아서."

그때 조롱기 어린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삼지창을 되돌린 장본인

장선우의 목소리였다.

"너...너어...너어어.."

해신은 원망과 분노로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눈깔아, 또 창 맞고 싶어?"

선우는 손을 천천히 뻗었다.

쇄애애애애액

그러자 그녀가 쏘아보냈던 창과 똑 닮아있는 한 자루 창이 그의 손에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어...어떻게 네가 그걸!?"

해신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오직 자신만이 행할 수 있는 힘이었다.

어떻게 그걸 저놈이 그대로 흉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생각하니까 되더라고."

"말도 안돼...말도 안돼..어떻게..어떻게..그런 일이..이곳은..이곳은..내 세계인데..어째서.."

"이제부턴 내 세계야."

선우는 등뒤로 수백 수천 수만 자루의 창들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가히 재앙이라고 칭해도 무색치 않을 위용이 내보여진 것이다.

"아...아아...아아.."

털썩

해신은 그대로 주저 앉고 말았다.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저런 거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자아, 그럼 이제 곱게 죽으라고."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전의도 완전히 상실시켰겠다.

이제 미련없이 죽이면 될 것 같았다.

"잠..잠깐! 기다려! 죽이지말거라! 소멸시키지말거라!!"

"싫어."

수만자루의 창끝이 그녀를 향하더니 그대로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신을 완전히 멸하기 위해

"날 소멸시키면 넌 이곳에 영영 갇히게 될것이다!"

우뚝

순간 창들이 그녀의 코앞에서 멈춰섰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그게 무슨 말이지?"

"주도권을 빼앗겼지만 이 정신 세계의 주인은 엄연히 본녀이다..날 죽이면 세계는 완전히 닫히게 될 것이다! 영원히 갇히게 될 거란 말이다!"

"그럼 당장 내보내."

"날 살려주겠다고 약속한다면 보내주겠다!"

그녀는 조건을 걸었다.

일단 목숨줄부터 확보할 요량이었다.

"살려줄게 내보내."

"저승의 강에 네놈의 신격을 걸어라!"

"..........날 못믿는 건가?"

"못 믿는다! 너 같으면 믿겠느냐!"

"............."

선우는 입을 다물었다.

설마하니 이렇게 완강할 줄은 예상 못한 까닭이었다.

"신격을 걸순 없다. 날 믿고 날 내보내라."

"신격을 걸지 않는다면 나 또한 네놈을 내보낼 수 없다! 평생 이곳에 살게 만들 것이다!"

해신은 의지로 가득한 눈빛을 반짝였다.

와락

그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전혀 타협할 수 없다 의지가 느껴진 까닭이었다.

"짜증나게 하네."

"짜증나게해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날 죽이지 못할테니!"

"....고문당하고 싶어?"

"흥, 고통따위론 날 굴복시킬 수 없다! 곧바로 회복시키면 그만이니!"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대꾸하였다.

어차피 정신 세계의 고통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주도권을 빼앗겼다고해도 자신의 힘이 없어진 건 아니였으니

얼마든지 저항할 수 있는 것이다.

"후우.. 그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네."

선우는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고문으로는 그녀를 굴복시킬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결국..날 살려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신은 자신이 있었다.

고문조차 통하지 않는 이상

저놈은 자신의 조건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테니.

그렇게 안심하던 차였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악

자신의 코앞에서 멈춰섰던 수만 자루의 창들이 모조리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대신 다른 형태의 무언가 그 자리를 채웠다.

버섯처럼 씌워진 두터운 모자.

길죽하게 뻗은 우람한 기둥

커다란 두개의 구슬

'남근!?'

그렇다.

그건 남자의 생식기

남근이었다.

수만 개의 남근이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이런 걸?"

해신은 당혹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별안간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모두 네가 자초한 거야."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달게 받아."

파파파파파파팍

곧이어 수만개의 남근 모형이 그녀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악!!!!!!"

곧이어 정신 세계에는 해신의 처절한 비명성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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