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바다를 닮은 진청색의 머릿결
표독스럽게 올라간 눈꼬리
깊고 고요한 푸른 눈망울.
베일듯 날선 콧날
야릇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도톰한 입술.
새하얀 진주를 연상케하는 새하얀 피부결.
모습을 드러낸 여인은 신의 걸작이라고 칭해도 무색치 않은 절대적인 미를 뽐내고 있었다.
수많은 절세가인들로 단련된 심미안을 가진 자신조차 절로 감탄할 정도로 말이다.
".....모습이 살짝 바뀌었군."
사실 살짝 수준이 아니였다.
천지가 개변할 정도로 바뀌었다.
흉측스럽게 생긴 뚱땡이 괴물은 사라지고 초월적인 미를 품고 있는 절세가인이 등장하였으니
'청하 엄마 맞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형태의 해신은 청하와 쏙 빼닮은 모습이였으니
소녀스러운 청하와 달리 유부녀스러운 농염함이 짙었지만 말이다.
"네놈을 상대하기엔 이 모습이 유리할 것 같더군."
초월적인 미를 품고 있는 절세가인
해신은 담담히 대꾸를 하였다.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했다고 해서 내가 손속이 가벼워질거라고 생각하는가? 어리석군."
부동심이 흔들릴 정도로 아름답긴하였지만 그렇다해서 손속에 사정을 둘 생각따윈 없었다.
그녀는 무찔러야할 대적이였으니
"그럴리가, 초월자에게 미인계따위가 통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해신은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초월자는 오욕칠정을 초월한 인외의 존재였다.
뒤집어 쓴 거죽이 아름답다하여 강철같은 부동심을 뒤흔들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저 피격면적을 줄이고 본래 힘을 압축했을 뿐이다...그 전에 형태는 편안하긴 하지만 여러모로 전투에는 적합하지 않으니."
태산과도 같은 덩치는 대량학살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전투로서는 적합하지 않았다.
공격 범위가 넓어진만큼 쓸데없는 힘의 소실이 증대하였고 헛점이나 약점이 너무나 무방비하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많이 쫄렸나봐? 그 오만하시던 분이 형태가 바꾸는 걸 보면 말이야."
선우는 비소를 머금은 채 이죽거렸다.
신의 위용을 보여준다는 위대한 신께서 미천한 인간과 비슷한 행태로 모습까지 바꾼 채 전투를 임하다니
절로 비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아, 어쩔 수 없더구나, 그 형태로는 오히려 이쪽이 위험할 지경이였으니."
"......꽤나 순순히 인정하는군."
예상외였다.
자존심을 세우고 열을 올리며 분통을 토해낼 줄 알았는데 이리 순순히 인정하다니
그것도 저 오만한 유일신께서 말이다.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런데 어찌 네놈의 강함을 인정치 않을 수 있겠는가? 인정한다. 넌 강하다. 이 세계의 창조주조차 멸할 수 있을 정도로."
해신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이쪽도 최선을 다해 상대해주도록 하겠다."
해신은 가녀린 손을 천천히 뻗었다.
슈우우우우우우욱
그러자 주위에서 일렁이던 끈적하고 불길한 기운들이 순식간에 모여들며 하나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하였다.
흉악스러울 정도로 뾰족한 세 개의 첨단이 곧게 뻗어있는 길죽한 창
불길한 기운을 물씬 풍기는 하나의 삼지창이 완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무기도 쓰는가?"
"무방비하게 맞서기엔 네놈의 검이 너무나 위협적이라서 말이야."
"꽤나 위협적인 창이로군."
"근원에 가까운 힘이 압축된 창이다. 어찌 위협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최선을 다한다는게 허언은 아닌 것 같네."
선우는 슬며시 검을 늘어뜨렸다.
아무래도 이쪽도 최선을 다해야할듯 싶었다.
삼지창을 마주한 순간
해신의 본체와 마주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위협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질 수도 있겠어.'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
삼지창을 손에 쥔 순간부터 명백히 분위기가 바뀌어버렸으니
그렇게 두 남녀는 가만히 서로를 응시하였다.
일말의 빈틈을 찾기 위해
그렇게 얼마나 응시하였을까
쇄애애애액
부우우우웅
두 사람은 동시에 창과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서로에게 참격이 맞부딪히며 거대한 폭음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전투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터져나간 것이다.
파팟
참격을 쏘아보내고 제일 먼저 움직인 건 선우였다.
가벼이 발을 굴려 공간을 접어 그대로 도약하였다.
저 폭풍 속에서 고고히 떠있는 해신에게 닿기 위함이었다.
쇄애애애애액
곧이어 해신의 코앞까지 도달한 선우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검을 내질렀다.
정확히 그녀의 심장을 향해서
카아앙
하지만 그 시도는 한순간에 무산이 되고 말았다.
예상했다는듯 휘둘러진 창대가 검을 그대로 튕겨버린 까닭이었다.
"뻔한 공격을 하는구나."
해신은 우습다는듯 비웃음을 흘렸다.
쇄애애액
그리고 창대를 밀어 그래도 찔러넣기 시작하였다.
향하는 곳은 목울대였다.
휘익
선우는 재빨리 허리를 뒤로 젖혔다..
퍼어억
그리고 발을 뻗어 그녀의 복부를 강타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꿈쩍조차 하지 않았다.
강맹한 일격을 정통으로 직격했음에도 밀리는 기색따윈 전혀 없는 것이다.
"발차기가 한없이 가볍구나."
해신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부우웅
그리고 선우와 마찬가지로 발을 차올렸다.
'옆구리!'
선우는 재빨리 왼팔을 내려 옆구리를 보호하였다.
콰아아앙
"끄으으윽.."
곧이어 선우의 입에서 옅은 신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내력으로 최대한 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왼팔에 상당한 충격이 전해진 까닭이었다.
"이정도는 되어야 아프지 않겠느냐?"
해신은 한없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퍼어어억
그리고 재빨리 발을 회수하여 그대로 복부를 향해 내질렀다.
"크으으으윽.."
선우의 신형이 그대로 추락하기 시작하였다.
강맹한 일격으로부터 전해진 충격량을 도저히 견디지 못한 까닭이었다.
콰콰콰콰쾅
이내 선우는 땅에 완전히 처박히고 말았다.
해신은 그틈은 놓치지 않았다.
삼지창을 높이 치켜든 채 투척 자세를 취한 것이다.
"끝내주지."
부우우웅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없이 창을 내던졌다.
그 순간 빛살과 같은 속도로 창이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세상조차 반으로 갈라버릴 맹렬한 기세로
콰아아아아아아앙
곧이어 찢는듯한 굉음성과 함께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대지에 퍼져나갔다.
쩌저저적 쩌저저적 쩌저저적
선우가 처박혔던 땅을 중심으로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단단한 대지조차 그 커다란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참으로 질기구나. 설마 그걸 견딜 줄이야."
해신은 창이 쏘아졌던 땅을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검면으로 창으로 버텨내고 있는 선우의 모습이 시야에 한가득 들어온 까닭이었다.
꽤나 작정하고 내던진 일격이었건만 그걸 기어이 버텨낸듯 하였다.
과연 무시할 없는 남자였다.
"....벌써 끝맺기엔....많이 섭하잖아?"
선우는 더듬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이대로 끝맺기엔 너무나 일렀다.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고 말이다.
"하나도 섭하지 않다. 그러니 이만 죽거라."
해신의 푸른 눈빛이 반짝였다.
꾸우우우욱
그러자 삼지창에 담긴 신력神力이 한층 더 강화되며 더욱더 강하게 짓누르기 시작하였다.
"끄으윽.."
선우는 옅은 신음성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삼지창에 담긴 힘이 지금껏 겪었던 그 어떤 힘보다 무거웠고 강맹하였다.
태산같던 무게로 짓눌렀을 때의 몇배는 되는 것 같았다.
뼈가 비명을 지르고 근육이 울부짖는다.
기력과 체력이 스멀스멀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단 한번의 일격을 허용하였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게...해신의 진정한 힘?'
충분히 오만할 자격이 있는 강맹함이었다.
이정도로 강하다면 그 누구라도 오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해서..이대로 져줄 생각은 없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전신에 내력을 집중시켰다.
육체가 더욱더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뼈가 한층 더 굵어지고
근육이 한층 더 조밀해진다.
저 해신의 일격을 버텨낼 수 있도록
"끄아아악!"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짓누르던 삼지창이 본래 주인에게 그대로 되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짜증날 정도로 질긴 놈이로구나....설마 신격을 담은 일격마저 견뎌낼 줄이야."
해신은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세상마저 파괴할 수 있는 신력을 담았건만 그것조차 기어이 튕겨내버렸다.
어찌 한낱 인간 출신 초월자따위가 저리도 질기다는 말인가
"날 죽이려면 더 강한 걸 가져와야할 거야."
선우는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강한 일격이 그의 호승심에 불을 지핀 까닭이었다.
"인정하지, 정면으로 네놈을 깨부수는 건 내겐 무리다, 애석하게도 우리의 힘은 동등한 것 같으니."
해신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신격을 담은 일격조차 통하지 않았다.
이게 의미하는 건 단 하나였다.
저 인간출신 초월자가 가진 신격이 자신과 동등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인정하긴 싫지만 말이다.
"그래서 포기하려고?"
"넘겨짚지 말거라, 그저 네놈의 강함을 인정한 것뿐이니."
해신은 창을 세워 선우를 향해 겨누었다.
"힘이 동등하다면 승부를 결정짓는 건 서로의 역량인 법이지."
그녀는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자신 있나?"
"없진 않구나."
해신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자신 넘치네."
"영겁의 세월을 살아온 이 몸이다, 백년조차 살지 못한 네놈에게 밀릴 것 같더냐?"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등하지만 그 농도는 다른 법이지."
선우는 올곧은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비록 난 백년조차 살지 못했지만 그 시간의 농도는 온실의 화초처럼 자란 네년 따위는 감히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짙을 것이다."
셀수조차 없을 정도로 수많은 위기를 겪으며 처절하게 성장하고 종국에는 초월의 경지까지 도달한 자신이었다.
날 때부터 초월자로서 살아온 그녀와는 비교조차할 수 없는 짙은 농도를 지니고 있었다.
"우습구나, 신조차 넘볼 수 없는 시간의 농도라니? 그런 게 존재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럼 직접 확인해봐. 누가 더 우위에 있을지."
선우는 다시금 검을 움켜쥐었다.
"안그래도 그럴 참이다. 인간이여."
해신 또한 삼지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이내 서로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곧이어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천지를 진동시키기 시작하였다.
******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두 초월자 사이에선 셀 수조차 없이 많은 공방이 오고가기 시작하였다.
누구 하나 우위에 설 수 없을만큼 치열하기 그지없는 공방이 펼쳐진 것이다.
'대단해.'
선우는 감탄하였다.
공방이 이어질 수록 해신의 강함이 절로 체감된 까닭이었다.
강검의 묘리가 담긴 검이 휘두르면
그녀는 창에 화려한 변화로 주어 맞섰고
환검의 묘리가 담긴 검이 휘둘러지면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변화를 차단하였다.
유검의 묘리로 담긴 검이 내질러지면
강한 일격으로 짓눌러버렸고
중검의 묘리가 담긴 검을 짓누르면
도리어 부드러이 받아넘겨버렸다.
지금껏 익혔던 모든 검술들을 너무나 손쉽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장담할 수 없다.'
그녀는 역량은 경악스러울 정도로 높았다.
만검萬劍에 경지에 다다른 자신조차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검의 정점에 도달하였다고는 하지만 이는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모든 창의 정점에 도달해있는 것이다.
'변수가 필요해.'
마땅한 변수없이는 승부가 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이대로 시간이 질질 끌린다면 오히려 이쪽이 패배할 것이다.
공령지체가 무용지물이 되어 내력에 제한이 생긴 자신과 달리 그녀의 힘은 무한하였으니
'어떻게 해야....어떻게 해야하지..'
선우는 궁구하고 또 궁구하였다.
저 강맹한 존재를 쓰러뜨릴 묘수를 찾기 위해
그렇게 얼마나 궁구하였을까
번쩍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려지기 시작하였다.
성공만 한다면 제대로 된 일격을 먹일 수 있는 묘수를
'하지만 성공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지금껏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시도였기 때문이었다.
자칫하면 되려 이쪽이 낭패를 볼 수 있는 최악의 시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도는 없다.'
위험부담이 크긴 하였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패색이 짙어지는 건 이쪽이였으니
선우는 눈을 빛내며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한방을 먹일만한 빈틈을 만들어내기 위해
.
.
.
.
'대단한 자이다.'
한 편 해신 또한 마찬가지로 감탄을 하고 있었다.
그 농도가 짙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눈앞에 존재는 강대하였다.
영겁의 세월을 겪은 자신의 역량과 동등할 정도로
그렇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낱 인간출신 초월자가 창조신에 버금가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었으니
'하지만 결국 패배하는 건 네놈이다!'
강맹하긴 하지만 저자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무한한 힘을 지닌 자신과 달리 체내에 저장되어있는 힘외엔 사용할 수 없다는 명백한 한계.
선계에서 끌어오는 선기만 가지고는 자신을 상대할 수 없었다.
결국 승리하는 건 자신인 것이다.
'이 세계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네 패배는 확정되어있었다.'
무한과 유한
고작 한글자 차이지만 그 격차는 너무나 명확하였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격차를 지닌 것이다.
'점점 더 지쳐가...힘이 전부 빠진다면..그대로 목을 꿰뚫어주마....'
그녀는 뱀같은 눈빛을 빛내며 공방을 이어갔다.
그가 완전히 지쳐떨어지기를 기다리며
그렇게 얼마나 공방이 이어졌을까
검격은 점점 약해지고 동작이 커지며 빈틈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지쳤구나.'
해신은 눈을 빛냈다.
비로소 그가 힘이 떨어졌다는 걸 인지한 까닭이었다.
꽈아아악
그녀는 창대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창끝에 모든 신력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일격에 끝내기 위함이었다.
그다음 하늘높이 창을 치켜들었다.
가장 강한 일격을 내리꽂기 위함이었다.
부우우웅우우우웅
이내 파괴의 힘이 담겨진 삼지창이 맹렬한 기세로 내리꽂혀지기 시작하였다.
공간마저 뭉개버린 채로
'끝이다!'
그녀는 승리를 확신하였다.
씨익
그 순간 해신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하였다.
눈앞에 남자가 갑작스레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그것도 너무나 불길한 미소를
'....함정!?'
그녀가 의문을 품던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눈앞에 남자가 권격을 내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우습구나, 고작 준비한 게 그런 것이라니!'
해신은 코웃음을 쳤다.
고작 준비한 게 권격이라니
긴장한 게 민망할 정도였다.
파천의 힘이 아니라면 자신의 육신에는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직접 몸소 겪은 주제에 다시금 실수를 저지르다니
학습능력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게 아닌가?
'멍청함을 탓하며 죽어라!'
그녀는 창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강하게 내리찍기 시작하였다.
권격따윈 맨몸으로 가벼이 버텨내고 머리통을 터트릴 요량이었다.
'끝이다!!!!'
콰지지지지직
"꺼으으으으으윽.."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의 계획은 완전히 무산되고 말았다.
어느새 파고든 권격이 그녀의 복부를 관통해버린 까닭이었다.
"쿨럭...끄으윽...으으윽...으으윽.."
더불어 극심한 고통이 전신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주먹을 통해 전해진 익숙한 기운이 몸속에 파고든 까닭이었다.
".......파..파천."
그렇다.
몸을 관통시킨 주먹을 통해 전해진 힘은
파천破天
그녀가 유일무이하게 두려워하는 힘이었던 것이다.
"갑자기 동작이 커지면 의심부터 했어야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힘과 기술은 동등하였으나 그 수싸움에서는 밀렸다.
그녀가 좀더 노련하였다면 끝까지 방심치 않았으리라
"........빌어먹을."
해신의 고운 입에서 욕지거리가 내뱉어졌다,
다 이긴 싸움에서 패배하였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잘가라고, 온실의 화초."
그 말을 끝으로 선우는 의지를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주먹을 휘감고 있던 파천의 기운이 더욱더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아아아악!!!!"
곧이어 세계에는 창조주의 끔찍한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