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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58화 (1,259/1,419)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굉음성과 함께 하늘이 울리고 땅이 뒤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초월하여 신격에 얻은 두 위대한 존재들의 손톱과 검날이 정면으로 맞부딪히며 거대한 충격파를 발한 까닭이었다.

'.....대단해..'

독고령은 경악스러운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하였다.

손톱을 내지르고

검으로 쳐내고

다시금 휘두르고 찔러들어가 상쇄시키고

언뜻보면 그저 단순한 공방에 불과하였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힘은 하나하나에 경악스러울 정도의 위력이 담겨져있었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선우라는 남자가...설마 저렇게 강할 줄이야.'

독고령은 내심 장선우의 패배를 예상하였다.

온전한 힘을 이어받진 못하였다고는 하지만 버려진 자식은 엄연히 해신의 핏줄.

태어날 때부터 신격을 가졌던 그녀가 저런 무뢰배따위에게 질 리 없을 것이라

그리 생각하였다.

하지만 막상 공방이 시작되니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버리고 말았다.

압도되긴 커녕 한치의 양보없는 치열한 공방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치열한 공방을 통해 독고령은 깨달을 수 있었다.

장선우라는 남자가 가진 힘이 버려진 자식과 최소 동급이라는 사실을

'게다가 현혹조차 되지 않았어.'

직접 마주한 버려진 자식은 동성인 자신조차 넋을 잃어버릴 정도로 극상의 미美를 품고 있었다.

그런 이성을 마주하였음에도 저 색골은 현혹됨이 전혀 없었다.

무서울 정도의 부동심이 아닐 수 없었다.

'누가 이길까?'

쉬이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저 두 초월자들의 공방은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기 그지없었으니

독고령은 그저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초월자들의 공방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말이다.

******

뼈다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싹 말라 비틀어진 쭈글쭈글한 외견

쇠를 긁는듯한 기괴하면서도 불쾌한 목소리

흉측스럽게 자란 날카로운 손톱

선우가 처음 마주한 해신의 버려진 자식은 살아생전 마주했던 그 어떤 것보다 기괴하면서도 끔찍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감히 정면으로 마주하는 게 고통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꿈에 나올까봐, 무섭네.'

새삼 독고령이 대담하다고 느껴졌다.

저런 징그럽고 기괴한 존재를 직접 마주하였음에도 패닉에 빠지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게 한창 감상에 빠져있던 그때였다.

-왜! 왜! 날 방해하는 거야! 나는! 나는! 그저 친구가 필요한 것 뿐인데!!!

버려진 자식은 처절한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흉측스러운 손톱을 섬전처럼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몸 전체를 관통시켜버리겠다는 듯이

"친구라면 가고 싶을때 보내줘야지, 억지로 붙잡아야 쓰겠어?"

선우는 내질러지는 일격을 가벼이 쳐내며 입을 떼었다.

-붙잡지 않으면 도망칠 거잖아! 모두 떠나갈 거잖아아아!!!

버려진 자식은 절망으로 가득한 비명성을 내질렀다.

싫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이들이 또다시 떠나가는 게

또다시 홀로 이 공허한 곳에 남게되는게

"집착하지마, 그러니까 니가 친구가 없지."

선우는 가벼히 도발을 하였다.

-너어어!!! 죽일거야아아아!!

곧이어 버려진 자식은 분노로 가득한 괴성을 내지르며 섬전과도 같은 속도로 양손톱을 쉴새없이 휘둘렀다.

자신을 방해하는 눈앞에 남자를 찢어죽이고 말겠다는듯이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선우는 빠르게 흑야를 휘둘러 모든 공격을 처내고 흘려보내기 시작하였다.

분노한만큼 위력은 강맹하기 그지없었지만 공격은 단조로워 상대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손이 저릿하네..'

단조로운 공격이었지만 그 속도와 힘은 상상이상이었다.

검을 쥐고 있는 손아귀가 저릴정도로 말이다.

'....과연 초월자에 도달했다는 게 거짓은 아닌 것 같네.'

그녀가 내지르는 힘은 과거 천마를 연상시킬 정도로 강맹하기 그지없었다.

초월자라는 독고령의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싸움은 어설퍼.'

아마 외톨이로 자란 영향일 것이다.

싸움이라는 건 본디 경험이 누적될 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법.

사투를 벌일 상대조차 없는 그녀가 성장할 여지는 있을 리 만무하였다

힘만 쎈 어린아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그렇다면 상대는 어렵지 않지.'

선우는 눈을 빛냈다.

쇄애애애액

그리고 그녀의 목울대를 향해 벼락같이 검을 휘둘렀다.

-안통해에에! 전부 보인다고오오!!!

버려진 자식은 재빨리 양팔을 교차하여 목울대쪽을 가로막았다.

검의 진입을 허용치 않겠다는듯이

스르르르륵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목을 향해 날아들던 검이 물흐르듯 부드러이 방향을 전환을 하더니 그대로 옆구리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퍼어어어억

곧이어 검날이 그녀의 옆구리에 직격하였다.

그러자 고깃덩어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인세에 다시없을 날카로움을 자랑하는 흑야의 검날도 해신의 본따 만든 버려진 자식의 단단한 육신을 파고들지 못한 까닭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그렇다고 피해가 없는 건 아니였다.

비록 베이진 않았지만 검을 통해 전해온 충격파는 그녀의 내장에 그대로 전해졌다.

"신을 본따 만들어서 그런가? 엄청 단단하네."

퍼어억 퍼어어억 퍼어어억

기세를 탄 선우는 일방적으로 그녀를 후두려패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악! 아아아악! 아아아악!

버려진 자식은 쉽사리 반격조차 할 수 없었다.

궤도가 바뀌는 검격을 감당하기엔 그녀의 경험은 너무나 일천하였으니

-아파아아아!! 너무 아파아아!! 아아아아악!!

그렇게 얼마나 많은 검격을 무방비하게 허용하였을까

콰아아아앙

갑자기 흐름이 바뀌었다.

일방적으로 검격을 허용하던 버려진 자식의 손톱이 검을 처내버린 것이다.

"어?"

순간 선우는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검을 쳐낼 줄은 예상 못한 까닭이었다.

'우연이겠지.'

애써 스스로 다독이며 튕겨나간 검을 다시금 내질렀다.

콰아아앙

하지만 이번에도 검이 튕겨져나갔다.

그전보다 더욱더 손쉽게 말이다.

-됐어! 됐어! 이제 안맞아! 전부 외웠으니까!

그 광경에 버려진 자식은 희희낙락하며 웃음을 지었다.

무척이나 기쁘다는듯이

'......미친'

선우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을 미루어보아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짧은 공방동안

그녀가 자신의 변초를 모조리 외워버렸다는 사실을

그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이제 네 차례야! 너 죽어어어!!

곧이어 버려진 자식의 손톱이 더욱더 매서워지기 시작하였다.

"...망할."

선우는 눈살을 찌푸린 채 검을 내지르며 응수하기 시작하였다

콰앙 콰아앙 콰아아앙

학습을 끝마친 그녀는 한층 더 까다로운 난적으로 변해있었다.

학습한 것들을 응용하여 자신만의 체계를 만들어낸 까닭이었다.

'......단순한 공방으로 승부를 낼 수 없다.'

버려진 자식은 자신과 비슷한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싸우는 와중 성장하여 제것으로 만드는 재능

본인 스스로도 그걸 인지한 이상

더이상의 공방은 무의미하였다.

결국 서로가 동등해질 수밖에 없을테니

'심검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건가.'

웬만하면 제압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싶었건만

아무래도 그런 여유를 부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여유를 부리기엔 그녀는 너무나 강했으니

부우웅

퍼어어어억

선우는 발을 차올려 그녀를 밀어내었다.

-끼에에엑!!

주르르륵

버려진 자식은 차올려진 발을 피할 생각조차 없이 맨몸으로 받아내었다.

단단한 육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만들어낸 자신이었다.

"이제부터 공격이 무척 매서워질 거야. 그러니 맨몸으로 받아낼 생각은 안하는 게 좋아."

선우는 그녀를 향해 차분히 경고하였다.

안타까운 그녀를 위한 일말의 배려였다.

-안무서워! 하나도 안무서워어어!!

물론 그녀에게 그런 경고따위는 전혀 들어먹히진 않았다.

그저 다시금 맹렬히 돌진할 뿐인 것이다.

"난 경고했다."

선우는 천천히 검을 늘어뜨렸다

그리고 매끄러운 검신에 의지를 담기 시작하였다.

지키고자하는 의지를

솨아아아아아아

그러자 검날이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상서로운 기운이 검신 전체를 휘감기 시작하였다.

지키고자는 의지가 만들어낸 기적의 검

호검護劍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죽어어어어어어!!!

심상치않음을 감지했음에도 버려진 자식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쾌속하게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저 이질적인 기운을 정면으로 깨부수겠다는듯이

휘익

선우는 그런 그녀를 향해 망설임없이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러자 특유의 절단음이 깔끔히 울리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처절한 비명성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버려진 자식이 절단된 어깨죽지를 부여쥔 채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말했잖아, 아플거라고."

서걱

선우는 반대쪽 어깨죽지도 그대로 절단해버렸다.

그녀는 엄연히 초월자

회복할 시간따윈 주어선 안되었다.

-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뒹굴 뒹굴 뒹굴

순식간에 양팔을 잃어버린 버려진 자식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나뒹굴기 시작하였다.

꾸우우욱

선우는 발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짓밟았다.

"아무래도 내가 이긴 것 같네."

그다음 목울대에 검을 들이민 채 입을 떼었다.

완벽한 승리였다.

-끄으으윽...흐으으윽...끄으윽...아파아아아...파아아아아...아파아아아..

울먹이기 시작하였다.

"팔이 잘렸는데 당연히 아프지."

-내가..대체..뭘 잘못했다고...대체..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이런 고통을 주는 거야! 난 그저 친구가 필요했을 뿐인데! 그저 외롭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방식이 잘못됐어, 누구도 그렇게 위협적으로 친구를 사귀진 않는다고."

멀어진다고 다짜고짜 죽이려들다니

아무리 안타까워도 도저히 옹호해줄 수 없는 방식이었다.

얀데레도 아니고 그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떠나잖아! 안그러면 떠날거잖아! 전부 내곁에 남아있지 않을 거잖아! 어머니처럼!!!

버려진 자식은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자신을 떠났다.

자신을 낳아주신 어머니도

자신을 추앙해주던 추종자들도

그리고 영겁의 가까운 세월동안 이 공허한 바다에 그저 홀로 갇혀살게 되었다.

그 끔찍한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또다시 혼자가 되기 싫은 것이다.

"그렇다고 시체로 만들 생각을 하냐?"

선우는 어이없다는듯 반문하였다.

-적어도 죽는다면 내 곁에 영원히 있어줄테니까! 부패가 없는 이곳이라면 언제나 나와 함께일테니까!

"넌 친구 사귀는 방식이 뒤틀렸어."

-상관없어! 혼자가 아닐 수만 있다면! 뒤틀렸다해도! 틀렸다고 해도! 잘못이라 해도 상관 없어어!!

우우우우우웅

그때 그녀 주위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기운 풀어, 진짜 뒈지고 싶어?"

선우는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이미 결착이 났건만 아직도 반항할 생각을 하다니

이 무슨 똥배짱이란 말인가

-혼자가 될바엔 차라리 죽을 거야아아!!!!

퍼어어어엉

그녀 주위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쇄애애애액

"크윽!"

그 충격에 선우의 신형이 그대로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피해를 해소하긴 하였지만 충격의 여파를 견뎌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시체라도 내 곁에 있어준다면 상관 없어! 나와 친구가 되준다면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어! 버려지지 않는다면 상관없다고!!

쫘아아아아악

쫘아아아아악

말라비틀어져있던 살가죽이 팽팽하게 펴지더니 커다란 날개처럼 좌우로 쩌억 펼쳐졌다.

더불어 덩치가 한층 더 두터워지고 손톱과 발톱이 쇠몽둥이 만큼 두꺼워지며 안그래도 기괴했던 모습이 한층 더 기괴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죽어줘어어! 죽어서 나와 함께해줘어어!!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검은 바다가 소용돌이 치며 기괴하게 변한 그녀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아니면 죽여줘! 영원한 고통에서 날 해방시켜줘어어어!

솨아아아아아아아

곧이어 그녀 뒤편으로 검은 해일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마치 섬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웅장한 크기의 해일이 말이다.

"둘다 거절하지."

선우는 검을 늘어뜨린 채 입을 떼었다.

그리고 검끝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자연기과는 전혀 다른 순수하고 청명한 기운이 검끝에 맴돌기 시작하였다.

선기仙氣

오직 선계에서만 허락되는 위대한 힘

그 위대한 힘이 선우의 검끝에서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하는 건 나야."

망설임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검끝에서 뿜어져나온 찬란한 빛이 세상을 뒤덮기 시작하였다.

************

철썩 철썩 철썩

검은 파도가 쉴새없이 철썩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파도에서 멀지 않은 곳

-하아....하아...하아아....하아..

바싹 말라비틀어진 존재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세상을 뒤덮은 강렬한 힘에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된 까닭이었다.

"이제 좀 얌전해졌네."

선우는 만신창이가 된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을 떼었다.

-나...졌어.

"맞아, 넌 졌어."

-....분해..

"분해도 돼, 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난 사람이 아닌데?

"정정하지, 지는 걸 좋아하는 생명체는 없어.

-생명체인걸까?

"네가 생명체가 아니면 뭔데?

-난 실패작이라고 그랬어...엄마가..

"살아숨쉬고...감정을 느끼고 이렇게 말까지 하잖아? 생명체가 아니면 뭔데?"

-....그렇구나...나 생명체구나...하아...하아..

버려진 자식은 싫지 않은듯 미소를 지었다.

-....기뻐.....

"이상한 놈이네."

-나 죽여줄래?.....너라면 가능하지?

"죽이는 거야 가능하지."

-그럼 죽여줘...나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아...외롭고 싶지 않아....

그녀는 애원을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원래대로 수복될 것이다.

또다시 끔찍한 삶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더는 원치 않았다.

더는 홀로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말했다시피 거절이야."

-........어째서!?

"죽이고 싶지 않아."

-..어째서..어째서? 나 완전 나빠!...널 죽이려고 했어! 시체로 만들어 평생 함께 살려고 했어!.....게다가 기괴하고 흉측하게 생겼어! 불쾌하고 무섭게 생겼어!...

그녀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스스로 나쁜점을 토로하기 시작하였다.

제발 좀 죽여달라는듯이

"그래도 싫어."

-제발...제발..내 부탁을 들어줘...네가 아니면..안돼..제발..

그녀는 울먹이며 더욱더 처절히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더는 혼자가 되기 싫었다.

더는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친구 없는 삶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거듭 말하지만 죽여달라는 부탁은 몇번을 말해도 들어줄 수 없어."

선우는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죽일 마음이 전혀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런...그런...그런..

말라비틀어진 그녀의 눈가에 물기가 잔뜩 젖어들기 시작하였다.

또다시 혼자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절망감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다른 부탁은 들어줄 수 있지."

-.....다른...부탁?

"친구가 되어달라는 부탁."

-....친..친구!?

"좀더 공손히 부탁해봐, 그럼 니 친구가 되어줄게."

-...나랑...나랑 친구?

공허했던 그녀의 눈빛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어, 친구."

그녀의 말라비틀어졌던 피부가 점점 매끈해지기 시작하였다.

-.....나랑 놀아주는거야?

"놀아줄게."

텅 비어있던 몸에 살이 채워지고 근육이 붙기 시작하였다.

-..외롭게 두지 않을거야?

"외롭게 두지 않을게."

몇가닥 없던 머리가 점점 풍성해지더니 물결처럼 푸른 머릿결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나.....혼자가 아니야?

"혼자가 아니야, 더 많은 친구들도 소개해줄테니까"

".....진짜?...진짜?"

쇠를 긁는 것 같던 목소리가 듣는 이로 하여금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청명함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진짜고 말고."

"아...아아아...아아.."

그녀의 전신에 생명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징그럽기 그지없는 모습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렸다.

바싹 말라비틀어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절대적인 미美를 품고 있는 한명의 아름다운 소녀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가히 여신이라는 말이 부족치 않을 여인이

"나랑...나랑....친구가 되어줄래?"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물론이지."

선우는 웃으며 응수하였다.

또르륵 또르륵

버려진 자식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도저히 주체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고마워...너무 고마워..정말 정말..고마워...."

와락

버려진 자식은 선우의 품에 와락 안겼다.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거침없었다.

"기쁠 땐 웃는거야. 이렇게."

선우는 가녀린 그녀를 부드러이 감쌌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웃는 시늉을 하였다.

"미안...해...흐윽...오늘만..오늘만...울게..다음부턴...꼭 웃을게......흐윽...흐으윽....우와아아아앙"

결국 버려진 자식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간의 설움과 고통

그리고 감격이 동시에 터져나온 까닭이었다.

토닥 토닥 토닥

선우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토닥여주었다.

벅차오른 감정이 완전히 진정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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