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령
천마가 인정한 마교의 성녀이자 이십여 년전 정마대전을 일으킨 진정한 원흉.
최종보스는 천마였지만 선동과 날조를 통해 정마대전이라는 거대한 판을 짠 건 다름아닌 독고령이었다.
그녀는 천마의 뜻을 멋대로 곡해하고 날조하여 광신도들을 선동하였다.
그리고 그 선동을 통해 정마대전이라는 거대한 판을 짜고 그 위에 수많은 협객들과 마인들을 장기말로 올려놓았다.
가히 흑막이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는 비상함과 비범함이 아닐 수 없었다.
'설마 여기서도 한자리 해먹고있을 줄이야..'
선우는 그녀의 비상함과 비범함에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설마하니 인간은 물론이고 인간같지도 않는 괴인들마저 선동하여 교리를 전파하고 중원 침략을 계획하고 있을 줄이야.
과연 모든 스토리의 흑막다운 위용이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찾는 수고는 덜었네.'
예배에 따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독고령으로 추정되는 여인을 떡하니 발견할 수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일단 촌장에게 저 여자에 대해 물어봐야겠어.'
대략 팔할에서 구할 정도는 확신하고 있긴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헛다리 짚었을 가능성 또한 엄연히 존재하였으니
[경배하라! 참된 신을! 참된 어버이!]
-얄리얄리 얄라셩!
-아우욱 우우욱 우우욱!
-히레레리로 헤리로레로
선우는 그저 얌전히 기다렸다.
이 광기로 가득한 예배가 끝나기를
*********
"어떤가? 꽤나 인상적인 경험이었지?"
예배가 끝나고 촌장은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일반적으로 외지인들은 첫 예배를 보면 입을 떡 벌리고는 한다.
믿음 넘치는 광경에 경악을 한 까닭이었다.
"믿음이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사실은 광신도들의 집회를 보는 것 같아 엿같았지만 내색치 않았다
그에게는 뽑아내야할 정보가 남아있으니
"홀홀, 생각보다 담담하구먼, 충격을 받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꽤 익숙한 광경이었습니다."
여름 성경 학교에서 질리도록 봤던 광경이었다.
구태여 놀랄 이유는 없었다.
"주위에 신앙 깊은 자가 많은가보군."
"뭐, 그렇습니다."
대충 답하였다.
길게 말할 건덕지는 아닌 까닭이었다.
"그보다 촌장님,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질문 드려도 되겠습니까?"
"언제든 물어보게나, 내 아는 선에선 무엇이든 답해주겠네."
촌장은 일말의 망설임없이 흔쾌히 수락하였다.
자신들의 집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준 선우에 대한 친근감을 느낀 까닭이었다.
"제단 앞에 서있던 분은 누구입니까?"
"신녀님을 말하는구먼."
촌장은 이해했다는듯 입을 떼었다.
"신녀님이요?"
"그분은 우리 교단의 유일무이한 신녀님일세, 오직 그분만이 신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전달할 수 있는 신통력을 갖췄지."
그는 자랑스럽다는듯 싱글벙글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선동과 날조에 홀려도 단단히 홀린 모습이었다.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군요. 신의 말씀을 직접 들을 수 있다니 말입니다."
넉살을 떨며 대충 맞장구를 쳐주었다.
"대단하고 말고, 그러니 신께서 몸소 그분을 보내주신 게 아니겠는가?"
"보내주셨다구요? 원래 어촌의 주민이 아니였던 것입니까?"
선우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을 빛냈다.
"아닐세, 신녀님께선 이십여년 전 외지에서 오신 분일세."
".....이십여 년전....외지에서 오신 분이라....."
심증이 점점 확신으로 변해가기 시작하였다.
아귀가 딱딱 들어맞기 시작한 것이다.
"신의 가호라고 할 수 있지."
".......혹여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신녀님께 이름따윈 존재치 않네."
촌장은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신의 뜻을 잇는 사자께 인간의 이름이 무에 소용있겠는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걸세. 그저 신녀님일 뿐이지."
촌장은 광기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선우는 수긍하듯 대충 답을 하였다.
마음같아선 이름없는 사람이 어딨냐며 딴지를 걸고 싶었지만
더 캐물어보면 뭔가 발작을 할 것 같은 분위기였기에 자중을 하기로 하였다.
"혹여 신녀님과 독대를 할 수 있습니까?"
이내 선우는 천천히 본론을 꺼내었다.
"그건 불가능하네."
촌장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신녀님은 신을 영접하는 고귀한 몸일세, 그런 분을 어찌 죄인으로 태어난 인간이 함부로 만난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지."
".....그렇다면 그 누구도 신녀를 만나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적어도 인간이라면 그렇다네, 죄를 짓지 않은 어인들이라면 사정은 다르겠지만 말이야."
"아쉽군요, 한번쯤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선우는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혹시라도 그런 불경한 생각은 다신하지 말게. 신녀님은 진로촌의 금기와도 같은 존재야. 함부로 언급해서도 감히 마주할 생각도 거역할 생각조차 품어선 안되네, 알겠는가?"
촌장은 희번뜩 눈을 뜬 채 단단히 경고를 하였다.
거절따윈 허용치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알겠습니다....다시는 그런 불경한 생각을 하지 않겠습니다."
"잘생각했네, 만약 거절을 했다면 내 자네 입을 찢어버렸을 게야, 홀홀."
촌장은 농일지 진담일지 모를 끔찍스러운 말을 내뱉으며 웃음 짓기 시작하였다.
눈빛 속에 잠재되어있는 광기를 보면 마냥 농담처럼 보이진 않았다.
"입이 찢어지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해야겠군요."
"좋은 자세일세."
"신녀님께서 머무는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실수로라도 접 않도록 말입니다."
"철두철미하구만 그래, 아주 마음에 들어."
촌장은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몸소 조심하려는 태도가 꽤나 마음에 든 까닭이었다.
"신녀님게선 제단 뒤쪽에 있는 신전에서 머물고 있네. 실수로라도 발을 디딜만한 곳은 아니니, 걱정말게나."
"제단 뒤쪽에 신전이라....이해했습니다....절대 그곳에 가지 않겠습니다."
선우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그리 말해주니 안심되는구만."
그 믿음직한 모습을 마주한 촌장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저리 확답을 하니 이제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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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푹쉬도록 하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
잠자리를 내어준 촌장은 구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나갈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걸세, 어인들은 밤에 무척이 예민해지니 눈에 띈다면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믿겠네."
끼이이이익
곧이어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낡은 철문이 굳게 닫혀졌다.
철컥 철컥 철컥
그리고 닫힌 문뒤로 철컥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무래도 뒤편에서 걸쇠를 걸어잠그는듯 하였다.
그것도 상당히 많은 걸쇠를 말이다.
'믿기는 개뿔.'
어이없음에 절로 실소가 터져나왔다.
대체 저게 어딜봐서 믿는 사람의 태도란 말인가
불신과 의심으로 가득 차 있구만
'뭐, 됐어, 좋게 생각하자. 빠져나가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이정도 조치면 자신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줄었을 것이다.
게다가 빠져나가는 것 또한 어렵지 않았다.
자연검의 묘리를 이용한다면 손상없이 벽들을 해체시켰다고 다시금 복구 시킬 수 있을테니
선우는 자연기를 끌어오기 위해 집중을 하기 시작하였다.
'아니!?'
그리고 이내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아무리 집중해도 자연기가 모여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자연기가..없어.'
이곳엔 자연기가 존재치 않았다.
그저 음험한 기운만이 자리를 잡고 있을 뿐
선우의 표정이 한층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자연기는 현계의 근원과도 같은 기운이었다.
희박할 순 있어도 아예 없는 건 불가능한 것이다.
'.....현계가 아닐 수도 있겠어.'
추론할 수 있는 가설은 한가지였다.
이곳이 현계가 아닐 경우
하늘의 순리가 아닌 또다른 초월자가 정한 법칙대로 움직이는 곳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였다.
'쉽게 가긴 글렀네.'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아무래도 자신은 상상이상으로 기괴하고 귀찮은 곳에 당도한듯 싶었다.
.
.
.
.
.
'흩어져라.'
내력에 의지를 담아 발하니 벽돌들이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비록 바깥처럼 무한한 내력은 사용할수는 없지만 본래 몸속에 품고 있던 기운을 사용하는 건 무리가 없는듯 하였다.
'불행 중 다행이네.'
선우는 안도를 하며 열린 틈사이로 몸을 빼냈다.
그다음 다시금 의지를 발해 벽돌들을 제자리로 돌려놨다.
그리고 곧바로 무형잠영술을 시전하였다.
스르르르륵
그러자 그의 전신이 투명하게 변모하더니 이내 기척까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곧이어 선우는 어촌 중앙에 있는 신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을 빛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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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마을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신전
'엄청 웅장하네..'
그 안으로 들어온 선우는 꽤 감탄하였다.
상상이상으로 넓고 웅장한 신전의 크기에 감탄을 금치 못한 것이다.
본디 건축물의 크기라는 건 그 권력의 크기를 증명하는 법이었다.
높고 거대할 수록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을 할 수있는 것이다.
'광신도들이 대단하긴 참 대단해.'
한정된 인력으로 이런 거대한 신전을 만들어냈다니
저들이 얼마나 미쳐있는지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독고령은 어디있는거지?'
신전에 들어온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건만 독고령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비단 독고령뿐아니라 그녀를 보좌하던 어인들조차 모습을 내보이지 않았다.
성스럽다는 신전이 어찌 이리 을씨년스럽다는 말인가
'......기감으로도 느껴지지 않아.'
어촌 마을 특유의 음험한 기운들이 기의 확장을 막아버렸다.
기척을 감지하는데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귀찮네.'
여러모로 귀찮은 동네가 아닐 수 없었다.
-우가차차 우가차 우가차차 우가차
-건지건지 잠잠 두리두리 건지잠 두리잠!
-나나나나! 나나! 나나! 나나나!
그때 기민해진 귓가로 알 수 없는 방언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저곳이로구나.'
선우는 눈을 빛내며 그 방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방언이 터져나오는 곳에 자신이 찾던 독고령이 있을 것이란 걸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작은 제단 앞에 모여있는 수많은 어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어인들만의 예배당에 도달한듯 싶었다.
'독고령은?'
고개를 돌려 독고령을 찾았다.
그리고 이내 제단 뒤편에 시립해있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흑요석으로 만든 칼을 쥐어든 채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하려는 거지?'
그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신녀가 칼을 쥐어들다니?
대체 의도란 말인가
그렇게 한창 의문은 품고 있던 차
저벅 저벅 저벅
제단 위로 알몸의 젊은 남녀 한쌍이 천천히 걸어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두 손을 꼭 맞잡은 채로
그다음 이내 중앙에 있는 제단 위에 몸을 눕혔다.
"우릴 낳아주시고 사랑해주신 위대한 바다의 아버지시여, 오늘 이 자리에서 아버지를 위한 양식을 준비했사옵니다. 부디 저희들의 성의를 알아주시고 거절치 말아주시옵소서!"
제단 중앙쪽에 서있던 독고령은 선언하듯 언성을 높였다.
그다음 쥐고있던 흑요석으로 만든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푸우우욱
푸우우욱
그다음 제단 위 두 남녀의 심장을 정확히 찔러버렸다.
추우우우욱
그러자 두 남녀는 그대로 추욱 늘어지기 시작하였다.
단번에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인신공양!?'
그 광경을 본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인신공양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화목제의 제물은 네 이웃과 나누라!"
그때 독고령이 흑요석 칼을 높이 치켜든 채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그다음 제단 위에 있는 남녀의 시체를 그대로 발로 차 제단 밑으로 떨궈버렸다.
-아우우우욱! 우우우욱! 우우우욱!
-아우욱! 우욱 우우욱!
곧이어 어인들은 두 남녀의 시체에 달려들어 살점을 잡아뜯기 시작하였다.
인신공양뿐 아니라 식인마저 주도하고 있던 것이다.
'....미친.'
선우는 이해할 수 있었다.
어째서 촌장이 걸쇠까지 걸어잠그며 자신을 제지하였는지
이곳에서 밤은 어인들을 위한 살육의 축제가 펼쳐지는 날이었던 것이다.
"살점 하나! 피 한방울! 뼛 조각 하나 남기지 말지어다! 신과 하나가 될지어다!"
-아우우우욱! 우우우욱 우우우욱!
-아우우우욱 우우우우우우욱!
어인들은 더욱더 열정적으로 시체를 뜯어먹기 시작하였다.
그녀말대로 신과 하나가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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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각 또각 또각
신의 말씀을 전하는 신통력을 갖춘 위대한 신녀는 무척이나 도도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오만함마저 느껴질 도도함이었지만 위화감따위는 전혀 없었다.
신과 가장 가까운 그녀에게 오만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으니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끼이이이이익
이내 그녀는 커다란 철문을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욕탕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사라라락 사라라락
욕탕은 마주한 여인은 망설임없이 전신을 감싸고 있던 얇은 천을 그대로 벗겨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야릇하면서도 육덕진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사람 머리통보다 커다란 두개의 젖통
한줌이 될까 싶은 가냘픈 허리
순산형으로 발달된 넓다란 골반
적당히 부풀어올라있는 둔덕과
그 위에 수북히 쌓여있는 검은 수풀들
가슴못지 않게 커다란 둔부까지
가히 폭발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완벽한 몸매가 아닐 수 없었다.
첨벙
곧이어 나신을 드러낸 여인이 욕탕에 몸을 담궜다.
"하아아아.."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교성과도 같은 한숨을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따스한 욕탕이 노곤함과 피로가 그대로 풀어준 까닭이었다.
'수고했어, 오늘도.'
스르르륵
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전신을 휘감는 따스함을 최대한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
"확실히 전문직이 좋긴 좋아."
번쩍
순간 여인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그다음 곧바로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싸늘하게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한명의 남자를
"이런 곳에서도 한자리 해먹을 수 있잖아?"
선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안그래? 독고령."
그 순간 여인의 눈빛이 한없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잘벼려진 흉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