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47화 (1,248/1,419)

"마교의 신물....."

운설의 확정에 선우의 낯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화정火精

가장 순수하면서 성스러운 불꽃이자 마교의 유일무이한 신물.

그 생각지도 못한 복병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많이 까다롭죠?"

운설은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듯 입을 떼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만인지상에 올라있는 선우에게도 화정은 까다로운 조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망해버린 마교의 신물을 다시 구한다는 건 요원하기 짝이 없는 일일테니

".....대체재는 없는겁니까?

"......아쉽게도"

운설은 안타깝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내저었다.

대체재따윈 없었다.

오직 마교의 신물인 화정만이 만화경의 주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난감하네."

선우의 표정이 한층 더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마교는 망해버렸고 대체할만한 건 존재치 않았다.

어찌보면 초월자가 필요하다는 첫번째 조건보다 더욱더 까다로운 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화정, 못 구하는 거야?"

무거운 분위기를 감지한 요랑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아무래도 어려워. 분명 마교 본단이 무너져내리면서 화정 또한 꺼져버렸을테니까."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천마를 죽이고 몰려드는 광신도를 상대하면서 마교 본단 전체를 완전히 붕괴시킨터였다.

화정 또한 필히 꺼져버렸을 게 분명하였다.

"다시 지피면 되는 거 아니야?"

"지핀다고?"

"가장 순수한 불꽃이라고 해봤자, 결국 불이잖아, 다시 지펴서 사용하면 되는 거 아니야?"

요랑은 뭐가 문제라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성스러운 불꽃의 정수라며 거창하게 포장하긴 하였지만 결국 본질은 불이었다.

다시 지펴서 사용하면 하등 문제없는 것이다.

"......확실히."

나름 설득력있는 말이었다.

결국 화정도 누군가가 지펴낸 불꽃이었다.

불을 지피는 조건만 안다면 다시 지펴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이다

"불가능해요."

그때 운설의 단호한 목소리라 울리기 시작하였다

"어째서!?"

요랑은 의아함을 느끼며 되물었다.

어찌 저리 단호하게 말한다는 말인가

"화정을 지필 수 있는 건 오직 천마에게 인정받은 성녀뿐이에요.  성녀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화정을 지필 수 없어요."

화정은 오직 마교의 성녀만이 지필 수 있었다.

그녀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화정을 점화시킬 수 없는 것이다.

".....성녀는 죽었겠지?"

그 말에 요랑은 슬쩍 선우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아마도?"

기를 쓰고 달려드는 광신도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모든 건물이 붕괴되었다.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그런 무자비한 낙석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그럼 진짜 못구하는 거네."

요랑은 잔뜩 실망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대 성녀는 죽었고

성녀를 임명해줄 천마 또한 완전히 소멸하였다.

이제 화정을 다시금 지필 수 있는 방법따윈 남아있지 않는 것이다.

어찌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선우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또한 마땅한 방법을 떠올릴 수 없던 까닭이었다.

이내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근데 나 궁금한게 있어."

시무룩해있던 요랑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뭔데?"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별안간 뭐가 또 궁금하다는 말인가

"마교에는 성녀가 하나밖에 없는거야?"

"....그렇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상하지 않아? 불의의사고로 성녀가 죽어버리면 화정을 지필 사람이 사라지잖아?"

"그럼 그때 새로 임명하는 게 아닐까요?'

"그럼 인수인계도 제대로 못받고 성녀가 된다는 거야?"

".......그건 또 그렇네요?"

"예비 성녀같은 게 수두룩 있지 않을까? 아니면 이미 은퇴하고 중원에서 여생을 보내는 성녀가 있을 수도 있고 말야."

요랑은 나름 열심히 머리를 굴린 가정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예비 성녀가 있었다고 해도 마교 본단 붕괴하면서 전부 생을 달리했을 거예요. 그리고 은퇴 성녀라는 건 존재할 수 없어요. 성녀가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는 건 오직 죽음을 맞이했을 때 뿐이니까요."

운설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언뜻보면 그럴듯한 가정이긴 하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무엇하나 맞는 게 없는 것이다.

"....그런거야?.."

요랑은 다시금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 붙잡고있던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니 절로 침울해진 까닭이었다.

"...가능성있는 이야기일지도 몰라."

그때 그녀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선우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에?"

"...그게 무슨?"

순간 요랑과 운설의 눈빛이 선우에게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잘하면 있을 것도 같거든."

선우는 그녀들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중원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은퇴한 성녀님이 말이야."

그리고 눈을 빛내기 시작하였다.

희망을 가득 담아서 말이다.

*******

세간에는 그리 알려져있을 것이다.

이십여 년전 정마대전을 일어난 원흉이 마의 종주이자 마귀들의 왕인 천마일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상당히 왜곡된 정보였다.

천마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지만 정마대전을 직접적으로 일으킨 장본인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완전한 천마를 강제로 부활시키고

신의 뜻이라며 교도들을 선동하고

종국에는 마교 침공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정마대전을 일으킨 장본인.

천산의 호족인 마도육가의 수장이자

전대 마교의 성녀.

독고령

그녀야말로 정마대전을 일으킨 진정한 흑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천마가 불완전하게 부활할 일도

선동된 광신도들이 중원을 침공을 할 일도 없었을테니

하지만 세인들은 이런 사실 전혀 모른다.

그녀를 부인으로 맞이했던 당대 천하제일인, 이재원이 그녀에 관한 이런 사실들을 철저히 숨겨버린 까닭이었다.

대신 중원을 안녕과 평화를 위해 몸담고 있던 마교를 배신한 열사로 둔갑시켜버렸다.

결국 그녀는 가장 큰 죄를 지었음에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이재원의 여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그래서 그 독고령이라는 애한테 가면 된다는 거지?"

선우의 설명을 들은 요랑이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맞아, 성녀출신인 그 여자라면 분명 화정을 지필 수 있을테니까."

독고령이 비록 마교를 배신하긴하였지만 엄연히 천마로부터 인정받은 성녀였다.

그런 그녀라면 분명 지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성스러운 불꽃이라는 화정을 말이다.

"와아아아! 그럼 다 해결된거야? 화정 만들 수 있는 거야!?"

요랑의 입가에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뜻하지 않은 문제 해결에 기쁨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잘되면."

"그럼 고민할 것도 없네! 당장 가자! 독고령 지금 어디있어? 어디 살아?"

요랑은 선우를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만화경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 몸이 달아오른 까닭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어."

선우는 그런 요랑을 바라보며 슬며시 말을 이었다.

"........무슨 문제?"

순간 요랑은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걔가 어디 있는지 몰라."

"왜 이렇게 모르는 게 많아!"

결국 요랑은 참지못하고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내질렀다.

한두번도 아니고

어찌 이리 모르는 게 투성이란 말인가

".....이상하게 독고령에 대한 기억은 머릿속에 전혀 없거든."

장삼과 일체화되고 모든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선우였다.

그가 보고 느끼고 겪었던 건 웬만해선 전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독고령에 관해서는 도무지 떠올릴 수가 없었다.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어둡기만한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 이번에도 희망고문인 거야?"

요랑은 잔뜩 심통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만화경을 만들 수 있다 없다하며 꽤나 많은 희망고문을 당했던 그녀였다.

심통이나고 짜증이 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일단 물어봐야할 것 같아."

"누구한테?"

"알만한 사람들을 알고 있거든."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니, 천외 한번 넘어가는 게 왜 이렇게 힘들어....무슨 재료를 구해야하고...재료를 구하려면 또 다른 재료를 구해야하고...또 그 재료를 구하려면 누구를 찾아야하고....이정도 하청이면 전문 상인들도 욕지거리를 쉴새없이 내뱉을거야."

요랑은 뾰루퉁한 표정을 지은 채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그저 천외를 한번 넘어가고 싶을 뿐이건만 넘어야할 산들이 너무 많았다.

실존을 확인을 위해 만화경이 필요하고

구할 수 없어 만화경을 만들어야하고

만들기 위해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야하고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 조건과 재료를 물어봐야하고

재료가 없어 만들어야하고

만드는 방법을 몰라 또다시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야한다.

연계의 연속이자

하청의 연속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찌 이리 끝없이 할 일이 이어진다는 말인가

"....그러게,"

선우는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게임으로 치면 연계 퀘스트가 쉴새없이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게임상에서도 이정도 연계였으면 귀찮아서 살포시 강종을 누르고 치킨이나 뜯고 낮잠을 때렸으리라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아쉬운 건 우리니까."

하지만 그리 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아쉬우는 건 다른 누구아닌 자신들이었으니 말이다.

"............."

선우의 말에 요랑은 반박치 못하였다.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본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건 너무나 당연한 세상의 진리였으니

".....알만한 사람이 누군데?"

이내 요랑은 천천히 입을 떼며 물었다.

결국 강제로 타협하기로 한 것이다.

"꽤 많아."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꽤 많다고?"

요랑은 의아한듯 되물었다.

"당시 그녀와 함께 지냈던 여협들을 아주 잘 알고 있거든."

선우는 입가에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당시 독고령은 이재원의 여인이 되었다.

그말인즉슨 주소양과 강하윤을 비롯한 귀부인들과도 충분한 접점이 있다는 말과 같았다.

그러니 걱정은 없었다.

언소소와 제갈주경을 제외한 여섯 명의 귀부인들

'그래도 한명쯤을 알겠지.'

그들 중 한명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행방이 묘연해진 독고령에 대한 정보를 말이다.

"가보자구."

곧이어 선우는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독고령의 행방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요랑과 운설은 그런 선우의 뒤를 조심히 따랐다.

나름대로 기대 어린 눈빛을 반짝이면서 말이다.

******

"독고령이라면 기억나요, 마교를 배신하고 중원쪽에 붙어먹었던 박쥐같은 계집이였죠. 아마."

모용란은 기억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맞아, 그 독고령이야."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하였다.

"혹시 그 여자가 지금 어디있는지 알아?"

그리고 기대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글쎄요, 생각해본 적 없는데.."

"그럼 한번 이번 기회에 생각해봐, 혹시 어디로 갔을지."

"흐음.....짚이는 데가 없네요. 정마대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사라져버려서.."

모용란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독고령은 정마대전이 끝나기 무섭게 종적을 감춰버렸다.

그런 여자의 행방을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래?"

선우의 낯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벌써 세번째 허탕이었다.

주소양도 황보유연도

눈앞에 모용란마저도

독고령의 행적을 아는 여인은 없던 것이다.

낯빛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그게...말하면 복잡한데....갑자기 그 여자가 필요한 일이 생겨서."

"흐음...그런가요...곤란하네요...저희 모두 그 여자랑 이렇다할 친분을 쌓진 않아서요."

그녀들은 품격 높은 명가의 후예들이었다.

격조차 맞지 않은 더러운 마교종자와 친분을 쌓을 리 만무하였다.

"그래...그럼 어쩔 수 없지...다른 애들한테 물어보는 수밖에."

그래도 아직 물어볼 여인이 세명이나 남아있었다.

희망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혹시 당진설에게도 물어보셨나요?"

"진설이? 아니, 아직 안물어봤는데?"

"그렇다면 가장 먼저 가보는 걸 추천드려요. 그나마 그 여자랑 죽이 잘맞았는 게 당진설이었거든요."

악독하고 싸가지없는 성향이 비슷했던 것인지

당진설과 독고령은 꽤나 죽이 잘맞는 사이였다.

잘하면 전해들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

"네에, 적어도 저희보단 친하게 지냈으니까...잘하면 알지도 모르겠네요. 어디로 사라졌는지."

와락

"하힛?!"

"알려줘서 고마워, 란."

선우는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그녀를 껴안았다.

좋은 정보였다.

"....도..도움이 되셨다니..기뻐요....그런데.....이렇게..갑자기 껴안는 건...너무..부끄러운데...다른 분들이..보고 있기도..하고."

갑작스레 껴안겨진 모용란은 얼굴을 당혹스러운듯 붉히며 말을 이었다.

요랑과 운설까지 있는 상황에서 껴안겨지니 당혹스러움과 부끄러움이 물밀듯 차오른 까닭이었다.

"아, 미안, 내가 배려를 안했네."

선우는 껴안고 있던 팔을 천천히 내렸다.

"그럼 가볼게. 고마워, 란"

그리고는 몸돌려 그대로 나가버렸다.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 말이다.

"..그렇다고...풀어달라는 건 또..아니였는데.."

모용란은 그런 선우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아쉬움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이다.

*********

"독고령이요?"

"알고 있어?"

"물론이죠, 꽤 친하게 지냈는 걸요."

"그럼 어디있는지도 알아?"

선우는 기대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네에, 알고 있어요."

당진설은 부드러이 미소 지으며 입을 떼었다

'됐어!'

그 말에 선우는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화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된 것이다.

"어디있는데?"

"아마 단장애斷腸崖 밑에 있을 거예요."

"단장애斷腸崖!?"

순간 선우는 벙진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네에, 절정곡에 있는 단장애요."

"거기에...사람이 살만한 곳이 있던가?"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단장애라면

험준하기 그지없는 절정곡 내에서도 가장 위험한 절벽이 아니던가

그런 곳에 머물고 있다니

어찌 그런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럴 리가요."

"......그럼 어떻게 거기에?"

"제가 단장애斷腸崖에서 그대로 밀어버렸거든요."

당진설은 새하얀 이를 내보이며 입을 떼었다.

무척이나 자랑스럽다는듯이

"그걸 왜 밀어!!!"

그 말을 들은 선우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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