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건 현대잖아?'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괴조는 비행기를
강철로 만든 이무기는 지하철을
대로를 가득 채운 말없는 마차는 자동차를
성벽보다 수배는 높은 건물들이라는 묘사는 머릿속에 아파트나 빌딩을
발목과 배, 어깨를 마음껏 내놓고 다니는 여자들은 개방적으로 변한 현대여성들을 연상시켰다.
만화경을 통해 비춰보았다는 천외天外의 세계는 명실상부 현대의 모습인 것이다.
어찌 당혹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냥 상상으로 지어낸 건 아니야?'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상상이라고 하기엔 묘사가 너무 생생하였고 상세하였다.
마치 현대를 직접 마주한 사람처럼 말이다.
'.....그렇다면...정말 진짜로..?'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현대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는 하나뿐인 고향.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는 생각에
흥분감이 차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요랑."
이내 잠자코 있던 선우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응응, 선우야."
요랑은 잔뜩 기대 어린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 이거 한번 해보자."
선우는 흥분 어린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진짜? 진짜로?"
요랑은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설마 이렇게 단번에 흥미를 느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진짜로."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나중에 딴말하는 거 아니지? 그치?"
"딴말 안해."
"야호~!"
요랑은 쾌재를 불렀다.
몇 번이고 조를 각오를 했던 그녀였다.
아무리 실효성이 있다해도
너무나 허황된 내용이었기에 단번에 믿음을 줄 수 없다 느낀 까닭이었다.
그런데 그런 예측은 기우였다는듯 단번에 수락이 떨어졌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신 조건이 있어."
그때 선우가 뛸듯 기뻐하는 요랑을 바라보며 한마디 내뱉었다.
"....조건?"
순간 요랑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별안간 조건이라니?
"먼저 검증해봐야겠어. 저자가 묘사한 천외라는 게 진짜 있는지 말이야."
".....그걸 어떻게 검증해?"
요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천외로 넘어가지 않고 어떻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당연히 이 책의 저자랑 똑같은 방법을 써야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저자랑...똑같은 방법이라면...설마?"
"그래, 만화경萬華鏡을 만든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상상으로 만들어낸 허구인지
아니면 실제로 현대를 목도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검증이 필요하였다.
저자가 묘사한 천외天外가 실재하는지
바로 만화경萬華鏡을 통해서 말이다.
"......거기에 만화경을 만드는 방법도 나와있었어?"
요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몇 번이고 서책을 정독하였건만
서책에는 오직 천외로 넘어가기 위한 방법만이 적혀있었다.
천외를 들여다보는 만화경을 만드는 방법따윈 일절 언급되지않았던 것이다.
"없었어."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만화경을 통해 들여봤다는 언급만 있을 뿐
만드는 방법따윈 적혀있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만들어? 만드는 방법을 모르는데."
"괜찮아, 알만한 사람을 알고 있거든."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알만한 사람?"
요랑은 모르겠다는듯 입을 떼었다.
"훑어보니까 저자가 도교쪽과 관련이 있는 사람 같더라고."
서책은 현학적인 표현과 도교적인 색채가 강한 문체로 쓰여있었다.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분명 도교와 어느정도 관련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도교에 통달한 사람을 하나 알고 있고 말이야."
선우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운설!"
그 말에 요랑은 해맑은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우가 알만한 사람이라고 말한 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운설
곤륜검성이라고 불리웠던 전대고수이자
백여년이 넘는 살아온 도사 중에 도사.
"맞아, 운설이야."
선우는 미소 지은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운설이라면 만화경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중원에 있는 그 누구보다 도교에 통달한 여인이였으니 말이다.
"그럼 바로 가보자!"
요랑은 선우의 소매를 잡아끌기 시작하였다.
만화경에 대한 단서를 찾은 이상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바로 가보자."
선우는 그런 요랑의 이끌림을 못이기는 척 따랐다.
기대감과 흥분 어린 눈빛을 반짝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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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萬華鏡이요?"
운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다짜고짜 찾아와 질문을 던진 선우와 요랑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네에, 혹시 알고 계십니까?"
"네에, 알고 있어요."
운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진짜로? 진짜로 있는거야?"
"있으면 만들줄 아시는 겁니까?"
"어떻게 만들어?"
"재료가 많이 듭니까? 뭐가 필요하죠?"
그러자 선우와 요랑은 앞다투어 그녀에게 몰아치듯 질문을 하였다.
만화경을 알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흥분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일단 두분 다 진정하시고 차근차근 물어봐주세요....저...입이 하나예요.."
운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두 사람을 애써 진정시켰다.
필요이상으로 흥분한터라 어느정도 가라앉힐 필요성을 느낀 까닭이었다.
"아...죄송합니다. 선배님, 제가 너무 급했네요."
"미안해에에....운설아아."
그 말에 선우와 요랑은 동시에 사과를 하였다.
너무 조급히 굴었다는 걸 인지한 까닭이었다.
"아니요, 그럴 수도 있죠."
운설은 대수롭지 않다는듯 입을 떼었다.
마음이 급하면 입이 마구 놀려지기 마련이었다.
이해 못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럼 차근차근 물어보겠습니다.."
이내 선우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 채 천천히 입을 떼었다.
"선배님이 알고 계신 만화경萬華鏡이란 게 구체적으로 뭡니까?"
"이면의 세계를 엿보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울이에요."
운설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이면의 세계라면..?"
"현계와는 또다른 세계를 의미해요. 저 위에 선계나 지옥계 혹은 천상계 같은 걸요."
순간 선우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찾던 만화경이 맞았다.
천외에 비춰진 현대 또한 엄연히 이면의 세계라고 칭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만화경은 실재하는 겁니까?"
선우는 기대 어린 눈빛을 그녀를 마주하며 물었다.
"흐음...."
그러자 운설은 고민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침음성을 흘렸다.
고민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왜 확답을 안주는 거지?'
그 태도에 선우는 의문을 느꼈다.
아니면 아니다.
맞으면 맞다.
확답을 주지 않는 그녀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낀 까닭이었다.
"실재할 수도 있고....실재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이내 운설은 고민끝에 말을 내뱉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실제로 쓰여졌다는 기록이 남아있긴한데 그게 사실인지는 제가 확신할 수가 없어요. 너무 오래된 기록이기도 하고 그 후 누군가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만화경에 대한 기록은 분명히 존재하였다.
하지만 신빙성을 증명할 수는 없었다.
아주 오래된 기록이기도 하였고 그후 누군가 만들었다는 이야긴 들어본 적었으니
그렇기에 실재하였는지에 대한 확답을 할 수 없었다.
"..........."
선우는 실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실재를 확인할 수 없다는 건
다시 말하면 만드는 방법 또한 요원하다는 말과 같았다.
기껏 찾아낸 단서가 다시금 저 멀리 떠나간 것이다.
실망감이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뭐야. 그럼 못 만드는거야? 히잉."
요랑은 또한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은 채 울먹였다.
만화경을 통해 천외 너머를 엿볼 생각에 잔뜩 기대를 품고 있던 그녀였다.
그런데 이제와서 실재하는 지 알 수 없다하니
실망이 이루말할 수 없을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실망은 기대감과 비례하였으니 말이다.
"....그게 또 완전히 못 만든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요."
"응?"
"에?"
순간 잔뜩 실망하던 선우와 요랑은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저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분명 실존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못만든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니
"만드는 조건은 워낙 까다로워서 그렇지. 제조법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거든요."
운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지금껏 만든 사람이 없긴 하였지만 만드는 방법은 지금까지도 실재하였다.
그렇기에 못만든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다.
"뭐야! 그럼 진작 그렇게 말했어야지! 괜스레 실망했잖아! 운설 바보!"
요랑은 잔뜩 흥분한 채 원망을 토로하였다.
말한마디로 어찌 이리 사람을 들었다놨다한다는 말인가
"전..그냥 묻는대로 답한 것뿐인 걸요?"
"몰라몰라! 운설이는 바보야!"
요랑은 심통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녀의 잘못이 아니긴하였지만 괜스레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선배님, 그 조건이라는 게 많이 어려운 편입니까?"
그때 잠자코 있던 선우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의문이 든 까닭이었다.
대체 조건이 얼마나 어렵길래
지금껏 만화경이라는 것 자체가 전설로만 치부되어왔는지 말이다.
"네에, 하지만 지금이라면 만드는게 마냥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네요.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이미 달성했거든요."
"가장 까다로운 조건이요?"
선우는 모르겠다는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이미 달성하였다니?
무엇 하나 한적 없거늘
대체 뭘 달성했다는 말인가
"이면의 세계를 비추는 만화경을 만들기 위해선 이면에 눈을 뜬 자가 필요하거든요."
"이면에 눈을 뜬자라면...설마?"
선우는 떨리는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되물었다.
"네에, 신선경에 다다르는 존재가 필요해요."
운설은 그 예상이 맞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하였다.
"바로 후배님과 같은 초월자가 말이에요."
"....아."
선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어째서 제조법이 존재함에도 만화경이 전설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는지
본디 초월에 다다르면 등선을 하여 선계에 오르기 마련이었다.
현계에 남아 만화경따위를 만들 시간따윈 없는 것이다.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켰으니 마냥 불가능하진 않다고 생각해요."
운설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만화경萬華鏡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게 말이에요."
운설은 흥미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그녀 또한 궁금하였다.
전설로만 치부되던 만화경을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정녕 이면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지
"와아! 그럼 무조건 만들 수 있겠네?"
요랑은 잔뜩 들뜬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이미 가장 어려운 조건이 충족되었다.
"하지만 무조건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요. 요랑님."
운설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아니, 운설은 왜 자꾸 간보듯 말하는거야!? 아니면 아니다! 맞으면 맞다해야지!"
그러자 요랑은 눈살을 찌푸린 채 언성을 높였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확답을 피하는 운설의 어투가 답답함을 느낀 까닭이었다.
대체 저런 말투는 대체 어디서 배워왔다는 말인가
"죄송해요, 아무래도 남아있는 조건들도 상당히 까다로운터라 확답을 드릴 수가 없었어요."
운설은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첫번째 조건만큼은 아니지만 남은 조건들도 상당한 까다로움을 자랑하였다.
쉽사리 확답을 줄수는 없었다.
"다른 조건들은 얼마나 까다롭길래 그렇게까지 말하는 겁니까?"
선우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얼마나 까다롭길래 저렇게까지 말하는지 의문이 든 까닭이었다.
"일단 가장 순수한 불꽃이 필요해요."
"가장 순수한 불꽃이라면 현영에게 부탁하면.."
"가장 뜨거운 불꽃말구요."
운설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가장 순수하면서 성스러운 불꽃의 정수."
그리고 천천히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만화경을 만들기 위해선 화정火精이 필요해요."
"....화정火精이라면....설마?"
"네에, 멸문해버린 마교의 신물이에요."
운설은 차분한 눈빛을 빛내며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의 동공이 쉼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