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가 재경각
"연말정산 서류 어디갔지?"
"4번 탁자 위예요!"
"그럼 가져와주게나."
"직접해요! 저도 바쁘다구요!"
"이거 왜 이래? 금액이 안맞잖아! 경동상단 매출액 기입 맡은 놈 누구야!"
"접니다!"
"신입! 또 너냐! 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
"죄..죄송합니다!"
"죄송하면 각생활 끝나나!"
"안됩니다!"
"아니면 다시 기입해 이새끼야!"
"히이이이익!"
"황경전장에서 제출한 사업제안서가 어디있지? 안보이는데?"
"황경전장이면 당혜가 담당일 거예요."
"그래? 당혜야아아아!"
"네에에! 부르셨어요!"
"황경전장 사업제안서가 어디있지?"
"그거...각주님께 제출했는데요?"
"뭐라고!?"
"훑어봤는데 이상없길래, 곧바로 올려보냈어요."
"아이고 큰일 났구나. 거기 누락된 게 몇 개나 있는데!"
"어..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 당장 회수해와!"
재경각은 무척이나 분주하기 그지 없었다.
명실상부 천하제일세가의 자리에 오른 이후 그전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의 일거리가 쏟아진 까닭이었다.
중원의 모든 상단들과
중원의 모든 철방들
중원의 모든 세력들은
당가를 갈망하였다.
무력이면 무력
기술이면 기술
명성이면 명성
무엇 하나 최고가 아닌 게 없는 곳이 바로 당가였다.
어찌 거래를 트고 싶어 안달이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결과 재경각의 인원들을 죽어라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셀 수 없이 쏟아지는 사업제안서, 대출 심사서류, 신용평가, 예산 배분, 수익 정산 등 돈과 관련된 모든 업무가 재경각에 일임된 까닭이었다.
"부각주, 이러다 죽겠습니다...."
"맞습니다.....증원...증원이 필요합니다."
"이번 분기는 이미 한차례 증원하지 않았더냐?"
당감은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이번 분기엔 차고넘칠 정도로 증원을 완료한 상태였다.
무려 서른이나 되는 여유인원을 뽑은 것이다.
그런데 어찌 또다시 증원을 입에 담는단 말인가
"업무 첫날 다섯 명빼고 전부 도망갔습니다."
"..............."
당감은 말을 잇지 못하였다.
설마 자신도 모르는 새
스물 다섯명이나 되는 대인원이 모조리 도망갈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이러다간 전부 과로사할 것입니다....재충원 부탁드리겠습니다.."
".....내 각주께 말해보겠네."
당감은 진지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러다간 의리로 남아있는 녀석들이 전부 과로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게 재경각원 모두가 과도한 업무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을 때였다.
도로롱 휘유우우우우 도로롱 휘유우우우우
가벼운 코골이가 재경각 내부를 울리기 시작하였다.
'한창 바쁠 때 누구야?'
당감은 눈살을 찌푸린 채 시선을 돌렸다.
바빠 죽겠는데 코골이라니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렇게 시선을 돌린 순간
당감을 볼 수 있었다.
구석퉁이에서 코거품을 만들며 졸고 있는 눈처럼 새하얀 머리를 가진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을
"백월 소저."
당감은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차오르는 부아를 가라앉히면서 말이다.
도로롱 휘유우우우 도로롱 휘유우우우우
하지만 백월은 당감의 부름에도 깰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기분 좋은 꿈을 꾸는듯 미소지으며 잠들어있을 뿐인 것이다.
"백월 소저...백월 소저... 그만 일어나십시오!"
흔들 흔들 흔들
참다 못한 당감은 백월의 몸을 흔들기 시작하였다.
원래라면 그냥 자도록 냅뒀겠지만 지금은 고양이 손이라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대로 꿀을 빨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아우우웅...아빠......오분만...더 잘게."
"전 총각입니다! 백월 소저!"
"우우웅...총각 아빠...십분만..더 잘게에.."
"아빠가 아닙니다! 소저같은 딸을 낳은 적도 없고! 아니 애초에 오분이 더 늘었잖습니까! 일어나십시오!"
당감은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좋게 말하려고 했건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어찌 이런 바쁜와중까지 장난기가 넘친다는 말인가
"후아아암.....당감이는 잔소리쟁이야."
이내 몸을 일으킨 백월은 길게 하품을 하며 입을 떼었다.
하품하는 모습조차 한 떨기 수련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었지만 당감이 보기엔 가증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녀는 재경각주 요랑의 권한으로 재경각에 입각한 특채였다.
실력과 능력을 검증받고 뽑힌 경우가 아니란 소리였다.
그런 주제에 열심히하지는 못할 망정
매번 낮잠이나 자며 월봉을 축내고 있으니 부아가 치밀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단단히 혼내야겠어.'
재경각주의 연줄인터라
웬만해선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만약 여기서 기강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재경각의 위계가 흔들릴 것이다.
"넘겨드린 업무는 전부 처리하셨습니까?"
당감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백월을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응, 다했어."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할 리가...에에?!"
당감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되물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나온 까닭이었다.
"숫자 계산해서 서류에 기입하는 거 말하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럼 다했어."
"그..그런.."
당감은 믿기지 않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기강을 잡기위해
일부러 그녀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겼다.
숙련된 각원이 야근에 특근까지해도 처리 못할 분량을 맡긴 것이다.
그런데 그 짧은새 모조리 처리해버리다니?
어찌 그 말을 쉽사리 믿을 수 있겠는가
"....혹여..혼나는 게 무서워..거짓말을 하시는건.."
"내가 당감이를 무서워할 것 같아?"
백월은 당감을 귀엽다는듯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녀가 무서워하는 건
요랑을 비롯한 선우의 부인들뿐이었다.
그외에 두려운 것따윈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럼 아무 숫자가 기입한건..?"
"그냥 대충 계산해서 때려박으면 되잖아? 뭣하러 아무렇게 써넣어?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했잖아?"
백월은 모르겠다는듯 되물었다.
".........일단 확인해보겠습니다."
당감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책상 위에 있는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하나하나 꼼꼼히
그리고 그 진지한 표정을 점점 경악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전부...전부 맞고 있어.'
그녀가 기입한 숫자 중 틀린 게 단 하나도 없었다.
모조리 맞추고 있던 것이다.
"........아아...아아아.."
이내 당감은 감탄 어린 탄식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자신은 머저리가 분명하다고
이런 인재를 몰라보고 이제껏 썩히고 있었다니
"어때? 잘했지?"
백월은 풍만한 가슴을 한껏 치켜올리며 입을 떼었다.
"잘하셨습니다..정말..정말..잘하셨습니다."
"헤헤헤헤헤."
백월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당감의 칭찬이 꽤나 기분 좋게 들린 까닭이었다.
"혹여..괜찮으시다면..다른 계산식도 맡겨도 되겠습니까?"
"그래, 어려운 거 아니니까."
백월은 흔쾌히 수락하였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그냥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숫자만 적으면 되었으니
스윽 스윽 스윽
백월은 당감으로부터 넘겨받은 서류에 빠르게 숫자를 기입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인재! 아니 천재다!'
그 광경에 당감은 감탄하였다.
초창기 요랑과 비견할 수 있는 천재의 등장에 열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재경각주님...역시 당신께선 깊은 뜻이 있으셨군요......'
그리고 생각하였다.
재경각주 요랑이야말로
몇 수를 내다보는 진정한 재경각의 지도자라고 말이다.
그렇게 과열된 재경각의 업무는 불세출 천재의 등장으로 인해 한층 더 순화되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었다.
*********
똑 똑 똑
누군가 집무실 문을 조심스레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들어와."
끼이이익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경첩이 맞물리며 서서히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열린 문틈사이로 눈처럼 새하얀 절세가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별안간 재경각에 등장한 불세출 천재
백월의 등장이었다.
"불렀다고 들었다요!"
백월은 손을 번쩍 든 채 말을 내뱉었다.
"응, 내가 불렀어."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왜 불렀어요오오오?"
백월은 한껏 애교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혹시 몰라 보호 본능을 자극하고 본 것이다.
"당감한테 들었어, 일을 엄청 잘한다지?
요랑은 그런 백월을 귀엽다는듯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헤헤헤..그게 벌써 여기까지 소문이 났어? 부끄러운데.."
백월은 몸을 배배꼬며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 입에서 칭찬이 전해졌다고 하니 괜스레 부끄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내가 여기 대가리잖아? 모르는 게 없다고."
"와아아...대가리...뭔가..어감이 멋지다...나도 하고 싶어!"
"일 더 잘하면 나중에 너한테 물려줄게."
"정말!? 정말!?"
"응, 그러니까 엄청 엄청 열심히 해."
요랑은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안그래도 은퇴할 때를 대비해 후임을 정해두려고 했건만 괜찮은 먹이감이 알아서 걸어들어왔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응! 나 완전 열심히할게!"
"그래, 그래. 더 똑똑해지렴, 재경각의 대가리가 될 수 있도록."
요랑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런데 칭찬하려고 부른거야요?"
곧이어 백월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아니, 사실 부른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야."
"그게 뭔데요?"
"드디어 자리가 났어."
"자리?"
"선우와 잘 수 있는 밤자리!"
"정말!?"
백월은 눈을 반짝였다.
예상치 못한 말에 흥미가 돋은 까닭이었다.
"정말이고 말고."
"하..하지만 밤자리가 나려면 몇달은 걸린다고 했잖아요?"
몇 달동안은 밤자리 예약이 꽉 차 있다고 들었다.
정식 부인부터 암퇘지들까지 전부 챙기려니 좀처럼 시간을 낼 수 없던 것이다.
그런데 별안간 시간이 나다니?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운이 좋았어! 오늘 순번이였던 황보유연이랑 소란이가 급히 황보가로 갈 일이 생겼거든!"
요랑은 히히낙락하며 입을 떼었다.
"와아~ 그럼 드디어 선우님께 안길 수 있는 거야요!?"
"응응! 드디어 선우에게 처녀를 바칠 기회가 생긴 거야."
"헤헤헤, 기뻐요..드디어 기회가 오다니."
백월은 기쁜듯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정마대전 이후 몇 달이고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가르쳐준대로 잘해야해. 헤매지 말고, 알았지?"
"걱정안해도 돼요. 저 복기 엄청 많이했어요! 그러니까..기둥을 이렇게 위아래로 흔들고....비틀면 안되고...알은 입에 넣어도 되긴하는데...세게 빨면안되고..혓바닥으로 굴리는 것만 가능하고.."
백월은 요랑이 가르쳐준 주의사항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좋아, 훌륭해."
요랑은 그런 백월을 흡족스럽게 바라보았다.
이정도면 선우를 기쁘게 하기 충분한 암캐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처녀 주제에 성지식이 이리 해박하다니
이것이야말로 수컷들이 환장한다는 환상 속의 여인
처녀암캐가 아니던가?
선우가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자아, 그럼 이제 시간도 얼마없으니까 옷부터 전부 벗어봐. 꼬리도 전부 꺼내고."
"꼬..리를요?"
"재밌는 게 떠올랐거든."
요랑은 히죽 웃으며 입을 떼었다.
".....알겠어요.."
백월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녀가 시킨대로 이행하였다.
재밌는 게 무엇인지 여전히 궁금해한 채.
.
.
.
.
".....전부 벗었어요."
이내 옷을 전부 벗은 백월이 입을 떼었다.
"..호오오..."
요랑은 살짝 감탄하였다.
백월의 나신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
우월한 골반
순산형의 엉덩이
둔덕 위에 쌓여진 새하얀 풀숲
그리고 분홍빛의 비부까지
하나하나 남자를 꼴리게 하는 요소로 가득 차 있었다.
"꼬리로 가슴이랑 아랫도리를 감싸봐."
"꼬리로요?"
"응, 어서."
"네에.."
스으으윽
백월은 두 개의 꼬리로 가슴과 엉덩이를 천천히 감쌌다.
그러자 새하얀 털이 속옷처럼 중요부위를 가리며 상당히 야릇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좋아, 이거야!"
짜악
요랑은 가벼이 박수를 쳤다.
저 모습이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그대로였다.
"그럼 이제 가보도록 하자."
"가다니...어디를?"
"어디긴 선우의 거처지."
요랑은 당연하다는듯 입을 떼었다.
애초에 밤자리를 위한 준비가 아니던가
어딜 가냐고 묻는건 실로 어리석은 일이리라
"지금 바로요!?"
"밤은 생각외로 많이 짧거든."
요랑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백월은 그런 요랑의 뒤를 조심스레 따르기 시작하였다.
나름의 민망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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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
"응?"
선우의 거처 앞에 도달한 요랑과 백월은 걸음을 멈춰세울 수밖에 없었다.
또다른 선객들과 마주친 까닭이었다.
주소양과 비교해도 전혀 꿇리지 않을 커다란 가슴
여타 유부녀들 뛰어넘는 압도적인 엉덩이를 가진 여인
농질
그리고 그녀의 공식 조련사인 주소양이었다.
"네가 어째서?"
"요랑님이 어째서?"
요랑과 주소양은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로의 등장이 이해가 안된다는듯이 말이다.
하지만 농질과 백월의 차림새를 본 두 여인 얼마 지나지 않아 눈치챌 수 있었다.
서로가 선우의 밤자리를 노리고 왔다는 사실을
농질과 백월
두 여우 모두 중요부위를 꼬리로 아슬아슬하게 가린 채 등장한 까닭이었다.
누가봐도 유혹을 하기 위한 차림새였다.
이내 요랑과 주소양의 눈빛이 가늘어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