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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39화 (1,240/1,419)

"스승님."

선우는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하였다.

최후의 일격을 가한 순간

본능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

천마가 뒈져버린 이재원을 이용해 더러운 술수를 쓰려고 했다는 걸

그리고 그 더러운 술수를 다시는 현세의 일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음양마가 소멸조차 각오한 채 강림하여 막아줬다는 걸

".....끝까지 도움만 받습니다..."

무협지 속에 떨어진 이후

셀 수 없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연히 익힌 그의 독문무공 음양조화신공은 추격자들을 뿌리칠 수 있는 힘을 주었고

백화봉에서 꼼짝없이 이재원에게 잡혀갈 뻔했을 때도 몸소 나서서 구원을 해주었다.

죽기직전까지 몰렸던 옥령을 살릴 방안을 알려주었고

자신이 독정을 구해올 때까지 그녀를 지켜주었다.

마교의 호교무공인 건곤대나이를 전수해주어 자신을 한층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고

직접 마교로 반파시키고 천마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입혀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등선 이후에는 현세에 끼어들면 안된다는 규칙을 몇 번이고 어겨가면 자신을 구원하였다.

흑야의 시험에 나타나 대적자에 대한 정체를 알려주고

운설을 자신에게 보내어 자연검의 묘리를 전수하고

인간의 감정을 모두 잊은 채 등선하려던 순간

몸소 강림하여 머리통을 쥐여박아주었다.

정신차리라고

소중한 걸 잊지말라고

그리고 지금 소멸조차 감수한 채 자신의 결투를 지켜주었다.

온전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가장 절망적인 순간

언제나 손내밀어주었다.

"...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스승님."

선우는 감격에 젖은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감사를 표하였다.

못난 제자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준 음양마를 생각하면서

"베풀어주신 은혜,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굳게 다짐하였다.

아낌없이 베풀어준 하해와 같은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다고

가슴 속에 품고 평생을 살아가겠다고

그렇게 선우는 몇 번이고 울고 또 울었다.

벅차오르는 감격이 완전히 사그라들 때까지

*******

"여우불!"

화르르르르륵

백월은 손을 뻗은 채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푸른 청염이 거세게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그러자 불길에 휘말려진 마인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바닥을 나뒹굴기 시작하였다.

타는듯한 끔찍한 고통을 견뎌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허접~ 완전 약해~ 바보오오~"

백월은 그런 마인들을 히죽거리며 조롱하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강자로서 느끼는 우월함에 감정이 고조된 까닭이었다.

"끄아아아아아!"

그때 불타던 마인 하나가 맹렬한 기세로 돌진하기 시작하였다.

무시무시한 검을 치켜든 채로

"그걸 버텼어?"

그 모습에 백월은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청염을 버텨낼 줄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마인은 마성으로 물든 눈길로 백월을 노려보며 속도를 높였다.

오직 그녀만을 죽이고자 말겠다는듯이

"미친놈이네."

백월은 가벼이 혀를 차며 발을 굴렸다.

타는듯한 고통조차 무시한 채 채 죽일 기세로 달려든다.

어찌 미친놈이 아닐 수 있겠는가

'저런 놈은 상대해봤자 손해야."

어차피 때되면 불타없어질 놈이었다.

구태여 상대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렇게 발을 떼려던 순간

덥석

"헤에엑?!"

무언가 양발목을 옥죄었다.

시선을 내리니 죽은 줄 알았던 마인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죽어라...계집."

피투성이가 된 마인이 광기 어린 눈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이거 놔아! 바보야!"

백월은 수차례 머리통을 밟았다.

하지만 여전히 발목을 움켜쥔 손은 놓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죽어라!"

그러는 사이 어느새 불타던 마인이 지척까지 다가왔다.

날카로운 검격을 내지른 채로

'당한다!'

백월은 사색이 되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한 많은 삶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콰지지직

"정신차려라!"

그때 커다란 호통과 함께 달려들던 마인의 머리통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고혹적인 요염한 여인, 농질이 어느새 지척에 다가와 마인의 머리통을 터트려버린 것이다.

"어머니!"

백월의 얼굴에 화색이 띄워졌다.

"적을 앞에 두고 넋놓고 있다니! 이게 무슨 태도란 말이더냐!"

농질은 엄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꾸짖었다.

적이 다가오면 맞상대를 할 생각을 해야지

어찌 넋을 놓아버린단 말인가

"....죄송해요."

"방심하지말거라! 여덟개의 꼬리를 잃은 너에게 목숨조차 도외시하는 마귀들은 무척이나 위협적이니!"

구미호가 꼬리를 여덟개나 잃었다.

정상적인 힘을 발휘할 리 없었다.

"알겠어요, 어머니."

백월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나름 진지하게 마인들을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방심따위는 없을 것이다.

.

.

.

.

콰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화룡이 전장을 이곳저곳을 누비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화룡에 노출된 마인들은 끔찍한 비명성을 내지르며 산화가 되었고

"따스해."

"힘이 나는 것 같아."

"축복...축복이다!"

반대로 마인들과 맞서는 중원의 무인들을 화룡의 불꽃으로부터 활력을 얻었다.

"대단하네, 그런 기능도 있었어?"

그 광경에 북궁연은 감탄하듯 말을 내뱉었다.

화룡의 효용이 꽤나 신기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본녀의 불꽃은 무척이나 공정한 불꽃이다. 악인에게는 천벌을 선인에게는 축복을 내려주지."

주현영은 꽤나 뿌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시간 많나봐? 그런 잡기도 익히고."

북궁연은 그런 뿌듯함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 장난스레 농을 걸었다.

"잡기라니! 본녀를 모욕치 마라!"

"잡기잖아, 무인이라면 이렇게 위력을 중시해야지."

북궁연은 저 멀리 몰려드는 마교의 본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커다란 혹한의 비조가 그들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쩌저저저적

쩌저저저적

쩌저저저적

그 순간 본대는 그대로 동결되었다.

어떠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로

"이렇게 말야."

"그정도는 본녀 또한 할 수 있도다!"

"그럼 해봐, 바보야."

"바보라니! 본녀는 어린 나이에 논어와 맹자 대학을 비롯한 사서삼경을 독파한 천재란 말이다!!"

두 여인의 언쟁이 길어지기 시작하였다.

.

.

.

.

.

궤에에에에에엑

독물들의 왕이자 거대한 도마뱀, 용용이는 괴성을 내지르며 아가리를 쩌억 벌렸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응축된 독기의 숨결이 일시에 내뱉어지기 시작하였다.

달려들던 마인들은 뼛조각 남긴 채 그대로 궤멸해버렸다.

"잘했어, 용용아."

당서윤은 그런 용용이를 귀엽다는듯 쓰다듬었다.

궤에엑 궤에엑 궤에엑

용용이는 기분 좋은 울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와아,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

요랑은 그 모습을 의외라는듯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당서윤과 용용이 사이가 예상이상으로 친밀한 까닭이었다.

처음 출발할 때만해도 어색함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말이다.

"원래 생사고락을 함께하면 더할나위 없이 친밀해지는 법이랍니다. 그치 용용아?"

당서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꿰에엑 꾸에에엑 꾸에엑

용용이는 기분 좋은 울음으로 답을 하였다.

"이거 질투나는데? 용용이는 내 애완동물인데."

요랑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요랑님도 분발하셔야겠네요. 이러다 용용이가 주인을 바꿀지도 몰라요."

"너 진짜 그럴거야!?"

요랑은 가자미 눈을 뜨며 용용이를 노려보았다.

궤에에엑? 궤에에게 궤에에엑

용용이는 당혹스러운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

.

.

.

콰콰콰콰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마인들이 터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의 검에 담겨진 파괴의 기운을 감내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예전 생각나는 것 같지 않아?"

마인들을 베어넘기던 주소양은 입을 떼었다.

"그러게, 이십 년 전이 생각나네."

그녀와 등을 맞대고 있던 강하윤은 동의한다는듯 입을 떼었다.

이십년 전 정마대전에서도 지금과 같았다.

서로 등을 맞대 빈틈을 줄이고 수많은 마인들을 베어넘기고 터트려버렸던 것이다.

"그때 누가 더 많은 마인을 죽이나 내기를 했었지."

주소양은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도 참 철이 없었지."

강하윤은 기억난다는듯 가벼이 웃었다.

그땐 참으로 철이 없었다.

아무리 마인이라지만

사람 목숨을 두고 내기라니 말이다.

"이십대 어린 날의 치기였지."

주소양은 동의한다는듯 입을 떼었다.

"그때 아마 내가 이겼었지? 한 명차이로 말이야."

강하윤은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야, 내가 이겼었어, 한 명차이로."

주소양은 도리질치며 입을 떼었다.

"............"

"..........."

이내 두 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뭔가 착각을 한 것 같은데, 소양? 그때 네가 졌어, 아직도 기억해. 너 분하다며 눈물까지보였잖아?"

"착각은 하윤, 네가 한 것 같은데? 그때 진 건 너야, 너 분하다면서 사흘이나 식음을 전폐했잖아?"

"그럴 리가, 난 지금까지 밥을 굶은 적이 없는걸?"

"나도 여자앞에서 눈물 보인 적 없어, 내 눈물을 볼 수 있는 건 오직 선우님뿐이라고."

두 여인은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이십대 어린 날과 같은 치기 어린 호승심이 차오르기 시작한 까닭이었다.

"그럼 다시하자."

"그래, 그렇게 하자."

두 여인의 시선이 눈앞에 있는 마인들을 향하였다.

"누가 더 많이 죽였는지 말야."

그리고 살의로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부르르르

그 눈빛을 마주한 마인들을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

.

.

.

.

콰콰콰콰콰

땅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해일처럼

그리고 그대로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켜버리겠다는듯이

"도망쳐어어!"

"제기랄, 해일이다!"

"어떻게 땅에서 해일이 일어나냐고!"

마인들은 땅의 해일을 피해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콰콰콰콰콰쾅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거대한 해일의 범위는 그들의 속도를 훨씬 앞섰으니

"자연검은 역시 대단하네요."

그 광경을 지켜보던 옥령은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재해 그 자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자연검의 위용에 감탄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아직 미숙할 뿐이에요."

운설은 쑥쓰러운듯 입을 떼었다.

자연검이라 부르긴 하지만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검이었다.

치켜세워주면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미숙한 채로 평생 남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 검이 완성 된다면 등선하시고 말테니까요."

옥령은 부드러이 미소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자연검의 완성은 곧 등선을 의미하였다.

현세에 남는다면 오히려 미완인 편이 더 좋으리라

"저도 그래서 평생 미완으로 남겨둘 심산이에요. 제 생이 다할 때까지"

운설은 그런 옥령을 마주보며 마주 웃어주었다.

그녀 또한 검을 완성할 생각은 없었다.

우화등선보다 더욱더 가치있는 일이 현세에 남아있으니

"그리 생각하신다니 다행이네요. 운설님과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저랑..이것저것이요?"

"우월한 남자의 사랑받기 위해선 이런저런 노력이 필요한 법이거든요."

".....?"

운설의 표정은 의문으로 가득 찼다.

옥령의 저의를 파악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나중에 이 전쟁이 끝나면 차근차근 알려드릴게요."

옥령은 그런 운설을 귀엽다는듯 바라보았다.

"...부탁드릴게요."

운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답을 하였다.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보다 건실한 옥령이 제안하는 일이라면 결코 이상하거나 나쁜 일은 아니리라

**********

셀 수조차 없이 많은 마인들이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기 시작하였다.

나라조차 기울이게 만드는 경국지색의 여인들이 내뿜는 초월적인 힘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쇄도하는 푸른 불길

격동하는 거대한 화룡

날아드는 혹한의 비조.

이십여 년전 수천의 마인을 학살한 전설들

독기로 가득한 숨결

하늘을 수놓듯 쏟아지는 수많은 암기들

지독한 독기와 요사스러운 힘을 머금은 무수한 권격

번쩍임과 함께 쏟아지는 광검

땅을 뒤집어 해일을 부르고 바람을 집약시켜 소용돌이를 만드는 재해와도 같은 힘까지

하나하나 감당하기 버거운 힘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었다

주전력이 완전히 작살난 마교입장에선 감당할 여력따위 있을 리 만무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일방적인 형국이 지속되어도

마인들은 목숨조차 도외시한 채 달려들고 또 달려들었다.

위대한 신

천마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을 바탕으로 말이다.

격렬함과 치열함

살기와 광기로 얼룩진 대전은 그렇게 지속되고 또 지속되었다.

서로에 대한 말살만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을까

쩌저저저저저저적

천둥과도 같은 거대한 굉음성이 격전지 전체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격전을 치루던 모든 이들은 그 굉음성을 따라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무너져내리고 있는 거대한 천산의 모습을

"아...아니?!"

"어..어찌.."

"천산이...천산이 무너진다!"

"우리의 고향이 무너져내린다!"

"안돼...안돼...안돼에에에에!"

그 모습에 마인들은 발작하며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천산은 중원에서 쫓겨나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유일신 천마가 기거하는 성지 중에 성지였다.

그곳이 무너져내린다는 건 곧 천마의 파멸을 의미하였다.

유일신이 무너져내린 것이다.

털썩 털썩 털썩 털썩

목숨조차 도외시한 채 달려들었던 광신도들을 일제 무릎을 꿇었다.

목숨과 같은 무기조차 내팽겨버린 채로 말이다.

유일신의 파멸에 전의를 완전히 상실해버린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여인들은 알 수 있었다.

선우가 천마를 완전히 멸하였다는 사실을

결국 승리를 쟁취하였음을

"천산이..무너졌다.."

"마교가 무너져내렸다."

"천마가! 그 추악스러운 괴물이 죽었다!"

"전쟁이 끝이 났다!"

"우리의 승리다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곧이어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결국 중원이 승리하였다는 사실을

이 끝없이 이어지던 정마대전이 완전히 종결되었다는 사실을

"와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

이내 끔찍스러운 비명만이 난무하던 격전지에는 환호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끝없이 끝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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