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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36화 (1,237/1,419)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감정은 공포이다.

그리고 그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이다.

정체를 알 수 없고 대적할 수 없으며 거부조차 할 수 없는 것을 마주하였을 때

인간의 이해를 완전히 초월한 존재를 마주하였을 때

인간은 스스로의 무가치함과 무력함을 느끼며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를 마주하게 된다.

지금 악비천의 상태가 그러하였다.

그는 지금 거대한 공포와 마주하고 있었다.

재앙과도 같은 힘을 다루는 초월적인 존재를 마주함으로서 말이다.

우는 아이도 뚝 그친다는 악귀들의 부대.

무력과 잔혹함은 신교내에서도 수위를 다툰다는 최악의 부대.

혈검대가 일시에 전멸하였다.

모두 뼈와 내장이 기괴하게 뒤틀린 채로 말이다.

원인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에 의해서

예상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갑작스레 등장한 저 남자가 혈검대를 학살할 주범이라는 것 뿐

덜 덜 덜 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한기가 전신을 휘감고

오금이 저리고

전신이 떨렸으며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쿵쾅거리기 시작하였다.

너무 두려워 어미의 자궁속이라도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와 눈을 마주친 순간

그런 조악한 생각따윈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자에게 자신은 개미만도 못한 조악하고 미약한 존재라는 걸

어딜 도망가든 너무나 수월히 찾아내 죽여버릴 힘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그저 가만히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두 번 말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그때 귓가로 초월자의 목소리가 아른거렸다.

"다시 묻지, 천마는 어디있지?"

더할 나위 없는 공포를 선사한 장본인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그러니까....아마.....만마전에..계실겁니다."

만마전.

신교에서 가장 처음 세워졌으며 가장 웅장한 만마의 안식처.

위대한 천마라면 그곳에 있을 것이다.

"안내해."

"제...제가말입니까?"

"너를 왜 살려두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선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악비천을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원래라면 악비천은 다른 마인들과 똑같은 최후를 맞이하였을 것이다.

악비천은 마을 하나를 통째로 학살한 끔찍스러운 살인귀들의 수장이었으니.

하지만 편의에 의해 그리 하지 못하였다.

마교로 향하기 위한 길잡이가 필요하였으니

"천산 전체에 진법을 깔아둔 것 같더군, 분명 마교 본단의 위치를 못찾게 만들려고 수작을 부려둔 거겠지."

천산에 들어온 순간

천마와 마인들의 기운이 일시에 소멸하였다.

필시 진법으로 위치를 숨긴 것이리라

"그러니 잠시 살려두는 것이다. 내가 마교에 닿을 때까지."

선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악비천을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딱 그때까지만이었다.

그에게 허락된 생에는

".......차라리...죽여주십시오.."

이내 악비천은 죽음을 택하였다.

어차피 안내해도 죽고 안해도 죽는다.

그럴 바엔 차라리 지금 당장 죽음을 택하리라

"곤란해, 더는 헤매기 싫거든."

"그렇다해도 제가 배신할 일은..."

"하게 될거야."

선우는 그의 말을 그대로 끊어버렸다.

들을 가치따윈 없다는듯이

"세상에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건 많거든."

그리고 빨갛게 물든 손을 들어올렸다.

그 적수를 마주한 악비천의 동공이 쉴새없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힘이 느껴졌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선우는 악비천의 뺨을 가벼이 어루만졌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곧이어 악비천의 끔찍한 비명성이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

.

.

.

.

.

"저기야?"

선우는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성채를 가리키며 입을 떼었다.

".......그렇습니다."

한층 더 피폐해진 악비천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대단하네, 이런 척박한 곳에 성채에 가까운 규모라니."

선우는 놀랍다는듯 입을 떼었다.

한눈에 봐도 어마어마한 인력이 들어갈 규모였다.

그런 걸 험준하기 짝이 없는 천산 위에서 세웠다고 하니 꽤나 놀라웠다.

".....몇 세대에 걸쳐 만들었기에..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하긴 저런 요새를 단번에 세울 수는 없겠지."

선우는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저런 규모라면 필히 몇 백년은 걸렸을 것이다.

험준하기 짝이 없는 천산 위에서라면 말이다.

"그럼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수고해라."

이내 선우는 저 멀리 보이는 마교 본단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수북히 쌓인 눈밭을 헤치면서

'살...살아난 건가!?'

악비천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살아난 게 아닐까라는 희망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따악

그때 귓가에 손가락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끄으윽...으으윽...으으으으윽!!!!"

쿠우우웅

그 순간 악비천의 신형이 무너져내렸다.

전신에 차오르는 끔찍스러운 고통을 도저히 버텨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이...이건...'

전신이 불타는 듯한 끔찍스러운 고통

작열통이 전신에 휘감아버린 것이다.

"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아아아악!"

악비천은 알 수 있었다.

저 초월자가 술수를 부렸다는 걸

자신에게 가장 끔찍스러운 죽음을 선사하기 위해

작열독을 남겨뒀다는 사실을

"죽여줘어어어!! 제바아알!! 제바아알! 제바아아알!!!!"

애원하고 또 애원하였다.

차라리 죽여달라고

차라리 영원한 안식을 선사해달라고

하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다.

이미 초월자는 저 멀리 떠나간 이후였으니

"끄으으으윽...끄으윽...끄아아아아아악!!"

이내 악비천는 끔찍스러운 고통을 느끼며 괴성을 내지르고 또 내질렀다.

그 생에 다할 때까지

.

.

.

.

.

.

.

"정체와 목적을 밝혀라. 넌 누구고 무슨 연유로 온 거지?"

마교의 정문을 지키는 수문위사들은 싸늘한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여유로이 걸어들어오는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든 까닭이었다.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劍."

선우는 올곧은 눈빛으로 수문위사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천마를 죽이러 왔다."

그의 눈빛이 한층 더 빛나기 시작하였다.

************

끼기기기기기기긱

금속이 마찰대는 끔찍한 소리가 마교 본단에 퍼지기 시작하였다.

쿠우우우우우웅

어마어마한 굉음성과 함께 대지가 진동하였다.

정문을 굳게 지키고 있는 커다란 철문이 베어져 그대로 바닥에 떨궈진 것이다.

별안간 모습을 드러낸 한 명의 검객에 의해

"이단이다!"

"이단이 정문을 베었다!"

"죽여라! 결코 진입시켜선 안된다!"

"검과 창을 들어라!"

그 광경에 마교도들은 일제히 몰려가기 시작하였다.

본단의 문을 베어버린 이단을 멸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단합력이네."

선우는 순수히 감탄하였다.

잠시 문을 베었을 뿐이건만

그 짧은 찰나 수백명에 모여들었다.

웬만한 군대따윈 저리 가라할 정도의 단합력이 아닐 수 없었다.

"이단 녀석! 감히 우리의 성지를 침범하다!"

"가만두지 않겠다! 네놈의 목을 베어 천마께 직접 바치리라!"

"이단! 이단이다! 결코 좌시하지마라!"

모여든 마인들은 광기로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살의를 불태웠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전부 위험한 눈을 하고 있어.'

하나같이 광기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

결코 통제따윈 되진 않을 것이다.

신념을 위해서라면 죽기를 택할 자들일테니

"날 천마에게 안내해라, 그럼 살려주지."

그럼에도 혹시나 싶어 되물었다.

적어도 기회라도 주고 싶은 마음에

"우리의 신을 네놈에게 팔 것 같더냐!"

"더러운 이단놈! 죽는 건 네놈이 될 것이다.

"죽여라! 영광스러운 죽음이 함께하나니!"

곧이어 마교도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흉흉하기 그지없는 마기를 내뿜은 채로

"기대도 안했어."

선우는 서서히 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가벼이 베어버렸다.

그 순간 시간이 정지한듯

모든 마교도들이 몸을 멈춰세웠다.

풀썩 풀썩 풀썩 풀썩

그리고 하나둘 바닥에 널부러지기 시작하였다.

표정마저 굳어진 채로

***********

콰콰콰콰쾅

콰콰콰쾅

수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수많은 전각들이 지체없이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감히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저항조차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내린 것이다.

"꺼으으윽!"

"끄으으윽.."

"아아아아아악!"

흉악스러운 악행을 자행하던 모든 마인들은 비명성을 내지르며 모조리 죽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초월의 힘을 품은 검세를 도저히 견뎌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어찌 인간의 육신을 초월을 감당할수 있겠는가

무리였다.

그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젠장! 뭐든! 뭐든 해보거라!"

"제기랄! 어떻게든 막아라!"

"신장神將들을 데려와야한다!! 우리로는 무리다!"

마교도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저 재앙과도 같은 사내를 막을 수 없던 까닭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저 추악스러운 이단놈이 천마에게 닿게 될 것이다.

불경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어찌 다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노오오몸! 어디서 행패를 부리는 것이냐!"

그때 벼락과 같은 고함을 내질러졌다.

그리고 네 명의 장년인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사대신장!"

"위대한 신의 곁을 지키는 위대한 신장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제 저놈도 끝이다!"

그들의 등장에 교인들을 환호를 하였다.

사대신장四大神將

천마를 호위하는 명실상부 마교 최고의 전력.

그들의 강함은 마魔라 불리우는 장로들조차 넘어섰으며 신을 곁에서 보필한다는 영광스러운 직무에 수많은 교인들의 존경을 받았다.

믿음직할 수밖에 없었다.

천마에 가장 가까운 이들인만큼 그 강함만큼은 보증할 수밖에 없으니

"사대신장?"

선우는 의아함을 느꼈다.

처음 들어본 직책이었다.

저런 놈들이 있던가?"

"그렇다! 우리가 바로 신교의 사대신장이다!"

"네놈을 죽이고 본교의 본을 바로 세우겠느니라!"

"이곳에 발을 디딘 걸 평생토록 후회하게 해주마!"

"죽어라 이단이여!"

곧이어 사대신장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신성한 본단을 침범하려드는 저 추악스러운 이단을 멸하기 위해.

"강하네."

선우는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확실히 지금껏 봤던 놈들과는 다른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검격과 권격에 제대로 의지를 담겨있기도 하고 말이다.

"근데 검인 선배보단 약하네."

선우는 가벼이 검을 휘둘렀다.

퍼어어엉 퍼어어어엉

그러자 달려들던 사대신장의 몸이 일제히 터져나갔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그 광경에 교인들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사대신장은 신교에 남아있는 유일무인한 최전력이었다.

그런 그들이 손조차 제대로 섞지 못하고 그대로 터져나가버리다니

어찌 경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는 시간낭비다. 너희들로는 나를 어찌할 수 없어. 백명이 오든 천명이 오든 만명이 오든 말이야."

선우는 읊조리듯 말을 이었다.

꽤나 건방진 말이지만 사실이었다.

초월자에 닿을 수 있는 건 오직 초월자뿐이었다.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인간이 몇이나 달려들든 자신을 어찌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안내해라, 천마가 있는 곳으로."

피라미에게 볼 일은 없었다.

자신은 오직 천마.

세계가 인정한 유일한 대적자

그뿐이었다.

"웃기지마라!!"

"안내할 것 같더냐!"

"만마의 종주를 위하여!"

"천마를 위하여!"

하지만 그런 격차따윈 교인들에게 중요치 않았다.

그들의 품고 있는 신앙심은 죽음따윈 초월한지 오래였으니

"이래서 광신도가 싫어."

선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달려드는 교인들을 베어내기 시작하였다.

압도적인 신위를 선보이면서 말이다.

*************

광신도들의 시체가 산을 이뤘고 그들의 핏물이 바다를 이뤘다.

그야말로 시산혈해屍山血海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광경이었다.

"정말 개같은 새끼네."

선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셀 수조차 없이 많은 광신도들을 죽였다.

그럼에도 천마는 여전히 잠적하고 있을 뿐

어떠한 존재감도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을 믿고 경배하는 신도들을 죽어나가는 걸 그저 관망할 뿐인 것이다.

어찌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한창 불쾌감을 느끼고 있을 때

파아앗

불쾌할 정도로 기분 나쁜 존재감이 감각을 자극 하기 시작하였다.

'...나를 부르고 있군.'

선우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천마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수많은 교인들을 학살한 이후에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파아앗

선우는 가벼이 발을 굴렸다.

그러자 신형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

.

.

.

.

만마전 중앙

별안간 선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불쾌한 존재감을 따라 축지를 사용하니

천마의 안식처

만마전에 닿게 된 것이다.

"초월의 비술이라.....신선이 따로 없구나. 필멸자여."

귓가로 고저없는 건조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옥좌에 앉은 채 자신을 맞이한 천마의 모습을

"처음 만났을 때 널 죽였어야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때라면 개미를 짓누르듯 수월히 죽일 수 있었을텐데 말이야."

천마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선우는 미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다.

언제든 죽일 수 있는 연약하고 초라한 존재.

그런데 그런 초라한 자가 초월하여 위협적으로 변모하였다.

승부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나름 후회라면 후회가 되었다

삭초제근을 하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에 대해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 되돌릴 수 없다면 지금에라도 바로 잡으면 될 일이지."

천마는 무감정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야."

그때 잠자코 얘기를 듣던 선우가 입을 떼었다.

"너 못 배워먹었어?"

말과 함께 의지를 발현하였다.

콰아아아아앙

그 순간 옥좌와 함께 천마의 몸이 산산조각나버렸다.

수많은 잔해들을 비산하기 시작하였다.

"어딜 앉아서 객을 받아? 싸가지 없게."

선우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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