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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35화 (1,236/1,419)

천산千山

깎아내린듯한 수많는 절벽들과 그 위에 수북히 쌓여있는 백설白雪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커다란 산.

하늘의 산이라는 이름답게 하늘에 닿을 듯한 웅장하기 그지없는 높이로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감과 위압감을 선사하는 자연의 유산.

설암촌은 그런 경외로움에 이끌린 이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부락이었다.

비록 풍족하진 않지만

언제나 자연을 경외하며 하루를 감사하는 이들이 모여사는 곳.

"꺄아아아악!!

"아아아악...제발...제발!!"

"흐아아아앙! 살려주세요오오.."

그곳에 끔찍한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럽게 마을에 나타난 일련의 무리가 입에 담지도 못할 끔찍한 짓을 서슴없이 자행하였기 때문이었다.

약탈, 방화, 살인, 겁탈, 고문, 식인

악의로 똘똘 뭉친 그들은 같은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 거침없이 악행을 자행하였다.

그리고 그 악행에 노출된 무고한 이들은 끝없이 고통받으며 절망을 하였다.

형제자매가 죽어나가고

이웃사촌들의 목이 잘리고

평생 일궈온 터전이 불타없어지는 현실에

"크흐흐흐. 한가지 놀이를 하자구나."

붉은 무복을 입은 남자가 악귀와 같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놀..놀이...말입니까!?"

피투성이가 된 중년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그래, 잘하면 네놈뿐아니라 네 처와 자식들, 부모들까지 전부 살 수 있는 놀이지. 어때? 하겠느냐?"

"하..하겠습니다! 모든 하겠습니다! 부디 살려만 주십시오!"

넙죽

중년인은 바닥에 머리를 처박으며 입을 떼었다.

자신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좋아, 수락하였으니 곧바로 시작하자구나."

악귀와 같은 남자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 할 놀이는 절정마감이라는 놀이다. 교접하면서 단 한번도 신음을 내지 않으면 너의 승리, 신음을 내면 나의 승리지."

"교...교접말입니까!?"

"왜? 싫으냐?"

"...하.겠습니다!"

중년인은 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교접을 하는 게 수치스럽긴 하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도였다.

수치와 부끄러움따위는 뒷전으로 밀어내는 게 맞는 일이리라

"크크큭, 화통해서 좋구나. 그럼 곧바로 시작하거라."

"...알겠습니다."

중년인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사랑하는 아내를 향해서

"아니아니, 그쪽이 아니다."

그러자 악귀같은 사내가 만류하기 시작하였다.

"네에?"

"네가 박을 쪽은 저쪽이다."

그는 곱게 늙은 노파를 가리키며 입을 떼었다.

"저분은 제 어머니입니다!"

"그러니까 더 재밌지 않겠느냐? 자아 어서 네가 태어난 장소로 돌아가도록 하거라."

"그..그럴 순 없습니다...어찌 자식된 자로서...어미와.."

"정녕 못하겠느냐?"

"못하겠습니다....혹여 다른 방도가 있다면.."

서걱

중년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였다.

악귀 같은 사내가 섬전과 같이 검을 휘둘러 중년인의 목을 잘라버린 까닭이었다.

"네놈에게 선택권따위가 있을 리 만무하지 않더냐?"

사내는 목과 몸통이 분리된 중년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벌벌 떨고 있는 중년인의 혈육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봐 노인네, 네놈도 놀이를 하자구나. 네 며느리를 따먹어봐라 아니면 어린 손녀가 좋으려나? 크흐흐흐흐"

악귀같은 사내는 피를 물든 검을 들이밀며 미소 지었다.

검에 겨누어진 이들의 눈빛에는 절망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

푸우욱 푸우욱 푸우욱 푸우욱

"아아악! 아아아아악! 그만...그만...그마아아안!"

다음달 혼인이 예정된 새신부는 끔찍한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일면식도 없고 사랑치도 않는 이들에게 평생토록 간직했던 처녀를 내어주는 걸로 모자라 신체에 존재하는 구멍이라는 구멍이 전부 꿰뚫리고 있었다.

너무나 끔찍하였고 절망적이었다.

어찌 비명성을 내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흐아아아아앙! 정랑!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아아악! 제발 절 구해주세요오오오!!"

여인은 사랑하는 정인을 애타게 부르며 애원하고 또 애원하였다.

자신을 구해달라고

부디 이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정랑이라면 혹시 이녀석을 말하는게냐?"

그때 귓가로 악귀같은 사내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볼 수 있었다.

양눈깔이 파이고

피부가 반쯤벗겨졌으며

아가리가 양쪽 귀에 닿을 정도로 쭉 찢어져있는 정인의 목을

"정...정랑....."

도저히 원형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몰골이지만 알 수 있었다.

저 악귀같은 사내의 손에 들려있는 목의 정체가

평생 함께하자 미래를 약속했던 하나뿐인 정인이라는 사실을

"오입질을 하는데 끈덕지게 방해를 하더구나, 안된다고 제발 그만둬달라고,  괘씸죄로 눈깔을 파내고 입까지 찢어버렸다, 그런데도 끝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더구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목을 잘라버렸지. 그러니 그제서야 조용해지더구나. 크흐흐흐흐"

악귀같은 사내는 친절히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그녀의 정인이 처참한 몰골로 전락한 이유에 대해서.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말에 겁탈당하던 여인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거칠게 숨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믿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자신을 바라봐주던 다정한 눈길은 파여져있었고

골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어 여인 못지않게 고와진 피부는 그대로 뒤접어져있었고

사랑을 속삭이던 입은 귀까지 쭉 찢어져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어찌 이런 일이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저런, 충격이 컸나보구나. 하긴 계집이 보기엔 끔찍한 면상이긴하지."

콰지지지직

퍼어엉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악귀같은 사내는 손아귀를 움켜쥐어 머리통을 그대로 터트려버렸다.

"정라아아아아아앙!!!!!!!!!!!"

여인은 절망으로 가득한 비명성을 내질렀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사내는 그 절망을 즐기며 웃음 지었다.

이단의 울음과 절망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

"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흐으으으윽...흐으윽...으으윽.."

"며늘아가, 미안하구나...하아...미안하구나."

"아버님..안돼.요...안돼요...저희는..이러면 안돼요!"

"오라버니...이런 건 시집을 가고 하는...아아아악!!."

"금방 끝날 거란다....정액은 무한하지 않으니.....그러니 조금만 참으렴..영아."

"이 집은 안됩니다! 평생토록 소작하여 겨우 마련한...아아아악!!"

짐승이나 다름없는 끔찍한 광경이 흑암촌 전체에 펼쳐졌다.

자식이 어미를 탐하고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겁탈하고

남매가 서로를 탐하였다.

평생토록 마련한 재산들을 미련없이 불태워졌고

방해하는 이들은 무참히 죽어나갔다.

가히 지옥 그 자체라해도 부족치 않으리라

"녀석들, 아주 신났나보군."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악귀들의 우두머리

혈검대의 대주, 악비천은 웃음 지었다.

여과없이 회포를 푸는 부하들이 꽤나 재밌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아무래도 그간 쌓였던 마성을 풀어낼 곳이 없었으니까요."

부대주, 진평이 담담히 말을 내뱉었다.

폐관하여 수련에만 몰두했던 혈검대원들이었다.

그간 쌓인 마성이 폭발하는 건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리라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네, 갈길이 구만리다. 적당히 보급하고 정리하라 전하거라. 즐길 곳은 중원에 더욱더 넘쳐날테니."

"그리 하겠습니다."

진평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악행을 저지르는 부하들을 향해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대주의 명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아아아아아악!!"

"꺼으으윽!!"

"살..려어어어억!"

이내 생을 마감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본격적인 정리가 시작된 것이다.

이내 귀신같이 비명성이 멈춰섰다.

끔찍한 학살이 끝을 맞이한 것이다.

"즐길만큼 즐겼더냐?"

악비천은 끔찍한 학살을 저지르고 모여든 부하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렇습니다! 대주!""

혈검대원들은 일제히 답을 하였다.

그들 면면에는 흡족스러움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중원에는 더한 쾌락이 있을 것이다. 더욱더 많은 금은보화, 이딴 촌락의 계집년들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로 아름다운 계집들, 그리고 부수고 불태울 재미가 있는 수많은 전각들까지."

혈검대의 마인들이 눈빛에 흥분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이보다 더한 쾌락이 있다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자구나, 저 쾌락으로 가득한 극락으로."

"우오오오오오!"

"가자아아아아!"

마인들은 열렬히 환호를 하기시작하였다.

그리고 악비천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저 쾌락으로 가득한 극락에 닿기 위해

하지만 그 걸음을 길게 이어지지 못하였다.

앞서가던 악비천이 걸음을 멈춰세웠기 때문이었다.

마인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시가 급한 와중 어찌 걸음을 멈춰선다는 말인가

"누구냐."

그때 악비천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앞을 막아선 남자를 노려보면서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그를 막아선 청년은 슬며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을 전체는 불길에 휩싸여져있었고

셀 수조차 없이 많은 시체들이 남녀노소 가릴 것없이 바닥에 널부러져있었다.

"...많이 늦었구나."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끔찍한 참상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질듯 아파온 까닭이었다.

"누구냐고 물었을텐데?"

악비천은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접근조차 인지하지 못하였다.

분명 무언가 범상치 않는 힘을 갖춘 놈일 것이다.

절로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천벌天罰."

"뭣이!?"

"너희는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어, 그러니까 달게 받아."

남자, 선우는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하하하하하하! 이거 아주 정신 나간 놈이구나! 네놈이 하늘이라도 된다는 말이더냐? "

"어찌 천벌을 내린다는 말인가? 우리는 수백이고 네놈은 혼자이거늘!"

"대주!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정신나간 놈인 것 같은데,  그냥 죽여버리죠! 크하하하"

혈검대원들을 호탕하게 웃음을 짓기 시작하였다.

별다른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놈이었다.

입만 산 쭉정이라는 소리였다.

어찌 웃음짓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제 주제도 모르고 이리 건방을 떠는데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한창 웃던 그때였다.

우드드득 우드드득

우드드득 우드드득

이변이 일어났다.

뼈가 뒤틀리는듯한 소름끼치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으응?"

"어?"

그 소리에 혈검대원들은 하나같이 의문을 표하였다.

별안간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사지와 몸통이 기괴한 방향으로 꺾여져있는 동료들의 몸을

"어...어어어?'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꺾여진 스스로의 모습을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스스로 뒤틀린 모습을 인지한 순간 끔찍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전신에 있는 모든 관절들이 뒤틀려서는 방향으로 뒤틀려버렸다.

끔찍한 고통이 차오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더 아파, 더, 더 많이 아파."

선우는 비명성을 내지르는 혈검대원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네놈들이 고통 준 무고한 이들의 심정에 공감하며 아프고 또 아파라...그 비루한 생이 마감될 때까지."

끼기기기긱 우드드득

끼기기기긱 끄드드득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학살을 저질렀던 끔찍한 마인들의 뼈들이 쉴새없이 우그러지고 꺾여지고 부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부숴진 뼛조각들이 그들의 내부에 파고들며 고통을 중첩시켰다.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고통이 전신을 휘감기 시작한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그마아아안! 그마아아안!!"

마인들의 끔찍한 비명성이 끊임없이 울렸다.

그들의 생이 마감할 때까지

.

.

.

.

.

.

".............."

혈검대주 악비천은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두 눈으로 봐도 믿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광경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던 까닭이었다.

흉악스러움과 잔혹함을 지니고 있는 마교의 정예부대

혈검대의 대원들이 반항조차 못하고 전신이 기괴하게 꺾여지며 모조리 죽어나갔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서

어찌 이런 비현실적인 광경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야."

움찔

귓가로 이 끔찍한 참상을 저지른 장본인이 입을 떼었다.

악비천은 떨리는 눈으로 그를 응시하였다.

"천마天魔는 어딨어?"

선우는 싸늘하기 짝이 없는 눈빛을 반짝였다.

부르르르

그 눈빛을 마주한 악비천은 전신을 부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더할 나위없는 경외감과 공포감이 물밀듯 차오른 까닭이었다.

마치 위대한 만마의 주인 천마天魔를 마주할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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