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33화 (1,234/1,419)

"선우야~"

"선우!"

"반쪽이여!"

"연우 아빠!"

"선우님!"

"부군!"

여인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결정적인 순간

모두를 구원해준 위대한 영웅이자

너무나 사랑하는 정인을 향해서

와락

가장 처음 안긴건 요랑이었다.

부비적 부비적

그녀는 선우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은 채 부비적거리기 시작하였다.

"왜 이렇게 늦었어어어어...죽는 줄 알았다구우우!"

그리고 잔뜩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선우. 당신은 언제나 절 구원해주는군요."

곧이어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옥령 또한 선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요랑이 양보해준 덕택에 오른쪽 가슴팍을 차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그대를 믿었다. 반쪽이여. 꼭 구하러와주리라. 그렇게 믿었다. 아무래도 본녀의 믿음이 틀리지 않은듯 하구나."

이내 주현영이 선우의 오른팔을 부드러이 끌어안으며 입을 떼었다.

"선우의 선자도 꺼내지 않았으면서."

선우의 왼팔을 끌어안은 북궁연이 비웃듯 입을 떼었다.

"속으로 생각했느니라!"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도다! 내가 그대처럼 거짓을 반복하는 줄 아는가!"

"내가 무슨 거짓을 말했다고!""

"격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자신하더니! 결국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지 않았는가!"

"그건 언제까지 우려먹을 건데! 이 바보야!"

"평생 우려먹을 것이다! 아니 대대손손 연우는 물론 연우의 아이에게도 들려줄 것이다!"

주현영과 북궁연은 마치 개과 고양이처럼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곁에 있으니 여느떄와 같은 앙숙사이로 돌아간 것이다.

타타타타탁

그다음 달려든 건 주소양이었다.

와락

푸우우욱

그녀는 선우의 등에 코를 처박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맡는 선우의 체취를 한껏 만끽하기 시작하였다.

"선우님...하아..선우님..냄새..너무..좋아요....하아.."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땀에 절은 냄새가 야릇함과 취기를 전해준 까닭이었다.

자극적이면서도 중독적인 최고의 체취였다.

"나도....부군을 껴안고 싶어...소양."

톡 톡

어느새 곁에 다가온 강하윤이 소양을 조심스레 건드렸다.

넓직한 등의 한켠을 내어달라는 신호였다.

".....참아."

"소양! 치사하게 이럴 거야?

"치사해도 어쩔 수 없어.....여긴 내 구역인걸?"

"이렇게 넓직한데 뭐가 어쩔 수 없어!  그냥 욕심부리는 거잖아!"

"욕심 부리는 게 어때서! 난 일등급 육노예출신이야! 이정도 욕심은 부려도 돼!"

"그걸 누가 정했는데!"

"내가 정했어!"

"웃기지마! 나도...나도...껴안을거야!"

"싫어! 내꺼야!"

주소양과 강하윤은 티격태격하며 선우의 넓직한 등을 두고 다투기 시작하였다.

"애들아....그러니까...싸우지말고.."

선우는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들을 말리기 시작하였다.

좋은 날 어찌 이리  싸운단 말인가

"그대가 정해다오! 누가 거짓말쟁이더냐! 고귀한 본녀인가! 무도한 북궁연인가!"

"맞아, 네가 정해줘! 우린 결과에 승복할 게! 누가 더 나쁜년 같아?"

주현영과 북궁연은 잔뜩 흥분한 채 되물었다.

"선우님이 정해주세요, 제가 매달리는 게 좋은가요? 아니면 이 못된 년이 매달리는 게 좋은가요?"

"못된년? 소양! 그 말 취소해!"

"취소 안해!"

주소양과 강하윤 또한 물었다.

둘 중 누가 매달리게 기분 좋은지

"................"

선우는 어떠한 물음에도 답하지 못하였다.

한쪽에 서운할 게 분명한 답을 어찌할 수 있겠는가

모두가 똑같이 사랑하는 여인인 것을

"어서 정해다오!"

"정해줘! 누가 더 나빠?"

"누가 매달리는 게 좋은가요?"

"정해주세요 부군!"

여인들을 선택을 요구하였다.

선우는 시선을 돌려 운설을 바라보았다.

명백히 도와달라는 신호였다.

"전부 업보야, 누가 그렇게 많은 여인들을 후리래?"

그 광경을 지켜보던 운설은 유쾌한듯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행복하게 감당하도록 해."

나라를 뒤흔들 경국지색의 여인들이

오직 한 사람

선우에게 매달려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다.

이런 가벼운 고난쯤은 행복하게 감당해야하리라

운설의 짖궂은 말에 선우의 표정이 한층 더 난감해지기 시작하였다.

.

.

.

.

.

.

.

"어머니....저희도 저기 가서 안겨야하는 건가요?"

백월은 손가락 끝으로 여인들에게 둘러싸인 선우를 가리키며 입을 떼었다.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여인들이 아교처럼 착 달라붙어있었다.

뭔가 자신들도 합류해야하는 건 아닌가라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하는 딸아, 본디 인간사회에선 일면식 없는 사이에선 포옹하지 않는 법이란다. 특이 남녀의 경우, 진한 애정이 오고가는 사이가 아닌 이상 결코 껴안지 않지."

"그럼...저희는 껴안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면식이 있는 것도

정식으로 인사가 오고간 것도

그렇다고 진한 애정이 오고가는 사이도 아니였다.

오히려 달려들어 안기는 게 더 이상한 일이리라

"그렇구나."

백월은 이해했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장은 안기지지 않아도 되는듯 하였다.

'그럼 인사하고 안겨야겠다.'

백월은 얌전히 기다렸다.

요랑이 주인님께 자신이 소개해주기를

*********

"그럼 진법에 갇혀서 늦은거야?"

요랑은 땡그란 두눈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되물었다.

"응, 아무리 용을 써도 빠져나오질 못하겠더라고."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역대 천마들을 매개로 발동한 진법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이미 신선경에 다다른 자신마저 속수무책으로 만들어버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럼 어떻게 빠져나온거야?"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용을 써도 빠져나올 수 없었던 진에서 어찌 탈주를 하였다는 말인가

"진법의 심장에 해당하는 부분을 부숴버렸어."

선우는 담담히 입을 떼었다.

"심장은 어떻게 찾았는데? 대나무가 엄청 많아서 위치가 구분 안됬을 것 같은데."

듣기로는 대나무들이 워나 울창하여 어디가 어딘지 위치 구분이 안되었다고 들었다.

더불어 대나무들을 아무리 베어내어도 비정상적인 속도로 자라나 다시금 앞을 가로막았다는 말 또한 들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상황에서 진의 심장부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확실히 대나무는 방해요소였어, 쓸데없이 울창하고 생장성도 비정상적으로 빨라서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었거든."

선우는 동의하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래서 전부 들어올렸다. 그렇게 하니까 유난히 이질적인 부분이 보이더라고."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분명 대나무가 엄청 울창하다고 하지 않았어? 끝이 안보일 정도로."

"맞아."

"그런데 그걸 전부 들어올렸다고?"

"응, 그렇게 했어."

"그게 가능해!?"

요랑은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진 대나무라면

못해도 수천그루에서 많게는 수만그루가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많은 걸 전부 들어올릴 수 있다는 말인가

"나도 될까싶었는데 해보니까 되더라고."

처음엔 선우도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무한한 내력과 흐름을 만드는 힘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그 출력의 한계가 어느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단순 파괴로는 답이 없다 느꼈기에 일달 시도를 하게 되었고 너무나 간단히 성공을 하였다.

신선경에 다다르고 출력의 한계가 없어졌던 것이다.

".....와아아아.."

요랑은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

신선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언제나 똑같은 선우였기에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다르게 보였다.

애정뿐아니라 존경심마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진정으로 초월하여 위대함에 다다른 선우에게 말이다.

"...선우는 정말 인간의 한계를 벗어났군요....그런 기적을 발하다니."

옥령 또한 놀랍다는듯 입을 떼었다.

수천그루의 대나무들을 일제히 공중에 띄우다니

기적이라 칭해도 무색한 일이었다.

그런 일을 행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인간을 한참 전에 초월하였다는 증거이리라

"그 경지에 오르면 그런 것도 가능한 것인가?...궁금하도다, 본녀가 그 경지에 오르면 어찌 될 것인지."

주현영은 몽롱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궁금하였다.

만약 자신이 한계를 벗어난다면 어떤 기적을 발할 수 있을 지.

"그냥 승천하지 않을까?"

"북궁연! 등선이라는 좋은 말이 있지 않더냐! 승천이라니! 뭔가 죽는 것 같지 않더냐!"

주현영은 눈살을 찌푸린 채 말을 내뱉었다.

초를 치는 북궁연의 말에 부아가 치민 까닭이었다.

"하늘로 가는 건 맞잖아?"

북궁연은 태연히 말을 받았다.

"그..그렇긴 하지만 의미가 전혀 다르단 말이다!"

"뭐가 다른데?"

"꼬투리 잡지 말거라! 그대는 꼭 한마디가 많다!"

주현영과 북궁연은 다시금 티격태격하기 시작하였다.

간신히 소강 상태가 되었건만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선우님은...정말 대단해....그런 기적을 발하다니."

주소양은 감탄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수천그루의 대나무를 일제히 허공에 띄우는 힘이라니

"..그러게...대단해..소양...우리도 닿을 수 있을까?"

"못 닿지, 아니 닿아서도 안돼!  어딜 선우님하고 맞먹으려고!"

주소양은 언성을 높이며 강하윤을 꾸짖었다.

어딜 위대한 선우님과 동등해지려고 한다는 말인가

"본디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인 법이야! 여자는 언제나 남편은 우러러보며 살아야한다고!"

주소양은 뜨겁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강하윤을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그게 무공까지 우러러봐야하는 거야?"

"당연하지!"

주소양은 확고히 답을 하였다.

'....얘야말로 광신도가 아닐까?'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강하윤은 진지하게 생각하였다.

주소양이야 말로 남편을 신으로 모시는 광신도가 아닐까하고

그렇게 여인들은 선우의 무용담을 들으며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꽃을 피우기시작하였다.

무척이나 훈훈하기 그지없는 광경이었다.

***********

꿀꺽

마뇌는 침을 꿀꺽 삼켰다.

덥석

그리고 문고리를 쥔 채 천천히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경첩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문틈사이 끔찍하기 그지없는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대전 곳곳에 시체가 산처럼 쌓여져있었고

핏물이 커다란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그야말로 시산혈해屍山血海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끔찍하기 그지없는 광경이 끝없이 펼쳐져있는 것이다.

'....끔찍하군.'

마뇌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미 인간성마저 소실하였던 마뇌마저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참혹한 광경이었다

'...천마께선 어디 계신거지?'

스으윽

이내 마뇌는 시선을 천천히 돌렸다.

수많은 시체들의 산 속에서 위대한 만마의 주인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대전 한가운데 위치한 옥좌에 앉아 권태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미천한 종이 만마의 주인을 뵙습니다!"

쿠우웅

넙죽

천마를 마주한 마뇌는 넙죽 엎드린 채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대전 전체를 물들인 핏물의 끈적한 감촉이 그대로 전해졌지만 마뇌는 개의치 않았다.

만마의 주인을 영접하는 데 그런 것따윈 무척이나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으니

"마뇌여."

그때 만마의 주인, 천마가 담담히 입을 떼었다.

"하명해주소서! 위대한 천마시여!"

"마경의 마물들이 전멸하였다."

"마...마경의 마물들이 말입니까!?"

마뇌는 믿기 힘들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마경魔境

그 누구에게도 결코 허락되지 않으며 끔찍한 신화 속의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금지禁地

그런데 그곳의 마물들이 전멸하였다니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모두 죽었구나, 가장 흉악스럽다는 사흉四凶도, 천둥번개를 몰고 온다는 뇌수雷獸도, 천불을 쏟아내는 적사赤蛇도, 결코 죽일 수 없다는 불가살不可殺도 마물들의 왕인 구영九嬰까지도 말이야."

"..어떻게..그런 일이..."

마뇌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언급한 마물들 하나하나가 절대지경에 다다른 고수들과 자웅을 겨룰 만한 존재들이었다.

특히 구영의 경우

신화에 언급될 정도로 유구한 역사와 강맹함을 지닌 모든 마물들의 왕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전멸하다니

어찌 그 사실을 쉽사리 믿을 수 있겠는가

"중원의 저력이 상상이상이었던 게지."

천마는 태연히 말을 내뱉었다.

마치 남의 일이라는듯

"............"

하지만 마뇌는 도저히 표정을 풀지 못하였다.

상상이상으로 강대한 중원의 저력에 위기감을 느낀 까닭이었다.

"두려워말거라, 마뇌여."

천마는 그런 마뇌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내가 있으니."

"..천마시여."

"그들이 얼마나 많던 얼마나 강하던 상관없다."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본좌 앞에선 그 모든 게 무의미할테니."

천마의 무감정한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곧이어 대전 전체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파아아아앗

그리고 산을 이뤘던 시체들과 바다를 이뤘던 핏물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것처럼

부릅

그 광경에 마뇌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대전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시체들과 핏물이 일제히 소멸하는 기적과도 같은 광경에 경악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본좌는 신이다."

천마는 입을 떼었다.

그 순간 마뇌는 두려움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상징적인 신이 아닌

진정한 신이 함께하고 있었다.

어찌 두려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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