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어어어엉
굉음성과 함께 산산조각 난 궁기의 살덩이와 핏물들이 사방에 흩뿌려지기시작하였다.
마치 일대를 적시는 소나기처럼 말이다.
"............"
백월은 그 기괴한 광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경악스러운 광경에 넋이 그대로 나가버린 까닭이었다.
기껏해야 땅에 패대기쳐지거나 하늘 저 멀리까지 날아가버릴줄 알았다.
그런데 형체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산산조각나버리다니?
어찌 넋이 나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한창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터덜 터덜 터덜
저 멀리서 느른하고 지친 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궁기를 산산조각내버린 장본인
요랑이 터덜거리며 걸어오고 있던 것이다.
'.........엄청 멀쩡해.'
그 모습에 백월은 한 번 더 경악하였다.
궁기를 산산조각내버릴 정도로 강력한 충돌을 하였음에도 그녀는 너무나 멀쩡하였다.
핏물을 잔뜩 뒤집어쓴 것외엔 어떠한 외상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경악스러울 정도의 맷집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함부로 개기지말자.'
곧이어 백월은 속으로 굳게 다짐하였다.
절대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자고
그녀의 말이라면 양잿물도 원없이 들이켜먹자고 말이다.
그렇게 굳게 다짐한 찰나
"나 왔어."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요랑이 손을 가벼이 흔들었다.
"요랑님, 수고하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요랑님"
그러자 주소양과 강하윤이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반겨주었다.
"고..고생했어! 완전 멋졌어야요!~"
"고생하셨습니다. 과연 명성 그대로의 실력이셨습니다. 요랑님에 대한 존경심이 치솟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뒤이어 백월과 농질 또한 그녀를 반겨주었다.
"고생은 무슨, 그냥 잘차려진 밥숟가락만 얹은거지."
요랑인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말은 그리 했지만 그녀들의 환대가 그리 싫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보다 다친데는 없으신가요? 충돌이 엄청 심했는데..."
이내 주소양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충돌은 상상이상으로 거대하였다.
그녀 또한 적지 않은 충격을 입었을지도 몰랐다.
"다친데는 없어."
"정말인가요?"
"정말이고 말고, 봐봐 멀쩡하잖아?"
요랑을 양손을 쭉뻗은 채 한바퀴 빙글 돌았다.
과연 그녀말대로 다친 흔적따윈 전혀 보이지 않았다.
"후우...다행이네요. 걱정 많이했어요."
주소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충돌성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그녀가 다쳤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그런데 저리 멀쩡한 걸 보니 이제야 안심이 되었다.
"걱정 고마워, 소양아."
"고맙긴요, 당연한 일인걸요."
선우의 여인으로서
다른 여인의 안위를 걱정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다른 누군가가 다치게 된다면
너무나 사랑하는 정인이 크게 슬퍼하게 될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한창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고가던 그 때였다.
끔뻑 끔뻑
요랑의 큰 눈을 끔뻑거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졸음이 쏟아지는 사람처럼 말이다.
"졸리신건가요?"
주소양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으응...그런 가봐...나 힘을 많이 써서...졸려어어."
요랑은 반쯤감긴 눈으로 주소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한눈에 봐도 졸음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요랑님, 이쪽으로 오세요."
주소양은 양손을 살짝 벌렸다.
그러자 풍만하고 커다란 두개의 젖통이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하였다.
"와아아...엄청...푹신해보여.."
요랑은 감탄한듯 입을 떼었다.
그녀의 젖무덤이 너무나 안락해보였기 때문이었다.
"네에, 보는 그대로 엄청 푹신하답니다. 이곳에 뛰어든다면 분명 행복할 거에요."
주소양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아주 살짝만..살짝만 안겨볼까?"
꼬오오오옥
몰캉
요랑은 지체없이 주소양의 커다란 젖무덤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자 몰캉하고 푹신한 감촉이 얼굴에 그대로 전해지기 시작하였다.
"......좋아아.."
요랑은 행복감을 느꼈다.
끝을 알 수 없는 부드러움과 온기
기분 좋게 만드는 채취
그리고 몰캉한 감촉이 그녀의 심신을 안정시켜준 까닭이었다.
'....이게 선우가 그렇게 찬양한..천하제일거유..'
과연 찬양할만한 가치가 있는 젖통이었다.
이리도 심신의 안정을 전해주니 말이다.
토닥 토닥 토닥 토닥
주소양은 품에 안긴 요랑의 등을 부드러이 토닥이기 시작하였다.
마치 아이를 재우는 어미처럼
"........나...조금만...아주 조금만..잘게...소양아."
"푹 주무셔도 돼요."
"푸욱...자는 건.....안돼에에...구영이..언제..올지......쿠우울.."
요랑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였다.
중간에 그대로 잠들어버린 까닭이었다.
"구영은 걱정마세요, 저희가 어떻게든 해볼테니까요."
주소양은 품 안에 잠든 요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웬만한 그녀가 나설 일이 없게 만들 요량이었다.
사흉의 마물을 두마리나 연이어 격파한 그녀가
푹 쉴 수 있도록 말이다.
도로롱
도로롱
이내 요랑은 귀여운 코골이를 하며 완전히 잠들어버렸고 주소양은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듯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훈훈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
[궁기와 혼돈이 죽었다]
커다란 용머리 하나가 읊조리듯 입을 떼었다.
[뭐라? 그놈들이 죽었다고!?]
또다른 용머리가 믿을 수 없다는듯한 어투로 되물었다.
궁기와 혼돈이 누구란 말인가
마경내에서도 강대하기로 소문난 포식자들이 아닌가
특히 궁기가 만들어낸 폭풍은 자신들조차 늪지대로 몸을 숨기게 할 만큼 강력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당했다니?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들의 기운이 완전히 소멸하였다. 흔적조차 없이.]
처음 말을 꺼낸 용머리는 담담히 입을 떼었다.
[........이로써 사흉이 모조리 멸해진 것인가?]
이미 도철과 도올의 죽음을 파악하고 있던 그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혼돈과 궁기마저 죽었으니
사흉이라는 존재 자체가 멸해졌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낄낄낄, 오만한 놈들이 잘죽었구만.]
용머리 하나가 경박스러운 어투로 입을 떼었다.
평소 마음에 들지않던 놈들이었다.
이참에 죽었으니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을 일이 아니다. 사흉이 멸해졌다는 건 즉 마경의 전력이 깎아내려졌다는 말이다!]
용머리 하나가 엄한 호통을 내뱉었다.
[흥, 그딴 놈들이 없어도 마경에 패는 많다.]
[아니, 없다.]
용머리는 단호히 말을 내뱉었다.
[번개를 일으키는 뇌수도 죽지 않는 불가살이도 천불을 토해내는 강철이도 모조리 죽어버렸으니!]
[....그렇게 많이 죽었던가?]
경박했던 용머리가 당혹스러운듯 말을 내뱉었다.
설마하니 마경의 지배자급 강자들이 대다수 뒈져버렸을 지는 예상조차 못한 까닭이었다.
[인간들의 저력이 상당하다. 우리가 운용할 수 있는 패따윈 남아있지 않다!]
[여우년들이 남아있지 않는가? 그녀들이라도 잘 이용하면..]
[그년들은 배신을 하였다.]
[뭣이!?]
[인간과 함께 행동하고 있더구나. 꼬리가 뽑힌 채로 말이야]
[......그거 확실한 거 맞아?]
[나의 천리안千里眼을 의심하는 것이냐?]
중후한 인상의 용머리는 눈살을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그런 건 아니지만 워낙 믿기지 않아서..]
여우일족은 충성스럽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년들이었다.
자신들의 뒤라도 핥아먹을 기세로 열정적인 충성심을 내보인 년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년들이 배신이라니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믿어라, 나 또한 보증하지. 그들은 함께있다]
그때 궁기와 혼돈의 죽음을 처음 알린 용머리가 입을 떼었다.
[.......정녕 사실이군..]
경박했던 용머리는 수긍한듯 입을 떼었다.
천 리 밖의 작은 기운조차 귀신같이 감지해내는 탐지의 권능을 갖추고 있는 용머리였다.
그까지 보증한다면 믿을 수밖에 없었다.
요악스러운 여우 년들이 쌍으로 배신하였다는 사실을
으드드드득
[.....처죽일 년들...감히 우리를 배신해?]
이내 경박했던 용머리는 이를 갈기 시작하였다.
여우들에 대한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천갈래 만갈래 찢어죽여도 할 말 없으리라!]
또 다른 용머리 또한 동조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자신들은 마경의 지배자이자
거역할 수 없는 하늘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자신을 거역하였다는 건 곧 역천을 행하였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천갈래 만갈래 찢겨나가도 할 말 없는 대역죄를 저지른 것이다.
[고민할 필요가 있어? 당장 죽이러가자! 인간은 물론 여우들까지 모조리 도륙내버리자!]
[맞는 말이다! 왕을 거스른 죄를 몸소 느끼게 해주자!]
몇 몇 용머리들이 일제히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배신자들에 대한 분노가 물밀듯 차오른 까닭이었다.
[진정해라! 지금은 감정만 앞세울 때가 아니다!]
[신중을 기해야한다! 지배자급이 당한 걸 보면 모르는가!?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그러자 몇 몇 용머리들이 그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하였다.
천년을 넘게 살아온 마경의 지배자들이 맥없이 당하거나 배신을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만 앞세우다간 필시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신중히 행동할 필요성이 있었다.
[마경의 지배자라는 놈들이 겁을 집어먹은게냐! 모가지 떼라!]
[겁을 집어먹는 게 아니다! 좀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느낄 뿐!]
[절대강자에게 전략이나 판단따윈 필요없다! 그저 압도적인 힘으로 몰아부치면 될뿐!]
[저능한 자식.]
[뭣이!]
[그렇게 저능하게 구니까! 인간에게 처발렸던 게 아니더냐!]
[그..그건 방심한 것 뿐이다! 다시 붙으면 결코 지지 않아!]
[자존심에 거짓을 입에 담는구나! 우린 그놈을 못이긴다! 이미 한계를 뛰어넘고 초월에 다다른 괴물을 어찌 이긴단말이더냐!]
[패배주의로 가득 찬 새끼가!]
[패배주의가 아니라 객관적인 것 뿐이다!]
용머리들끼리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그만.]
그때 지금껏 잠자코 있던 용머리가 하나가 입을 떼었다.
뚝
그러자 시끄럽게 소리를 내지르던 용머리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실질적인 중추하라고 할 수 있는 용머리의 말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던 까닭이었다.
[내가 너희들을 만든 이유는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지, 다툼을 위해서가 아니다. 만약 또다시 싸운다면 모조리 소멸시켜버리겠다.]
용머리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
[................]
괄괄하던 용머리들 중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
소멸시켜버리겠다는 말이 빈말로 하는 게 아님을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침공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이내 용머리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인간들의 저력이 예상보다 강대하기는 하나 저들 또한 지쳤을 것이다. 옛 지배자들은 어떠한 피해도 없이 상대하는 건 무리일테니.]
실제로 지배자들과 맞섰던 이들의 기운은 대다수가 확연히 약해져있었다.
정면으로 마주한다해도 크게 위협적이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가장 위협적이었던 이들은 천마가 만들어낸 진 속에 갇혀있다.]
천마가 대적자라고 칭했던 이와
도올과 도철을 죽인 이는
천마가 만들어낸 진 속에 갇혀있었다.
자신들과 대적할 만한 이는 더이상 남아있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중을 기하는 건 멍청한 행동이리라
[현시점에서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용머리는 흉악스러운 눈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그 눈빛에는 승리에 대한 자신과
스스로에 대한 오만이 가득히 서려있었다.
[망설이지마라. 결국 승리하는 것은 우리가 될테니.]
용머리는 읊조리듯 말을 이었다.
그러자 그를 제외한 여덟개의 용머리가 일제히 솟구치기 시작하였다.
참전에 대한 욕구를 행동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좋다, 그럼 이제 이동하자구나. 건방진 인간들과 요악스러운 배신자들에게 거대한 악의를 선사하기 위해.]
마물들의 왕이자
모든 용들의 지배자.
구영은 거대한 몸뚱아리를 이동시키기 시작하였다.
서녕쪽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
들썩
"응?"
성문쪽에서 번을 서고 있던 병사가 눈을 찌푸렸다.
성문 코앞에 있는 언덕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기 떄문이었다.
"왜 그래?"
옆에서 함께 번을 서던 병사가 의아한듯 물었다.
"뭔가..언덕이 들썩인 것 같아서.."
"멍청한 소리를 하는구먼, 지진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언덕이 왜 움직여?"
병사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반박하였다.
"진짜...움직인 것 같았는데.."
"자네가 피곤해서 헛것을 본거겠지, 교대하는 즉시 푹 쉬게. 이러다 탈이 나겠어. 끌끌."
들썩 들썩
그때 다시금 언덕이 들썩이기 시작하였다.
"저봐! 내 말이 맞잖아!"
병사는 손가락으로 언덕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
".....어? 진짜네?"
그 말을 믿지 않던 병사는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설마하니 진짜 언덕이 들썩일 줄은 상상조차 못한 까닭이었다.
그렇게 한창 넋놓고 멍청히 바라보던 그때였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언덕 곳곳에서 어마어마한 굉음성이 터져나왔다.
더불어 흙더미들이 떨어지며 산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뭐..뭐야!?"
"적습인가!?"
병사들은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이변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우왕좌왕하던 그 때
"저...저기...봐봐.."
언덕의 들썩임을 처음 감지한 병사가 천천히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번을 서던 모든 병사들의 시선이 그 손가락을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언덕 곳곳을 뚫고 튀어나온 아홉 개의 괴물을.
"이..이무기!?"
"아니야...저건..용이야..용.."
"용이..왜..언덕에서..?
쩌어어어어어억
그 순간 아홉마리의 용들이 일제히 아가리를 벌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동시에 불길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마물이다아아아아!!
"마물이 다시 쳐들어왔다!"
쏟아지는 불길에 병사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하였다.
다시금 재앙이 찾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