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24화 (1,225/1,419)

콰와아아아아아아아아

궁기가 만들어낸 거대한 소용돌이는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흙과 돌, 모래는 물론이고 무너져내린 건물 잔해들과 널부러진 병장기들까지 전부 말이다.

'저건 좀 위험하겠는데..'

그 광경에 요랑의 안색이 한층 심각해졌다.

소용돌이에 담긴 거대한 물리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만약 저런 거대한 걸 정면으로 마주한다면 아무리 자신이라고 하더라도 멀쩡할 수는 없으리라

'튀자.'

요랑은 망설임없이 몸을 일으켜세웠다.

결심이 빠르게 섰다.

지금으로선 몸을 내빼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이내 다리에 요기를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단번에 튀어올라 거리를 벌릴 요량이었다.

쿠우우우우우우웅

그 순간

굉음성과 함께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다시금 거대한 지진이 그녀를 덮쳐든 것이다.

"어어..어어..어!?"

요랑은 흔들리는 땅 위에서 어떻게든 균형을 잡으려고 하였다.

중심을  잡아야지만 제대로 힘을 받고 몸을 내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콰당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대로 나자빠지게 되었다.

결국 균형을 잃어버린 것이다.

"으으윽..."

엉덩방아를 찍은 요랑은 눈살을 찌푸리며 엉덩이를 매만졌다.

상당한 고통이 전해져온 까닭이었다.

'똥개새끼가..'

절로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이리도 끝까지 방해를 하다니

그렇게 한창 분노를 토로하던 그 때였다.

피슉 피슉

칼바람에 살갗에 조금씩 베어지기 시작하였다.

혼돈과 실랑이를 버리던 차

어느새 폭풍의 권역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제길.'

요랑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요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피하기엔 너무 늦었어.'

어차피 피하기엔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어설프게 도망치다간

그대로 휘말려 전신이 갈갈이 찢겨지게 되리라

'그러니까..받아낼 수밖에 없어.....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파스스스슥

곧이어 묵빛의 갑각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가장 단단하고

가장 튼튼했던 때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콰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

이내 묵빛의 갑각이 전신이 완전히 휘감았고 초월적인 힘을 간직한 거대한 폭풍이 그녀의 코앞에 도달하게 되었다.

'어디 올테면 와봐!'

요랑은 흔들림없는 눈빛으로 폭풍을 응시하였다.

두려움보단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내 폭풍과 요랑이 정면으로 충돌하였고 거대한 굉음성이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크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궁기는 휘몰아치는 폭풍을 바라보며 크게 웃고 또 웃었다.

저 요악스러운 거미가 폭풍에 휘말린 순간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폭풍

그야말로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아니 자연재해 그자체인 힘이 그대로 쏘아졌다

오직 그녀의 파멸만을 위해서

그런 초월적인 힘을 어찌 한낱 미물따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무리였다.

결코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크하하하하하하! 혼돈! 우리의 승리다! 우리의 승리!]

궁기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더욱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파스스스스스

쿠우웅

그러자 땅이 갈라지며 묵빛의 개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진을 일으켰던 장본인

혼돈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직 시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방심치 마라.]

혼돈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폭풍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요악스러운 거미는 휘몰아치는 폭풍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아직 시체를 확인치 못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방심하는 건 악수였다.

[겁쟁이 녀석, 승리가 눈앞에 있거늘 어찌 확신을 못하는 가? 나의 폭풍이다! 마물들의 왕, 구영조차 몸을 내뺐던 초월의 힘이란 말이다! 그런 걸 마경에서 도망친 한낱 거미따위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흉악스럽고 추악스러운 마물들의 왕, 구영조차 자신의 폭풍만큼은 정면으로 마주하길 꺼려하였다.

폭풍을 일으킨 순간

늪 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겨 은신했던 것이다.

그런 재해를 어찌 한낱 거미따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방심치마라, 저 요악스러운 년이 무슨 수를 썼을 지 모르니.]

궁기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혼돈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마주한 거미는 상상이상의 강대함을 품고 있었다.

폭풍을 감당하였다는 실낱같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쯔쯧, 덩치 값을 하거라, 똥개새끼야.]

[닥쳐라, 날개 달린 고양이!]

궁기와 혼돈은 아옹다옹하며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어쩔 수 없이 공동전선을 펼치긴 하였지만

원체 사이가 나쁜 두 마물이었다.

싸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리라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던 차.

파스스스스스스스스

휘몰아치던 거대한 폭풍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였다.

강맹한 태풍은 산들 바람으로 변하였고

돌과 모래, 흙, 건물 잔해, 병장기 등

함께 휘몰아쳤던 모든 것들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하였다.

마치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내 폭풍이 완전히 걷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만신창이가 된 여인만이 홀로 꼿꼿히 서있을 뿐이었다.

[참으로 질긴 년이로다......그걸 견뎌내?]

그 모습에 궁기는 눈살을 찌푸렸다.

재해

그 자체로 칭해도 전혀 무색치 않은 초월의 폭풍을 마주하였다.

그런데도 저리 멀쩡히 형체를 유지하고 있다니

질겼다.

질겨도 너무 질겼다.

짜증이 절로 치솟아오를 정도로 말이다.

[내 말하지 않았느냐! 방심하지 말자고!]

요랑의 모습을 확인한 혼돈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역시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게 정답이었다.

그 자신하던 폭풍도 저리 버텨내지 않았던가

[닥쳐라! 혼돈! 어차피 만신창이다! 한대만 후려쳐도 골로갈 것이다!]

궁기는 짜증 어린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용케 폭풍을 버텨내긴 하였지만

상태는 만신창이 그 자체였다.

전신을 휘감고 있던 모든 갑각이 파괴었고

곳곳에 핏물이 잔뜩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육탄전으로 승부를 본다해도

충분히 승산있으리라

[그럼 네놈이 가서 치거라!]

[육탄전은 네놈의 장기가 아니던가! 네놈이 치거라!]

[그리 자신하더니 내빼는 것이냐!?]

[.......내빼는 게 아니라....네놈에게 팔이 잘린 걸 복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팔을 자른 건 네놈이지않더냐!]

두 마물 모두 요랑에게 접근하길 꺼려하였다.

상태만 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보였지만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었기에

선뜻 접근할 수 없던 것이다.

[........다시 폭풍을 일으키지. 생각해보면 폭풍의 제왕답게 최후를 선사해주는 게 가장 바람직한 일일테니.]

[나도 지진을 일으키겠다. 접근해 일격에 죽이는 것보단 땅을 흔들어 끊임없이 괴롭히는 게 나을 것 같군.]

결국 두 마물들은 근접전을 포기하였다.

괜스레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이내 궁기는 다시금 창공에 치솟기 시작하였다.

콰지직 콰지직 콰지지직

그리고 혼돈은 땅속으로 기어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다시금 폭풍과 지진으로 일으켜 요랑을 완전히 멸하기 위함이었다

"..........."

만신창이가 된 요랑은 말없이 두 마물들을 바라보았다.

꽈아아아악

그리고 조막만한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기 시작하였다

마치 언제고 휘둘러버리겠다는듯이 말이다.

[크하하하하하하! 거미여! 만신창이가 되어도 그 끝없는 투쟁심은 잃지 않았구나!]

궁기는 그런 요랑을 가소롭다는듯 바라보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흉악스러운 위력이 담긴 주먹이지만

접근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었다.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것따윈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어찌 가소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끝없는 투쟁심을 높이 사 최고의 일격으로 최후를 선사해주도록 하마! 영광으로 알도록 하라! 폭풍의 제왕인 이몸의 전력을 보게 되는 것을!]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궁기는 다시금 거대한 날개를 쉴새없이 펄럭이기 시작하였다.

고속을 넘어 초속으로

초속을 넘어 음속으로

휘이이이이이이이이잉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소용돌이가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 소용돌이는 전보다 더욱더 흉악스럽고 거대한 힘을 간직하고 있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요랑의 주위에 있는 땅들이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혼돈이 만들어낸 거대한 지진이 다시금 그녀를 덮쳐들기 시작한 것이다.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혼돈이 네년의 발을 완전히 묶어버릴테니!! 크하하하하! 피할 수 없는 필멸必滅에 대한 절망을 맛보거라!]

혼돈은 기쁨으로 가득한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곧있으면 절망에 빠져들 요랑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본디 생명체라면 누구나 죽음에 대한 공포를 품고 있기 마련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느낀다면 필시 저 요악스러운 계집도 벌벌 떨며 절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후회하거라! 죽어서도 후회하거라! 두 마리의 대흉大凶들에게 겁없이 덤벼든 네년의 만용과 무지를!]

혼돈은 호탕하게 웃고 또 웃었다.

그녀가 더욱더 절망하기를 바라며

".............."

하지만 그런 두 마물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요랑의 얼굴에는 표정 변화따윈 존재치 않았다.

그저 담담히 주먹을 움켜쥐고 있을 뿐인 것이다.

[자포자기한 것이냐? 크흐흐흐]

요랑이 말이 없자 땅 속에 있던 혼돈이 비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모든 걸 포기하고 체념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거기있구나."

그때 잠자코 있던 요랑이 입을 떼었다.

부우우우우우웅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없이 땅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콰지지지지지지직

그 순간 땅이 사방팔방으로 갈라지며 붕괴되기시작하였다.

[아닛?!]

더불어 붕괴된 땅속에서 숨어있던 혼돈이 모습을 내보여졌다.

그가 숨어있던 위치를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제기랄!]

혼돈은 재빨리 몸을 돌렸다.

더욱더 깊은 지저로 파고들기 위함이었다.

"어딜."

덥석

하지만 간발의 차로 요랑이 그의 꼬리를 덥석 움켜쥐었다.

부우우우우웅

그리고 그 상태로 혼돈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땅에 파고들던 혼돈이 허공에 붕 뜨기 시작하였다.

버틸 재간도 없이 요랑의 우악스러운 힘이 그대로 끌려가버린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앙

이내 혼돈을 뽑아든 요랑은 그를 그대로 땅에 패대기쳐버렸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끄아아아아아악!]

혼돈은 몸에 가해지는 충격에 끔찍스러운 비명성을 내질렀다.

땅에 몸이 박힐 때마다 뼈마디가 부숴지는듯한 끔찍한 고통이 전신에 파고든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땅에 패대기쳤을까

꽈아아악

요랑은 혼돈의 꼬리를 양손으로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다.

그 상태로 몸을 서서히 회전시키기 시작하였다.

점점 빠른 속도로

그러자 혼돈의 몸이 붕 뜨더니 그녀와 함께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아아악! 놓아라! 놓으란 말이다!]

혼돈은 발악하듯 괴성을 내질렀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요랑은 혼돈을 결코 놔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강하게 움켜쥔 채로

회전하고 또 회전하였다.

충분한 회전력이 혼돈의 몸뚱아리에 전달될 수 있도록

그렇게 얼마나 회전하였을까

파앗

이내 꼬리를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던 요랑이 손을 놓아버렸다.

쇄애애애애애애애액

그러자 회전력을 받은 혼돈의 몸뚱아리가 쾌속히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살았다.'

몸이 날아가자 혼돈은 안심하였다.

이제야 저 끔찍스러운 괴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귀에서 소름끼치는 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설마!?'

혼돈은 재빨리 시선을 위쪽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궁기가 만들어낸 거대한 폭풍을

[안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혼돈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궁기의 폭풍과 혼돈의 몸뚱이

둘 중 멈출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

콰지지지지지직

곧이어 폭풍과 혼돈이 정면으로 충돌하였고

혼돈은 먼지처럼 사라져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

'위험하다...위험하다..위험해.'

눈앞에서 혼돈이 소멸되는 걸 바라본 궁기는 위기를 느꼈다.

만신창이가 된 줄 알았건만

아직도 자신들따윈 단숨에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여력이 남아있던 것이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이미 요기를 상당히 소모한 탓에

폭풍을 다시 만들어내는 건 무리였다.

그렇다고 육탄전으로 달려들었다간 일방적인 폭력에 전신이 작살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그 자체인 것이다.

'도망칠까?'

그럴 순 없었다.

만약 그리한다면 마물들의 왕이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테니.

'제기랄...그렇다면..어떻게..어떻게 해야..'

궁기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러니해도 저러니해도 죽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마땅한 방안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한창 조급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멍하니 이쪽을 관망하고 있는 계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마경의 배신자

백월이었다.

혼돈이 소멸되는 과정을 넋놓고 관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저년을 인질로 잡자.'

하는 꼴을 보면 꽤나 아끼는 것 같았다.

납치를 한다면 어떻게든 우위를 잡게 될 것이다.

펄럭 펄럭 펄럭 펄럭

쇄애애애애애액

이내 궁기의 신형이 백월에게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지체할 시간따윈 없었다.

찰나의 여유조차 그에게 사치였으니.

"에..에!?"

궁기가 날아들자 백월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별안간 대처할 방안을 찾지 못한 까닭이었다.

'팔 한쪽 자르고 시작하자!'

백월에게 날아들던 궁기는 생각하였다.

일단 팔 한짝부터 자르고 시작하자고

그정도는 해야저 요악스러운 거미가 위기감을 느낄테니

"오지마아아아!"

백월은 날아드는 궁기를 바라보며 눈물을 잔뜩 머금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든 것이다.

쩌어어어억

그리고 궁기는 아가리를 쩌억 벌렸다.

단숨에 잡아챌 요량이었다.

화르르르륵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푸른 빛을 머금은 불꽃이 궁기를 덮쳐든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악!!!]

콰아아아아아앙

푸른 불꽃에 휘감긴 궁기는 끔찍한 고통을 토로하며 그대로 땅에 처박혀버렸다.

그대로 추락해버린 것이다.

"어?..어? 어?"

그 모습에 백월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궁기를 덮쳐든 건

여우불이었다.

고련을 끝마친 여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푸른 불꽃말이다.

'난....쏘아보낸 적 없는데?'

그렇기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디서 날아든 여우불이란 말인가

"아가, 다친 곳은 없더냐?"

그때 그녀의 귓가로 자애로운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휘익

백월은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고혹적이고 아름다운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농질님!"

백월은 해맑게 웃으며 언성을 높였다.

"표정을 보니 크게 다친 것 같진 않구나. 아가."

여우들의 왕이자 모든 여우들의 대모.

농질은 자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