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애애애애액
흉악스러운 발톱이 바람을 꿰뚫으며 거침없이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담겨진 강맹한 일격이었다.
서걱
하지만 이내 가볍게 휘둘려진 검격에 강맹한 일격은 너무나 간단히 무력화가 되었다.
쏘아졌던 앞발이 그대로 절단나버린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앞발이 잘려진 장본인, 호랑이 몸에 사람 얼굴 그리고 맷돼지의 송솟니를 지니고 있는 사흉四凶의 마물, 도올은 고통 가득한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신체 결손의 고통을 도저히 감내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휘이이이익
그런 도올을 향해 일검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빈틈을 노리는 것처럼 말이다.
부우우우웅
그러자 갑작스럽게 머리에 맷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괴인, 도철이 다급히 뿔을 들어올려 검격을 막아섰다.
서걱
하지만 휘둘러진 검격은 두터운 뿔조차 거침없이 베어버리며 그대로 괴인의 머리가죽을 베어내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도철은 머리가죽이 벗겨지는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고통스러웠다.
너무 고통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아아아아악! 이 괴물같은 년이!]
도철은 재빨리 손톱을 휘둘렀다
저 괴물같은 년의 머리통을 쑤셔박아버릴 요량이었다.
휘이이익
하지만 이내 도철의 손톱을 허공을 갈랐다.
순식간에 머리가죽을 베어내었던 계집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까닭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어디있는 것이냐! 대체 어디있어어어어어어!!!]
분풀이조차 할 수 없었던 도철은 분노 어린 괴성을 내지르며 사방팔방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검을 늘어뜨린 채 서있는 계집의 모습을
"찾았어?"
도철과 눈을 마주친 여인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년이이이이!!]
그 장난스러운 말투에 도철은 더욱더 흥분하였다.
마치 조롱당하는 것처럼 느껴진 까닭이었다.
[진정해라! 도철!]
그때 왼발이 잘려진 도올이 고함을 내질렀다.
필요이상으로 흥분한 도철을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
[진정하게 생겼느냐! 저 계집이 내 머리가죽을 잘랐다는 말이다!]
도철은 짜증 가득한 음성으로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니 더더욱 진정해야지! 이번엔 운좋게 머리 가죽이지만 다음번에 네놈의 머리통이 잘려질 것이다!]
도올은 눈살을 찌푸린 채 대꾸하였다.
사흉四凶
마경 내에서도 독보적인 강함을 지니고 있는 네 마리의 흉악스러운 마물들
그런 자신들이 제대로된 저항조차 못하고 일시에 신체가 결손되었다.
격이 다른 강함을 지닌 괴물같은 계집인 것이다.
그런 계집에게 생각없이 달려들려고 하다니
나 좀 죽여주십시오하고 애원하는거나 다름이 없었다.
[크으윽..]
도철은 분한듯한 이를 갈았다
틀린 말이 아니였다.
저 계집은 이성을 잃고 달려들어도 될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였다.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고 전략적으로 싸우는 게 가장 최선의 수이리라
[.....동시에 공격하자...도올]
이내 도철은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도올과 제대로 된 연계를 해야할듯 싶었다.
[....좋다.]
도올은 거절치 않았다
고작 인간 계집따위때문에
연계를 해야한다는 게 자존심이 상하긴 하였지만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였다.
팔이 절단난 시점부터 상당수 전력이 소실되었으니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이내 두 마물들 주위로 흉악스러운 마기魔氣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상대가 상대인만큼 처음부터 전력으로 부딪칠 요량이었다.
"이제 끝났어?"
잠자코 그들을 지켜보던 여인이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배려와 자비가 넘치는 미소가 아닐 수 없었다.
으드드득
으드드득
그리고 그 미소는 두 마물들을 자극하기 충분하였다.
그녀의 배려와 자비에 강자로서의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져내려버린 까닭이었다.
대체 누가 누구를 배려한다는 말인가
우우우우우우웅
도올은 흉악스러운 육신에 모든 마기를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어떠한 공격에도 굴하지 않기 위해
어떠한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뿔과 이빨이 단단해지기 시작하였다.
뼈대가 두터워지기 시작하였다.
피부 가죽이 질겨지기 시작하였다.
머지않아 그의 몸이 검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금강金剛
그 자체라해도 과언이 아닌 최상의 육신이 완성된 것이다.
[완전히 박살내주마!]
쿵 쿵 쿵 쿵 쿵 쿵
이내 전신에 마기를 두른 도올이 성난 맷돼지처럼 저돌적으로 속도으로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도철은 남아있는 뿔과 십척이 넘는 송곳니에 근원의 마기를 잔뜩 담았고 의지를 담았다.
닿는 모든 걸 산산조각 내버리고 말겠다는 분쇄의 의지를
그리고 도올과 동시에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에게 수치를 안겨준 인간 계집을 완전히 분쇄시키기 위해
"의지가 강렬하네, 필시 마경내에서도 이름난 놈들이겠어."
도올과 도철
흉악스러운 사흉들에게마저 괴물이라고 불리웠던 여인.
운설은 담담히 입을 떼었다.
저들의 돌진에는 강렬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최소한 초월적인 경지에 다다라야지만 비로소 내보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의지가
필시 저정도라면 마경내에서도 수위에 드는 무력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이내 운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검을 늘어뜨렸다.
휘이이이익
그리고 달려드는 도철과 도올을 향해 가벼이 휘둘렀다
퍼어어어엉
퍼어어어엉
그 순간 도올과 도철의 몸뚱아리가 동시에 터져나갔다.
깨달음이 압축된 그녀의 검에 닿는 순간 피륙과 육신이 일제히 팽창하며 그대로 터져나가버린 것이다.
"근데 상대가 나빴어"
만약 자신이 아닌 다른 여인들과 마주했더라면 좋은 승부를 벌였을 것이다.
모든 걸 토해내고 후회없는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상대가 나빴다.
등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자신과 그들의 무력차는 어린아이와 어른만큼이나 커다란 격차를 내보이고 있으니
휘익 휘익 휘익
곧이어 운설은 가벼이 검을 휘둘러 핏물을 털어내기 시작하였다.
피륙이 순식간에 터져나간 탓에 검이 완전히 붉게 적셔진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검을 털었을까
"아...맞다...구영이 어디있는지 안물어봤네."
이내 운설은 불현듯 머릿속에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마물들의 왕 구영九嬰의 행방에 대해 묻는 걸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이다.
'......곤란한데.'
꽤나 곤란하였다.
눈앞에 사흉四凶정도 수준이라면 다른 여인들이 맡는다고 해도 크게 걱정이 없었지만
듣기로 마물들의 왕인 구영의 힘은 다른 마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들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 맡게 될시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일단 기감을 최대한 멀리까지 퍼트려보자. 계속 돌아다니다보면 뭔가 잡히겠지.'
우우우우우우우우웅
곧이어 운설은 내력을 집중하여 기감을 순식간에 퍼트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마을 하나 정도는 충분히 감쌀 정도로 커다란 크기의 반원이 그녀의 의식 속에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감지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기감구간이었다.
타타탁
곧이어 운설은 제자리에서 가벼이 발을 굴렸다.
팟
그러자 그녀의 신형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그리고 그녀가 사라진 마을에는
도륙된 수많은 마물들과 두 흉악스러운 절대자의 잔해만이 남게 되었다.
**********
파앗
텅 비어있던 공간에 운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땅을 접어 먼거리를 단번에 도달하게 만드는
신선의 술법이자 초월의 비기.
축지縮地로 몸을 이동시킨 것이다.
'....여기도 아닌가보네.'
모습은 운설은 짐짓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지없이 헛다리를 짚었음을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하아아...대체 어디있는 거니...구영아...구영아."
운설은 한숨 섞인 한탄을 내뱉었다.
오직 구영을 찾기 위해
수없이 땅을 접고 또 접었건만 구영의 기운은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절로 한탄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다간 청해 전체를 쥐잡듯 뒤져야할지도 모르겠네.'
이미 청해성 전체의 십분지 일 이상을 뒤진 상황이었다.
나머지를 전부 채운다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리라
그렇게 한창 난감해하고 있을 때였다.
"어?"
그녀의 기감에 무언가 이질적인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하였다.
'구영九嬰!?'
절레 절레
이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기운 자체가 강대하긴 하나 생물체 특유의 생기生氣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구영은 아닐 것이다.
'그럼 대체 뭐지?'
의문이 들었다.
대체 정체가 무엇이길래
이런 진한 이질감을 선사한다는 말인가
'직접 가보자.'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한 번쯤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파앗
곧이어 그녀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
.
.
.
.
.
'.......이곳인가?'
곧이어 멀지 않은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운설이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그러자 까마득하게 높이 솟아있는 수많은 대나무들이 시야에 한가득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숲?'
그렇다.
그곳은 숲이었다.
수많은 대나무들이 울창하게 솟아있는 커다란 대나무숲 말이다.
'어째서 이곳에서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거지?'
운설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눈앞에 펼쳐져있는 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대나무숲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평범한 대나무숲에 이리도 극심한 이질감이 든다는 말인가.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이내 운설은 대나무숲 안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비록 찾던 구영은 아니였지만 충분히 조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마교의 또다른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그렇게 걷고 또 걷고 끊임없이 걸었다.
이질감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뚝
이내 그녀는 걸음을 멈춰섰다.
어느정도 안쪽으로 들어오니 대나무숲에 느껴지는 이질감이 더욱더 극대화되었기 때문이었다.
스르르릉
곧이어 운설을 옆구리에 매어두었던 검을 뽑아들었다.
부우우우우웅
그리고는 검을 크게 한 번 휘둘렀다.
후두두두두두둑
그러자 그녀 앞에 치솟아있던 수많은 대나무들이 일제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하였다.
일검一劍만으로
눈앞에 있는 대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버린 것이다.
"..........."
하지만 운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수많은 대나무들을 베어버렸음에도 이질감이 전혀 사라지지 않은 까닭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 이질감이 더욱더 극대화되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이질감을 넘어 불쾌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한창 뜻하지 않은 불쾌감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스스스스슥
스스스스슥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운설에 의해 무너져내렸던 대나무들이 땅속에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물을 머금는 솜처럼 말이다.
쑤우우우우욱
쑤우우우우욱
쑤우우우우욱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나무가 잘려나간 밑동이 그대로 치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순식간에 비워졌던 숲의 일부분이 전부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말이다.
'아니!?'
그 경악스러운 이변에 운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어찌 한 번 무너져내린 대나무들이 이렇게 순식간에 자라날 수 있다는 말인가
'.....평범한 대나무숲이 아니야.'
분명 무언가 특수한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게 분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날리 만무하였으니
'일단 벗어나자.'
탁 탁 탁
운설은 가벼이 발을 굴리기 시작하였다.
일단 대나무숲부터 벗어날 심산이었다.
제거를 한다해도 바깥쪽에서부터 차례대로 베어내는 게 나은 선택일테니
파아앗
그렇게 그녀의 신형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마치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로 말이다.
.
.
.
.
.
.
콰아아아아아앙
"아으으윽!"
굉음성과 함께 비명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축지를 통해 땅을 접어 이동을 한 순간
무언가 단단하기 그지없는 것과 충돌한 까닭이었다.
'.....분명..경로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운설은 이마를 매만지며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이동 좌표에는 그 어떤 것도 존재치 않았다.
그런데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스으으으윽
조막한 두 손으로 연신 이마를 매만지던 운설은 서서히 고개를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자신과 정면으로 충돌한 게 무엇인지
정체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어..?"
그렇게 고개를 들어올린 순간
운설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시야에 들어온 까닭이었다.
"후...후배님?!"
이내 운설은 한껏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자신의 비기들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던 귀엽고 사랑스러운 후배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선배님?!"
그녀의 사랑스러운 후배.
선우는 마찬가지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별안간 그녀가 왜 이곳에 있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