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한낱 인간따위가 이 몸을 앞에서 그딴 오만한 말을 지껄이다니 말이야!]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
그 말은 자존심 높은 푸른 늑대를 자극하기 충분하였다.
천둥번개라는 재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초월적인 권능으로 한때 인간들에게 뇌수雷獸라고 불리우며 신으로서 추앙까지 받았던 자신이었다.
강자들이 즐비한 마경魔境 내에서도 마땅한 적수가 몇 없는 독보적인 강자가 바로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을 앞에 두고 저런 시건방진 말을 지껄이다니
어찌 부아가 치밀어오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만하였다.
너무나 오만하였다.
어찌 미개한 인간따위가 저딴 방자하기 짝이 없는 말을 지껄일 수 있다는 말인가
"후후훗."
그 말을 들은 옥령은 부드러이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꿈틀
그리고 그 웃음을 푸른 늑대의 눈썹을 한차례 꿈틀대게 만들었다.
마치 조롱을 하는듯한 느낌이 든 까닭이었다.
[왜 웃는 거지?]
"한낱 인간따위에게 당한 네가, 건방지다는 말을 입에 담으니 한없이 우습구나."
옥령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런 말은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 말인데 말이야."
[내가 약자라는 말이더냐!]
"적어도 내겐 그리 보이는구나."
[건방진 년! 운좋게 들어간 한방 먹인 것정도로 주제를 넘어서는구나!]
뇌수는 발끈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치욕적이었다.
평생을 강자로 군림해온 자신을 약자로 바라보다니!
한때 신으로서 추앙받았던 자신을 미개한 인간따위가 무시하다니!
"격차를 인정하기 싫은 이들은 줄곧 운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운이라는 단어만큼 스스로의 열등함과 무력함을 감추기 좋은 단어도 없기 때문이지."
[내...내가..열등하다고!? 신으로서 추앙받던 내가...무력하다고!?]
"내 눈엔 적어도 그리 보이는구나. 마물이여."
옥령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늑대를 응시하였다.
[건방진 년이!!!!!]
파지지직 파지지지직 파지지지직
곧이어 뇌수의 주위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전격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천불처럼 차오른 분노가 전격으로 형상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번쩍
이내 뇌수를 중심으로 새하얀 빛이 번쩍이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굉음성과 함께 옥령의 신형이 뒤편으로 그대로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일격을 허용한 것이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곧이어 날아가는 옥령에게서 연속적인 굉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뇌수의 흉악스러운 발톱이 그녀를 쉴새없이 가격하고 또 가격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굉음성이 터져나왔을까
쿠우우우우웅
이내 옥령의 신형이 건물의 벽을 몇 겹이나 뚫어버린 채 그대로 처박히게 되었다.
[.................]
하지만 제대로된 한방을 먹였음에도 뇌수의 표정을 썩 좋지 않았다.
오히려 분한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저벅 저벅 저벅
곧이어 뻥 뚫려버린 벽에서 옥령이 걸어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일격을 허용했다고하기엔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말이다.
"빠르네."
이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어떻게..전부 반응할 수 있는거지?]
뇌수는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벼락과도 같은 속도로 쏟아지던 발톱들이었다.
그런데 그걸 전부 검으로 받아넘겨버리다니
어찌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인가
"보였으니까."
옥령은 태연히 말을 내뱉었다.
섬전과도 같은 공격에 반응할 수 있는
너무나 간단하였다.
보였다.
그것도 너무나 선명히
그저 그뿐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내 공격...내 공격은 번개 그 자체란 말이다! 그런데 어찌 인간따위가 일일히 반응할 수 있다는 말인가!]
뇌수는 여전히 불신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당혹스러움을 토로하기 시작하였다.
"번개보다 빠른 걸 경험해봤거든."
[번개보다 빠른 게 대체 어디있다는 말이더냐!]
"그건 직접 보여주도록 하지."
옥령은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
솨아아아아아아
곧이어 그녀를 중심으로 휘황찬란한 빛이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크으윽...으으윽...크으으윽!]
그 빛에 노출된 뇌수는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하였다.
찬란한 빛이 눈알마저 태워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이내 굉음성이 울렸다.
[크아아악!]
그리고 뇌수의 몸이 땅에 처박히게 되었다.
머리통을 짓누르르는 갑작스러운 일격에 반응조차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게 된 것이다.
콰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땅에 처박힌 뇌수를 향해 쉴새없이 연격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크아아악! 아아아악! 아아아악!]
쏟아지는 연격에 뇌수는 고통 어린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어떠한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반응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번개조차 아득히 뛰어넘는 초월적인 속도에 말이다.
'...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
뇌수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인간 계집의 말이 허세가 아니라는 걸
실로 번개조차 뛰어넘는 최속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방도를 마련해야한다.'
공격 한방 한방이 어마어마한 중량감을 자랑하였다.
제 아무리 자신의 육신이 금강석 수준으로 단단하다고 하여도 오래 버틸 수 없는 것이다.
'....속도전 포기한다.'
자존심 상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상대는 이미 자신보다 명백히 우위에 서있었다.
더이상 자존심 부리는 건 만용이나 다름없었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파지지직
이내 푸른 빛의 전격이 뇌수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리고 맹렬한 기세로 발산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걸 파괴해버리겠다는듯이 말이다.
파팟
연격을 쏟아붓던 옥령은 재빨리 검을 거두고 거리를 벌렸다.
전격에 담긴 힘이 심상치 않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콰앙 콰아앙 콰아앙
곧이어 뿜어져나오는 전격이 사방을 빗발치며 닿는 모든 걸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기 시작하였다.
[인정하겠다! 계집! 네년은 나보다 명백히 빠르다! 속도전이라면 난 결코 널 따를 수 없을 것이다!]
뇌수는 전격을 내뿜으며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속도에서 앞선다하여 네년이 나보다 강하다는 건 아니다!! 나의 진정한 힘을 천둥번개라는 재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권능! 이걸 뛰어넘을 수 없다면 속도에 앞선다해도 무용지물이리라!]
콰콰콰쾅
콰콰콰쾅
이내 귀를 찢는듯한 천둥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콰콰콰쾅
콰콰콰쾅
뇌수는 푸른빛을 머금은 전격을 쏟아내고 또 쏟아내었다.
그녀의 완전한 파괴를 위해
하지만 아무리 전격을 쏟아내도 유효한 피해를 입힐 수는 없었다.
저 초월적인 속도로 모든 전격들을 유유히 피해버린 까닭이었다.
'....쥐새끼같은 년.'
뇌수는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모든 전격을 유유히 피해내는 옥령에 대한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도망갈 틈조차 없이 전격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저리 쉽사리 피해내다니
어찌 짜증이 솟구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러다간 끝이 없겠어.'
저 초월적인 속도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지 미지수였다.
결국 지루한 공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수를 써야겠군.'
이래도 발을 묶일 순 없었다
상황을 반전시킬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뇌수는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멀찍히 떨어져있는 곳에 또다른 계집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저거다.'
뇌수는 눈을 빛냈다.
번뜩이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 까닭이었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파지지직
곧이어 뇌수의 주변에 어마어마한 양의 전격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뇌수는 천천히 아가리를 벌렸다.
콰지직 콰지직 콰지직
그러자 일렁이는 전격들이 아가리 안으로 한가득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곧이어 뇌수의 아가리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전격이 맹렬한 기세로 뿜어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위험해.'
그 모습을 본 옥령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전격이 당서윤을 향해 쏘아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번쩍
순간 찬란한 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머지 않아 옥령의 신형이 당서윤의 앞을 가로막았다.
쇄애애애애액
이내 옥령은 쏘아지는 전격을 향해 찬란한 빛을 머금은 검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찬란한 빛과 푸른 전격이 정면으로 충돌하였고 천지가 진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두개의 힘이 맞부딪히며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방에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털썩
"크으윽...으윽...."
곧이어 검격을 내지른 옥령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전신이 찌릿하였고 상당한 통증이 느껴졌다.
전류가 검을 타고 육신까지 그대로 전해져온 까닭이었다.
[크크크큭...역시 생각대로 움직여주는구나. 계집.]
뇌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기쁘게 웃었다.
하등한 인간은 본디 감정을 끊어내지 못하는 법.
제 목숨이 위험하더라도
동포를 위해서라면 무모한 선택조차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절묘히 들어맞았다.
예상대로 전격을 정면으로 맞받아치고 감전의 휴유증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선을 넘는구나....."
옥령은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뇌수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꽤나 담담히 대하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다.
[핫, 어리석은 말이다! 마물과 인간사이에 선 따위가 어디있다는 말이더냐?]
뇌수는 비웃음을 흘렸다.
"무릇 승부에 있어서는 양자 모두가 부끄러움이 없어야하거늘...넌 지금 그 선을 넘어섰다."
[너와 내가 벌인 건 승부따위가 아니다! 생존을 건 혈투란 말이다! 혈투에 있어 비겁한 술수는 훌륭한 전략이라 불리기 마련이지!]
"그렇군.....넌 승부가 아닌 혈투를 택하였군."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당연한 말이다!]
"그렇다면 이쪽도 태도를 달리하도록 하지."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그녀의 검에서 휘황찬란한 빛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하였다.
[.........]
그 모습에 뇌수는 짐짓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전과는 비교조차할 수 없는 위압감을 전신으로 파고든 까닭이었다.
"승부에는 있어서는 불합리에 가까웠기에 애써 봉해왔던 기술이었다. 하지만 혈투라면 말이 달라질듯하구나."
그녀는 싸늘하게 미소를 지었다
"가감없이 사용토록 하지."
솨아아아아아아아아
뿜어져나오는 빛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마치 창공에서 세상을 내리쬐는 찬란한 태양처럼 말이다.
그러자 뇌수의 표정이 더욱더 딱딱히 굳어가기 시작하였다.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위험하다고
너무 위험하다고
절대 가만히 있어선 안된다고.
파지지직 파지지직 파지지직
이내 뇌수는 한계에 가까울 정도로 전격을 뿜어낸뒤 전신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한겹...두겹...세겹...네겹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말이다.
곧이어 뇌수를 중심으로 거대한 전격의 구球가 완성되었다.
번개를 휘감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호신술
천뢰구天雷球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닿을 리 없어...닿을 리 없다고.'
천뢰구를 만들어낸 뇌수는 확신하였다.
결코 닿지 못할 것이라고
결코 상처 입히지 못할 것이라고
무슨 기술을 쓰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 인간 계집의 공격은 오로지 검을 내지른 것 뿐이었다.
저 찬란한 검속에 얼마나 강맹한 힘이 서려있든
접근전밖에 할 수없다면
자신에게 어떠한 상처입힐 수 없을 것이다.
일격을 가하기 위해 접근하는 순간
빈틈없이 전신을 휘감고 있는 천뢰구天雷球가 저 연약한 몸뚱아리를 완전히 소멸시켜버릴테니
'승리하는 건 나다!'
그렇기에 뇌수는 확고부동하게 승리를 자신하던 그 때였다.
이내 옥령이 검을 늘어뜨렸다.
'어디 올테면 오거라!'
뇌수는 늘어뜨려진 검끝에 집중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순동기를 사용한 순간
전력을 다해 전격을 내뿜을 요량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집중을 하였을까
쇄애애애애애액
전혀 예상치 못한 이변이 일어났다.
옥령이 제자리에서 빛을 머금은 검을 그대로 내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뇌수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저게 대체 무슨 의도란 말인가
순동기를 사용하지 않다니!?
그렇게 한창 당혹스러움을 느낀 던 때였다.
내질러진 검과 함께 휘황찬란한 빛줄기가 뇌수를 향해 그대로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이건 못피한다.'
이미 피하기엔 너무 늦었다.
결국 믿을 건 천뢰구 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버틴다! 버티고 버텨! 결국 승리할 것이다!'
뇌수는 눈을 부릅뜬 채 전력을 다해 전격을 내뿜기 시작하였다.
저 강맹한 빛줄기를 어떻게든 버텨내기 위해서
파스스 파스스스
그렇게 의지를 다지던 찰나
이변이 일어났다.
몸을 휘감고 있는 전격들이 빛과 닿게되자 그대로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어!?'
그 모습에 뇌수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어찌 자신의 전격이 빛과 닿는 즉시 소멸해버린다는 말인가
[승부에는 불합리에 가까웠기에..애써 봉해왔던..기술..]
순간 뇌수의 머릿속에는 옥령이 읊조렸던이 말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가 어째서 불합리라는 말을 입에 담게되었는지
어째서 승부에 있어선 봉할 수밖에 없었는지
닿는 모든 걸 소멸시키는 파괴의 빛.
그야말로 불합리에 가까운 힘이었다.
승부 자체가 성립할 리 만무한 것이다.
[크하하하하! 그런 거였구나! 그런 거였어!]
뇌수는 파괴의 빛에 휘감겨진 채 크게 웃음을 지었다.
결국 자신은 처음부터 패배할 수밖에 없던 운명이었다.
그녀에게 장난감처럼 놀아나고 있던 것이다.
[크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뇌수는 웃고 또 웃었다.
파괴의 빛에 닿은 육신이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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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초월적인 힘으로 한때나마 인간들에게 뇌수雷獸라고 불리우며 신으로서 추앙까지 받았던 초월의 마물은
초월에 다다른 강자들이 즐비한 마경 내에서도 수위에 드는 강함을 자랑하였던 강맹한 마물은
생전 처음으로 스스로 나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완전히 소멸하게 되었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