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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08화 (1,209/1,419)

쿵 쿵 쿵 쿵 쿵

세 개의 뿔로 무장한 집채만한 멧돼지가 성벽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돌진을 하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아앙

우르르르르르르

곧이어 커다란 충돌음과 함께 성벽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하였다.

속도와 중량을 극대화시킨 돌격을 도저히 버텨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젠장할! 성벽이 무너져내린다!!!"

"다들 도망쳐어어어!"

"최대한 멀리 벗어나야한다!"

성벽이 무너져리자 병사들은 우왕좌왕하며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낙석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번쩍

그 모습을 본 세뿔 맷돼지는 눈을 반짝였다.

무방비하게 노출된 병사들의 등짝이 세뿔 맷돼지의 돌진 욕구를 자극한 까닭이었다.

크에에에에에엑!

두두두두두두

곧이어 세뿔 맷돼지는 다시금 돌진하기 시작하였다.

저 약자들을 마음껏 유린하기 위해

콰아아앙

하지만 아쉽게도 그 뜻은 이뤄질 수 없었다.

찢는듯한 굉음성과 함께 옆구리로부터 거대한 충격이 전해진 까닭이었다.

꿰에에에에에에엑!!!

주르르르르르륵

세뿔 맷돼지는 고통 어린 비명성을 내지르며 지체없이 그대로 쭉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육중한 무게조차 옆구리로부터 전해진 거대한 충격을 완전히 감당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크르릉!

휘익

지체없이 날아간 세뿔 맷돼지는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돌진을 수포로 만든 원흉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나약한 인간치곤 상당한 덩치를 자랑하는 존재를

"꽤나 억센 놈이로군."

세뿔 맷돼지를 날려버린 장본인.

천하제일권.

권왕拳王 언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죽여버릴 심산으로 후려친 일격이거늘

그걸 그대로 버텨내었다.

가공할만한 맷집이 아닐 수가 없었다.

크르르릉!

세뿔 맷돼지는 언중기를 노려보며 콧김을 거칠게 내뿜었다.

박 박 박 박

그리고 발굽으로 바닥을 거칠게 긁어대었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말이다.

"그래, 굴욕을 넘기면 그건 수컷이 아니지."

언중기는 흡족스럽다는듯한 미소를 지었다.

"오거라, 억센 마물이여. 내 너의 모든 것을 받아주겠다."

까딱 까닥

그리고는 가벼이 손끝을 까딱이기 시작하였다

꿰에에에에엑!

두두두두두두

그 순간 세뿔 맷돼지는 땅을 박차고는 그대로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저 시건방진 인간을 꿰뚫어버리기 위해

꽈악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언중기는 돌덩이같은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우우우우웁."

그다음 가벼이 숨을 몰아쉬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전신에 농밀한 투기鬪氣에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스스스스스슥

곧이어 일렁이던 투기들이 돌덩이 같은 주먹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투기가 모여든 주먹은 시뻘겋게 물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마치 불에 달궈진 강철처럼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곧이어 세뿔 맷돼지가 언중기의 코앞까지 도달하였고 흉악스러운 세개의 뿔을 치켜들기 시작하였다.

언중기의 몸통을 그대로 꿰뚫어버릴 요량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언중기는 날아드는 세뿔 맷돼지를 향해 망설임없이 주먹을 내질렀고 거대한 폭음이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콰지지지직

승부는 순식간에 결정지어졌다.

언중기의 붉게 달아오른 주먹이 뿔과 두개골을 너무나 손쉽게 꿰뚫어버린 것이다.

쿠우우우우우웅

곧이어 세뿔 맷돼지의 거체가 그대로 나자빠지게 되었다.

그대로 절명해버린 것이다.

"쯔쯧, 억세긴 하지만 최강과는 거리가 멀구나."

언중기는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혀를 차기 시작하였다.

맷집이 상당하긴 하지만 그뿐이었다.

자신의 추구하는 최강이라는 가치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너 먼 나약한 짐승인 것이다.

"곤란하군, 수준이 너무 낮은데..."

언중기는 곤란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언중기.

타고난 무골이자 오직 지상 최강을 추구하는 수컷.

그는 정마대전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정체된 경지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이자 그간 쌓아온 무공을 시험해볼 수 있는 무대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그 무대가 생각보다 빈약하였다.

그저 마음먹고 내지른 일격따위 이렇게 우수수 죽어버리는 걸 보면 말이다.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이 수준이면 성장은 고사하고 제대로 시험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창 실망하고 있던 차였다.

크아아아아악!

키에에에에엥!

카아아아아앙!

그때 귀를 찢는듯한 괴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상념에 빠져있던 언중기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오직 자신만 노려보고 있는 수많은 마물들을.

마물들 중에서도 꽤나 억센 세뿔 맷돼지를 단숨에 처죽여버린 언중기의 위용에

그를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씨익

그 모습을 마주한 언중기는 씨익 미소 지었다.

아직도 실망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이리도 자웅을 겨룰 마물들이 많거늘

어찌 벌써 실망을 할 수 있겠는가

우우우우우우우웅

곧이어 그의 전신에 어마어마한 투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처죽일 놈들이 넘쳐난다고 생각하니 절로 호승심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부디 실망시키지 말지어다!! 마물들이여!"

이내 언중기는 돌진하기 시작하였다.

그를 노려보고 수많은 마물들을 향해.

콰아아아아악!

끼에에에에엑!

카아아아악!

그리고 마물들 또한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지금껏 마주한 인간들 중 가장 위험한 인간을 없애기 위해

콰아아아아아아앙

곧이어 천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충격이 온사방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

끼에에에에엑!

가장 먼저 달려든 건 묵빛의 피부색을 가진 거대한 원숭이였다.

무쇠처럼 단단한 거권巨拳이 언중기의 안면을 향해 그대로 작렬하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앙

언중기는 구태여 피하지 않았다.

그저 이마를 들어 주먹을 받을 뿐

꿰에에에엑!

곧이어 묵빛의 원숭이가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무쇠같던 주먹이  찌부러져버린 까닭이었다.

콰지지직

하지만 그 비명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곧바로 내지른 언중기의 주먹이 원숭이의 머리를 그대로 터트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쉬이익...쉬이익 쉬이익

그다음 달려든 건 보라빛으로 물든 마경의 전갈이었다.

덥석

전갈은 커다란 두 집게로 뻗어 언중기를 붙들었다.

꽈아악 꽈아아악

그리고 몸을 양단시켜버릴 기세로 강하게 조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무의미한 짓이었다.

아무리 힘을 줘도 생채기조차 나지 않는 것이다.

푸스스스스스!

부우우웅

마경의 전갈은 비성을 내지르며 그대로 독침을 휘둘렀다.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면 독으로 승부를 볼 요량이었다.

우드둑

하지만 그 회심의 일격조차 언중기의 육신 앞에선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독침조차 살갗을 파고들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져버린 것이다.

파스스슥!?

마경의 전갈은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독침은 가장 단단한 신체 부위이자 최고의 살상무기였다.

그런데 힘조차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부러져버리다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콰지지직

껍질이 박살나며 전갈의 머리부분이 으깨어지기 시작하였다.

집게에 붙잡혀있던 언중기가 가벼이 주먹을 내리꽂아버린 것이다.

추우우우우욱

전갈의 몸이 추욱 늘어지더니 그대로 땅에 널부러져버렸다.

일격에 절명을 한것이었다.

츄르르르르르릅! 츄르르르르릅

보라빛을 머금고 있는 이무기 하나가 혀를 낼름거리며 신속히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스르르르륵

그리고는 그 거대한 몸뚱아리로 언중기의 몸을 몇 번이고 휘감기 시작하였다.

결코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꽈아아악 꽈아아아악

그다음 있는 힘껏 조이기 시작하였다.

조여드는 압력으로 뼈를 부수고 내장을 뭉개 재기불능으로 만들 심산이었다.

꽈아악 꽈아아악

하지만 아무리 조여도 무언가 찌부러지는듯한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단단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콰지직 콰지지직 콰직

그때 무언가 파고드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츄르르르릅!

이무기는 당혹스러움을 느끼며 재빨리 똬리를 풀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몸통에 반쯤 파고들어있는 언중기의 모습

가죽과 살점을 뜯어 내부로 파고들고 있던 것이다.

키에에에에엑!

이무기는 독무毒霧를 뿜어대기 시작하였다.

더는 살점이 뜯어지게 내버려둘순 없던 까닭이었다.

콰직 콰직 콰직 콰직

하지만 언중기는 독무따위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무시하고는 다시금 살점을 뜯고 또 뜯기 시작하였다.

시벌겋고 연약한 속살이 완전히 드러날 때까지

끼에에에엑!

이무기는 비명을 내질렀다.

쾅 쾅 쾅 쾅 쾅 쾅

그리고는 거대한 꼬리로 들어올려 내리치고 또 내리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언중기를 떼어내기 위해

하지만 소용없었다.

아무리 내리쳐도 꿈쩍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끼아아아아악!

쩌어어어어억

이내 이무기는 아가리를 벌려 언중기를 향해 돌진을 하기 시작하였다.

단단한 이빨로 저 거머리같은 인간을 그대로 씹어먹어버릴 요량이었다.

덥석

까드드득 까드득 까드득

이무기의 흉악스러운 이빨이 자근거리며 언중기의 몸을 씹어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소리와 요란할 뿐 어떠한 피해도 줄 수 없었다.

그저 살갗이 찢어지는 걸 관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퓨수우우우우욱

곧이어 다량의 살점이 뜯겨나간 몸통에서 새빨간 핏물이 온천수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까아아아아아아악

그와 함께 이무기는 눈깔을 까뒤집은 채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끔찍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비명을 내질렀을까

쿠우우우우웅

거체가 그대로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결국 그 또한 죽음을 피해가진 못했던 것이다.

"부족하다..부족해...이정도로는 날..성장시킬 수 없단 말이다!"

핏물을 뒤집어쓴 언중기는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날뛰며 무자비하면서도 압도적인 폭력을 선사하기 시작하였다.

머리통을 분쇄시켰고

팔다리를 뜯어버렸으며

껍질을 박살내버렸다.

날개를 뜯어버리고

목을 으깨버리고

몸통을 반으로 양단시켜버렸다.

살점을 뜯어버렸고

눈알은 물론 뇌까지 쑤셔버렸고

척추를 분질러버렸다.

그야말로 학살

그 자체라해도 과언이 아닌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학살이 이어졌을까

평원을 가득 메웠던 마물들은 모조리 시체가 되어 땅에 눕고 말았다.

지상 최강을 목표로 두고 있는 남자.

권왕拳王 언중기 홀로 이뤄낸 성과였다.

"아....아아.."

"마물들이..전부?.."

"어..어찌..이렇게.."

그 광경을 지켜보던 병사들과 무인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마물들의 숫자가 적다고는 하지만 일개 무인이 홀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약소한 전력이 아니였다.

그런데 어찌 이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일기당천 一騎當千"

그때 잠자코 있던 정천호 관양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읊조렸다.

흉악스러운 마물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한 언중기의 무력에 대한 최고의 찬사였다.

"일기당천!"

"일기당천!"

"일기당천!"

뒤이어 병사들이 일기당천을 연호하기 시작하였다.

마물들을 학살한 영웅에 대한 찬양이었다.

"흐음..."

하지만 그 찬양을 듣는 언중기의 표정을 그리 좋진 않았다.

실망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마물들을 학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은 물론 지금껏 쌓아온 전력조차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재미없고 지겹기만한 싸움을 한 것이다.

어찌 실망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래서야 대체 어느 세월에 빙궁주를 넘어서고 검신을 넘어선다는 말인가?'

지상 최강이 되기 위해선

두 개의 산을 넘어서야했다.

하나는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빙궁주

다른 하나는 천하제일검이라고 불리우는 장선우

두 태산을 넘어서지 않고서야 도저히 지상최강을 논할 수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이런 싸움만 반복한다면 성장의 기회따윈 오지 않을테니

'....마교 본단에 홀로 처들어가던가 해야지..원.'

그렇게 싸움에 미친 언중기가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던 찰나였다.

쿠우우우우우웅

땅울림이 들려왔다.

지금껏 들려왔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를 가진 땅울림이

휘익

상념에 빠져있던 언중기는 땅울림이 들려오는 곳을 향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 근원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압도적인 괴물의 모습을

성벽따윈 가벼이 내려다볼 정도로 거대한 크기.

무저갱과 같은 깊고 검은 눈빛

코끼리를 연상시키는 길다란 코

강철과도 같은 회색빛에 거친 피부

아래로 늘어뜨린 거대한 팔들

그 거대한 몸을 지탱하고 있는 두터운 다리까지

가히 코끼리와 곰을 섞은듯한 모습을 지진 괴상망측한 괴물이었다.

꿀꺽

언중기는 침을 꿀꺽 삼켰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존재가 지금껏 만났던 마물과는 격이 다른 존재라는 걸.

덜 덜 덜 덜 덜

곧이어 전신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였다.

두려움 때문에?

긴장감 때문에?

둘다 아니였다.

흥분.

이길 수 있을지 없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존재를 마주하였다는 흥분이

모든 걸 쏟아부어도 미동조차 하지 않을 강자를 마주하였다는 흥분이

그의 온몸을 부들부들 떨게 만들었다.

꽈아아악

언중기는 핏물이 맺힐 정도로 강하게 양주먹을 움켜쥐었다.

콰아아앙

그다음 용천혈에 내력을 발출하여 망설임없이 도약하였다.

그리고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이건 단순한 인사였다.

미칠정도로 두렵고 사랑스러운 마물을 향한 자신만의 인사말이다.

휘이이이이익

콰아아아앙

하지만 아쉽게도 언중기는 감격적인 인사를 나누진 못하였다.

코끼리와 곰을 섞은듯한 괴물이 파리쫓듯 가벼히 손을 휘저어 언중기를 후려쳐버린 까닭이었다.

쇄애애애애애액

콰콰콰콰콰콰쾅

곧이어 후려쳐맞은 언중기는 반항조차 못한 채 땅에 처박히게 되었다.

일격에 가해진 초월적인 파괴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린 것이다.

쿠우우우우우우웅

이내 괴물은 거대한 발을 들어올려 언중기가 처박혀있던 땅을 짓밟았다.

그리고는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 발끝이 향하는 곳은 성벽이었다.

"............"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천호 관양을 비롯한 병사들의 낯빛이 한없이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서서히 접근하고 있는 초월적인 존재 대한 두려움이 극도로 차오른 까닭이었다.

일기당천 一騎當千조차 당해내지 못한 괴물을 자신들이 어떻게 당해낸다는 말인가.

쿠우우우웅 쿠우우우웅

땅울림은 더욱더 커져만갔고

그에 비례하여 병사들의 표정은 더욱더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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