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탁 탁
가벼운 접촉이 느껴졌다.
누군가 뺨을 치고 있는듯하였다.
스르르륵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뺨을 친 당사자를 마주하기 위해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귀부인의 모습을
".....소양."
강하윤은 더듬거리며 입을 떼었다.
"잘잤어?"
주소양은 화사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기절한건가?"
"아아, 서있는 채로 그대로 곯아떨어졌더라."
"추태를 보였네."
강하윤은 눈살을 살짝 지푸렸다.
뭔가 추한 몰골을 내보였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추태라고 생각안해, 오히려 멋지다고 생각하지."
주소양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역전의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끝까지 항전하다 기절한 강하윤이었다.
그런 그녀를 그 누가 추하다할 수 있겠는가
"그리 말해주니 되려 고맙네."
강하윤은 차분한 미소를 지었다.
존경하는 친우의 인정이 꽤나 기분좋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보다 여우는 어떻게 됐지?"
곧이어 강하윤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농질의 꼬리가 잘려나간 걸 확인한 후 그대로 정신을 잃었던 그녀였다.
뒷사정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히 잘풀렸지."
주소양은 생글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과연 믿고 있었어, 소양. 너라면 여우를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하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신뢰한 여중제일인다운 깔끔한 일처리였다.
실수없이 그대로 여우를 죽여버렸으니 말이다.
"아니...죽이진 않았는데.."
그 미소를 마주한 주소양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응?"
그 순간 강하윤의 표정에 의문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분명 잘됐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말인즉슨 농질을 끝장내버렸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던가
그런데 죽이지 않았다니?
저게 대체 무슨소리란 말인가
"그게 무슨 말이야? 분명 잘풀렸다고 하지 않았어?"
"잘풀리긴 했는데....다른쪽으로 잘풀려버려서..."
주소양은 머쓱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알아듣게 설명해."
강하윤은 눈살을 살며시 찌푸렸다.
"백번 설명하는 것보단 눈으로 직접 보는 게 나을거야."
주소양은 뒷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농아~"
그리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엉금 엉금 엉금
그 순간 뒤편에서 무언가 엉금엉금 기어오기 시작하였다.
마치 산란장을 육지에 올라온 거북이처럼
".......?!"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강하윤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기어오는 이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경악스러움이 느꼈진 까닭이었다.
절색이라고 칭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고혹적인 얼굴
주소양 못지 않은 풍만함과 여성스러움이 가득한 몸매
은연중 흘러나오는 은은한 요기까지
저건 농질이었다.
목숨을 걸고 싸웠던 생사대적이자
천년을 살아온 마경의 옛지배자
여우들의 왕, 농질말이다.
"대체...무슨 짓을 한거야?"
강하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자존심 강한 농질을 치욕스러운 자세로 기어오다니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길들였어."
"저걸 왜 길들여! 당장 죽였어야지!"
강하윤은 언성을 높였다.
당장 죽여도 시원치 않을 마물을 뭣하러 길들인다는 말인가
"그게 나도 고문 좀 하다 죽이려고 했는데....생각해보니까 너무 관대한 처분인 것 같더라구....자질이 아깝기도 하고."
"대체 무슨 자질?"
관대한 처분인 건 그렇다쳐도 자질은 대체 무슨 자질을 의미한다는 말인가
"암퇘지로서의 자질말야."
"뭐!?"
강하윤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건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윤아, 저 육덕진 가슴과 엉덩이를 좀 봐. 완벽한 암퇘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주소양은 별빛같은 눈동자를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마치 귀중한 원석을 발견한 제련사처럼 말이다.
"몰라! 그런 거!"
"아니야, 잘봐봐, 젖이 큰데 전혀 처지지 않았어. 엉덩이가 풍만한데 탄력이 넘쳐! 허리는 또 얼마나 가늘다고! 분명 저 여우라면 최상급 암퇘지가 될 수 있을 거야!"
"여우를 암퇘지로 만들어서 어디다 쓰게!"
"당연히 우리 낭군님 가지고 놀 장난감으로 드려야지."
주소양은 무슨 당연한 걸 묻냐는듯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마물이 무슨 장난감이야! 당장 죽여!"
강하윤은 눈살을 찌푸린 채 언성을 높였다.
"마물이긴 하지만 암퇘지로서 자질이 충분해! 분명 선우님도 기뻐할거야!"
주소양은 지지않겠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농질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물론 기뻐하겠지! 근데 너무 위험하잖아!"
물론 기뻐할 것이다.
농질의 몸뚱이는 선우가 극호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었으니.
하지만 농질은 현경급 고수가 둘이 달라붙어도 쉽사리 승기를 잡을 수 없을만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다.
그런 존재를 어찌 애완동물 취급하며 길들인다는 말인가
"괜찮아, 꼬리만 주기적으로 잘라주면 훌륭하게 길들일 수 있을 거야. 어차피 힘의 근원은 꼬리니까."
주소양은 대수롭지 않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그래도 안돼!"
"왜 안되는데!"
"넌 애만 셋이잖아! 그런데 저런 위험한 애완동물까지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왜 못해! 충분히 할 수 있어! 밥도 주고 산책시키고 조교도 하고 배변 훈련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두 여인은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하였다.
농질의 처우에 관한 의견이 극명히 갈린 까닭이었다.
으드드득
'.......빌어처먹을.'
그리고 그 말을 지켜보던 농질은 이를 으드득 갈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대소변도 못가리는 애완동물 취급까지 받고 있었다.
절로 분노가 차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은..바짝 엎드리지만 두고보자구나...인간들이여.'
그리고 속으로 다짐하였다.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준 저 두 계집에게 언젠가 지옥의 유황불과 같은 청염靑炎을 양껏 만끽하게 해줄 것이라고
그렇게 굳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던 그때였다.
"야."
귓가로 강하윤의 싸늘한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왜...그러...느냐?"
농질은 우물쭈물거리며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자칫 거슬렸다간 죽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 까닭이었다.
"넌 어떻게 하고 싶은지 말해봐."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무엇을?"
"우리 둘다 네 선택을 존중해주기로 합의를 봤어. 그러니까 선택해. 넌 어떻게 하고 싶어? 치욕스러운 암퇘지가 될래? 아니면 자존심을 지키고 여우들의 왕으로 명예롭게 죽을래?"
강하윤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빛으로 농질에게 꽤나 합리적인 제안하였다.
처우에 관해선 전적으로 농질의 의사에 따르기로 주소양과 합의를 본 것이다.
".............'
하지만 그 제안에 농질은 침묵을 하였다.
그리고 고심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다.
사안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한 까닭이었다.
'대답 잘해야해.'
운명의 갈림길이었다.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최선의 선택을 해야했다.
'.....만약...암퇘지로서..산다면...최악이겠지..'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우들의 왕으로서
천년을 군림한 자신에게 백년도 못사는 인간의 장난감이 되라는 건 크나큰 치욕이 아닐 수 없었으니.
더불어 자신을 아는 모든 이들이 비웃을 것이다.
천 년을 산 마경의 옛 지배자가 굴복하여 애완동물이 되었다면서 말이다.
'하지만...그렇다고....자존심을 택하면..'
죽을 것이다.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자신을 살려둘 이유따윈 존재치 않을테니
'....목숨과....자존심...'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선택지였다.
둘다 그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였으니.
그렇게 농질은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자신에게 가장 가치있는 것을 선택하기 위해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난!"
곧이어 농질은 고개를 쳐들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결정을 끝마친 것이다.
이내 주소양과 강하윤의 이목이 그녀에게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지상 최고의 암퇘지가 되겠다!"
순간 주소양과 강하윤의 얼굴에는 희비가 교차하기였다.
주소양은 훌륭한 재원을 알아봤다는 뿌듯함에 기뻐하였고
강하윤의 표정에는 명예가 아닌 치욕을 택한 농질에 대한 경멸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그래, 그래, 농아, 내가 친히 지상 최고의 암퇘지로 만들어주도록 할게."
주소양은 해맑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조련 계획을 세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래! 꼭 지상 최고의 암퇘지가 되겠다!"
농질은 마찬가지로 해맑게 웃으며 언성을 높였다.
'......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
물론 그 속내는 모멸감과 치욕스러움에 썩어들어가고 있었지만 티를 낼 수 없었다.
이제 주인이 될 여인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으니.
".....후우...마음대로 해...나도 몰라. 이제."
강하윤은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당사자마저 저리 강렬히 희망하는데
자신이 무어라 할 수 있겠는가
그저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농질은 암퇘지 후보생으로서 주소양에게 귀속이 되었다.
천년을 살아온 여우들의 왕의 행보라기엔 무척이나 경악스럽고 파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끼에에에에엑!"
"끼에에에에엑!"
"끼에에에에엑!"
인간의 얼굴을 지니고 있는 거대한 인면조 무리가 흉악스러운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처럼
쇄애애애애애액
곧이어 인면조 무리는 빛살같은 속도로 급하강을 하기 시작하였다.
추악스러운 아가리를 쩌억 벌린 채로 말이다.
"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괴..괴물!"
"내 팔!"
이내 끔찍한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급하강하며 달려든 인면조 무리에 의해 수많은 병사들과 무인들의 팔다리를 그대로 뜯겨져나가버린 까닭이었다.
순식간에 불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케케케케케켈
킬킬킬킬킬킬
다시금 급상승한 인면조들은 고통으로 가득 찬 인간들의 비명을 들으며 낄낄거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조롱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모두 활을 집어들어라! 저 요망한 괴물에게 본때를 보여주어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천호 관양은 고함을 내질렀다.
더 이상 인면조로부터의 피해를 확산시킬 수 없던 까닭이었다.
곧이어 수많은 병사들은 일제히 활을 들어올려 인면조 무리를 겨누었다.
그리고 동시에 쏘아보내기 시작하였다.
저 요망한 괴물을 격추시키기 위해서
캉 캉 캉 캉 캉 캉
우수수수수수수
하지만 아쉽게도 격추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날아든 화살들이 인면조의 단단한 깃털을 뚫어내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져나간 까닭이었다.
칼칼칼칼칼칼!
컬컬컬컬컬컬!
인면조들은 떨어져나가는 화살들을 바라보며 더욱더 왁자지껄하기 웃기 시작하였다.
저 연약한 인간들의 힘으로는 자신들을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포! 대포를 준비하라! 포탄을 갈겨 저 건방진 놈들을 터트려버리란 말이다!"
관양은 시뻘게진 얼굴로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수많은 포신들이 인면조들을 향해 겨눠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인면조들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듯이 말이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곧이어 병사들을 인면조를 향해 수많은 포탄들이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격추시켜버릴 요량으로 말이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인면조 무리는 날아드는 포탄이 너무나 여유롭게 피해버렸다.
창공을 자유롭게 누비는 인면조들을 잡기에는 포탄은 너무나 무겁고 느렸던 것이다.
카아악! 카아악! 칵칵칵!
케에엑 케에엑 케엑 케엑
케엑...키익 키익
그러자 인면조들의 웃음이 더욱더 노골적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명백히 인간들을 비웃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할! 어찌! 어찌 해야한다는 말인가!"
관양은 분통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화살은 약하고 포탄은 맞질 않았다.
도저히 상대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해야한다는 말인가
"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악!"
"내..다리! 내 다리!"
그렇게 분통을 터트리던 사이
또다시 인면조들이 급하강하며 병사들에게 습격을 가하였다.
다시금 속수무책으로 신체가 뜯겨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비명이 난무하였고 관양은 절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상대할 방도가 떠올려지지 않은 까닭이었다.
"내게 맡기시오. 정천호."
그때 귓가로 중후한 음성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관양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돌덩이 같은 근육이 오밀조밀하게 가득 들어차있는 거대한 탑과도 같은 느낌의 중년인을.
"당..당신은?"
"진주에서 온 지원군이외다."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진주에서?! 그런 말은 못들었.."
"밀린 얘기는 나중에 해주겠소. 그보다 지금 중요한 건 저 인면조들의 처치가 아니겠소? 그부터 처리하는 게 어떻겠소?"
중년인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자네가 저걸 무슨 수로 처리한다는 말인가 저놈들에겐 화살도 포탄도 통하지 않는다는 말일세!"
"화살도 포탄도 소용없다면 다른 걸을 쏘아보내면 되지 않겠소?"
"다른 거라니? 대체 무엇을 말인가!"
"바로 이 몸."
중년인은 엄지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입을 떼었다.
"뭣이!?"
"포신으로 나를 쏘아보내주시오! 내 직접 저놈들을 격추시켜드리외다."
"그딴 미친 짓을 할 순 없다! 어찌 포탄이 날아가는 곳에 인간을 쏘아보낸다는 말인가! 신체가 터져나갈 것이다!"
"정천호, 날 믿으시오. 세상에 날 부술 수 있는 것따윈 없소이다."
남자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관양은 여전히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지은 채 격렬히 반대하였다.
눈앞에 남자의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은 까닭이었다.
어찌 포신으로 쏘아보내지고 멀쩡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결국 남자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고 절대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허락을 하게 되었다.
완전히 승복한 것이다.
"죽어도 날 결코 원망치말게. 난 말릴만큼 말렸으니."
관양은 포신에 몸을 끼워넣은 남자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오. 정천호, 내 그 보답으로 인면조들을 떼몰살시키리라."
중년인은 진한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절레 절레
그 모습에 관양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조준"
그리고는 이내 포병을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옙!"
그 명령에 포병은 인면조 무리를 향해 포신을 정확히 겨누었다.
"발포하라!"
"예엡!"
포병은 명을 받들어 심지에 재빨리 점화를 하였다.
치지지지지직
곧이어 심지가 빠르게 타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굉음성과 함께 폭발이 터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애애애액
그리고 포신에 끼어있던 중년인은 그 폭발력에 발판삼아 쾌속하게 쏘아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저 멀리 인간을 비웃고 있는 인면조들을 향해
끼아아악 끼아아악
끼에에엑 끼에엑
끼기긱 끼기긱 끼긱
날아드는 중년인들 바라보며 인면조들은 다시금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이젠 날릴 게 없어서 인간까지 날리냐는듯한 비웃음이었다.
그렇게 한창 비웃고 있던 사이
날아들던 인간이 지척까지 다가오게 되었다.
"반갑다!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아!"
곧이어 지척까지 다가온 중년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난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너희들을 벌하기 위해 진주에서 달려온 언중기라고 한다!"
진주언가의 가주
언중기는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까아아아악!
끼에에에엑
그리고 인면조들은 날아드는 언중기를 향해 날카롭고 단단한 깃털로 무장된 날개를 휘둘렀다.
그대로 절단내버릴 요량이었다.
"내 꿈은!"
언중기는 날아드는 수십 개의 날개를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그리고 돌덩이같은 양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지상최강이다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아앙
언중기와 인면조들이 정면으로 충돌하였고 거대한 굉음이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쿠우웅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를 잃은 인면조 하나가 바닥에 떨궈졌다.
쿠우웅
이내 두 마리
쿠우웅
이어 세마리
쿠우웅 쿠웅 쿠웅 쿠웅 쿠웅
네 마리 다섯 마리 여섯 마리.....
셀 수도 없이 많은 인면조들이 머리통을 잃은 채 바닥에 추락하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공중에는 오직 언중기 혼자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모든 인면조들을 떼몰살시켜버린 것이다.
"기억해두도록!"
공중에 체공해있던 언중기는 추락한 인면조 무리들을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우레같은 함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