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으으윽.."
바닥에 널부러져있던 강하윤이 강제로 몸을 일으켜세우기 시작하였다.
팔다리가 후들거리고
근육이 비명을 내지르고
뼈가 박살날 것 같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근성만으로 몸을 강제로 기립시켜버린 것이다.
"무리하지말고 쉬고 있어. 내가 알아서할테니까."
주소양은 그런 강하윤을 만류하였다.
이미 한계까지 다다라 만신창이가 된 몸이었다.
여기서 더 무리했다간 그 여파가 혹독할 것이다
"....허세부리지마, 아무리 약해져도 너 혼자 감당할 수준은 아니야."
강하윤은 콧방귀를 뀌며 답하였다.
꼬리가 떨어져나간 농질은 확연히 약해져있었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주소양 혼자 감당할 수준은 또 아니였다.
그런데 어찌 마음놓고 쉴 수 있겠는가
"정말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 지금 몰골로 뭘할 수 있다는 거야!"
주소양은 언성을 높였다.
몸을 아끼지 않는 강하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앞으로 한 번."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한 번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공격이 한 번으로 깔끔하게 끝날 리 없잖아!"
주소양은 말도 안된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몇 번이고 후속타를 갈기던 농질이었다.
깔끔하게 단 한 번의 공격만 가할 리 만무한 것이다.
"그러니까 네 역할이 중요해. 소양."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가 한 번의 공격을 받아낼 동안....농질의 꼬리를 잘라줘......그럼 나도 미련없이 기절하도록 할게."
"실패하면 네가 죽을 거야!"
주소양은 눈살을 찌푸린 채 언성을 높였다.
만약 조금의 실수라도 생긴다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면실 강하윤은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계까지 다다른 그녀의 몸은 농질의 이격을 도저히 버텨낼 수 없을테니
"널 믿어."
강하윤은 신뢰로 가득한 눈빛을 반짝였다.
"믿지마!"
"아니, 믿어. 여중제일인 주소양이라면.....내가 인정한 유일무이한 경쟁자이자 친우인 주소양이라면....내가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테니까."
"........지금 부담 주는 거야?"
"맞아, 부담주는 거야. 그러니까 꼭 살려줘. 나도 이대로 죽고 싶지 않으니까."
"..............."
그리고 주소양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저 빌어먹을 외골수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죽어도 원망하지마."
곧이어 주소양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입을 떼었다.
결국 강하윤의 고집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것이다.
"죽으면 평생 들러붙어서 괴롭힐거야. 자손대대로."
강하윤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성격 정말 나쁘네."
주소양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핀잔을 주었다.
그리고 서서히 검을 늘어뜨렸다.
"새삼스럽게 무슨."
강하윤은 실실 웃으며 말을 내뱉었다.
그다음 양주먹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농질을 상대하기 위한 전투 태세를 끝마친 것이다.
[영혼까지 불태워주마아아아아!]
우우우우우우우웅
곧이어 농질은 커다란 아가리를 쩌억 벌렸다.
그러자 입 안에서 거대한 요기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청염이 쏟아지기 직전의 전조였다.
주소양과 강하윤은 눈을 반짝이며 그 모습에 집중하였다.
언제든 회피를 하기 위해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곧이어 푸른 불길이 맹렬히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목표는 강하윤이었다.
강하윤은 재빨리 몸을 날려 불꽃의 범위에서 그대로 벗어났다.
슈슈슉
그 순간 불길을 내뿜었던 농질이 강하윤의 코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불을 쏘아냄과 동시에 돌진을 박은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분명 한 번밖에 버틸 수 없다고 했겠다!]
농질을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두 여인의 대화를 모두 엿들었던 농질이었다.
강하윤의 맷집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너무나 잘알고 있는 것이다.
[죽어라!]
농질은 그대로 강맹한 일격을 내질렀다.
강하윤을 그대로 납작하게 만들어버릴 심산이었다.
휘익
강하윤은 재빨리 양팔을 교차하였다.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할 요량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콰지지직
곧이어 굉음성이 울리고 강하윤이 서있던 땅에 부숴지며 그대로 내려앉기 시작하였다.
농질의 일격에 담긴 충격이 그대로 전해진 까닭이었다.
"쿨럭!"
그리고 강하윤은 핏물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단 일격만으로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내상이 생겼기 떄문이었다.
[이제 한 대 남았구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농질은 진한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없이 반대팔을 휘둘렀다.
마지막 일격을 가할 요량이었다.
"하윤!"
주소양이 재빨리 몸을 날렸다.
어떻게든 강하윤은 구해내기 위함이었다.
콰아아아아앙
하지만 휘둘러지는 농질의 일격을 압도할 수는 없었다.
곧이어 굉음성이 울려퍼졌고 강하윤은 그대로 짓눌려져버렸다.
농질의 이격에 그대로 쓰러져버린 것이다.
[크하하하하하하! 내 승리다! 인간들이여!]
그 모습을 지켜보던 농질은 웃음을 터트렸다.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비록 힘의 근원인 꼬리를 하나 잃고 쇠약해지긴 하였지만
아직도 명백한 격차가 존재하였다.
남은 계집만으로는 자신을 결코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승리가 약속되버린 것이다.
어찌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만두지 않겠어!"
쇄애애애애애액
곧이어 분노에 찬 일검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히죽
농질은 가소롭다는듯 히죽거렸다.
강맹하긴 하나 못 받아낼 정도는 아니였다.
충분히 감당할 만한 가소로운 일격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 어디 한 번 발악해보거라. 약자여!]
농질은 흉악스러운 짐승의 발톱을 들어올렸다.
계획은 간단하였다.
오른 발톱으로 검을 튕겨내고
왼 발톱으로 심장을 쑤셔박으면 된다.
무척이나 간단하지만 항거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끝이다!'
그렇게 계획을 끝마친 농질은 짐승의 발톱에 힘을 주었다.
모든 싸움을 종결시킬 요량이었다.
우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악!]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뼈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무릎이 기형적으로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농질은 비명성을 내지르며 몸을 본능적으로 오른쪽으로 틀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무릎 뒤쪽 오금을 가격한 강하윤의 모습을
[날...속였구나아아!]
그 순간 농질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요망한 계집에게 완전히 속아넘어갔다는 사실을
"....여자는...거짓말...쟁이거든."
강하윤은 히죽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끄아아아아악!! 죽여버리겠어어어어어!!!!!]
농질은 고통 어린 비명을 내지르며 흉악스러운 발톱을 들어올렸다.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버릴 요량이었다.
서거걱
그때 귓가에 섬뜩한 절단음이 들려왔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더불어 몸 속에 가득 차 있던 요기가 급속도로 빠져나기기 시작하였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두 개의 꼬리가 동시에 잘려나갔다는 사실을
[젠...젠장할!!!!!!!]
휘리리리릭
농질은 재빨리 재주를 넘었다.
무방비하게 노출된 꼬리를 어떻게든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휘릭
휘릭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재주를 넘으며 거리를 벌렸다.
곧이어 재주를 넘던 그녀의 몸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더불어 금빛 털이 뭉텅이째로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약점이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짐승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금 둔갑을 한 것이다.
"하아....하아...하아..하아.."
곧이어 인간의 모습으로 완벽히 돌아온 농질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다급함에 숨쉬는 것조차 잊어버린 까닭이었다.
"꽤 급했나봐? 인간으로 둔갑한 걸 보면 말이야."
그때 귓가로 조롱기 어린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농질은 재빨리 시선으로 돌렸다.
그러자 싸늘한 눈빛을 반짝이고 있는 주소양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생긴 것만 보면 천박한 암퇘지처럼 생겼네."
주소양은 싸늘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날 모욕하지마라. 인간."
으드득
그 말에 농질을 이를 바드득 갈기 시작하였다.
마경의 옛지배자이자.
여우들의 왕인 자신에게 암퇘지같다니?
어찌 저런 망발을 내뱉는다는 말인가
"모욕이 아니라, 칭찬이란다. 여우야, 암퇘지가 얼마나 영광스러운 호칭인줄 아니? 되고 싶다고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란다."
주소양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 좋다면 네년이 실컷하거라."
"난 이미 완연한 암퇘지란다."
"미친 년."
농질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스스로 암퇘지라 칭하는 주소양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미친 것도 맞아, 한 남자의 사랑에 완전히 미쳐버렸거든."
주소양은 광기 어린 눈빛을 반짝였다.
"................"
오싹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농질은 오싹함을 느꼈다.
상상이상으로 더 미친년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도망가자.'
슬금 슬금
곧이어 농질은 슬그머니 뒷걸음질치기 시작하였다.
단 한 수에 꼬리가 무려 두 개나 잘려버렸다.
지금 상황에선 눈앞에 미친년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저 미친년과 대적하는 건 악수 중에 악수였다.
차라리 당장 몸을 내빼고 힘을 비축하는 게 가장 좋은 판단이리라
그렇게 은근슬쩍 도망칠 준비하던 찰나였다.
주르르륵
뽀얀 볼에 자상이 그어지며 핏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날아든 검기가 뺨을 스쳐지나간 것이다.
"가도 된다고 한적 없는데?"
검기를 날린 장본인, 주소양은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으드득
농질은 이를 갈았다.
예의주시하는 이상 안전히 도망치긴 글렀다.
어떻게든 상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절대 이길 수 없어.'
직접 겨뤄봤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꼬리가 여섯 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선
저 무지막지한 여자를 감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무슨 수를 써야해....'
농질은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반짝
그리고 이내 그녀의 눈빛에 이채가 띄기 시작하였다.
빈사 상태의 강하윤이 시야에 들어온 까닭이었다.
'.....저 여자를 인질로 삼는다면?'
꽤나 실현가능성 있는 계획이 머릿속에 세워졌다.
주소양을 감당할 순 없지만
서있는 것조차 버거워보이는 강하윤따윈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었다.
저 여자를 인질로 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하자..방법이 없어.'
곧이어 농질은 결의 어린 눈빛을 반짝였다.
결심을 끝마친 것이다.
"내 비록 꼬리를 잃었지만 네년 따위에게 질 것 같더냐!"
파스스스스
곧이어 농질의 주위로 짙은 안개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일단 주소양의 시야를 속일 요량이었다.
이내 흘러나온 안개가 사방에 뒤덮였고 농질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완벽히 은신을 한 것이다.
'....좋아....그럼 환술로 분신을 만들고...그대로 뒤를 노리면..'
농질은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을 짜내었다.
환술로 주소양의 눈을 속인 뒤 강하윤을 인질로 잡을 심산인 것이다.
콰지지지직
하지만 치밀한 계획은 뜻을 이루기도 전에 그대로 엎어지고 말았다.
짙은 안개를 꿰뚫으며 날아든 주소양의 검이 농질의 머리통을 그대로 꿰뚫어버린 까닭이었다.
파스스스스스
곧이어 안개가 걷히고
바닥에 나자빠진 농질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말해봐, 이제 누가 약자지?"
주소양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이다.
***************
"진짜, 바보네, 차라리 정면으로 덤벼들었다면 그게 더 승산있었을텐데 말야."
비비적 비비적 비비적
주소양은 농질의 뒤통수를 짓밟은 채 자근자근 비비기 시작하였다.
"우웁...우웁...커윽.."
그러자 농질은 입 안 가득 흙을 머금기 시작하였다.
.
푸우우욱
곧이어 머리를 짓밟던 주소양이 농질의 왼쪽 어깨에 검을 억지로 끼워넣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무척이나 요란스럽게 흔들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농질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을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상처를 억지로 벌리면서 검을 쑤셔넣는 주소양의 고문에 끔찍한 고통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당장 멈춰어어어!!!"
쾅 쾅 쾅 쾅
농질은 팔다리를 격렬하게 흔들기 시작하였다.
끔찍한 고통을 몸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흔들 흔들 흔들
그런 움직임이 반복될 수록 주소양의 고문 또한 격해진 까닭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악!!!!!! 멈춰어어어어어!!!"
쇄애애애액
곧이어 다섯꼬리가 바늘처럼 날을 세우며 주소양의 등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몸통을 그대로 꿰뚫을 요량이었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꼬리들은 금강불괴에 가깝도록 단련된 주소양의 몸을 꿰뚫을 수 없었다.
그대로 나가떨어져버린 것이다.
"버릇없네."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꼬리 두개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안돼! 안돼! 안돼! 그것만큼은 안돼에에에!"
농질은 더욱더 강하게 발광을 하기 시작하였다.
여우에게 꼬리는 힘의 근원이었다.
이걸 두 개나 더 잃게된다면
자신은 여우들의 왕이라는 칭호가 무색해지게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돼."
우드드드득
물론 주소양에게 그런 절박한 사정따윈 알바가 아니였다.
그저 친우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암퇘지에게 벌을 내릴 뿐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곧이어 농질의 처절한 비명이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비명성을 내질렀을까
추우우욱
농질의 몸이 추욱 늘어지기 시작하였다.
모든 힘이 빠진 것처럼 말이다.
"기절한 거야?"
비비적 비비적
주소양은 머리를 자근자근 짓밟은 채 물었다.
하지만 농질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기절한것처럼 말이다.
"곤란한데, 아직 할 게 많은데 말야."
주소양은 곤란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원한이 해소가 되지 않았다.
좀더 괴롭혀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것이다.
"꼬리를 더 자르면 일어나려나?"
주소양은 악의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움찔
그 순간 기절한 줄 알았던 농질의 몸이 움찔거리며 반응을 보였다.
"잘라야겠네~"
덥석
주소양이 다시금 손을 뻗어 꼬리를 잡은 그 순간이었다.
"그..그만!"
농질이 다급히 언성을 높였다.
"어머, 일어났네?"
"...그만.........제발..꼬리를 남겨다오....제발.."
농질은 간절히 빌기 시작하였다.
"꼬리가 소중하니?"
"나한텐 소중하다..무척이나 소중하다..그러니까..제발 남겨다오....더는 뜯지 말아다오..."
농질은 눈물을 글썽이며 빌고 또 빌었다.
"저런....어쩌지?"
주소양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나한테는 하나도 안소중한데?"
그리고 악동과도 같은 미소를 지었다.
우드드드드득
곧이어 농질의 꼬리가 그대로 뜯어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성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