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우우우우우웅
농질을 중심으로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사방에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완전히 해방된 요기가 성난 황소처럼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하윤아."
그 광경을 잠자코 지켜보던 주소양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말해."
그 물음에 강하윤은 차분히 답하였다.
"저거,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주소양은 가벼이 턱짓을 하였다.
턱 끝쪽 방향에는 거대한 요기를 분출하고 있는 농질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장담 못해."
강하윤은 즉답을 하였다.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농질이라면 어찌어찌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강대하긴 하였지만 현경에 다다른 두 명의 고수를 상대할 정도로 압도적이진 않았으니.
하지만 한 개의 머리를 가진 농질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천년의 세월이 압축된 요기의 강맹함이 압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아.....그냥 바닥에 나뒹굴면서 발광했을 때 죽였어야했는데.."
주소양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괜스레 후회가 되었다.
몸을 사린 탓에 혹시나 했던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인 것을 어쩌겠어?"
강하윤은 양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우우우우우우웅
곧이어 그녀의 주위로 유형화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하긴 그것도 그렇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주소양은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꽈아악
그다음 검자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러자 이내 그녀 주위로 농밀한 투기鬪氣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두 여인 모두 명백한 전투 태세를 취한 것이다.
[내게 대적할 셈인가?]
그 모습을 마주한 농질의 눈빛에 이채가 띄기 시작하였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의아함을 느낀 까닭이었다.
모든 힘을 개방하여 마경의 옛 주인으로서의 풍모를 전부 드러낸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을 마주하고 전의를 상실하긴 커녕 오히려 적개심을 드러내다니
어찌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건 처음부터 정해진 사안 아닌가? 새삼스럽게 되묻는 게 우습네."
"천년을 살아도 짐승은 짐승이라 이건가? 지능이 엄청 낮네."
주소양과 강하윤은 조롱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기세는 밀렸을지언정 그 특유의 얄미운 입담만큼은 여전했던 것이다.
[어리석구나, 너희들의 수준이라면 나와의 힘 차이를 모르진 않을텐데 말이야.]
힘차이는 확연하였다.
저 두 여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자신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리 꿋꿋히 맞서려든다는 말인가.
"미안하지만 포기부터 하는 못된 버릇같은 건 없어서 말야."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 아니겠어? 혹시 모르잖아? 거창하기만한 쭉정이일지?"
그리고 주소양은 고혹적인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 모두 포기따윈 전혀 염두해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좋다, 그게 너희들의 선택이라면 존중토록 하지.]
곧이어 농질은 서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뒷다리로 두터운 몸을 지탱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어디 한 번 직접 겪어봐라! 노력따위로는 극복할 수 없는 아득한 격의 차이!!]
우우우우우우우웅
곧이어 농질의 농밀한 요기가 천지를 진동시키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에 주소양과 강하윤의 눈빛에 한층 더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농질을 지켜보았을까
농질이 서서히 자세를 낮추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오른쪽 뒷다리를 뒤쪽으로 쭉 빼었다.
마치 질주하기 직전의 계주처럼 말이다.
파앗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농질의 거대한 신체가 감쪽이 모습을 감춘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
"!?"
주소양과 강하윤의 눈빛이 화등잔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농질의 신형을 완전히 놓쳐버린 까닭이었다.
별안간 대체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인가
[어디를 보는 것이냐? 이곳이다.]
순간 뒤편에서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주소양과 강하윤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하늘 높이 치켜세워져있는 흉악스러운 두 개의 팔을
주소양은 재빨리 검을 들어올렸고
강하윤은 곧바로 양팔을 교차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앙
이내 귀를 찢는듯한 굉음성과 함께 거대한 진동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크으으윽!"
털썩
주소양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쇄애애애애애액
강하윤의 몸은 허공에 붕 뜨더니 그대로 뒤편으로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 모두 농질의 강맹한 일격을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약하구나, 너무나도 약해. 어찌 이리도 약하다는 말인가]
단숨에 두 사람을 제압해버린 농질은 한탄하고 또 한탄하였다.
조롱기 가득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으으윽.."
주소양은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신음성 외엔 그 어떤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온전히 집중하지 않으면 그대로 짓뭉개질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고작 이정도 힘으로 내게 대적한다고 했던 것이냐? 고작 이런 미약한 힘으로 나를 상대할 심산이었던 것이냐? 어리석구나 너무 어리석어!]
꾸우우우우욱
"끄아아아아악!"
주소양은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검에 가해지는 압력이 한층 더 강력해진 까닭이었다.
'....너무..강해..'
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
힘줄이 한층 더 선명해졌고 근육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무슨 수를...써야해.'
이대로 가다간 그대로 짓뭉게질 게 뻔하였다.
완전히 납작해지는 것이다
그런 불상사는 어떻게든 방지하여야했다.
"........크으으윽...끄아아악!'
하지만 방도가 없었다.
검을 짓누르는 농질의 강대함은 찰나의 여유조차 허용치 않는 것이다.
[이대로 납작해지거라. 인간.]
농질은 여유로이 표정을 지은 채 그저 감상하였다.
곧있으면 납작해져버릴 주소양의 최후를
콰아아앙
그때였다.
저 멀리 날아가 벽에 파묻혔던 강하윤이 돌무더기를 헤치며 몸을 일으켜세운 것이다.
쇄애애애애액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신형을 쏘아보내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벽에 처박아버렸던 장본인, 농질을 향해서 말이다.
'건방진!'
농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곧바로 흉악스러운 팔을 들어올려 요기가 가득 담긴 거대한 손톱을 휘둘렀다.
강하윤의 몸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릴 기세로
콰아아아아아앙
곧이어 강하윤과 흉악스러운 손톱이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었고 찢는듯한 굉음성이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쿠우우우우웅
곧이어 강하윤은 땅에 그대로 처박혀버렸다.
강맹한 일격을 몸이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크으윽..]
휘청
그리고 농질은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녀 또한 강하윤의 맹렬한 돌진을 완전히 해소시키지 못한 까닭이었다.
'기회!'
그 순간 주소양은 눈을 반짝였다.
지금이야말로 탈출할 수 있는 찰나의 틈이라 여긴 것이다.
퍼어어억
그녀는 곧바로 농질의 정강이에 발을 차올렸다.
부우우우웅
그리고 그 정강이를 발판 삼아 간신히 버티고 있던 몸을 그대로 뒤편으로 쏘아보내버렸다.
콰아아아앙
곧이어 농질의 팔이 맨바닥에 꽂히기 시작하였다.
완벽히 탈출한 것이다.
[쥐새끼같은 년!]
농질을 눈살을 찌푸렸다.
한눈 판 사이 탈출을 해버린 주소양에 대한 짜증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곧이어 농질은 자세를 낮췄다.
다시금 돌진하며 선수를 취할 요량이었다.
콰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그녀는 뜻대로 할 수 없었다.
발등에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휘익
농질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팔꿈치로 자신의 발등을 찍어버린 강하윤의 모습을
[이 바퀴벌레같은 년! 아직도 살아있더냐!]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농질은 반댓말로 강하윤을 쉴새없이 짓밟기 시작하였다.
완전히 으깨버릴듯한 기세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렇게 얼마나 짓밟았을까
흠칫
소름돋는 감촉이 등골을 오싹하게 하기 시작하였다.
농질을 짓밟고 있던 강하윤에게서 시선을 뗀 채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붉게 물들여진 검신이 시야에 한가득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검날이 정확히 목을 노리고 날아들고 있던 것이다.
위기를 느낀 농질은 재빨리 몸을 뒤틀었다
콰아아아아앙
[끄아아아아아아악!]
곧이어 검날이 굉음성과 함께 몸통을 가격하였고 농질은 끔찍한 비명성과 함께 뒤편으로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지독한 년! 친우를 미끼삼아 기습을 가하다니!]
농질은 주소양을 노려보며 치를 떨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은 짓밟히는 강하윤을 얌전히 바라보며 기회를 노렸다.
온 정신을 온전히 강하윤에게 집중되기를
그리고 그 기회를 포착하여 목을 노리고 일격을 가한 것이다.
그야말로 독심毒心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 친우마저 서슴없이 희생시키는 걸 보면 말이다.
"하윤이도 내가 그렇게 하길 바랬을거야."
[이기적인 인간! 스스로 합리화하는구나! 친우를 죽어가는 걸 얌전히 지켜본 주제에 말이야!]
농질은 눈살을 찌푸린 채 언성을 높였다.
"죽어? 누가?"
주소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짓밟혀져버린 네 친우 말이다!]
농질은 확신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소리를 내질렀다.
수천 근에 다다르는 발에 요기를 한가득 담아 거침없이 짓밟고 또 짓밟아버렸다.
살아남기란 요원하기 그지없는 일인 것이다.
"하윤아, 너 죽었니?"
그러자 주소양은 강하윤이 파묻혀진 땅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헛짓거리를 하는구나.]
농질은 코웃음을 쳤다.
이미 확정된 죽음을 구태여 되묻는 게 무척이나 우스워보인 까닭이었다.
파아아악
그때 예상을 뒤엎는 상황이 벌어졌다.
강하윤이 처박혔던 땅속에서 팔 하나가 튀어나와버린 것이다.
탁
그리고 땅을 짚고는 그대로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쑤우우우욱
그러자 죽은 줄로만 알았던 강하윤이 너무나 손쉽게 바깥으로 몸을 빼내기 시작하였다.
마치 구렁이 담넘어가듯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말이다.
[......아...아니!?]
그 순간 농질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멀쩡한 강하윤의 모습에 경악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무려 수천 근에 다다르는 발에
요기妖氣까지 잔뜩 담고
죽일 기세로 밟고 밟고 또 짓밟아버렸다.
절대 살아남을 수 없도록
더이상 변수를 창출할 수 없도록
완전히 끝장을 내버린 것이다.
그런데 어찌 저리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한창 경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직 살아있어."
흙먼지를 뒤집어쓴 강하윤이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혹시 죽는 건 아니지?"
"고작 이정도론 안죽어."
강하윤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내가 세운 강철의 의지는 상상이상으로 단단하거든."
그리고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것 참 믿음직하네."
주소양은 마주보며 미소 지었다.
혹시나 다치진 않았나
걱정하였는데
아무래도 기우인듯 싶었다.
저리도 멀쩡한 걸 보면 말이다.
"내가 앞으로 나서서 정면으로 공격을 받을게, 넌 그 찰나를 노려 일격을 먹여줘."
강하윤은 농질을 노려보며 말을 내뱉었다.
"괜찮겠어?"
주소양은 짐짓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아프긴 해도 못 견딜 정도는 아니야. 몇 번정도는 버텨낼 수 있을 거야."
강하윤은 태연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오래는 못 버텨,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끝낼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줘."
방어에 특화되어있는 힘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농질의 공격을 몇 번이고 받는 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주소양이 빠르게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분명 목숨마저 위험하게 되리라
"네가 준 기회, 단 한 번도 허투루 쓰지 않도록 할게."
주소양은 결심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믿음직하네."
강하윤은 살포시 미소 지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믿음직한 친구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휘익
곧이어 두 여인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정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농질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앙
곧이어 강하윤이 용천혈을 통해 내력을 발출하여 그대로 쏘아보냈다.
그리고 주소양은 그 뒤를 바짝 따라붙기 시작하였다.
원활한 연계를 위한 위치선정이었다.
[이 버리지같은 년들! 납작하게 만들어주겠다!]
그 모습에 농질은 잔뜩 찌푸린 채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 흉악스러운 양팔을 그대로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곧이어 강하윤과 농질의 양팔이 정면으로 충돌하였고 찢는듯한 굉음성과 함께 천지를 뒤흔드는 진동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