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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201화 (1,202/1,419)

"냉큼 꺼져."

설향은 싸늘한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눈앞에 여인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요기를 휘감고 있던 까닭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 지 전혀 모르겠구나. 아가."

농아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시치미 떼는거야?"

설향은 눈살을 찌푸렸다.

뻔뻔스럽게 오리발을 내미는 농아의 태도에 짜증이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글쎄, 난 모른대두?"

농아는 고개를 가벼이 내저었다.

전혀 모르겠다는듯이 말이다.

"무슨 꿍꿍인진 모르겠지만 뜻대로 되진 않을 거야."

꽈아악

곧이어 설향은 검자루를 움켜쥐었다.

스르릉

그리고 서서히 검날을 빼내었다.

그러자 번쩍이는 순백의 검신이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내가 있는한 말이야."

곧이어 검을 뽑아든 설향은 농아를 향해 검끝을 겨누었다.

명백한 적의의 표출이었다.

"성질이 참으로 급한 아해구나. 다짜고짜 검을 뽑아들다니 말이야."

농아는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명백한 적이잖아?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있겠어?"

"명백한 적이라...정녕 그리 생각하니?"

"물론."

설향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즉답하였다.

"이쪽은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

농아는 장난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가벼이 턱짓하였다.

"지금 뭐하는 짓인가! 어느 안전이라고 검을 뽑아들어! 당장 납검하지 못할까!"

그에 맞춰 위지휘사 가량이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의 감정이 가득 서려있었다.

검을 빼어든 설향이 무척이나 괘씸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과락시의 수비를 책임지는 최고의 권력자

이번 전쟁의 실질적인 책임자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자신을 앞에 두고 검을 뽑아든다는 말인가

그것도 자신의 소중한 애첩을 괴물취급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는 명백히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였으며

더불어 모욕에 가까운 짓이었다.

어찌 괘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갈喝!"

설향은 그런 가량은 유심히 바라보더니 일말의 망설임없이 항마의 기운을 담긴 사자후를 내뱉었다.

우우우우우우

그러자 가량의 신형이 앞으로 픽 고꾸라지고 말았다.

전신을 압박하는 거대한 소리의 압력과 마를 퇴치하는 항마의 기운에 굴복해 그대로 정신을 잃은 것이다.

까딱

설향은 바닥에 고꾸라진 가량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스르르르르륵

그러자 기절한 가량의 몸이 미끄러지듯 끌려오기 시작하였다.

절정에 다다른 허공섭물虛空攝物의 신위였다.

"천호님, 지휘사 어르신을 안쪽으로 모셔주세요."

가량의 몸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설향은 정천호 백종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알겠습니다."

백종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상관이 맥없이 쓰러진 상황이었지만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눈이 풀린 상관이 아닌 불가의 제자, 설향을 전적으로 신뢰한 것이다.

"그리고 정문쪽에 있는 병사들을 물려주세요."

".....괜찮겠습니까?"

백종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존재였다.

아미의 젊은 제자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상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사들이 있다면 오히려 피해가 커질 것입니다. 천호의 병력이 강대하다고는 정종의 심법을 익히지 않는 이상 요사스러운 환술에는 쥐약일테니까요."

설향은 차분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리 하도록 하지요."

백종은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여긴 까닭이었다.

정신적인 방호가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방해만 되리라

"전군! 청사 안쪽으로 들어가라! 내부에서 방호를 한다!"

곧이어 백종은 정문쪽 지키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알겠습니다!""

그 명에 병사들은 우렁차게 답하였다.

그리고 명에 따라 청사 안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곧이어 백종은 기절한 가량을 들쳐맨 체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병사들을 따라 청사 안쪽으로 이동하였다.

설향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이내 정문쪽에는 농아와 설향

오직 이 두 여인만이 남게 되었다.

"예상못했다, 설마하니 강제로 기절시켜서 분란을 잠재울 줄이야."

농아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설향의 대응이 꽤나 유쾌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분란을 조장위해 나름대로 직위가 높아보이는 인간을 홀렸건만 설마하니 저런 식으로 거칠게 제압해버릴 줄이야.

전혀 예상치 못한 대응이었다.

"쓸데없는 입씨름은 지양하는 주의라서."

설향은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뒷감당을 할 수 있겠느냐? 그 인간 꽤나 높은 직위에 있는 것 같던데 말이야."

"괜찮아, 뒷감당같은 건 사문이랑 가문이 알아서 해결해줄테니까."

중원오대거부라고 불리우는 설가장주의 고명딸이자

드높은 명예를 지니고 있는 아미파의 장문제자인 그녀였다.

일개 위지휘사 정도 따위에 겁을 집어먹을 리 만무하였다.

"후후후후, 당당한 게 실로 마음에 드는구나."

농아는 부드러이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당당한 설향의 태도가 꽤나 마음데 든듯한 모습이었다.

"난 별로야."

설향은 농아를 향해 다시금 검을 치켜세웠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곧이어 그녀의 주위로 황금빛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장문제자에게만 전해진다는

아미의 신공

무상금광신공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인간을 홀리고 거짓을 연기하는 괴물따위를 좋아할 리 없잖아?"

설향은 금광金光으로 물들여진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재미없는 삶을 사는구나. 거짓이야말로 가장 큰 재미이거늘."

"그게 인간과 금수의 차이야, 적어도 도리를 아는 인간이라면 거짓에서 쾌락을 추구하진 않으니까."

"인간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구나."

농아는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내저었다.

인간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구태여 이해할 생각 안해도 돼."

설향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넌 이 자리에서 죽을테니까."

"우스운 말이로구나, 아해야, 네가 정녕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물론."

설향은 일말의 고민조차없이 즉답하였다.

"격의 차이조차 못느낄 정도로 수준이 낮진 않을텐데?"

농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의 요기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수양이 깊은 이라면 알 것이다.

결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격차를

그런데 어찌 저리 확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를 믿거든."

꽈아악

설향은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찬란한 금빛 강기가 검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마음에 드는 자신감이다."

농아는 손을 천천히 아래로 늘어뜨렸다.

파악

그리고 명검처럼 날카로운 손톱을 세웠다.

"언제까지 그 자신을 유지할 수 있을 지 지켜보도록 하지."

그리고 가벼이 미소를 지었다.

콰아아앙

그 순간 설향의 신형이 빛살처럼 빠르게 앞으로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쇄에에에엑

그리고 망설임없이 황금빛 검강을 내질렀다.

부우우웅

그 순간 농아는 망설임없이 손톱을 휘둘렀다.

콰콰콰콰쾅

곧이어 강기와 손톱이 맞부딪혔다.

천지를 진동시키는 충격파와 함께 거대한 굉음성이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콰아아아앙

주르르르륵

"크윽!"

굉음성과 함께 설향의 신형이 뒤편으로 지체없이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농아의 손톱에 담긴 거력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하아...하아...하아.."

곧이어 뒤편으로 밀려난 설향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한치의 긴장조차 허용할 수 없는 맹렬한 공방에 호흡조차 그대로 잊어버린 까닭이었다.

"아해야, 설마 지친거니?"

농아는 그런 설향을 여유로이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하아...하아...그럴 리가."

설향은 강제로 몸을 추스린 채 강하게 검을 움켜쥐었다.

"그래, 그래, 곧잘하는구나."

농아는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막 몸이 달아오르던 참이었다.

이정도로 끝나버린다면 오히려 불쾌하리라

"어서 날 죽일 수 있다는 자신의 근거를 보이려무나. 아해야."

농아는 웃으며 반겼다.

발악하듯 쏟아질 수많은 검식들을.

쇄애애애애액

곧이어 설향이 검을 휘둘렀고

이내 빠르고 표홀한 검격이 거칠게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동서남북

사방四方

붕독 남동 북서 남서

사우四隅

팔방위를 점하며 폭풍우처럼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참으로 어지러운 검식이구나."

농아는 물흐르듯 자연스레 손톱을 휘둘렀다.

그러자 팔방을 점하며 쏟아지는 검격을 모조리 튕겨나갔다.

그리고 설향의 신형이 다시금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안통해.'

설향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미의 비전 검법

난파풍검으로도 닿을 수 없음을 인지할 수 있던 까닭이었다.

휘이이이익

곧이어 세차게 몰아치던 검격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하였다.

속도가 느려진 대신

일검에 비교조차할 수 없는 거력이 담기기 시작한 것이다.

콰아아아아앙

그러자 밀려나던 설향이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동등한 공방이 가능해진 것이다.

"검의 무게가 달려졌구나. 아해야."

농아는 흥미롭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일순간 검에 담긴 무게 달라졌다.

자신과 대등한 공방을 나눌 정도의 힘이 담겨져있는 것이다.

"필시 네가 가진 검법 중 가장 강대한 검법을 사용한 거겠지?"

"............."

그녀의 물음에 설향은 답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답할 수 없었다.

아미의 전설로 불리는 검

대라수미혜검大羅須彌慧劍

그저 단순히 시전하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공력과 심력을 앗아갔다.

대답할 여유따위가 있을 리 만무하였다.

"아무래도 대답할 여유까진 없나보구나. 아해야."

농아는 이해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경의 옛지배자인 자신과 잠시나마 대등해질 수 있는 힘을 가진 검이었다.

그런 검을 휘두르는 데 여유따위 있을 리 만무하였다.

"그럼 어디 마음껏 휘둘러보거라. 최선을 다해야 후회없지 않겠느냐?"

농아는 웃으며 검을 받았다.

아미의 전설이라고 불리우는

대라수미혜검이었지만 유구한 세월동안 힘을 쌓아온 그녀에게는 그저 유희거리에 불과하였다.

위협따위는 전혀되지 않는 작은 유희거리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유희를 즐겼을까

"하아아.....하아...하아아...하아."

설향의 호흡이 더욱더 거칠어졌고

강맹함이 담겨있던 검은 현저히 약해지기 시작하였다.

"지친게로구나. 하긴 무리를 하긴 하였지."

농아는 알겠다는듯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주제에 맞지 않는 힘을 무리하게 끌어다썼다.

지치는 건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그만하거라, 아해야, 넌 충분히 할만큼 하였다. 지금 멈춰도 아무도 널 비웃지 않을 것이다."

부우우웅

하지만 농아의 만류에도 설향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힘이 현저히 약해져도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져도

끝없이 검을 내지르고 휘두를 뿐인 것이다.

"멍청하구나, 그저 모든 걸 내려놓으면 될 것을."

농아는 가벼이 혀를 찼다.

이미 검은 날카로움을 잃은지 오래였다.

휘둘러봤자 무의미한 몸짓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 저런 무의미한 짓을 끝없이 반복한다는 말인가

어찌 끝까지 내려놓지 못한다는 고집을 부린다는 말인가

참으로 멍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슬슬 마무리해야겠군.'

농아는 반대손을 늘어뜨렸다.

그리고 손톱 끝에 요기를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놀만큼 충분히 놀았다.

이대로 마무리된다고해도 후회는 없으리라

그렇게 농아가 설향에 대한 살심을 품은 그 순간

섬찟

알 수 없는 섬뜩함이 본능을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설마?'

농아는 재빨리 눈알을 굴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살심으로 가득 찬 패도적인 검격을

서걱

날아든 검격은 농아의 목을 빠르게 베어버렸다.

데구르르르르

곧이어 그녀의 목이 떨어지고 바닥을 구르기 시작하였다.

"....이...겼어......"

농아의 죽음을 확인한 설향은 그대로 바닥을 나자빠지고 말았다.

긴장이 풀리며 전신에 힘이 그대로 빠져나가버린 것이다.

"허어억...허어억...허억...허억....허억...허어억.."

설향은 바닥에 누운 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한치의 방심도 허용해선 안되는 극도의 긴장에 호흡조차 제대로 내쉴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호흡을 고르고 또 골랐다.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렇게 한창 호흡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였다.

"훌륭한 연기였다."

귓가로 전혀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순간 호흡을 진정시키던 설향은 호흡을 멈췄다.

그다음 그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너무나 멀쩡한 농아의 모습을

"설마 연기로 나를 속일 줄이야."

농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어떻게!?"

설향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 없던 까닭이었다.

그녀는 최후의 한수

멸절검에 의해 목이 나가떨어져나갔다.

몸통과 머리가 완전히 분리된 것이다.

그런데 어찌 저렇게 멀쩡히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말인가

"죽은 줄 알았더냐?"

농아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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