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88화 (1,189/1,419)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불길이 사방을 덮쳐지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아악!

-아아아악!

-살려줘어어...아아아악!

-불이..불이!

-으아아아앙 아파아아!

온사방에서 처절하기 그지없는 비명성을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지옥불과 같은 거대한 불길이 피난민들에게 끔찍하기 그지없는 고통을 선사한 까닭이었다.

"모두 흩어져라! 절대 불길의 범위에 휘말려선 안된다!"

그 정백호 가평은 피난민들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용의 불길은 일직선으로 쏘아지고 있었다.

한곳에 모여있다간 전멸을 면치 못할 게 뻔하였다.

하지만 그런 통솔에도 불구하고 피난민들의 피해는 점점 더 커져나갈 뿐이었다.

도망치는 속도보다 불길이 분사되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른 까닭이었다.

'이대로는 모두가 전멸한다.'

가평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냅뒀다간 피난민들의 전멸이 불보듯 뻔하였기 떄문이었다.

'관군이 나서야한다.'

꽈악

정백호 가평은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용맹스러운 제국의 용사들은 들으라!"

그리고 하늘높이 검을 치켜들었디.

"죄없는 백성들이 흉악스러운 괴물에게 학살을 당하고 있다! 어찌 제국을 수호하는 용사들로서 이 광경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겠는가!"

그의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검을 들어라! 창을 치켜들어라! 활시위를 당겨라! 그리고 흉악스러운 괴물로부터 백성들을 구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가평의 명에 관병들은 일제히 답을 하였다.

그리고 각자 무기를 치켜든 채 그대로 돌진을 하기 시작하였다.

죄없는 백성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저 사악한 용을 향해서 말이다.

크르르르르

용은 그런 관병을 가소롭게 바라보며 가벼이 울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대로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마치 마음대로 해보라는듯이 말이다.

쇄애애애액

쇄애애애액

쇄애애애액

곧이어 어마어마한 양의 화살들이 용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그 몸뚱아리를 전부 꿰뚫어버릴듯한 기세로 말이다.

팅 팅 팅 팅 팅

하지만 이내 화살들은 처음 위세와는 달리 맥없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용의 두터운 가죽을 도저히 뚫어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화살로는 무리다! 검과 창을 박아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백호 가평은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활시위를 당기던 궁병들이 일제히 활을 버렸다.

그다음 창과 검을 빼들고 앞서가던 보병과 합류를 하였다.

이내 관병들은 용의 코앞까지 맞닿게 되었고 망설임없이 검과 창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죽이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담아서 말이다.

"젠장! 왜 이렇게 안뚫려!"

"가죽이 너무 단단해..!"

"뱀새끼가 주제에!"

하지만 굳은 의지를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관병들은 용의 가죽에는 어떠한 상처조차 낼 수 없었다.

화살뿐 아니라 창과 검으로도

단단하고 질긴 가죽을 도저히 꿰뚫을 수 없던 까닭이었다.

"포기하지마라! 낙숫물은 결국 바위를 뚫는 법! 저놈도 생물인 이상! 베고 베고 또 베다보면 언젠가는 뚫릴 것이다! 포기치말거라!"

가평은 관병들을 독려하기 시작하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용을 꿰뚫어라아아아!!"

그 우렁찬 독려에 관병들은 더욱더 맹렬히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용에게 피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캉 캉 캉 캉 캉

곧이어 쇳덩이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온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이틈에 모두 성문 안으로 들어오시오! 어서! 빨리!"

가평은 언성을 높이며 피난민들을 통솔하기 시작하였다.

용의 관심이 관병에게 쏠린 틈을 타 피난민들의 안전부터 확보할 요량이었다.

-성문! 성문으로!

-빨리가요! 빨리!

-밀지마요!

-안밀면 죽는다고! 그냥 밀려!

피난민들은 그 통솔에 충실히 따르며 성문 안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본능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문 안쪽이 가장 안전하다는 사실을

우르르르르

그렇게 성밖으로 흩어졌던 피난민들은 성문 안으로 다시금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됐어.'

이내 정백호 가평은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행스럽게도 생각보다 빠른 피신이 가능하였다.

모든 피난민들이 성 안쪽에 들어온 것이다.

"좋다! 이제 문을 닫아라!"

이내 가평은 다시금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밖에는 아직 관병들이?!"

그 명령을 하달받은 부관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성 밖에선 관병들이 목숨을 걸고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을 내버려두고 성문을 닫아버리니?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명을 거절할 심산이더냐?

"하..하지만."

"우리는 오직 백성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게 바로 관군의 존재의의이다. 더는 토달지말도록 하라."

"......존명."

부관은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성문을 닫아라!"

그리고 곧바로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쿠쿠쿠쿠쿠쿵

곧이어 거대한 성문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하였다.

"부관."

성문이 완전히 닫히자 가평은 부관을 불렀다.

"하명하십시오."

"중앙청사에 있는 석상 아래엔 청라산 외곽으로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을 것이다. 그곳을 통해 피난민들을 대피시키도록 하라."

"예에?!"

부관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이와 여인들 그리고 노인들을 선두로 세우고 병사들은 가장 후미에서 그들을 이끌도록 하라."

"정백호께선 어찌하시려고.."

이해할 수 없었다.

피난민들을 이끄는 정백호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자신에게 그런 명을 내린다는 말인가

"난 이곳에 남아 병사들과 함께하겠다."

가평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안됩니다!"

부관은 대뜸 반대하였다.

똬리를 튼 거대한 용이 아홉마리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남겠다는 건 죽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어찌 상관의 죽음을 방관할 수 있겠는가

"부관...아니 담광"

가평은 간절한 눈빛으로 오랜 친구 담광을 바라보았다.

"부탁하네."

".............."

그 간절한 눈빛을 마주한 담광은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곧이어 담광은 포권을 취하였다.

상관이자 오랜 친우인 가평을 향한 최대의 예우였다.

"고맙네."

가평은 부드러이 미소 지었다.

"그럼 이만 가보지."

휘익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없이 성 밑으로 뛰어내렸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것이다.

".........크윽."

부관 담광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친우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괴로운 까닭이었다.

'...자네의 희생 헛되이지 않도록 하겠네.'

담광은 속으로 약속하였다.

친우의 희생을 결코 헛되이지 않게 만들겠다고 말이다.

곧이어 담광은 가평의 명대로 피난민들을 중앙청사쪽 비밀통로로 인솔하기 시작하였다.

차오르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면서 말이다

***********

동해시.

청해성 동부에 위치한 커다란 대도시.

그곳에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마교와 가장 먼거리에 위치한 탓에 공식적인 피난처로 지정된 까닭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피난민들이 몰려든만큼 그 잡음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아니 왜 우리는 못들어간다는 말이오! 지금 사람 차별하는 것이오?"

"어찌 들어오고 싶다고 막 들어온다는 말인가! 입성에는 절차가 있네!"

"대체 무슨 절차말이오!"

"신상세명 작성과 물품 검사 그리고 입성 적합성 검토이 필요하네!"

"이미 전부 하지 않았소?"

" 아직 입성 적합성 검토 결과가 나오지 않았네. 기다리시게."

"벌써 세 시진째 기다렸소! 그런데 아직 안나온 게 말이 되시오?"

"사람이 많지 않은가? 어찌 원하는대로 뚝딱 나오겠는가?"

"먼젓번에 있던 놈은 나보다 늦게 왔는데 곧바로 통과시켜주더만!"

".............."

그 물음에 수문위사는 답하지 못하였다.

아무래도 뇌물을 받고 먼저 통과시준 광경을 본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오호라, 이거 보니 뒷돈을 받았구만!"

그 반응에 피난민은 깨달았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청렴결백해야할 수문위사가 그리 돈받아 처먹어도 되는 것이오!?"

"시끄럽다! 돈을 받기 누가 받았다는 말이더냐!"

"돈을 받은 게 아니면 대체 아까 그놈은 왜 그렇게 금방 통과시킨 것이오?"

"........운이 좋았겠지."

"고작 생각한다는 변명이 그딴 것이오?"

"시끄럽다! 한 번만 더 토를 달면 맨뒤쪽으로 보내버릴 것이다!"

"토가 아니라 정당한 항의요! 뒷돈을 받고 순서를 멋대로 바꾸는 데 어찌 항의조차 하지말라는 말이오!"

"이놈이 그래도!"

수문위사는 주먹을 들어올렸다.

당장에라도 피난민을 한대 후려칠 기세였다.

움찍

그 모습에 피난민은 팔을 치켜든 채 몸을 잔뜩 웅크렸다.

억울함에 항의하긴 했지만 막상 맞을 것 같으니 두려움이 물밀듯 차오른 까닭이었다.

"이거 애들 교육이 엉망이네. 뇌물을 받아처먹고 오히려 성을 내?"

그때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죄송합니다....모두 제 불찰입니다."

곧이어 비굴한 남자의 목소리가 뒤를 잇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 두 목소리를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수문위사를 바라보며 혀를 차고 있는 절세가인과 그 옆에 비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중년인의 모습을

"당연히 네 불찰이지. 네가 해동의 지부대인이라며? 그럼 여기 대가리 아니야?"

눈에 띄게 아름다운 절세가인, 요랑은 눈살을 찌푸린 채 공격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맞습니다."

해동의 지부대인 평촌은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임마, 애들 교육을 똑바로 해야할 거 아니야."

착 착 착 착

요랑은 지부대인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지기 시작하였다.

그가 최대한 기분 나쁠 수 있도록 말이다.

화아아아악

부들 부들 부들

그러자 지부대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투툼한 볼살이 마구잡이로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한낱 수문위사때문에 겪게된 수모가 너무나 억울하였고 부끄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액면가로는 이십대 중반정도밖에 안되보이는

앳된 여인에게 이런식으로 무시를 당하다니.

"평촌아, 평촌아"

"말씀하십시오. 마마."

평촌은 수치심을 애써 가라앉히며 입을 떼었다.

"잘하자, 응?"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지부대인 평촌은 우렁차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 다짐하였다.

이 수모의 원흉인 수문위사 새끼를 제대로 조지고 말겠다고

"그래, 그럼 쟤 좀 치워줄래?."

요랑은 손가락을 뻗어 수문위사를 가리켰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평촌은 망설임없이 손을 뻗었다

"케에에엑."

꽈아악

그다음 뇌물을 받은 병사의 목울대를 붙잡았다.

"넌 나랑 가자."

그리고 흉흉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수문위사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수문위사의 동공이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걸려도 된통 잘못걸렸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기 떄문이었다.

질 질 질 질

곧이어 그는 평촌에 의해 질질 끌려가게 되었고 두 사람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제야 깔끔하네."

요랑은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정의구현이 꽤나 마음에 든 까닭이었다.

"저어.."

그때 수문위사와 시비가 붙었던 남자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왜?"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고개 숙여 인사하였다.

"별거아니야."

요랑은 대수롭지 않다는듯 말을 이었다.

그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었다.

감사받을 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저어 그런데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냥 들어가."

"정..정말입니까!?"

"한시가 급한 마당에 세워둘 시간이 어딨어? 그냥 들어가서 대충 안전한 곳에 자리잡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연신 감사를 표하였다.

그다음 곧바로 성문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곧이어 그런 남자의 뒤를 수많은 피난 행렬이 따르기 시작하였다.

복잡한 절차따윈 전부 생략한 진정한 피난이 시작된 것이다.

'이게 제대로된 피난이지.'

요랑은 그 모습을 무척이나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창 흡족스러움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까아아아아악

까아아아아악

창공을 울리는 커다란 울음소리가 울렸다.

"응?"

요랑은 그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올렸다.

그러자 시야로 매 한 마리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전서매?'

요랑은 옆으로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전서매는 망설임없이 착지를 하였다.

가녀린 팔을 강하게 움켜쥔 채로 말이다.

"그래, 그래, 잘왔어."

요랑은 매의 목울대를 가벼이 쓸어주었다.

끼아아악 끼아아악

그러자 전서매는 기분 좋은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전서매가 동원된거지?'

일반적으로 서신은 전서구를 쓰는 게 대다수였다.

서신 전달에 매를 쓰는 걸 무척이나 사치스럽게 여긴 까닭이었다.

'엄청 급한 건인가?'

아마 그럴 확률이 높을 것이다.

전서매가 쓰일 경우는 보통 어마어마한 급한 일일 경우가 다수였으니

'일단 확인해보자.'

곧이어 요랑은 전서매 발끝에 묶여있는 통속에서 전서를 빼내었다.

그다음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여유롭던 그녀의 안색이 시시각각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 쓰여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애들한테 알려야해.'

요랑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끔찍한 용의 재림을 알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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