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검自然劍.
만물을 아우르는 위대한 검.
오직 신선경 다다른 초월자만이 도달할 수 있다는 초월의 검
하지만 그런 자연검으로도 불사의 권능을 베어내지 못하였다.
이는 불사의 권능이 세계의 법칙에서 벗어난 이질적인 힘이라는 것을 의미하였다.
자연自然에 벗어난 힘이기에
타격을 입힐 수 있지만 소멸시키진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똑같이 이질적인 힘을 사용하는 수밖에.'
살검殺劍
세상의 법칙에서 벗어난 이질적인 존재.
장선우로서 세운 최초의 검劍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모든 걸 죽일 수 있는
살검殺劍이라면
이질적인 존재인 장선우로서
세운 최초의 검이라면
불사不死의 권능조차 능히 베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사아아아아악
대나무숲 전체에
어마어마한 살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모두 선우의 거무튀튀한 검신에서 뿜어져나온 진득한 살기들이었다.
"......끔찍한 살기로군."
살기에 노출된 이천마二天魔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주눅이 드는 끔찍한 살기였다.
"저 꼴을 보아하니 불사의 권능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이 마냥 허세는 아닌듯 하군. 가능할 수도 있겠어."
혈천마血天魔는 감탄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검신을 검게 물들이고 있는 살의의 집약체가 심상치 않았다.
어쩌면 불사의 권능마저 무시한 채 자신들을 죽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켈켈켈.....저게 어딜봐서 영웅인가? 이미 훌륭한 살인귀의 모습이거늘."
악천마惡天魔는 재밌다는듯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살기로 뒤덮여있는 영웅의 모습이 꽤나 유쾌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괴물을 죽이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겠다니
어찌 유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가로이 웃을 때가 아니다, 저 검, 위험하다."
폭천마爆天魔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살기의 집약체는 상상이상으로 위험해보였다.
불사의 권능에 대한 믿음마저 흔들릴 정도로 말이다.
"겁이라도 집어먹은 것이냐? 폭천마여."
악천마는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날 모욕하지마라, 본좌에게 겁따윈 존재치 않다. 그저 천마의 명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게 되는 게 걱정될 뿐."
폭천마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애초에 그는 전투에서 죽는 걸 영광으로 여기는 전투광이었다.
죽음따위를 두려할 리 만무하였다.
"켈켈켈, 확실히 권능만 믿고 버티기엔 부담되는 힘이긴 하지."
악천마는 동의한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흐흐흐흐흐..기분 좋은 살기로다."
광천마는 진한 미소를 흘렸다.
전신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꽤나 기분 좋게 느껴진 것이다.
그렇게 살검에 대한 감상을 내뱉고 있을 때였다.
사아아아아아아악
살기의 폭풍이 더욱더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대나무숲을 한차례 더 울리기 시작하였다.
그 광경에 다섯 천마는 입이 그대로 다물었다.
어마어마한 살기가 그들의 여유마저 완전히 앗아가버린 것이다.
"야."
그때 선우가 입을 열었다.
"누구부터 올래?"
묵빛으로 물들여진 흑야를 길게 늘어뜨린 채 말이다.
"............."
"............."
하지만 그 물음에 답하는 이는 없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물음에 답하는 순간
그대로 베어진다는 사실을
"안와?"
선우는 비웃음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럼 내가 가지."
파팟
순간 선우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그자리에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다섯 천마의 동공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그의 움직임을 완전히 놓쳐버린 것이다.
그렇게 한창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서걱
무언가 잘려지는듯한 절단음이 귓가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그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붉은 실선이 그어진 폭천마爆天魔의 목울대를
".....빌어먹을."
그 붉은 실선을 확인한 폭천마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툭
데구르르르
그와 동시에 목이 바닥에 떨궈지며 그대로 굴러가기 시작하였다.
"............."
"............."
천마들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완전한 영면에 들게 되었다는 사실을
불사의 권능이 깨져버렸다는 사실을
"천마들이여! 기감을 더욱더 극대화하라! 살기를 느끼고 대응해야한다!"
이천마가 다급한 어조로 언성을 높였다.
초월적인 속도를 눈으로 쫓는 건 무리였다.
기감을 통해 살기를 느끼고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네 명의 천마들을 중심으로 끈적하고 농밀한 마기魔氣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위대한 천마로부터 전해받은 근원의 마기로 기감을 더욱더 극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마기가 일렁였을까
번쩍
이천마의 눈빛이 번쩍이기 시작하였다.
'심장!'
자신의 심장을 향해 쏘아지는 살기를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빨리 검을 치켜들었다.
감지할 수 있다면 대응은 어렵지 않았다.
그저 막거나 피하면 될 뿐이니
콰지지직
하지만 그 생각이 오만한 착각이라는 걸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살의로 가득 찬 검과 맞닿는 순간
의지가 담긴 그의 검은
철가루를 흩날리며 부숴질 뿐이었다.
순간조차 버티지 못한 채로 말이다.
'아니!?'
그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수준차이가 극명하다고는 하나
단 일합조차 버티지 못할 줄은 전혀 예상친 못한 까닭이었다.
설마하니 검을 맞닿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을 정도의 수준차이였다니
'....이대론 죽는다.'
몸을 급격히 틀었다.
어떻게든 검의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푸우우우욱
곧이어 왼쪽 어깨죽지에 살검殺劍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필사적인 움직임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이다.
"끄으으으윽..."
곧이어 이천마는 고통 어린 신음성을 내질렀다.
검을 통해 스며드는 끔찍한 살의가 그에게 극심한 고통을 선사한 까닭이었다.
'벗어나야한다.'
이대도 내버려두었다간
끔찍한 살의가 전신을 휘감아버릴 것이다.
용천혈에 내력을 집중시켰다.
콰아앙
그리고 그대로 터트려 추진력을 얻었다.
서걱
툭
순간 어깨죽지째로 팔이 떨어져나가며 그의 신형이 솟구치기 시작하였다.
망설임없이 팔을 포기하고 거리를 벌린 것이다.
"반응속도가 좋네."
그 모습에 선우는 감탄했다는듯한 말을 내뱉었다.
"설마 피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검이 부숴진 순간
이천마의 운명은 결정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짧은 찰나를
반응할 수는 없었을테니
하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그는 재빨리 몸을 틀어 죽음을 회피하였다.
어찌 놀랍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첫 수에 죽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도 없는 법이지."
이천마는 절단 부위를 부여잡은 채 입을 떼었다.
"그럼 이제 부끄러운 일이 없으니 미련없이 죽겠네."
선우는 다시금 검을 늘어뜨리기 시작하였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끝장낼 요량이었다.
"쉽지는 않을 걸세."
우우우우우웅
온사방에 끈적하고 농밀한 근원의 마기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이천마를 비롯한 모든 천마들이 어마어마한 마기를 내뿜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모두 끝까지 발악할 요량이거든."
이천마는 눈빛을 반짝였다.
"대적할 생각인가?"
선우는 가소롭다는듯 입을 떼었다.
수준차이는 눈에 보일 정도로 극명하였다.
불사의 권능조차 무색해진 이상
저들에게 희망은 없는 것이다.
"크흐흐흐, 갈땐 가더라도 팔 한짝정도는 잘라놔야 본좌의 면이 서지 않겠느냐?
악천마는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역대 교주들 중에서도 특히 강하다고 자신하는 5인이었다.
그런 자신들이 저 새파랗게 젊은 놈에게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못한다면
모두가 손가락질을 하며 조롱할 것이다.
어찌 그 꼴을 내버려둘 수 있겠는가
"켈켈켈...동감이다.....이대로 뒈져버린다면 저승에서 교인들의 조롱을 받을 것이다."
혈천마는 기분 나쁜 웃음을 터트리며 동의하였다.
"좀더 살기를 뿜어다오. 좀더 느끼게 해다오...하아..."
광마는 광기 어린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끔찍한 살기에 흥분을 한듯한 모습이었다.
"다들 교주 출신이라 그런지. 꼴사납진 않네."
대적할 수 없음을 느꼈음에도
누구하나 추하게 도망치거나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다.
그저 당당히 마주할 뿐
꼴사나운 꼴을 내보이진 않은 것이다.
"좋다. 어디 한 번 최선을 다해 발악해보거라. 나 또한 최선을 다해 네놈들을 죽일테니."
선우는 늘어뜨렸던 흑야를 치켜세웠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농밀한 살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지기 시작하였다.
본격적인 살육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
가장 먼저 나선건
마교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끔찍했다고 전해지던 흡혈귀
혈천마였다.
그는 땀샘에서 핏물을 뽑아내 마치 갑옷처럼 전신 휘감았다.
그다음 양손에 커다란 열개 손톱을 형성시킨 뒤 그대로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무참하게 베어버릴듯한 기세로
선우는 달려드는 혈천마를 향해 가벼이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러자 핏빛 갑옷에 둘러쌓여있던 혈천마의 몸이 세로로 나눠지며 무너져내리기 시작하였다.
몸이 반절로 쪼개진 것이다.
부우우우웅
곧이어 무너져내리는 혈천마의 시체 뒤로 돌덩이 같은 강맹한 기운을 품은 채 날아들이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뒤따라온 폭천마가 혈천마의 시체를 엄폐삼아 일격을 날린 것이다.
그 모습을 보전 선우는 가벼이 손을 뻗었다.
그렇게 권拳과 장掌이 맞닿는 순간
콰지지직
콰지지직
뼈와 살이 뒤틀리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주먹을 기점으로 폭천마의 오른팔이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퍼어엉
곧이어 오른팔이 그대로 터져나가버렸다.
장을 통해 전해오는 강맹한 힘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검에 베인 게 아니라면 얼마든지 재생시킬 수 있다!"
폭천마는 굴하지 않고 팔을 재생시키기 시작하였다.
저 기분 나쁜 검이 아니라면
팔따윈 얼마든지 재생시킬 수 있었다.
"그걸 누가 기다려주냐?"
선우는 검을 가벼이 휘둘렀다.
콰지직
폭천마의 머리통이 그대로 터져나가버렸다.
짧은 찰나
두 명의 천마가 영원한 안식에 들게 된 것이다.
파스스스스스
그때 선우 주변에 검은 안개가 휘감겨지기 시작하였다
스스스스스
그리고 곧이어 선우를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강맹한 기세로 말이다.
휘이이익
휘이이익
달려드는 안개를 향해 빠르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안개들이 그대로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물리력을 가진 안개인건가?"
선우는 이해했다는듯 읊조렸다.
실체가 없는 안개였지만 공격이 들어올 땐 순간적으로 물리력이 느껴졌다.
"크흐흐흐 흑안개는 네놈이 죽을 때까지 달려들 것이다!"
저 멀리서 악천마의 사악한 웃음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이 안개의 주범은 악천마인듯 하였다.
'저놈부터 잡아야겠네.'
선우는 자세를 낮췄다
당장에라도 도약하여 저놈의 목을 처버릴 요량이었다.
"나에게 살의를 전해다오!"
그 순간 안개를 뚫고 달려온 광천마가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재빨리 팔꿈치를 들어올려 주먹을 막았다.
주르르륵
하지만 그 충격을 해소하지 못한 것인지
몸이 뒤편으로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그 강대한 살의를 더 느끼게 해다오!"
광천마는 광기 어린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부웅 부웅 부웅 부웅
그리고 연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빠르게 손을 내질러 일일히 대응을 하였다.
펑 펑 펑 펑
그럴 때마다 광천마의 양팔은 터져나갔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폭천마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재생력으로 팔을 재생하여 주먹을 내지른 까닭이었다.
'검으로 베어야한다.'
저 저돌적인 놈을 제압하려면 살검이 필요할듯 싶었다.
검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파스스스스
그 순간 뒤편에서 흑안개가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칫."
내지르려던 검의 방향을 바꿔 뒤편으로 휘둘렀다.
파스스스스
그러자 덮쳐들던 흑안개가 그대로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살검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파스스스스스
하지만 이내 흩어진 흑안개가 다시금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안개의 근원인 악천마가 버젓히 살아있는 한
끝없이 생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귀찮게 하네.'
꽤나 절묘한 연계였다.
광천마는 불사의 권능을 통해 팔을 무한히 재생하여 끊임없이 주먹을 뻗었고
악천마는 흑안개를 이용해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살검의 움직임을 봉인하였다.
절묘한 연계가 아닐 수 없었다.
쇄애애애애애액
그때 바람을 꿰뚫는 소리가 사방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이천마의 기검氣劍이
선우의 이마를 향해 그대로 쏘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죽어라아아아!"
이천마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일격을 날렸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일 장
이 척
일 척
검끝과 이마 간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기 시작하였다.
세치
두치
'끝이다!'
쾌재를 불렀다.
아무리 그가 초월의 존재라지만 이만한 거리에서 검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뚝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이마까지 한치 앞을 남겨둔 그때
검이 그대로 멈춰선 것이다.
'아니!?'
아무리 힘을 줘도 소용이 없었다.
검이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시도는 좋았어."
선우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담담히 입을 떼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너도 잘 아는 짓."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 지었다.
"비틀어져라."
그 순간
서걱
선우를 향해 뻗어있던
이천마의 기검이 방향을 뒤틀며 광천마의 머리통을 기점으로 가랑이까지 그대로 갈려지기 시작하였다.
털썩
곧이어 반으로 나뉘어진 광천마의 몸이 바닥에 널부러졌다.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
이천마는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떼었다.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교 최강의 무공이라고 일컬어지며
오직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호교무공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가
눈앞에 펼쳐졌다는 사실을
"역시 잘아네."
선우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