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84화 (1,185/1,419)

"악천마惡天魔."

악천마는 사악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놈의 적이지."

우우우우우우웅

그의 주위로 한없이 불쾌하고 사악한 마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도발했던 근원의 마기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나를 부른 건 네놈이였군, 천마가 아니라."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위대한 천마께선 공사가 다망하셔서 말이야. 네놈은 친히 본좌가 놀아주도록 하마...흐흐흐흐"

악천마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네가 날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선우는 싸늘한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왜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악천마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대꾸하였다.

"주제를 모르네."

까닥

선우는 가벼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쿠쿠쿠쿠쿵

그러자 악천마 주위에 땅이 치솟더니 거대한 파도를 형성시켰다.

그리고 그대로 그를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압사壓死를 시켜버릴듯한 기세로 말이다.

콰콰콰콰콰콰쾅

이내 굉음성과 함께 거대한 충격파가 퍼져가기 시작하였다.

하늘 높이 치솟았던 땅의 해일이 악천마가 있던 곳을 완전히 뒤덮어버린 것이다.

"낄낄낄, 참으로 재밌구나."

그때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시선을 돌리니 멀지 않은 곳에서 박장대소 하고 있는 기분 나쁜 남자.

악천마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걸 피해?'

선우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마냥 입만 터는 놈은 아닌듯하였다.

"설마하니 그 젊은 나이에 자연검自然劍에 도달하다니 말이야. 낄낄낄"

악천마는 즐겁다는듯 웃음을 흘렸다.

"아니면 겉보기보다 나이를 많이 처먹은 노괴인 건가?"

"보이는 그대로의 나이다."

"그렇다면 실로 어마어마하구나. 과연 천마께서 대적자라 칭할 만한 무력이니라."

악천마는 놀랍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강대한 무력에 감탄을 한 것이다.

"그리 겁먹은 기색은 아니군."

그렇게 떠받드는 천마天魔와 대적할 실력자라는 걸 인정하였음에도

악천마는 겁먹은 기색따윈 없었다.

"이미 한 번 죽은 몸이다. 또다시 죽는다하여 뭐가 두렵겠는가? 낄낄낄"

악천마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과연 강시였던가."

선우는 이해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악천마에게 생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의아함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한 번 죽었다는 악천마의 말에 그 의문이 풀렸다.

악천마는 역천의 술법으로 부활한 강시였던 것이다.

"끌끌, 눈치가 영 없지는 않구나. 대적자여."

악천마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한낱 시체따위가 어떻게 자아를 가질 수 있는거지?"

선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강시는 본디 자아를 잃은 병기에 불과하였다.

말은 물론이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악천마는 달랐다.

강시임에도 불구하고 생각하고 말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찌 이해가 되겠는가

"모두 위대한 천마의 보살핌 덕택이지."

악천마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뒤질 때가 되니 별짓을 다하는군."

선우는 조롱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

몸소 나서 망자까지 되살리는 그의 행동이 같잖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얼마나 급박했으면 이미 뒈져버린 망자를 되살릴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노오옴!"

그때 우렁찬 호통이 대나무숲에 울려퍼졌다.

그와 함께 거대한 굉음성과 함께 땅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 땅울림의 근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돌덩이와 같은 우락부락한 근육과

흉악스러운 면상을 지니고 있는 괴인을

"감히 위대한 천마를 조롱하다니!"

괴인은 잔뜩 얼굴을 붉힌 채 언성을 높였다.

"네놈은 또 누구냐."

"폭천마爆天魔!"

폭천마는 당당히 고함을 내질렀다.

"네놈의 적이다!"

그리고 선우를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역시 한 놈만 있는 건 아니였나보군."

선우는 이해했다는듯 입을 말을 이었다.

"위대한 천마의 은혜는 하해와 같은 법이지."

악천마는 기분 나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혹시 몰라 하는 말인데, 더 나올 놈있으면 지금 나와, 한꺼번에 상대해줄테니."

"크흐흐흐흐흐, 대단한 자신감이군."

그때 악천마 못지 않은 기분 나쁜 미소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시선을 돌리니

붉은 안광과 새하얀 피부

그리고 유난히 돋보이는 송곳니를 내보이고 있는 기괴한 남자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정녕 전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자신이 없다면 말조차 꺼내지 않았겠지."

선우는 태연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보다 네놈은 무슨 천마냐?"

"혈천마血天魔라고 한다. 꽤나 어울리는 모양새지?"

혈천마는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별호와 차림새가 찰떡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천마가 동네북이군. 개나소나 천마 천마거리는 걸 보면 말이야."

선우는 코웃음을 쳤다.

동네북처럼 쓰이는 천마라는 호칭이 꽤나 우습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개나 소라니 말이 심하군, 여기 있는 이들 모두 나름대로 신교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교주들인데 말이야."

저벅 저벅 저벅

발소리와 함께 차분한 음성이 귓가를 울렸다.

발소리를 따라가니

문사풍의 고지식해보이는 남자와 과묵한 인상의 근육질 거한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역대 교주들의 시체로 강시를 만든 건가? 마교는 본디 조사에 대한 예우가 이리도 없던가?"

선우는 그들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하였다.

"어쩌겠는가? 신교가 위급하다는데 이런 비루한 몸뚱이라도 기꺼이 사용해야지."

고지식한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뗴었다.

"속도 없군."

"하하하하, 어쩌겠는가? 나 또한 교주이기 전에 신교를 사랑하는 교인인 것을."

남자는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광신도 납셨네."

"하하하하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감히 사랑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남자는 유쾌한듯 웃으며 말을 내뱉었다.

"반갑네, 난 이천마二天魔라고 하네. 천마사후 신교를 이어받은 2대 교주이지. 그리고 옆에 이 친구는 광천마狂天魔일세. 꽤나 사나운 친구지."

자신과 더불어 옆에 있는 과묵한 남자를 소개해주었다.

"너희들이 전부인가?"

선우는 그들을 바라보며 담담히 입을 떼었다.

"권능을 나눠받은 천강시들은 우리가 끝일세."

이천마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잘됐네."

선우는 흡족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제 한꺼번에 쓸어버릴 수 있을테니까."

그다음 허공에 천천히 손을 뻗었다.

"오라, 흑야黑夜"

그리고 읊조리듯 내뱉었다.

콰지지직

순간 공간에 금이 가면서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갈라진 공간 사이로 한 자루의 명검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지상최강이자 최악의 마검

흑야黑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덥석

선우는 망설임없이 검자루를 붙잡았다.

그리고 아래를 향해 추욱 늘어뜨리기 시작하였다.

"마음같아선 이왕 산김에 좀더 놀아주고 싶은데, 내가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뗴었다.

휘이익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콰콰콰쾅

폭천마爆天魔의 상반신이 그대로 터져나가버렸다.

어마어마한 핏물을 흩뿌리면서

콰지지지직

살과 뼈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악천마惡天의 몸뚱이 중 반절이 그대로 소멸되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것처럼

폭음과 함께 혈천마의 머리통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렸다.

퓨수우우욱

더불어 텅 빈 머리 부근에선 피분수처럼 뿜어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액

광천마의 신형이 바람을 꿰뚫는 파공성을 내며 뒤편으로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콰지직 콰지직 콰지직

셀 수조차 없이 많은 대나무들을 무너뜨리면서 말이다.

이천마의 검이 청명하게 울렸다

선우는 내지른 검격을 그대로 받아낸 것이다.

"이걸 막아?"

선우는 꽤나 놀랍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설마하니 죽일 기세로 휘두른 검을 받아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네. 대적자여."

이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운으로 막을 만한 검이 아니야."

선우는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자연검의 묘리가 그대로 녹아있는 일검一劍이었다.

귀마를 비롯한 귀살대마저 단번에 쓸어버릴 정도로 강대한 힘을 품고 있는 일검인 것이다.

그런 걸 어찌 운이 좋다하여 막아낼 수 있겠는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너, 강하구나."

선우는 눈을 빛냈다.

스스로 두 번째 천마를 지칭하는 남자.

이천마二天魔를 인정한 것이다.

"나름 교주가 아니던가? 어찌 약할 수 있겠는가?"

이천마는 담담히 입을 떼었다.

"그렇다면 나도 전력을 다해주지."

꽈아악

선우는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전력을 다해

속전속결로 끝내버릴 요량이었다.

눈앞에 남자는

대충 상대해선 안될 존재였으니

"우리 또한 최선을 다하지."

이천마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하였다.

"우리? 누가 더 남아있는 건가?"

선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악천마는 몸이 반절이나 소멸되었고

혈천마는 머리통이 터져나갔으며

폭천마는 상반신 전체가 터져나갔고

광천마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날아가버렸다.

그런데 우리라니?

대체 누구를 지칭하는 말이란 말인가

"낄낄낄, 당연히 남아있지."

그때 귓가로 사악한 웃음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악천마!?'

선우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깊고 농밀한 어둠이 절단된 악천마의 몸을 재생시키고 있는 광경을

"반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일격이더군, 권능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죽었을거야."

악천마는 히죽거리며 입을 떼었다.

"크흐흐흐흐. 동감한다. 과연 수준이 다르더군."

핏물로 터져나간 머리통을 재생시킨 혈천마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하였다.

수준이 남달랐다.

만약 생전 마주했다면 시체조차 온전히 보존치 못했으리라

"어째서 위대한 천마께서 네놈을 신경쓰는 지 이해가 되는군. 역대 교주들을 단 번에 빈사상태로 만들 정도의 무력이라니 말이야."

뼈와 핏줄, 장기, 근육 그리고 머리통을 순차적으로 재생시키던 폭천마는 이해했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호승심조차 생기지 않는 강대한 무력은

천마와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과연 천마가 인정한 대적자다운 힘이었다.

"........크하하하하....정말 죽을 뻔하였다!"

어느새 되돌아온 광천마는 굉소를 터트리며 말을 내뱉었다.

자신을 소멸시킬 뻔한 그의 강맹한 일격이 꽤나 마음든듯한 모습이었다.

"불사의 권능을 건네받은 건가?"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즉사에 이를 정도의 중상을

불과 몇 초만에 멀쩡히 재생시켜버렸다.

이런 기적을 행할 수 있는 건

천마가 가지고 있는 불사의 권능밖에 없었다.

"제대로 보았다. 대적자여."

악천마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우린 위대한 천마로부터 권능을 넘겨받았다."

혈천마 또한 동의하듯 말을 이었다.

"크하하하하, 죽어도 죽지 않는 존재가 되었지!"

폭천마는 즐겁다는듯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하하 우린 절대 죽지 않는 불사의 천마가 된 것이다! "

광천마는 광기 어린 굉소를 터트렸다.

"어떤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천마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선우는 그런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죽어도 죽지 않는 존재라."

그리고 읊조리듯 말을 이었다.

"그리 어렵지 않군."

선우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웅

더불어 흑야黑夜에 어마어마한 살의殺意가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마침 적당한 놈이 있거든."

그리고 요동치는 살의가 흑야의 검신에 끊임없이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검신이 살의로 뒤덮이며 검게 물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죽이고자 마음을 먹는 순간

그 어떤 것이든 죽일 수 있는 살의의 집약체.

너무 위험하여

가급적 사용을 자제했던

최악의 검

살검殺劍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거라면 죽일 수 있을 것 같네."

선우는 검신이 묵빛으로 물들여진 흑야를 들어올린 체 입을 떼었다.

"네놈들이 가진 불사不死의 권능을"

그리고 차가운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

"..........."

그 미소를 마주한 다섯 천마는 입을 다물었다.

저 끝없는 살의殺意로 가득 찬 집약체라면

불사의 권능을 베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들의 동공이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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