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82화 (1,183/1,419)

조사전

수백 년 역사동안 마교를 이끌었던 역대 교주들의 시체가 안치되어있는 곳.

원래라면 경건함과 엄숙함만이 자리잡아야할 그곳이였지만

지금은 그 분위기가 달랐다.

시끄럽고 분주하며 어지럽고 소란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다.

"혈천마에게 시향屍香을 뿌렸더냐!"

"아..아직입니다!"

"야이새끼야! 일 똑바로 안해!? 순서가 꼬이면 제대로 된 천강시가 안만들어진다는 말이다!"

"

"죄...죄송합니다!"

"죄송이고 자시고! 만약 또다시 실수하면 네놈을 마경에 넣어버리겠다!"

"시정하겠습니다!"

"야이 멍청한 놈아! 활생석活生石을 누가 그따위로 다루래! 네놈 쓸모없는 머리통보다 존귀한 물건이다! 신주단지 모시듯 모시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놈의 대답만 잘하지 빌어먹을 새기들! 대답만하지말고! 제대로 실력을 내보이라는 말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더이상 천강시를 만들 재료는 남아있지 않다! 조사전에 있는 것들이 전부란 말이다! 조심 또 조심해서 다루고 정교하게 최선을 다해 만들어야한다는 말이다!"

시마屍魔의 제자, 광섭은 눈을 부라리며 입을 떼었다.

천강시의 재료는 조사전에 있는 것들이 마지막이었다.

더이상은 구할 시간도 여유도 없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야했고

단 한 구의 낭비도 없어야했다.

""알겠습니다!!!""

그 불호령에 강시 제조사들은 우렁차게 답하였다.

그리고 더욱더 조심스레 시체들을 다루기 시작하였다.

한땀한땀 장인의 정신을 담아서 말이다.

'꼭 소리를 질러야 정신차리지.'

광섭은 눈살을 찌푸렸다.

열심히 하는 꼴도 못마땅하였다.

처음부터 저리하면 될 것을

어찌 한 소리를 해야 저리한다는 말인가

'한 번 물갈이를 해야겠어.'

그리고 생각하였다.

전쟁이 끝나면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겠다고

그렇게 한창 다짐하고 있던 그때였다.

벌컥

조사전의 문이 거칠게 열어젖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외팔의 중년인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뇌님?!"

광섭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떼었다.

마뇌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천강시의 몇구나 완성되었지?"

마뇌는 대뜸 광섭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급함이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현재 만들어진 천강시는 다섯 구입니다."

"고작 그것 밖에 못만들었다는 말이더냐!"

마뇌는 눈살을 찌푸린 채 언성을 높였다.

느려도 너무 느린 진척에 짜증이 치밀어오른 것이다.

"아무래도 한 구 한구 손이 많이 가는지라...."

"그딴 변명은 필요없다! 결과적으로 고작 다섯 구정도 밖에 제작하지 못했다는 말이 아니더냐!"

마뇌는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정성이고 자시고 간에

현재 만들어진 결과물은 고작 다섯 구정도 밖에 없었다.

그런데 무슨 변명을 늘어놓는단 말인가

"......죄송합니다."

광섭은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다섯 구를 제작한 것도

수많은 인력을 갈아넣고 야근을 밥먹듯이 하며 만들어낸 결과였지만

구태여 변명을 덧붙이진 않았다.

마뇌에겐 그런 과정따윈 전혀 중요해보이지 않았으니

"전쟁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이다. 분발 또 분발하라!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마뇌여."

광섭은 고개 숙여 공손히 답하였다.

마뇌는 그런 광섭은 못마땅한듯이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휙 돌렸다.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만들어진 천강시들은 어떤 교주들로 만들었더냐?"

"역대 교주들 중 무공이 특히 고강하였던 분들 위주로 만들었습니다."

광섭은 차분한 어조로 답을 하였다.

"그래?"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천강시의 무력은 생전에 익혔던 무공에서 비롯되는 지라 무공이 고강했던 교주들을 먼저 제작하는 게 순서에 맞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천강시의 무력은 시체가 생전 익혔던 무공에서 비롯되기 마련이었다.

고강하면 고강할 수록 그 무력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영 머리가 없지는 않구나."

그 말을 들은 마뇌의 표정이 한결 풀리기 시작하였다.

답답하긴 해도 나름 생각은 있는 놈인듯 느껴진 까닭이었다.

좋다, 그럼 당장 천강시 다섯구를 교주전으로 옮기도록 하라."

"다섯구...전부 말입니까!?"

광섭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되물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명령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천강시 다섯 구를

격전지도 아닌 교주전으로 옮기라니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다섯 구의 천강시는 위대한 천마의 권능을 받게 될 것이다.

마뇌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권...권능을!?!?"

그 말을 들은 광섭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천강시가 아무리 강대하다고는 하나

일대 강시에 불과한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강시 따위가 천마의 권능을 받는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장 준비토록 하라, 시간이 없다. 시마의 제자여."

"알겠습니다!"

광섭은 곧바로 답하였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명이 떨어진 이상

그대로 수행해야했기 때문이었다.

"흥."

대답을 들은 마뇌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바깥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광섭은 그런 마뇌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당장 천강시가 들어있는 관을 옮기도록 하라!"

그리고 강시제조사들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예옙!"

그 명에 강시제조사들은 더욱더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천강시가 들어있는 관들을 옮기기 위해서 말이다.

***********

교주전

휘황찬란한 다섯 개의 관이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두 조사전에서 옮겨온 천강시의 관들이었다.

"다섯 구인가."

그 관들을 바라보던 천마는 읊조리듯 말을 이었다.

"위대한 천마시여, 진척이 미진하여 고작 다섯구밖에 구하지 못하였습니다. 부디 죽여주시옵소서!"

넙죽

천마의 읊조림을 들은 마뇌는 그대로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그리고 송구함이 가득 든 목소리로 사죄를 하였다.

"개의치 말라, 이정도면 충분하니."

천마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입을 떼었다.

"하지만..."

마뇌는 여전히 마뜩치 않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수가 부족해도 현저히 부족하다고 여긴 까닭이었다.

"수가 부족하다면 그만큼 본좌의 권능은 강해질 것이다."

천마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그 순간 어마어마한 마기가 사방에 요동을 치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요동치던 마기들이

천강시가 들어있던 관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폭풍이 치는듯한 기세로 말이다.

부들 부들 부들

그 어마어마한 기세에

압도당한 마뇌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벌벌 떨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마기가 쏟아졌을까

끼이이이익

끼이이이익

쏟아지는 마기에

관들이 하나둘씩 팽창을 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당장에라도 터질 것처럼 말이다.

'...위험하다!'

그 모습에 마뇌는 재빨리 호신강기로 몸을 둘렀다.

자칫 잘못하다간 폭발에 휘말릴지도 모를 것 같았기 떄문이었다.

콰콰콰쾅

콰콰콰쾅

곧이어 관 속에서 벽력탄이 터지는듯한 어마어마한 폭발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팽창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터져버린 것이다.

"끄으으윽!"

폭발의 여파에 휘말린 마뇌는 비명성을 내질렀다.

호신강기를 두르긴 하였으나 충격까지 완전히 해소시키진 못한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비명을 내질렀을까

'천..천강시는...천강시는 어딨지!?'

이내 신색을 회복한 마뇌는 애타게 천강시를 찾았다.

혹시라도 폭발에 훼손된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된 까닭이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 순간

그는 볼 수 있었다.

관이 터져나간 곳에는 꼿꼿히 자리를 지키있는 다섯 개의 천강시들을

"눈을 떠라, 나의 분신들이여,."

천마는 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번쩍

그 순간 천강시들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더불어 혈광 어린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이놈! 누가 감히 본좌를! 깨우더냐!]

그때 괴팍한 음성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마교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끔찍했던 교주.

처녀들의 피로 목욕을 하고 동남동녀의 피를 양식으로 삼은 흡혈귀.

혈천마血天魔가 고함을 내지른 것이다.

[본좌? 네놈이 무엇이라고 본좌를 지칭하느냐? 본좌라는 호칭은 오직 본좌만에게만 허락된 칭호란 말이다!]

그때 옆에 걸걸한 음성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마교 역사상 가장 호전적이고 무골호인으로 평가 받았던 교주.

교의 전력이 반토막이 될 정도로

중원침공과 전쟁을 서슴지 않았던 싸움광

폭천마爆天魔의 목소리였다.

[크흐흐흐흐.....재밌구나, 감히 본좌 앞에서 본좌를 지칭하는 놈들이 두놈이나 있다니 말이야. 네놈들은 목숨이 두렵지 않은 것이냐?]

음험한 음성이 사방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끔찍하기 그지없는 학살을 저지르며 역대 교주들 중 가장 많은 민간 피해를 입혔던 최악의 교주.

악천마惡天魔가 즐겁다는듯 웃음을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 힘이 넘치는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마天魔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러자 한창 기싸움을 하던 천마들의 시선이 앞쪽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털썩

그 순간 천강시 중 하나가 정면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처박았다.

[위대하신 천마天魔를 뵙습니다.]

천마사후

마교를 이어받았던 2대 교주이자

천마를 제외한 모든 교주들 중에서도 가장 무공이 고강했다던 남자

이천마二天魔였다.

[천마!? 저자가 천마라고!?]

[천마라....우리의 근원이라...흐흐흐.]

[천마라니....저자가 천마라니!]

그 말을 들은 교주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태생이 남을 믿지 않는 혈천마血天魔는 불신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음흉함과 사악함을 지닌 악천마惡天魔는 진한 호기심을

전투에 미쳐있던 폭천마爆天魔는 호승심을

그리고 마교 역사상 가장 미쳤다고 전해지는 광천마狂天魔는

부우우웅

천마를 향해 망설임없이 달려들었다.

어마어마한 진력을 내뿜으면서 말이다.

"멈추거라."

천마는 그런 광천마를 보며 담담히 내뱉었다.

그 순간 광천마의 주먹이 그대로 멈춰서버렸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말이다.

"본좌는 마의 근원, 그 곳에서 파생된 네놈이 나를 거역할 수 있을 것 같더냐?"

천마는 재밌다는듯 광천마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일말의 생각조차 없이 달려드는 꼴이 꽤나 재밌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

광천마는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광기 어린 눈빛으로 천마를 노려볼 뿐

"눈빛이 마음에 드는구나."

그 모습에 천마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주제를 넘었다."

따악

천마는 가벼이 손가락을 튕겼다.

부우우웅

콰콰쾅

그러자 광천마의 신형이 허공에 붕 뜨더니 그대로 벽에 처박혀버렸다.

손조차 제대로 못써보고 제압을 당한 것이다.

[..............]

[..............]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교주들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광천마가 내지른 일격은

자신들조차 간담히 서늘할 정도의 힘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격을

그저 손가락을 까딱이는 것만으로 해소시켜버리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무 겁먹지말도록 하라. 나의 자식들이여. 너희들은 또다시 죽일 생각은 없으니."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정녕 천마십니까?]

혈천마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내가 아니면 죽었던 너희들이 어찌 되살아날 수 있겠느냐? 대체 누가 이런 기적을 행할 수 있겠느냐?"

털썩

[천마를 뵙습니다!]

천마의 말을 들은 혈천마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천마를 뵙습니다!]

[천마를 뵙습니다!]

곧이어 악천마와 폭천마 또한 무릎을 꿇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인정한 것이다.

눈앞에 있는 저 남자가

격이 다른 강함을 지닌 위대한 존재라는 것을

마의 근원이자

자신들의 아버지.

마도종사.

천마天魔라는 사실을 말이다.

"환영한다, 나의 아들들이여."

천마는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내 영면에 든 너희들을 구태여 깨운 이유는 단 하나. 중원 정벌을 위한 전쟁을 위해서이다."

그다음 담담히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나와 함께 하겠느냐?"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그러자 교주들은 일제히 답하였다.

중원 정벌

마교의 오랜 숙원이자

평생토록 이루지 못했던 교주들의 꿈

그걸 이루기 위한 전쟁에

어찌 동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좋다."

천마는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전쟁을 시작하자구나."

천마의 공허한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광기와 살의가 담긴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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