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교 토벌!?"
"그들이 움직인 건가요?"
부인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예상치 못한 가족회의 안건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별안간 마교 토벌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마교가 준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서윤은 놀란 그녀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준동이라니, 무슨 이상 징후가 포착된 건가요?"
옥령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단정짓고 말하는 걸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현재 청해성에서는......."
그 물음에 당서윤은 차근히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레 난립하여 청해성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니는 괴인들의 존재
청해성의 양분하는 대문파 참철문 멸문
백성들을 학살하고 동남동녀들을 자루에 납치하는 흉악스러운 행태까지
모조리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을 전해들은 부인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전해듣는 것만으로도 그 끔찍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교의 소행이 틀림없어요."
그리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잠자코 있던 운설이 언성을 높이며 말을 내뱉었다.
"참철문은 정철문과 함께 정철문을 양분하는 대문파예요, 그런 곳을 순식간에 멸문시킬 저력을 가진 곳은 마교외엔 존재치 않아요."
그녀는 확신하였다.
청해에서 일어난 끔찍한 참상의 주동자가 마교라는 걸
참철문이라면
그녀가 폐관에 들어가기 전부터
청해에서 성세를 이룩했던 대문파였다.
나름의 역사와 세력을 갖추고 있는 곳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곳이 단 하루만에 멸문시킬 힘을 갖춘 곳은 마교외엔 존재치 않았다.
"그리고 동남동녀들을 납치하는 건 의식에 필요한 산제물로 쓰려는걸 거예요. 추악스러운 놈들."
운설은 이를 갈았다.
어린아이를 산제물로 쓰려는 마교의 행태에 분노가 차오른 것이다.
"이대로 묵과할 수 없겠군요."
옥령은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녀 또한 엄연히 협을 숭상하는 협객
마교의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오른 것이다.
"맞아요, 이대로 묵과한다면 분명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강하윤은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청해에는 마교를 막아낼 마땅한 문파가 남아있지 않았다.
곤륜의 도사들은 속세로 내려와 구파연합과 함께하고 있는 상황이고
참철문은 순식간에 멸문을 당해버렸다.
남아있는 정철문만으로는 그들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맞아, 이대로 묵과할 수는 없어."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선우는 그녀들의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연합을 만들 생각이야."
"연합?"
북궁연은 의아한듯 되물었다.
"학살과 인신공양을 서슴지 않는 중원의 대적, 마교를 토벌하기 위한 중원세력의 연합을 말이야."
선우는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다들 알고 있지? 이재원이 한 번 구성했었가 흐지부지 됐던거."
마교 토벌을 위한 연합은 한 번 흐지부지된 전적이 있었다.
연합장인 이재원의 추악스러운 죄가 밝혀지고 목이 뎅겅 썰려버린 까닭이었다.
"그걸 다시 구성할 생각이야. 이번에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으로 마교를 토벌하기 위해서."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연합을 재구성하는 게 가능할까요?"
운가려는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한 번 와해되었던 연합이었다.
다시금 협조를 받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가능해."
선우는 확신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미 의천맹과 황실과 사천 연합 그리고 구파연맹이 참전의사를 공표했어. 이런 상황에서 다른 세력들도 눈치만 볼 수는 없을거야."
중원을 좌지우지 하는 거대 세력
의천맹과 황실, 사천 연합, 구파연맹
네 곳이 뜻을 모아 참전 의사를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눈치를 보며 참전을 망설인다면 규탄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언중기처럼 한계를 뛰어넘은 무인들은 이번 전쟁을 기회라고 여기고 있을 거야. 전쟁은 영웅을 낳기 마련이니까."
이재원 사후
권왕 언중기처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위대한 경지에 다다르게 되는 무인들이 속속히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아마 이번 전쟁을 반길 것이다.
위명을 널리 알릴 기회가 될테니.
"......언중기라 확실히 그런 놈들이 연합에 참전한다면 마교 토벌이 손쉽게 이뤄지긴 하겠네."
언중기와 손을 섞어본 경험이 있던 북궁연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표하였다
자신에 비하면 달빛 아래 반딧불이처럼 허접하였지만
그 또한 엄연히 한계를 뛰어넘은 절대고수였다.
그런 자와 비슷한 수준의 고수들이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면 필시 마교는 수월히 토벌될 것이다.
"손쉽지는 않을 거야."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어째서?"
북궁연은 이해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마교는 그 어느때보다 세력이 약화되어있는 상태였고
연합은 그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규모와 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개개인의 무력 수준은 물론이고
숫적으로 그전의 배는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손쉽지 않다는 말을 한다는 말인가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거든."
한 번 자연체가 된 이후
극도로 예민해진 감각은 짧은 미래조차 예견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싸움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쉽지 않다라."
북궁연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내 수긍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사랑하는 남편은
없는 말을 지어내거나 걱정이 태산인 소인이 아니였으니
"중원의 전체 전력을 이끌어도 쉽지않은 싸움이라면 도움이 필요하겠네요."
옥령은 가벼이 미소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저도 참전하겠어요."
그리고 별빛 같은 눈동자를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안돼."
선우는 표정을 굳히며 대뜸 반대를 하였다.
"넌 지금 홀몸이 아니잖아? 그런데 어떻게 전쟁터에..."
그녀는 현재 홀몸이 아니였다.
선우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몸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그녀를 전쟁터에 데려간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홀몸이 아니니까 참전하는 거랍니다. 이번 전쟁에서 중원 끝장나버린다면 저도 이 아이도 살아갈 곳이 없을테니까요."
옥령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중원의 명운이 걸린 전쟁이었다.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자신과 아이 또한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참전을 망설이겠는가
"맞아, 나도 참전할래!"
곧이어 요랑 또한 말을 내뱉었다.
"너까지 왜그래, 요랑, 고독관의 독물들만 보내기로 합의했잖아?"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분명 먼젓번 영물인 용용이를 통해 고독관의 독물들만 내보내기로 합의를 본 요랑이었다.
그런데 별안간 어찌 말을 바꾼단 말인가
"아, 그거 거짓말이였어. 말 길어질 것 같았거든"
요랑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너도 홀몸이 아니잖아!"
"괜찮아, 우리 아가는 내 맷집을 닮아서 엄청 튼튼할테니까."
요랑은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재밌는 반응이네."
당서윤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설마 우리가 참전 안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다들 홀몸이 아니잖아..."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양해를 구해 홀몸이 아닌 부인들만큼은 전쟁에서 배제하려고 했던 선우였다.
만에 하나 다치기라도 한다면
만에 하나 유산이 되기라도 한다면
제정신을 유지할 자신이 없을테니
그런데 어찌 이리 말을 듣지 않는다는 말인가
"홀몸이 아니니까 나서는 거야."
쓰담 쓰감
당서윤은 부풀어오른 배를 부드러이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이 아이가 행복한 세상에서 살아가길 원하는 어미니까. 직접 나서는 거야."
"맞아요, 선우. 저희는 어미예요, 그래서 더 강해질 수 있답니다."
옥령은 부드러이 미소 지으며 입을 떼었다.
"난 우리 아가한테 당과랑 과자를 잔뜩 먹이면서 풍족하게 살길 바래, 그럴려면 당가가 멀쩡해야하지 않겠어?"
".......하지만...하지만.."
선우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녀들의 주장이 납득은 되었지만
감정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임산부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일이였으니.
"저 고집은 절대 못 꺾을 거야."
북궁연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아이를 배고 낳아보니 알겠더라, 어미라는 존재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어미들이 자식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각오를 다졌어. 그 각오는 저 위에 신선들도 못 꺾을 거야."
북궁연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푸우우욱
그 말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푸욱 숙였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인지한 까닭이었다.
"....절대 무리하면...안돼."
그리고 백기를 들었다.
결국 그녀들의 고집에 굴복한 것이다.
"물론이예요, 절대 무리하지 않을게요."
"오히려 더 조심할테니, 걱정마."
"독물들 지휘만 할게, 육탄전은 안벌이테니까 걱정하지마."
여인들을 만족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그를 수긍케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낀 까닭이었다.
그렇게 임산부를 포함한 모든 부인들의 참전이 결정되었다.
누구 하나 내빼는 이가 없던 까닭이었다
'한 사람도 다치지 않게 하겠어.'
그 결정에 선우는 굳게 다짐하였다.
누구 하나 다치지 않게
전쟁을 최대한 끝내고 말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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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성 인근 마을
화르르르륵
매캐한 연기와 함께 커다란 불길이
온사방에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아아아아앙
더불어 귀를 찢는듯한 수많은 비명성이 난무하기 시작하였다.
"전부 불태우고 참살하라!"
"예예!"
수많은 복면인들이 칼을 치켜든 채 학살을 자행하기 시작하였다.
머리통을 들쑤시고
심장을 꿰뚫으며
목을 베고
허리를 자르고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오금이 들 정도로 끔찍한 학살의 현장이 펼쳐진 것이다.
하지만 복면인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즐기는듯 낄낄대며 시체를 모욕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죽지마!"
"아빠아아! 흐아아앙!"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시체를 붙잡은 채 울음을 터트렸다.
든든한 울타리처럼 지켜주던 아빠가
따스히 안아주고 기쁘게 웃어주던 엄마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되었다.
어찌 울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조리 집어넣어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두머리는 다시금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복면인들은 아이들을 강제로 포대자루 속에 집어넣기 시작하였다.
"안가! 안갈거야!"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흐아아아아앙!!"
아이들은 자루속에 들어가지 않기위해 격렬히 반항하였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어른의 우악스러운 힘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그렇게 시체를 붙잡고 울던 아이들은 모조리 포대자루 속에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동한다!"
우두머리는 부하들을 바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마을에선 더는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더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말머리를 돌리고 이동하려던 그때였다
"노오옴...안된다...안돼.."
그의 앞에 덩치 큰 거한이 大자로 양팔을 벌린 채 그를 가로막았다.
절대 보내줄 수 없다는듯이 말이다.
"참으로 끈질기구나. 정철문주."
우두머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게 피를 흘리고도 아직까지 이렇게 움직이다니
상상이상으로 독한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아이들은...아이들은..놓고가거라."
정철문주, 거왕은 독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아이들만큼은 보내줄 수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전부 바쳐서라도
"누가보면 네놈의 아이인줄 알겠구나. 피가 이어진 것도 아니고 사승관계도 아니거늘 이리 끈덕지게 달라붙다니 말이야."
우두머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 목숨마저 도외시하며 달려드는 그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협俠의 마음으로....무武를 행한다."
돌덩이 같은 주먹을 천천히 치켜들어 우두머리를 향해 겨누었다.
"그게 바로 협객俠客이니라."
우우우우우웅
더불어 가지고 있는 모든 진력을 내뿜기 시작하였다.
"하하하하하하, 목숨조차 도외시한테 남을 돕는 게 협객이라니.....참으로 우스운 겉포장이구나."
우두머리는 즐겁다는듯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는 그런 놈들을 머저리라고 부른다. 거왕."
그리고 천천히 창을 들어올려 투창자세를 취하였다.
"다음 생에선 머저리같은 삶을 살지 말도록 하거라."
휘이이익
그리고 망설임없이 그대로 내던졌다.
쇄에에에에에에엑
그러자 날카로운 투창의 끝이 바람이 꿰뚫으며 그대로 내질러지기 시작하였다.
거왕의 심장을 향해
하지만 거왕은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당당히 마주할 뿐
모두가 그런 거왕을 비웃었다.
기적이 일어니자 않는 이상
그는 속절없이 죽게 될테니
콰지지직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거왕을 향해 날아들던 창이
그대로 산산조각나버린 것이다.
"아니!?"
장내 있던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이변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머저리가 아니다."
그때 그들의 귓가로 날카로운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휘익
그 목소리의 근원에 따라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저 창공 위에서
오만하게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명의 남자를
"그는 협객俠客이다."
남자의 눈빛이 한층 더 냉혹해지기 시작하였고
덜 덜 덜 덜
남자의 눈빛을 마주한 복면인들은 사시나무떨듯 떨기 시작하였다.
알 수 없는 거대한 중압감이 전신을 짓누른 까닭이었다.
대체 저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