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내면 속에 흉포함과 파괴적인 본성을 지니고 있다.
선악의 개념이 없는 어린 아이는 잠자리의 날개를 뜯고 개미를 짓밟으며 기뻐한다.
내재된 흉포하고 파괴적인 본성을 그대로 발현하여 커다란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다.
마도종사 천마天魔는
이런 인간의 본성을 일찌기 깨우쳤고
그 본성을 극대화시켜 힘을 얻는 공부법.
마공魔功을 창안하였다.
세상에 떠다니는 자연기를 흉악스러운 본성과 결부시켜 마기魔氣라는 흉악스럽고 파괴적인 힘을 얻게 만든 것이다.
마기는 자연기를 정순하게 만드는 기존 내기와는 궤를 달리하는 힘이었다.
더욱더 효율적인 축기가 가능하였고
더욱더 파괴적인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가히 만능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신비한 힘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어째서 이렇게 효율적이고 파괴적인 마기魔氣가 주를 이루지 못하고 배척받게 되었을까?
어째서 파괴적인 마공을 익힌 마교는 중원을 정복하지 못하였을까?
그건 마기魔氣에 모든 장점들을 뒤덮을 만한 치명적인 부작용이 존재하였기 때문이었다.
마기는 인간의 흉악스럽고 파괴적인 본성을 자연기와 결부시켜만든 기운이었다.
마기를 축적되면 축적될 수록
이 흉악스럽고 파괴적인 본성 또한 자연히 극대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연히 본성이 이성을 압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되어
동남동녀들을 납치하여 뇌수를 파먹었고 시체를 불태우고
부모형제 가리지 않고 간하고 살해하는 패륜조차 서슴지 않게 된다.
마기魔氣라는 사악한 힘이 죄책감과 양심, 측은지심같은 인간의 마음을 완전히 앗아가 파괴만 추구하는 흉악스러운 괴물로 만드는 것이다.
자연히 중원무림은 마기를 사악한 힘이라 여겨 그들을 배척하였고
마교 또한 절대적인 무력을 갖춘 고수를 배출하는데 상당히 고역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마기의 부작용으로 인해
성취를 이루기도 전에 주화입마에 빠져 미쳐버리거나 폭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까닭이었다.
마공이라는 압도적인 힘을 가졌음에도
중원무림을 정복할 수 없었던 건 바로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천마사후
임시로 교주직을 승계받았던 이천마二天魔는
이런 마공의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도 마공을 익혔기에 그 한계를 너무나 명확히 알고 있던 것이다.
때문에 궁구하고 또 궁구하며
마공을 개량하고 또 개량하였다.
마공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그 한계를 뛰어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다행히 그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개량을 거칠 수록 마공의 부작용이 감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성취가 삼성만 도달해도
주화입마에 걸렸던 마공이
오성까지 유예되기도 하였고
필수적으로 뇌수를 파먹어야했던 부작용이
골수만 파먹어도 용인될 수준으로 급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천마는 그 결과 크게 흡족하여 개량에 더욱더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였다.
조금이라도 더 완벽한 마공을 만들기 위해서
하지만 이 개량작업에는 뜻하지 않는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너무나 많은 개량 실험으로 인해
마공을 익힐 교도가 부족해진 것이다.
교도들 간에 난교와 출산을 장려하였음에도
죽어나가는 인원이 워낙 많다보니
출산 속도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다.
이에 이천마二天魔는 고심하였다.
안정적인 개량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획기전인 방안을 떠올리게 되었다.
바로 동물실험이었다.
열달동안 아이를 품어
아이를 하나 낳는 인간과는 달리
짐승은 짧은 임신을 걸쳐
여럿의 새끼를 낳기 마련이었다.
효율성만 따진다면 짐승만큼 효율적인 실험체도 없는 것이다.
방안을 마련한 이천마二天魔는 십만대산 한켠에 마경魔境이라는 거대한 우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셀 수도 없이 많은 짐승들을 가두고 조련하며 개량된 마공魔功을 강제로 주입시켜버렸다.
개량된 마기를 강제로 주입시키는 방식으로 마공魔功의 부작용을 실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는 상상이상으로 긍정적이었다.
죽어나가는 숫자보다
출산되는 숫자가 많다보니
개량 실험이 끊김없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 획기적인 실험은 이천마二天魔에 이어
다음대 교주인 명천마冥天魔
그 다음대 교주인 염천마炎天魔 등
수대의 걸쳐 계속되었고
부작용과 한계가 명확하였던 마공魔功은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공의 한계가 극복되었을즈음
마기魔氣에 절여진 짐승들의 우리
마경魔境은 금지로 지정된 채 그대로 방치가 되었다.
모두의 기억속에서 잊혀진 채로 말이다.
"마경魔境이라니....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사옵니다!"
마뇌는 언성을 높이며 말을 내뱉었다.
마경魔境
마기魔氣로 절여진 짐승들의 우리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백년 간 관리조차 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던 곳에서
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정녕 그리 생각하느냐?"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되물었다.
"무려 삼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방치되었던 곳입니다. 전력을 대체할만한 짐승들이 남아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렇다면 본좌가 허언을 지껄였다고 생각하는가?"
"....그..그건 아니지만.."
마뇌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위대한 천마가 허언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불신의 감정을 도저히 지워낼 수 없었다.
"믿기도 어렵기도 하겠지. 문을 걸어잠근 채 단 한 번도 들여다본 적도 없을터이니."
천마는 이해한다는듯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직접 보여주도록 하지."
"네에?"
딱
천마는 가벼이 손가락을 튕겼다.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천마가 기거하고 있던 교주전이
기괴하고 음산하기 그지없는 풀숲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대..대체 이게..?"
마뇌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놀라지말거라 미욱한 자여, 그저 마경으로 이동을 한 것뿐이니."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영..영광입니다! 천마시여!"
넙죽
마뇌는 넙죽 엎드린 채 감사를 표하였다.
위대한 천마의 권능을 공유받았다는 사실에 크나큰 감격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몸을 일으켜세우거라. 마뇌여."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마경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대로 느끼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마뇌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다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아니!?"
그리고 곧이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 까닭이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짐승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대하고 크고 두텁고 기괴하였다.
초가집 서너개는 합친 것 같은 거대한 덩치.
그 덩치를 지탱하는 두텁고 커다란 네개의 다리.
아홉 개의 머리
열여덟 개의 귀
열여덟 개의 날선 눈빛
아홉 개의 묵빛 코
아홉 개의 커다란 아가리와 그 속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이빨들
아홉 개의 두터운 꼬리
그 꼬리 끝에 불타고 있는 영롱한 불꽃까지
여우를 닮은 기괴하기 그지없는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대체...이게...이게..무슨.."
마뇌는 불신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놀라기는 이르다. 마뇌여. 이곳은 그저 초입일 뿐이니."
딱
천마는 가벼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다시금 세상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주위 환경이 돌산으로 변모하기 시작하였다.
휘익 휘익
환경이 바뀌자 마뇌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혹시라도 아까와 같은 기괴한 생명체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든 까닭이었다.
"아.."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아까 전 봤던 여우 괴물 못지 않은 기괴한 생명체를
여우괴물 못지 않은 커다란 덩치.
전신에 새겨져있는 검은 선들
갈고리처럼 휘어져있는 기괴한 발톱들
범을 닮은 흉악스러운 인상.
사람 몸통만한 톱같은 송곳니
그리고 앞다리 윗부분에 돋아있는 커다란 날개까지
기괴함으로 따진다면
이 괴물 또한 여우괴물 못지 않은 위용을 자랑하였다.
따악
천마는 그 후에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마뇌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기괴막측한 괴물들을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꼬리가 아홉개 달리 여우.
말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호랑이 무늬에 새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 괴물.
사람의 얼굴과 표범의 몸을 가진 꼬리가 긴 괴물.
아홉개의 꼬리와 네 개의 귀를 가지고 있으며 눈에 등 뒤에 눈이 붙어있는 양.
세 개의 머리와 여섯개의 다리 세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 기괴한 닭
일반적인 원숭이들과는 비교조차 어려운 두터운 근육으로 점칠되어있는 거대한 성성
용암 주위에서 웅크리고 있는 두개의 뿔이 달린 커다란 이무기까지
하나같이 기괴하지 않은 괴물들이 없었다.
가히 마경이라는 말이 절로 어울리는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천마시여....대체..이게 어찌 된 것입니까?....어찌 마경에 이런 괴물들이."
마뇌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방치되었던 마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기괴막측한 괴물들의 모습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저들은 그저 수백년동안 진화를 이룩해낸 것 뿐이다. 오직 척박하기 그지없는 마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야."
그 물음에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런 기괴막측한 모습으로.."
"위대한 마기魔氣의 효용이지."
천마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입을 떼었다.
마기는 흉악스럽고 파괴적이면서
동시에 신비로운 힘이었다.
파괴를 위한 진화를 이룩해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따아악
천마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사방이 반전되며
환경이 뒤바뀌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한 늪지대쪽이었다.
"잘보거라, 이번에 마주할 놈은 본좌조차 인정할 정도로 강대한 마물魔物일테니."
꿀꺽
그 말을 들은 마뇌는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위대한 천마가 인정할 정도의 생물체라고 하니
긴장이 절로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주위를 살폈을까
부글 부글 부글
갑자기 늪지대에서 어마어마한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촤아아아악
"...용!?!"
그 기포속에서 커다란 용의 머리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한 개
두 개
세 개
.
.
.
종국에는 아홉 개의 머리가 서서히 늪위로 부상하기 시작하였다.
"히이이익!"
마뇌는 그 압도적인 모습에 기겁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생물체 본연으로서의 두려움이 물밀듯 차오른 까닭이었다.
"아홉 마리의 용이라니.."
덜 덜 덜 덜 덜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틀렸다. 저놈은 한 마리다."
"한 마리라뇨? 분명 머리가...아홉 개인.."
"머리는 아홉이나 몸은 하나이다. 그렇다면 한 마리가 아니겠는가?"
"저 괴물들이...한 개의 몸을 공유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허어......어찌 그런..."
마뇌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경악을 하였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이무기 따위는 가볍게 찜쩌먹을 위용을 지니고 있는 용이건만
그런 용들이 한 개의 몸을 공유하고 있다니
저 괴물의 본체는 대체 얼마나 커다랗다는 말인가
그렇게 마뇌가 입을 떡 벌린 채 경악을 하고 있을 때였다.
크아아아아아악!
용 한 마리가 크게 입을 벌려
마뇌에게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히이이익!"
마뇌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죽을 지도 모른다든 공포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멈추거라."
그러자 천마는 한 마디 내뱉었다.
뚝
순간 쇄도하던 용의 머리가 그대로 멈춰지게 되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말이다.
"어디 한낱 미물따위가 위대한 어버이 앞에서 이빨을 드러내는가?"
"크르르르르.."
용은 지지않겠다는듯 으르렁거리기 시작하였다.
"너의 그 마기는 나에게서 온 것이다. 내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거둬갈 수 있는 힘이란 소리다."
천마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자 용은 천천히 입을 다물고 이빨을 가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늪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듯이 말이다.
"다행히 제 주제는 아는 놈이였구나."
천마는 재밌다는듯 웃었다.
그리고 다시금 손가락을 튕기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마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커다란 기둥과 화려한 장식으로 가득한 곳.
교주전으로 복귀를 한 것이다.
"마뇌여, 아직도 마경에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가?"
천마는 어안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뇌를 바라보며 물었다.
쿵
"미천하고 어리석은 종이 감히 천마의 말씀을 의심하는 불찰을 저질렀습니다! 죽여주시옵소서!"
그러자 마뇌는 곧바로 땅에 머리를 처박았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저정도면 차고넘쳤다.
초절정인 자신조차 압도할 괴물들이 즐비하고 있은 저곳이라면
모자란 전력을 충분히 메꿀 수 있는 것이다.
"되었다, 미천하고 어리석기에 인간인 것을, 어찌 내가 그대를 벌하겠는가?"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리석기 고통받는 게 바로 인간이었다.
저 가여운 존재를 어찌 벌하겠는가.
"망극할 따름이옵니다! 천마시여!"
쿵 쿵 쿵 쿵
마뇌는 이마를 몇 번이고 땅에 처박으며 거룩한 은혜에 감사를 표하였다.
이마가 찢어져 피가 철철 흘러내릴 때까지 말이다.
"좋다, 그럼 이제 성전을 준비토록하라. 모든 전력을 집결시키고 강시들을 만들어 모자란 전력을 보강시키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천마시여!"
마뇌는 우렁차게 답을 하였다.
신에 필적한 권능을 가진 위대한 천마와.
마경을 등에 업은 마교라면
중원 전체를 상대한다해도 두렵지 않았다.
'마도천하가 머지 않았구나!'
마뇌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