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76화 (1,177/1,419)

가주전에 위치한

대회의실

수많은 이들이 대회의실 안에 가득히 들어차있었다.

총괄책임자로서 명실상부 당서윤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여인, 금적화.

당가의 재정과 회계를 책임지는 재경각의 최고책임자 재경각주 요랑.

그리고 그녀의 사수이자 재경각의 부각주인 당감.

새롭게 편찬된 당가 최고의 무력부대인 독천대의 대주 갈지천

당가의 모든 의료 행위를 이뤄지는 활의각의 각주

당길 등

하나같이 당가의 핵심 인력이라고 칭해도 전혀 부족함이없는 당가 최고의 권력자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심각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로 얌전히 침묵하며 자리를 지켰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후아아아암."

잠자코 있던 요랑이 크게 하품을 하였다

오랜 기다림이 꽤나 지루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쉬잇! 요랑님."

그러자 옆에 있던 당감이 입가에 손가락을 대며 그녀를 제지하였다.

당가를 좌지우지하는 수뇌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내각 회의는 나름의 격식을 차려야하는 자리였다.

수장이 곧 조직의 얼굴이 되기 때문이다.

"하품도 못해?"

그의 제지에 요랑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떼었다.

"수장은 곧 조직의 얼굴입니다. 요랑님께서 품위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재경각 또한 품위없다 여길 것입니다."

당감은 그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차근히 설명해주었다.

"당감아."

요랑은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말씀하십시오."

"넌 내가 내각회의 때 격식 차리는 거 본적 있어?"

요랑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한 번도 없습니다."

당감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곧이어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내저었다.

생각해보면

재경각주는 지금껏 격식을 차렸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마음가는대로

내키는대로 행동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품위를 유지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이제와서 평판관리한다고

자신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 같진 않았다.

그저 미친년보듯 바라보거나

여전히 철없고 품위없다고 여길게 뻔한 것이다.

그런데 뭣하러 이제와서 품위를 유지한다는 말인가

"............"

그 물음에 당감은 선뜻 답하지 못하였다.

생각해보니 틀린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당감아, 당감아,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려무나, 결국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다보면 네 삶이 피폐해지기 마련이니까."

요랑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당감은 잠시 상념에 빠져드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말대로 너무 남 눈치만 보면 살아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와그작 와그작 와그작

그때 귓가로 와그작거리는 이질적인 소리가 울렸다.

시선을 돌리니

어느새 당과를 꺼내 씹어먹고 있는 요랑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당과는 아니지 않습니까?!"

당감은 발작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하품은 자연현상이니 그렇다쳐도 당과는 너무 하지 않은가

와그작 와그작

"남의 시선 의식하지 말라니까?"

요랑은 태연한 얼굴로 당과를 씹으며 입을 떼었다.

"의식 좀 하십시오! 너무 안하지 않습니까!"

"그치만...당과는 맛있는걸?"

"각주!"

이내 격식을 간청하는 당감과 격식따윈 개나 줘버린 요랑 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후후후훗."

"하하하핫"

그 모습에 다른 수뇌부들은 작음 웃음을 흘렸다.

두 사람의 월례행사같은 다툼덕에

꽤나 심각했던 분위기가 어느정도 환기된 까닭이었다.

그렇게 한창 대회의실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있을 때였다.

벌컥

앞쪽 문이 열리고 한 명의 아리따운 여인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사천당가의 가주 대리이자

실질적인 지배자로서 군림하고 있는 여걸

당서윤의 등장이었다.

"가주 대리를 뵙습니다!"

"가주 대리를 뵙습니다!"

그녀의 등장에 수뇌부들은 일제히 일어나 허리숙여 인사를 건네었다.

최고 권력자에 대한 예우를 표한 것이다.

"반갑습니다. 당서윤입니다."

당서윤은 그들의 인사를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어색해하던 초창기와는 달리

가주로서 여유와 관록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갑작스러운 소집에도 불구하고 한 분도 빠짐없이 입장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서윤은 가벼이 고개를 숙였다.

수뇌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표한 것이다.

"마음 같아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안부를 묻고 싶지만 오늘은 아쉽게도 그럴 시간이 없군요."

당서윤은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곧바로 본제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심유하기 그지없는 녹안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수뇌부들이 눈이 일제히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얼마나 급한 용무이기에 인사치레마저 생략하는 지 의문이 든 까닭이었다.

"마교가 준동하였습니다."

시선이 몰리자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뭣?!"

"마..마교!??!"

그리고 그 담담한 말은 장내를 술렁이기에는 충분한 파급력을 품고 있었다.

마교

무림 최고의 단일세력이자

악의 종주라고 할 수 있는

무림의 공적

공동파 멸문이후

얌전히 숨죽이고 있었던 그놈들이 다시 준동하기 시작하였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믿기 어려우시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껏 아무런 전조도 없었으니까요."

당서윤은 이해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혹스러운 그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믿으셔야합니다. 지금 그들은 청해성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으니.."

당서윤은 선우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정철문으로부터 날아든 서신

참철문의 비극

학살과 납치로 병행된 마교의 만행까지 전부 말이다.

그 말을 전해들은 수뇌부의 표정이 하나같이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학살과 더불어 동남동녀의 납치라니

누가봐도 마교의 만행임을 인지할 수있는 행동들이었다.

정녕 마교가 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의천맹은 곧바로 타격부대를 파견하였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황실과 구파연합, 각 성을 대표하는 대문파들에게 마교 토벌을 위한 연합 제의를 하였다고 하더군요."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수뇌부의 표정이 한결 풀어지기 시작하였다.

의천맹의 발빠른 대처에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리고 저희 당가에도 연합에 대한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마교 토벌을 위해 크게 힘써달라고 하더군요."

당서윤의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 말을 들은 수뇌부들의 얼굴이 다시금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연합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연합에 동참하는 건 꽤나 신중을 기해야하는 일이었다.

그들은 당가의 손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할 의무가 있으니

"고민하고 자시고할 것도 없습니다! 바로 동참해야합니다!"

그때 독천대주 갈지천이 언성을 높이며 말하였다.

"마교 토벌의 중원 모든 문파의 숙원이지 않습니까? 고심할 것도 없습니다! 당장 전력을 파견하여합니다!"

마교 토벌은 중원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마지 않았던 일이었다.

이런 꿈같은 기회가 눈앞에 펼쳐졌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좀더 생각해봐야합니다."

그때 활의각주 당길이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직 황실과 다른 문파들의 의중을 모르지 않습니까? 다른 이들이 전부 참전한다는 의사를 표한 이후 행동해도 늦진 않습니다."

당길은 신중함을 강조하였다.

현재는 어떤 세력이 참전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먼저 움직이는 건 당가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었다.

먼저 움직임만큼 입는 피해는 커지고 말테니.

"의협이라는 하나의 가치를 위해 중원의 모든 이들이 나서고 있는 상황이오! 만약 여기서 외면을 한다면 당가는 정파로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오!"

갈지천은 당길을 노려보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계산적인 그의 태도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외면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출전시기를 좀더 미루자는 것입니다!."

결국 청해의 백성들의 위기를 모른 척하자는 말이 아닌가!"

"전 이름 모를 청해의 백성보다 세가원들이 훨씬 더 소중합니다!"

"노오옴! 그러고도 네놈이 협의지심을 가진 정파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더냐!"

"지금은 협의지심보단 세가의 이익을 따져야할 때 입니다!"

두 사람은 언성을 높이며 격렬히 말싸움을 하기 시작하였다.

누구 하나 지지 않겠다는듯이

그리고 수뇌부들은 그런 그들을 얌전히 바라보았다.

그들 또한 저들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만."

그들의 언쟁을 잠자코 듣고 있던 당서윤이 한마디 내뱉었다.

그러자 언쟁을 벌이던 두 사람이 귀신같이 입을 다물었다.

언제 싸웠냐는듯이 말이다.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머릿속에 박힌 위계를 잊지 않는 것이다.

"두 분의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고 합니다. 먼저 나서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대로 외면하기도 껄끄러운 상황이니까요."

이건 선택의 문제였다.

실리와 의협

포기할 수 없는 두 가치들 간 의견충돌인 것이다.

누가 틀리고 옳다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전 굳이 고르자면 갈 대주님의 의견에 좀더 마음이 좀더 기울어지는군요."

당서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갈지천과 당길의 희비가 교차하기 시작하였다.

"당가는 명실상부 정도의 길을 걷고 있는 명문세가입니다. 정도의 기본은 곧 협俠의 실현인 법. 약자를 가여이 여기고 강자로부터 보호하고 큰 사랑을 실천하는 게 비로소 정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당서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만약 본질을 부정한다면 그 어떤 문파도 정도를 걷고 있다 당당히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본질 자체가 흐트러졌는데 그 누가 인정해주겠습니까?"

세가를 실리를 추구하는 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실리를 통해 조금이라도 큰 이익을 도모하는 게 수많은 혈족들을 책임지고 있는 세가 입장에선 훨씬 더 나은 선택일테니

하지만 이렇게 대의가 걸린 문제라면 얘기가 달라졌다.

죄없는 약자들이 핍박받고 학살당하며 인신공양을 위한 제물로 납치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실리를 위해 모른 척을 시간을 끈다면

누구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지리적이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모른 척을 한다면

세상 그 누구보 당가를 정파라 불러주지 않을 것이다.

실리에 따른 선택적인 협의를 실현하는 정사지간에 위치한 문파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천당가가 진정한 정파로서 거듭나기 위해선 실리따윈 저버리고 오직 협의만을 생각하며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정도正道일테니까요."

당서윤은 심유한 녹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 끔찍한 마교도들에 의해 혈족들이 죽어나가는 슬픔을, 누구보다 절실할 상황에 외면받게 되는 설움을 말입니다. "

당서윤은 감정에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그 감정에는 마교로부터 혈족들을 잃었던 슬픔과 동맹세력들로부터 외면받았던 지난 날의 설움이 진하게 배여있었다.

그 감정에 동화된 것일까

수뇌부들의 동공이 쉴새없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지난날의 아픔과 설움이 감정을 지배한 것이다.

"전 진정한 협의를 품고 있는 위대한 가문, 당가의 일원으로서 청해의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우리와 같은 아픔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내 당서윤은 말을 끝마치게 되었다.

품고 있던 모든 의견을 그대로 피력한 것이다.

수뇌부들은 그런 당서윤은 말없이 응시하였다.

꽤나 오랜시간동안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짝 짝 짝 짝

박수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한쪽 구석퉁이에 있던 요랑이 열렬히 박수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짝 짝 짝 짝 짝

그 옆에 있던 당감 또한 동참하듯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짝 짝

두 사람의 박수를 시작으로 다른 수뇌부들 또한 뒤이어 박수를 치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당서윤의 의견에 동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에 당서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그들 마음 속에 있는 협의를 일깨웠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이제 시작이구나.'

그리고 이내 보석같은 녹안을 반짝였다.

수뇌부들을 대동단결시켰으니

이제 남은 건 마교토벌을 위한

실질적인 무력행사뿐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멸문을 시켜주마.'

당서윤은 친족을 잃은 원한을 곱씹으며 속으로 다짐하였다.

이번에야말로 그들을 멸문시키고 말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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